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부터 불타오르는 두 아이의 심기가 만만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어떤 상황이든 말꼬리를 잡아 위기를 모면해나가는 말솜씨가 아주 번드르한 선우와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해 속이 터질 듯할 때면 손이 먼저 나가는 태오의 좌충우돌 막상막하 일촉즉발 갈등이야기입니다. 어째 첫 장을 넘기니 목차에서부터 우리 반 교실을 통째 들어서 옮겨 놓은 듯한 이야기가 연상되어 스르럭 마음이 빨려들었고, 순식간에 한 권을 읽게 되었답니다.
이야기의 차례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온라인 게임스타일로 꾸며 시선을 사로 잡았습니다. 1라운드부터 교실에서 매일 들리는 말이어서 인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는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쭉쭉죽 책장을 넘겼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말주먹과 왕주먹이 펼쳐가는 매일매일의 한 판 승부가 살얼음판 같은 아이들 관계를 보여 주었고, 한편으로는 릴레이처럼 이어진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일상이 들여다 보여지며 갈등의 실마리도 그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중재자로서 선생님의 모습에서 어른됨의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장면과 갈등 상황에서 대상이 되는 한 아이 한 아이의 억울함을 키우지 않기 위한 경청의 중요성을 엿보게도 하였다. 다인수 교실에서 매 순간 모든 아이들을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하필 그 순간 보이는 것만 보고 말했을 때 억울한 누군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올라오며 조금 더 공정하게 학생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 다짐도 합니다.
"알았다, 태오야. 근데 선우에게 사과는 해야해."
"......."
태오는 사과하고 싶지 않았다. 선우처럼 진심이 담기지 않은 가짜 사과는 하고 싶지 않았다.
p.45
또한 아이들 간의 갈등 속에서 요즘 흔히 "강요된 사과" 진정성이 없는 사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태오의 예로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속마음을 털어놓은 왕주먹 태오가 할 말을 "편지"로 써볼 것을 제안받는 장면에서는 결국 말주먹에게 또 패하고 마는 상황에 도달하긴 하지만 자율적 문제해결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언젠가는 씨앗을 틔우겠구나 하는 나름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었답니다.
화분노가 표출될 때 가만히 돌아보면 가장 자극받은 말이나 행동이 있습니다. 글 중에서 태오는 "그러니까 애들이 싫어하지."라거나 선웅에게는 "야, 거짓말 좀 하지마."하는 말 같은 것처럼 비수가 되어 꽂히는 말이지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작고 마른 체격을 얕보는 것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는 선우나 새상에서 제일 두렵고 무서운 말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하는 말이라고 소리치며 왕주먹을 휘두르는 태오처럼 아이들은 각자의 아픈 마음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자기만의 수단과 방법을 찾아 대응하게 됩니다. 그 선택이 진정 바람직하고 행복한 것인가, 진정 원하고 바라는 것인지 함께 소통하고 나누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태오와 선우에게 메달이라는 것은 둘 사이를 연결로 이끈 매체가 되었고, 누구에게나 이런 매체와 같은 "관계회복의 기회"는 늘 있고 그것을 잘 포착하고 긍적적인 관점에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대단하고 멋지고 근사하고 든든한 왕주먹이야."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탕은 말사탕'
p.90
‘화성에 태오가 있다면 무섭지 않을 거야. 태오의 왕주먹은 어떤 적이든 물리칠 테니까.’
‘화성에 선우가 있다면 사막이라도 꽃을 심고 집을 지을 거야. 선우는 똑똑하고 손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하니까.’
p.95
협력이라는 긍정의 덕목이 시기와 질투로 대립하던 태오와 선우를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계기로 관점을 전환시켜주었으며, 각자의 강점을 살려 좋은 관계를회복해 나가는 둘다 행복한 승자인 해피엔딩 이야기 왕주먹 VS 말주먹! 자신을 돌아보거나 아이들이 소속된 학급을 객관적으로 보게하고 싶을 때, 내 자녀가 소속된 학급의 부모님께도 추천할 만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