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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9.6 (4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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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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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로운』 그루밍, 성착취로 이어지는 것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4.02 리뷰제목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소녀가 있다. 꿈 많은 소녀는 각종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기대감에 부풀어 노래한다. 사람들이 자기의 노래 실력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날 엄마 몰래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떨어진다. 그때 유명한 가수 코리 필즈가 다가와 ‘브라이트 아이즈’라고 부르며 노래에 대한 칭찬과 함께 노래 수업을 하면 실력이 좋아질 거라고 말한다.
리뷰제목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소녀가 있다. 꿈 많은 소녀는 각종 오디션을 보러 갈 때마다 기대감에 부풀어 노래한다. 사람들이 자기의 노래 실력을 알아봐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어느 날 엄마 몰래 오디션에 응모했다가 떨어진다. 그때 유명한 가수 코리 필즈가 다가와 브라이트 아이즈라고 부르며 노래에 대한 칭찬과 함께 노래 수업을 하면 실력이 좋아질 거라고 말한다. 인스타 디엠으로 사랑 노래를 보내며 소녀의 마음을 훔친다. 더불어 코리 필즈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인챈티드의 나이 17, 그는 28세인 성인이었다.

 

가수가 꿈인 소녀의 성장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미투 운동이 촉발되던 시기에 나왔던 실화, R. 켈리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아직 미성년인 소녀를 그루밍하고 성 착취했을 뿐 아니라 감금, 폭행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자살할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가스라이팅했다.

 

 


 

 

티끌 하나 없는 코리의 펜트하우스, 비트주스라고 표현한 피 웅덩이에서 인챈티드가 깨어나며 소설이 시작된다. 코리를 만나서 그가 준 보라색 음료(코데인)를 마신 후 기억나는 건 없었다. 누가 코리를 죽였을까. 인챈티드는 코리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대중은 코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노래를 부르고, 인챈티드를 향하여 살인자라고 외친다. 이미 코리가 미성년인 소녀를 감금 폭행하고 성 착취했음을 알리는 뉴스가 터져 나온 때였다.

 

인챈티드를 애타게 찾는 부모가 경찰을 대동하고 찾아왔을 때, 인챈티드는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의문이었다. 오랫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하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인챈티드처럼 행동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여기에서도 문제가 되는 게, 남자 경찰이 인챈티드가 미성년임에도 스스로 선택했다고 여긴다는 거다.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서, 인종 문제로도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가 인챈티드의 눈을 바라보며 도움이 필요하냐는 질문은 인상적이었다. 누구라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코데인 중독으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은 일에 사람들은 더 의심했고 인챈티드를 살인자로 몰아갔다. 백인들이 주류인 사립학교에서 흑인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았다. 수영선수로서, 엄마 아빠가 직장으로 바쁜 시간을 대신에 동생들을 돌보는 와중에도 인챈티드는 꿈을 잃지 않았다. 단 하나,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 갭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코리 필즈에게 갇혀 있으면서 인챈티드는 갭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렸다. 갭과 만나기를 간절하게 바랐으나 학교에서 갭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인챈티드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의 인물로 여겼다. 갭은 과연 존재할까. 인챈티드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맞았던가, 의심하게 했다. 신뢰가 깨지는 순간은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오해에서 비롯됐다. 인챈티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갭밖에 없을 것 같았다.

 

가독성이 좋다. 인챈티드가 코리 필즈의 죽음을 인지한 날에서 처음 코리 필즈를 만났던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 몰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꿈을 좇는 일이 불러오는 악몽 같은 상황에 마음 졸였다. 가진 자가 약한 자에게 행하는 일이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는지 경종을 울리는 듯했다.

 

아울러 흑인 소녀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노래하고 싶은 소녀의 꿈을 무참히 짓밟고 그루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챈티드는 스스로 일어섰다. 살인 용의자에서 벗어날 방법을 직접 찾았고, 노래에 대한 희망도 잃지 않았다. 우리는 한 소녀의 성장을 본 것이다. 가해자 임에도 권력과 돈으로 무마시켰던 것과 달리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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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루밍 성범죄 평점10점 | c*******9 | 2023.03.30 리뷰제목
충격적이다.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그로운>은 인종차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그루밍 성범죄'를 다뤘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가하는 성폭력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439쪽)   소설 속에서 미성년자 흑인 소녀는 가수 지망생이다. 흑인 가수이자 인기를 한 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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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다. 허구의 소설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그로운>은 인종차별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그루밍 성범죄'를 다뤘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가하는 성폭력으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다. (439쪽)

 

소설 속에서 미성년자 흑인 소녀는 가수 지망생이다. 흑인 가수이자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유명 가수는 미성년자 흑인 소녀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다. 가두고, 때리고, 성폭력을 하며 심지어 마약까지 투약시킨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몇 차례 진실을 폭로할 기회가 있지만 오랫동안 그루밍을 당하고 있기에 정신이 순간 마비된다고 한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봐 두려워한다.  

