조현병, 최근에 뉴스에서 종종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서 조현병 환자를 만날 일도 잘 없는 것 같다. 아니...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해도 당사자가 그 사실을 밝히기는 꺼릴 것 같다. 그만큼 정신질환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는 시선이 부정적인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정신질환을 병으로 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도 하고 겉으로 멀쩡해 보이면 아프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그러한 편견에 쌓여있다.
그런데 이 책은 조현병 증세가 나타나고 이후 18년간 앓은 아들과 함께 보낸 아버지가 쓴 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문학과 미술사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글을 통해 조현병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었다. 또 조현병에 걸린 환자뿐만 아니라 주변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무엇보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아픈 마음이 잘 드러난다. 아마 책에 표현된 것보다 훨씬 고통스러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떠난 이를 가장 적절하게 추모하는 방법이 이 책을 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가브리엘을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불쌍한 남자로만 기억했을 것이다. 아니면 기사 한 줄로 지나가는 사건으로 그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브리엘을 만난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현병과 맞서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았는지, 어떤 꿈을 꿨고 어떤 영화를 준비했는지 생생하게 살필 수 있다. 가브리엘은 어쩌면 아주 뛰어난 영화감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아들을 정말 사랑하고 아꼈다. 글 곳곳에 그 마음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참 슬프면서도 좋았다.
사실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해 잘 모른다. 조현병은커녕 우울증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정신질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쩌면 눈에 보이는 상처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훨씬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조금 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