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중국의 최고지도자인 시진핑은 '한반도는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발언을 하였고, 이것을 미국의 대통령이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조금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현재의 중국, 그러니까 중화인민공화국은 과거 중국대륙에 존재했던 청 제국을 이은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며, 주류 민족인 한족을 비롯해 55개 소수민족을 포함한 다민족 국가이다. 따라서 지금의 중국대륙에 존재했었던 고대의 나라인 한반도의 고구려와 그 유민들이 세운 나라인 발해도 자기들의 역사 중 일부로 포함하려고 한다. 이것을 소위 동북공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을 구성하는 주류 민족인 한족이 세운 최근의 나라는 명 제국일 뿐이고, 청 제국은 사실 만주족이 세우고 한족은 오히려 식민지배를 받은 그런 나라였다. 과거를 살펴봐도 현재 중국의 주류인 한족이 세웠던 나라는 몇 되지 않는다. 명 이전에 있었던 원 제국도 몽골족이 세운 나라였고, 한족은 식민지배를 받았을 뿐이다. 그 전에도 중국은 선비족이나 흉노족, 말갈족, 거란족 등 수많은 이민족의 지배를 받았었다. 현재 중국 대륙의 주류인 한족은 과거부터 북방민족과의 투쟁을 통해 독립과 지배를 연속해 왔다. 오히려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삼국인 고구려, 백제, 신라를 비롯해 고려와 조선은 모두 중국에 존재했던 국가들에 지배를 받지 않았던, 독자적 자치권이 있는 그런 나라였다.
중국 대륙에 존재했었던 나라는 14세기 이전까지는 진-한 제국, 수-당 제국, 원 제국의 통일 제국이 있었고, 그 후로는 명, 청 제국이 존재했다. 이렇게 중국 대륙은 북방민족이 세운 제국과 한족이 세운 제국이 연이어 등장하며 지배와 피지배 민족이 바뀌면서 이어졌다. 반면 한반도는 중국 대륙에 존재하던 나라들과 때로는 대등하게, 때로는 조공국으로 존재하면서 독자적 자치권을 가진 나라를 계속해 이어 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현재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한반도를 중국의 일부라고 하자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셈이다.
이 책에서는 명 제국 이후의 중국과 한반조의 조선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 명 제국은 원 제국을 극복하고 한족이 세운 통일 제국이었다. 따라서 원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와의 관계를 이후에 세워진 조선과도 이어가고자 했다. 고려는 원 제국의 지배를 받기는 했지만 분명 독립적인 자치권을 가진 그런 나라였다. 따라서 명 제국은 고려 이후 세워진 조선과도 그런 관계를 이어가려고 했다. 따라서 명 제국은 조공을 바치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독자적 자치권이 있는 조선의 관계를 원 제국과 고려와의 관계처럼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다. 조공을 바치는 관계라고 해도 이것은 속국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유교 사상을 이은 성리학의 원리가 작용한 조선은 중국 대륙의 명 제국을 군신의 관계 또는 형제의 관계로 성립했고, 조공이라는 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무역으로서 조선의 공물을 바치고, 명 제국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관계로 작용했다. 이런 관계는 명 제국을 멸망시키고 세운 청 제국과도 계속 이어져, 청 제국과 조선의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러나 서양 세력과의 조우를 한 이후인 1800년대 말 부터 이 관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먼저 청 제국은 아편전쟁을 겪으며 강제적으로 개항을 하게 되었고, 조선 또한 강화도 조약으로 강제 개항을 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적 변화 속에서도 청 제국과 조선의 관계는 지속되었으나, 결국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되었고 중국 대륙도 청 제국이 멸망하고 중국 국민당 정부와 중국 공산당 정부가 대립하면서 일본 제국과 독립전쟁을 이어 나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중국 내에서 벌어졌던 국공 내전이나 일본 제국과의 독립전쟁은 언급되지 않지만 결국 중국 대륙은 공산당 정부의 승리로 인해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고, 국민당 정부는 대만으로 건너가 중화민국을 수립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대한제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망함에 따라 독립을 하게 되지만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소련의 지배를 받는 북한과 미국의 지배를 받는 남한으로 따로 독립된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이렇게 세워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중국 대륙을 점령한 중화인민공화국에게 각각 조선과 한국으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38도선을 경계로 따로 세워진 두 나라는 한국전쟁을 하게 된다. 이때 남한에는 UN의 연합국이 참전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은 북한을 도와 참전하면서 3년 넘게 전쟁이 이어지지만 결국 휴전 협상을 통해 한반도는 분단된 두 나라가 성립하게 된다. 이렇게 성립된 두 나라와 중국 대륙의 중화인민공화국은 이전의 청 제국과 조선과의 관계와는 다른 조건 속에서 연관된 관계를 갖게 된다. 이런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와 중국 대륙에 존재하는 제국 사이에는 입술과 이와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바로 순망치한의 관계인데, 한국전쟁 시기에는 연합군이 한반도의 북부지역까지 올라오자 중화인민공화국으로서는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는 관계와 같이 느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해 참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같은 사회주의 계열 정부라는 동질성도 있었지만 이전부터 내려왔던 청 제국과 조선 사이의 관계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이후로 처음에 북한은 중앙집권 경제와 일제가 남기고 간 더 많은 자산으로 인해 남한보다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획복하며 중화학공업 위주와 수출경제 위주의 발전으로 인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1970년에 남한의 1인당 GDP는 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1980년에는 북한의 2배에 이르고, 1990년대에는 4배가 되었다. 