 

특히 피해자가 흑인이거나 약자일 경우 사실을 폭로하더라도 수사가 왜곡되게 흐를 수 있다. 마치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피해자가 거짓말쟁이로 몰리기도 한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처지에서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는 돈과 힘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간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 할텐데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잣대를 대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흑인들의 연대 모임이 나선다. 극적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게 되지만 그동안 가족들이 당해야 했던 고통은 보상 받을 길이 없다.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폭력은 늘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성범죄도 점점 악랄해지고 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끔찍한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폭력의 정도는 점점 강해지고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꾸며낸 이야기이긴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거대한 성범죄 조직의 꾀임에 빠져 고통을 당하고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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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어떤 차별은 괴물을 낳는다 『그로운』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3.04.07 리뷰제목
“이런. 네 눈 정말 예쁘다.” 갈비뼈 안에서 심장이 세차게 뛰고, 내 손은 마치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울퉁불퉁한 그의 손등을 어루만진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든다…… 지금 나는 코리 필즈를 만지고 있다. 그 코리 필즈를……. (38페이지)   솔깃하지 않은가? 내가 바라보던 우상이 나에게 칭찬을 해준다. 눈이 예쁘다, 목소리가 좋다, 노래를 잘한다. 그냥 칭찬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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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네 눈 정말 예쁘다.”

갈비뼈 안에서 심장이 세차게 뛰고, 내 손은 마치 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울퉁불퉁한 그의 손등을 어루만진다. 그러다가 퍼뜩 정신이 든다…… 지금 나는 코리 필즈를 만지고 있다. 그 코리 필즈를……. (38페이지)

 

솔깃하지 않은가? 내가 바라보던 우상이 나에게 칭찬을 해준다. 눈이 예쁘다, 목소리가 좋다, 노래를 잘한다. 그냥 칭찬이 아니다. 노래하고 싶어 오디션에 참가한 현장에서, 우연처럼 만난 우상이 나의 노래를 칭찬하고, 내가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게 꿈인가 싶어서 뛰는 가슴을 단속하지만, 잘 안 된다. 그는 코리 필즈니까. 지금 최고의 가수이자 모두가 만나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고, 이 분야에서 그의 손길을 받는다면 영원히 노래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열일곱 소녀 인챈티드는 노래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그녀의 현실은 이 꿈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백인 다수의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그녀의 가족은 흑인이고, 복장 규정에 머리카락을 밀어버린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 갭은 라틴계이기에, 사람들은 둘을 보고 수군거린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게 되는 일상에서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노래하는 것이다. 그런 바람이 쉽게 이뤄지는 세상이었다면,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단속 대상에 올려지는 게 비일비재한 흑인이니까. 스스로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만 일상이 흘러가는 곳이었다.

 

소설은 노래하고 싶은 소녀 인챈티드가 우상 코리 필즈를 만나면서 이 세상의 어떤 부조리함을 경험하게 되는지,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 흑인 소녀를 어떻게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지 보여준다. 성인 남자가 자기가 가진 권력으로 어린 소녀를 가스라이팅한다. 심리적으로 조종하면서 성을 착취한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인질로 삼아 온갖 협박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한다. 그렇다면 벌을 받아야지. 그가 하는 짓은 명백한 범죄이고, 세상은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런 정의대로 세상이 흘러갔다면, 인챈티드와 다른 소녀들이 겪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코리 필즈의 범죄가 제대로 심판받았다면, 또 다른 인챈티드들이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어떻게 녹아들 수 있어요?”

