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엄마에게 바랐던 일을 해주고 싶다.
책의 표지와 제목을 읽고는 사회학 도서인 줄로 처음엔 알았다.
‘모성’에 대해 연구한 책 정도 일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뜻밖에 소설, 일본 여성작가의 문학이다.
뭔가 더 마음이 ‘동’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파격적’이다 라는 말이 이 소설에 딱이었다.
모성, 은 거의 신격화 되는 단어 아니던가.
소설과 영화, 드라마, 모든 미디어에서 모성은 ‘포장’되어 왔다.
아기를 낳은 여성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물론 매우 아팠지만, 아기를 낳고 나서의 기쁨이 고통을 금새 잊게 했다”고.
그런데 말이다. 이 소설은 좀 달랐다.
주인공이 아이를 임신하고, ‘태교’를 하고 아이를 낳게 되는
전 과정은 사뭇 다르게 묘사가 된다.
그 표현들은 어찌나 직설적이고, 충격적인지.
나는 아이를 낳아 보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은 경험을 한 ‘어머니’들은 어떻게 읽을지도 궁금해 졌다.
‘어떻게 엄마가 저래’라고 쉽게 재단할 수 없었다.
저자의 표현이 매우 미묘하면서도 또 나름의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품고 낳았을 때
저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고.
소설은 ‘쟝르물’의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
미나토 가나에 라는 작가를 이 소설로 제대로 처음 만났다.
‘고백’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꽤 인기였다고 알고만 있었다.
어떤 결의 작가인지는 전혀 몰랐는데, 이 작품으로
그녀의 필력과 세계관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금기라고 할 수 있는 ‘모성’의 파괴적인 속성을
과감히 그린 소설. <모성>.
작가 책을 찾아보니 20권이 주르륵 나온다.
앞으로 한 권씩 도장깨기 하고 싶다는 의욕이 문득 생겼다.
책 에서
나는 내 아이에게 내가 엄마에게 바랐던 일을 해주고 싶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서 내 모든 걸 줄 생각이다. 하지만 ‘모든 걸 바쳐서’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모성 :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
일반적으로 여성, 혹은 암컷에게는 모성이 존재한다는 게 당연시 되지만, 과연 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갖고 태어나기는 하지만 환경에 따라 진화하거나 퇴화해가는 것일까? 아니면 모성 따윈 애초에 존재하지 않지만, 여성들을 가정에 속박시키기 위해 남자들이 멋대로 창조하고 신성화시킨 가짜 성질을 나타내는 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p 60~61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25살에 결혼을 하고, 육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모성이란 것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내 자식이니까 예뻤고, 어설픈 것들 투성이었지만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다. 내 아이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이런 맘이 모성이겠구나싶었다. 그러면서 모성이란 엄마라면 당연한 것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아동 학대도 많이 접하다보니 당연하다는 걸로 볼 수도 없을듯하다. 비뚤어진 모성이란 말도 있으니 무조건 긍정적으로 쓰여지는 것도 아닌듯하고. 단순한듯하지만 복잡한 '모성'에 대해서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소설의 '모성에 관하여', '어머니의 고백', '딸의 독백'의 교차 편집으로 이루어져있었다. '모성에 관하여'는 고등학교 교사인 한 여자가 화자로서 끌고 가고 있었는데 여학생(17세)이 4층의 자택에서 추락한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여자는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소설의 말미에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엄마의 고백'과 '딸의 독백'으로 독자는 이 모녀의 삶으로 들어간다. 아버지는 단기대학 2학년때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살고 있는 여자. 24살에 결혼을 하고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머니와의 유대관계가 특별해보였는데, 태풍이 몰아치던 날 산사태가 일어났다.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딸과 어머니 둘 중에 한 명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했다. 자식은 또 낳을 수 있으니 엄마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외할머니는 자신이 살아남는 것보다 자신의 생명이 미래로 이어지는 것이 더 기쁘다고 말했다. 결국, 아이를 구하고 엄마를 잃었다.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고민을 했는데, 외할머니의 죽음엔 충격적인 비밀이 숨어있었다. 이 사건 후 세월이 흘러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을때 그들에게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딸은 참 반듯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었다. 엄마도 돌아가신 엄마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바르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 진심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딸, 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엄마. 외줄을 타는듯 조마조마한 맘으로 그들의 위태로운 관계를 바라보았다. 외할머니의 죽음의 그늘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가볍지 않았다. 가족이라고 하면서 아버지란 사람은 무얼하고 있는걸까? 답답함이 솟구쳐 올라왔는데 마지막에 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책을 읽다가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를 정도였다. 회피해서는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는 것인데, 도망만 치고 있었다. 엄마를 둘러싼 사람들은 엄마를 이용하려고만 했는데, 그런 엄마의 유일한 편은 딸이었다. 그 마음이 엄마에게 전해지고, 솔직하게 맘을 털어놓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안타까웠다.
곪아서 터지면 상처는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기 마련이라 이런 그들에게 일어난 큰 사건은 오히려 약이 되었다. 모성보다는 딸의 엄마에 대한 사랑이 더 강하게 다가왔던 장면이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던 감정들이 풀리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싶으면서도, 급마무리되는듯해 감동은 반감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와 딸의 심리를 숨을 죽이고 살펴야할만큼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어서 완전 몰입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등장인물은 외할머니였다. 엄마를 잃은 슬픔보다 딸을 잃고 어둠 속에서 살아갈 딸의 모습을 더욱 걱정했던 것은 아닐까? 외할머니의 모성이 왜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걸까? 3대의 모녀에 초점을 맞췄지만 가족이란 어떤 모습이어야하는지,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또 어떠해야하는지. 진심이 통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풍성한 이야기꺼리들이 가득했다.