이런 남한의 경제 기적은 그 동맹들도 놀랄 수준이었고, 소득 분배 수준은 불평등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 이후 덩샤오핑이 주도했던 중국의 개혁개방은 중국과 한반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중국은 개혁 초창기부터 남한의 기업과 협력하기 시작하였고, 상호 무역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사회주의 진영은 붕괴하였고, 냉전이 종식되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소련과도 국교를 맺었으며, 한층 경제 개발을 가속화하였다. 반면 북한은 김정일로의 권력 승계에 몰두하였고, 1994년 김일성이 죽자 김정일은 최고 통치자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북한은 소련이 붕괴하였고, 중국의 상품도 수입하기 어려워졌으며, 농촌의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결국 배급량이 줄어들었고, 몇 몇 지역은 식량 공급 없이 수개월을 버텨내야만 했다.
냉전의 종식 이후 북한이 생존에 몰두하는 동안 남한은 이 기회를 통해 번영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남한에 새로운 시장을 제공했고, 남한 경제는 점점 더 세계화되었다. 남한을 강타했던 금융 위기도 잘 넘어갔으며, 중국은 남한과의 무역, 기술이전 그리고 투자를 원했다. 중국에게 북한은 기껏해야 부차적인 존재일 따름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기아 극복을 위한 원조를 제공했지만 남한과 미국이 한 것보다 적었다. 중국은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를 막고자 했다. 이는 수많은난민의 발생과 미국의 비호를 받는 통일 한반도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은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발표했다. 김정일 권력 승계 직후 미국은 북한과 '제네바 기본 합의'를 체결했고, 북한의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은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유지되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에 자금 지원을 보류했고, 전후 지속해온 제재도 해제하지 않았다. 남한에서 새롭게 권력을 쥔 민주정부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며, 햇볕정책과 중국의 압력으로 북한을 6자 회담으로 이끌어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복귀하기로 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해외계좌 동결을 시도하자 북한은 핵 실험을 발표하고 실행했다. 남한의 진보파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개성공단도 개발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등장으로 북한과 대결적인 정책을 펼치기도 했으며, 2016년 개성공단은 폐쇄되기에 이른다.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면 중국은 현실적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북한에서 김정일이 죽고 젊은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해가는 동안 주국은 시징핑이 중국 공산당의 총서기가 되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한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면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한반도 내의 상황과 중국과 한반도와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렇게 중국과 한반도는 오랜 기간 관계를 형성해 왔고, 강력하게 구축된 한반도와 중국의 관계는 지구화된 세계에서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단군의 고조선 건국으로부터 시작된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고려와 조선이라는 시기를 거쳐 현재의 분단된 두 국가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조선시대에 있어 중국 대륙에 존재하던 명과 청 두 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중국 대륙의 명, 청 두 제국과 한반도에 존재하던 조선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지내왔는지, 그리고 19세기 말에서 1992년까지와 현재까지를 고찰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륙에 존재하던 국가를 제국이라 칭하고 있으며, 조선은 서양의 19세기 근대에 이르러서야 이룩했던 민족국가의 형태였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저자는 조선을 이루는 민족을 일컬어 '의로운 민족'으로 칭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에서 시작된 유교 사상에 의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본디 유교는 중국의 공자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송나라 시대를 거치며 성리학으로 집대성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사상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통치이념으로 통하기도 했지만 일반 서민의 생활양식까지도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대륙은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을 겪으며 여러 민족이 대륙을 차지하기도 했다. 당나라와 수나라, 송나라와 몽골의 원 제국이 대륙을 차지했었고, 명 나라에 와서야 한족에 의한 명 제국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곧 만주족(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의해 무너지며 청 나라가 탄생한다. 이렇게 중국 대륙은 지배 민족과 피지배 민족들로 구성되었으며, 따라서 중앙의 황제와 변방을 이루는 제후국들로 구성되게 된다.