좋아. 스튜디오의 규칙은 다음과 같아. 첫째,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무도 몰라야 해. 이곳은 마법이 펼쳐지는 곳이고, 우리의 비밀을 누설해버려선 안 돼. 알겠어? 그러니 그 누구한테도, 네 어머니한테도 말하지 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그런 생각조차 유치해 보이는 데다 그는 이미 나를 이렇게나 신뢰하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100페이지)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은 사건은, 실제 일본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와 닮았다. 오랜 세월 남자 아이돌을 키운 제이 팝의 제왕이 연예계 거물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성적 학대를 일삼으며 했던 말은, 아이돌로 키워주겠다는 유혹이었다. 피해자들의 걱정은 하나였을 거다.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의 입김 하나로 연예계가 쥐락펴락하게 되는 것을 수도 없이 봤을 테니,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겠지.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왜 그가 그런 힘을 갖게 되었는지, 그 힘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면서 모른 척한 세상의 잘못이다.

 

인챈티드가 코리 필즈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고, 그가 음반을 내주겠다면서 인챈티드의 일상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이 눈에 선하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하게 만드는 분위기,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찰,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한 사람을 판단하고 우러러보는 시선들이 많은 코리 필즈를 만드는 거였다. 거기에 더해진 인종 차별은 이 사건이 이렇게 커지게 한 큰 이유가 된다. 경찰은, 세상은 흑인 여자가 한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책 속의 문장처럼, 인챈티드가 백인이었다면 코리 필즈가 진즉에 경찰에게 잡혀갔을 텐데. 이 문장만 봐도, 세상에서 흑인으로 차별받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는지 느껴진다. 여성이어서, 흑인이어서 차별받아야 할 이유인가? 범죄의 피해자이면서 침묵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느냔 말이지.

 

자기가 가진 돈과 권력으로 많은 미성년 소녀에게 성폭력을 일삼고, 그 아이들을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격리하면서 자기만 의지하게 만들고, 세상의 시선이 어떤지 알기에 자꾸만 비밀을 만들게 교묘하게 착취하고 고립시킨다. 친밀함으로 다가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 후에야 숨겨진 발톱을 드러내는 이 나쁜 인간(인간이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지만)에게 죄를 물을 수 없게 하는 세상의 이상한 방식이 답답하다. 이 또한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모양새일 테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말 그대로 괴물의 탄생은 서서히 스며들 듯 계속되어왔고, 그 괴물을 만든 게 우리 사는 사회였다는 게 충격적이다. 인챈티드가 당한 피해와 코리 필즈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도와주고 있어도 그녀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의 상처를 여러 곳에서 묵인했던 게 한순간 없던 일이 되지도 않는다. 코리 필즈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그녀는 코리 필즈의 죽음에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사람들도 법도 해결해줄 수 없던 게, 가해자가 사라지니 해결된다. 웃음만 난다. 어느 순간, 우리가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며 비판하는 게 익숙해지기 전에, 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사회가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가독성이 좋아서 빨려 들어가듯 읽을 수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라고 느끼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이 당연한 걸 간절히 바라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게, 여전히 무섭다. 또 다른 인챈티드가 나오지 않으려면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경고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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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로운 - 티파니 D. 잭슨 (김하현 옮김, 한겨레출판) ★★★★☆ 평점10점 | h****s | 2023.10.30 리뷰제목
17살 인챈티드 존스는 실력 있는 가수 지망생이자 수영 선수다. 맏언니로서 책임감 있게 동생들을 돌보며, 흑인이란 이유로 억측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한다. 전설적인 R&B 가수 코리 필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챈티드를 유망주로 점찍고, 그녀는 코리와 투어를 떠나면서 가수로서 성공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코리는 꿈과 사랑을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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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인챈티드 존스는 실력 있는 가수 지망생이자 수영 선수다. 맏언니로서 책임감 있게 동생들을 돌보며, 흑인이란 이유로 억측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한다. 전설적인 R&B 가수 코리 필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챈티드를 유망주로 점찍고, 그녀는 코리와 투어를 떠나면서 가수로서 성공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코리는 꿈과 사랑을 미끼삼아 그녀를 정신적으로 지배해 성적인 착취와 폭력을 일삼는다. 코리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자 인챈티드는 유력한 살인 용의자가 된다. (출판사 소개글을 인용했습니다.)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른들의 세상이 나를 널빤지 아래로 떠밀어 악어들의 먹잇감으로 만들었다.”(본문 속 한 줄이자) 홍보 카피와 흑인소녀가 그려진 표지 때문입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관한 묵직한 서사일 거라고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본문이 시작되기 전 일러두기경고 : 성적 학대와 강간, 폭행, 아동학대, 납치, 마약중독이 언급됩니다.”라는 문구를 보곤 그 이상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노래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 세계적인 가수가 되고 싶은 순수하고 뜨거운 열망, 17살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적당한 반항심,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믿을 수 없는 행운과 사랑에의 흥분 등 인챈티드 존스의 17살은 눈부심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신과도 같은 존재이자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던 R&B 가수 코리 필즈로 인해 인챈티드의 17살은 참혹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신뢰를 얻은 뒤 행해지며 피해자를 길들이고 가스라이팅을 일삼아 피해자의 정신상태를 지배하는 범죄인 그루밍 성폭력이 인챈티드를 망가뜨렸던 것입니다.