"사야카!" 소리치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이 사야카였다는 것을요.-p265
그랬구나. 내 이름은 사야카였어. -p295
나도 이때서야 알았다. 한 번도 딸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것을. 엄마의 이름이 '루미코'라는 것도 마지막에서야 알게 되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이름으로 불려지지만 이들은 엄마와 딸로만 언급되었다. 엄마와 딸이란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작가의 큰 그림이었을까? <고백>이란 책의 작가로 각인되어 있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이다. 엄마의 건강이 좋지 못해서인지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딸과 아들을 떠올려도 마찬가지의 맘이 든다. 그래서, <모성>이란 제목에 많이 끌렸다. 부모와 자식. 그 관계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모성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사건은?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판된 책이 다시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다만 절판되어 다시 출간하게 되는 책에는 꼭 재출간이라는 문구를 삽입해주면 좋겠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고, 시간 날 때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1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읽은 책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가끔 농담처럼 지인들끼리 하는 말, 오전에 있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책을 읽어 뭐하냐고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나는 책을 읽게 된다. 특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어떻게든 읽으려고 한다. 그런 나의 맹점을 재출간하는 책이 이용(?)하는 느낌? 얼마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화이트 러시’를 읽으면서 조금 화가 났었다. 이 책이 ‘질풍론도’의 재출간 책이었던 것. 그나마 이 책은 구입하고 않고 도서관에서 빌렸으니 다행이었지만, 이번엔 나의 불찰과 출판사의 농간(?) 때문에 화가 났다. 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책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신간이 나왔기에 주저 없이 구매했건만, 이 책도 재출간 책이었던 것. 제목도 똑같았는데 왜 나는 뭔가에 씌인 것처럼 이걸 구매했는지. 출판사, 번역자가 달라서였을까? 내 불찰이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좀 그랬다.
이 책이 2013년 8월에 나왔으니 딱 10년 만에 재출간된 책이다. 이전 책은 절판된 상태고. 다른 것에서는 안 그러는데 왜 책 구입할 때마다 이러는지. 잘 살핀다고 했는데도 이번에 이런 실수를 했다. 그래서 10년 만에 다시 책을 읽었다. ‘모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이 책을.
공영주택 4층에서 17세 여학생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처음 신고한 엄마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이렇게 된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엄마와 딸의 고백과 회상이 이어지고 11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딸과 엄마의 관계가 틀어진 건 그날이었다. 산사태로 그림 같은 그 집에 불이 난 그 밤. 엄마는 자신의 친정엄마와 딸 중 누구를 살려야 할지, 인생 최대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엄마는 딸을 살려냈지만 이후 혹독한 시집살이에 힘들어한다. 딸은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지만 엄마는 힘들 때마다 자신의 친정엄마를 떠올린다. 친정엄마를 너무나 사랑하고 의지했던 엄마. 하지만 자신의 딸에게는 그런 사랑을 주지 못한다. 엄마와 딸은 이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엄마와 딸의 관계. 이 또한 참 묘한 관계 같다. 엄마는 공평하게 사랑을 줬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랑받는 아이들입장에서 공평은 없다. 언니나 오빠, 동생과 끊임없이 부모의 사랑을 경쟁해야 하는 것. 그래서 나는 외동이 참 부러웠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는 티격태격할 딸이 없고 아들만 있으니까, 이 아들은 남의 남자가 될 아이니, 지금은 최선을 다해 두 녀석을 사랑하겠지만, 빨리 내 마음 안에서 놓아야 하는 녀석들이기도 하다. 만약 나에게 딸이 있었다면, 나는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키웠을까?
모성은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생길 수 있는 감정이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 모성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했던 적도 있다. 누군가 그랬지 모성은 이 사회가 만들어 낸, 엄마에게 아이를 키우게 하려 만들어 낸 감정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모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유대관계를 맺고, 부대끼고 알아야 하는 감정의 한 갈래란 생각이 든다. 모성. 그 어려운 감정이라니. 10년 전에 읽었던 감정과 어떻게 다른지 전에 썼던 리뷰를 찾아봐야겠다.
엄마와 딸의 관계
이 소설은 엄마와 딸이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서로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17세 여학생이 공영주택 화단에서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면서 시작한다.
신고자는 여학생의 어머니.
신고자인 여학생 어머니의 말 "모든 걸 바쳐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엄마에 의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게 키워진 딸 아이인데 외할머니의 죽음이 자신을
살리기 위해 한 행동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모성 : 여성이 자기가 낳은 아이를 지키고 길러내려고 하는 어머니로서의 본능적 성질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모성을 이야기하는 인물은 3명이다.
엄마의 어머니(딸의 외할머니) : 화재난 집에서 손녀를 살리기 위해 죽음,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애틋하다보니 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딸보다 엄마를 구하고자 한다.
어머니 : 사랑하는 어머니가 딸로 인해 죽었다는 사실로 충격을 받고 딸에게 마음을 주지 못함.
딸 : 돌아가신 할머니를 대신해 엄마를 사랑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함.
이야기는 어머니의 신부에 대한 고백과 딸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다름으로 인해 오해가 생긴다.
그런 모녀의 마음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책이어서 여성 분들에게 더 공감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패미니즘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여자는 순종해야 하고 시집살이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안타까뭄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