반면 한반도는 삼국시대가 신라에 의해 통일이 되었으며, 그것에 도움을 주었던 당나라를 신라가 몰아내는데 성공하며 통일신라를 이루게 된다. 통일신라는 삼국시대가 다스리던 영역을 모두 차지하지는 못하였지만, 북쪽에 부여라는 고구려의 후예들이 세운 나라가 있어 한반도의 아랫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혼란스러웠던 통일신라 후기는 고려가 세워지며 그 영역이 더욱 확대되었고, 조선에 이르서서는 한반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족국가의 형태를 완성할 수 있었다.
1800년대 초반까지 동북아시아는 매우 안정적인 체계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문화적 폐쇄성으로 인해 서구 유럽이 산업혁명을 이루며 발전을 거듭하는 시기에 오히려 정체된 양상을 나타나게 된다. 이로 인해 중국 대륙은 아편전쟁을 겪으며 강제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게 되고, 조선 또한 외세에 의한 개방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일본은 16세기부터 네덜란드와 교역을 하며 사, 농, 공, 상의 네 체계에서 동양에서 가장 먼저 상업이 발달하게 되었고, 미국에 의해 강제 개방이 이루어졌으나 시대적 특성으로 인해 식민지화되지 않고, 먼저 메이지 유신이라는 개방을 이뤄내게 된다(미국에 의한 개방이 이뤄졌지만 미국 내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외부로 눈돌릴 여유가 없어 덕분에 식민지화를 면하게 된다).
이때가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유일하게 일본이 중국이나 한반도보다 먼저 개방을 하고 문화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또한 군사적으로 앞선 시기가 된다. 이러한 일본은 서구 유럽과 같이 제국주의를 지향하며 산업 발전을 위한 원자재 조달처와 상품의 판매처로서의 식민지를 추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조선은 일본에 의해 합병되게 된다. 그러나 일본 제국은 그들이 일으킨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1945년 패망하게 되고, 형식상의 일왕만을 유지한 입헌국주국으로 남게 된다.
일본 제국의 패망으로 타의에 의한 독립이 된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 두 나라에 의해 38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서로 단독 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그러나 두 남북 정부는 공산주의 진영과 민주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전쟁을 치르게 되고, 3년 여의 전쟁을 거친 뒤 전쟁을 멈춘 휴전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른 두 정부,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민인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은 유엔(UN) 포고령에 기반 한 38도 선을 경계로 서로 완성된 두 독립국가이며, 1991년 남북한 모두 동시에 유엔 가입국가가 된다. 분명 대한민국의 헌법에서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영토로 한다고 되어있지만, 대한민국의 성립 근거가 되는 유엔 포고령에 의하면 1945년에 그어진 38도선 이남을 대표하는 국가일 뿐이다. 북한 또한 당시에 그어진 경계선 위쪽을 대표하는 독립 국가가 된다. 남과 북, 두 나라는 그때의 경계선이 북위 38도선이었다면 지금은 휴전선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이러다보니 해외에 있는 교포의 경우에는 자신의 국적을 남한(대한민국)으로 해야 할지, 북한으로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혹자는 지금은 없어진 조선을 자신의 국적으로 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지금은 대한민국(남한)의 국력이 흥성하여 세계 10위권 국가로 발돋움하기도 했고, 군사력 또한 세계 6위로 평가받을 정도이니 한반도를 대표하는 국가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아직은 분단된 남, 북한의 두 국가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은 외국의 난민을 거의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는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북한을 떠난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으로 와서 정착하기 때문인데, 국제법적으로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떠난 난민을 받아들인 셈이라서 대한민국은 난민 수용국가가 된다.
이 글에서 책에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 많이 포함된 것은 전체 3장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아직 1장 1392~1866년의 기간만 읽었기 때문이다. 아직 2장 866~1882년의 기간과 3장 오늘날의 시기까지 완독하면 다시 완성된 리뷰를 올릴까 한다. 그럼에도 동북아시아를 바라보는 서양학자의 날카로운 견해와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역자의 수려한 번역은 이 책을 읽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은 영문학 전공자의 이공계 번역서를 보면 엉뚱한 용어의 사용으로 인해 원문의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좋은 번역은 창작과도 같다고 하는데, 원저자의 의도를 잘 살려 번역된 것으로 보여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