 

이야기는 경찰이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인챈티드와 코리가 온통 피범벅이 된 공간에 쓰러져있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과거로 되돌아가 인챈티드의 에너지 넘치던 시절과 오디션장에서 코리를 만나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분명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작가가 그려낸 인챈티드의 빛나던 시절은 부디 이 이야기가 아무런 굴곡도 없는 행복한 성장소설로 마무리되기를 바라게 만듭니다. 속도감 넘치는 짧은 챕터와 짧은 문장들은 바닷가에서 성장하며 물과 노래를 사랑하게 됐던 인챈티드의 밝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더욱 싱그럽게 만들었고, 10대다운 반항심과 미국사회에서 가장 무시당하는 계층이라는 흑인여성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언니로서, 딸로서, 학생으로서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과 당당하게 마주하며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챈티드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인챈티드가 악어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여 그루밍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과정은 눈부시게 그려진 그녀의 빛나던 시절 때문에 더욱 고통스럽게 읽힙니다. 스스로 피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여전히 꿈과 사랑을 믿으며 폭력의 고리 안에 머물고 마는 인챈티드는 가스라이팅을 통한 그루밍 성폭력이 얼마나 잔인하게 한 사람의 인격을 파괴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흑인여성이 입은 피해를 보듬기는커녕 거꾸로 외면하고 의심하는 대중과 언론과 경찰의 행태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그루밍 성폭력과 결합됐을 때 얼마나 더 끔찍한 상황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인챈티드가 코리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에서 진행되는 심문기록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이 조종당한 소녀들을 향한 노골적인 비판에 관한, 죄를 저지른 장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일에 관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낸 순간에 그들을 보호하고 도와야 함에도 절대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관한,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 애쓰는 소녀들에 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은 그 입장이 돼본 적 없는 사람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피해자라면 딛고 일어설 용기를, 그동안 방관자였다면 한걸음 다가갈 용기를 17살 인챈티드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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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로운 평점10점 | c*******n | 2023.06.12 리뷰제목
왜 인간은 힘이 있으면 약자를 착취하고 도구화하는가?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또 ‘그루밍’이라는 용어가 지금도 대두되고 있다. 교회, 학교 등에서 힘이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그루밍’하며 성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로 한창 시끄러었었다. ‘그루밍’의 문제는 그것을 당하는 자가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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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힘이 있으면 약자를 착취하고 도구화하는가?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또 그루밍이라는 용어가 지금도 대두되고 있다. 교회, 학교 등에서 힘이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그루밍하며 성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로 한창 시끄러었었다. ‘그루밍의 문제는 그것을 당하는 자가 그것이 범죄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데에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그루밍을 당하는 소녀의 입장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이 소설은 그루밍으로 고통을 받는 소녀의 입장을 잘 나타내고 있다. 사람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누군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그루밍범죄에 노출되고 고통 받는 소녀의 감정과 입장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인챈티드는 강인하고 멋진 소녀이지만 그도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휩쓸리고 만다. 이 소설은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나는 한국어 강사다.또 교회에서 오래 생활하며 리더의 위치에 있었다. 강사, 교회 리더라는 자리는 권력을 가지게 되고 말 한마디와 행동이 다른 이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런데 하다 못해 유명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은 더 강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자리에 있다 보면 여러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누구나 이 책의 코리 필즈(가해자)’가 될 수 있고 인챈티드(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주인공 인첸티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가족과 가부리엘라, 윌앤드윌로우 공동체, 코리 어나니머스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이처럼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도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이러한 책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가 내 주변도 더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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