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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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리뷰 총점 9.7 (3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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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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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연기인간 평점10점 | r******s | 2023.05.19 리뷰제목
아주 가벼운 사람, 연기 인간의 이야기는 굴뚝 위에서 33년을 살다 인간의 삶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들, 페라! 레테! 라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어 그것을 신고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 연기 인간을 본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잿빛 연기의 형상으로 군중 속에 놓여진 그는 속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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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사람, 연기 인간의 이야기는 굴뚝 위에서 33년을 살다 인간의 삶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들, 페라! 레테! 라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어 그것을 신고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 연기 인간을 본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잿빛 연기의 형상으로 군중 속에 놓여진 그는 속절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간신히 답변하며 정제되지 않은 호기심이란 물살에 거세게 쓸려갔다. 그는 본인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타인들에 의해 그의 존재는 정의내려졌다. '페렐라'란 이름을 얻었고 그의 특별함에 왕은 법전 편찬위원회의 3번째 위원이라는 직함을 내린다. 그의 영광이 계속될 것 같은 나날, 모든 국민에게 칭송받는 페렐라에게 모두가 등을 돌리는 한 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그는 높은 탑의 감옥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33년을 머문 굴뚝을 떠난 연기인간이 인간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 특별함은 부여된 것이었다. 다름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 그 어딘가에 머무는 군중들이 연기인간에게 부여한 것! 그는 군중이란 파도에 쓸려 솟아올랐다가 바다 깊은 곳으로 내쳐졌을 뿐이다. 처음에는 환한 얼굴로 그에게 존경을 표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욕지거리와 침, 오물을 던지며 그를 조롱한다. 문득 이 고전문학이 1911년에 쓰여졌단 사실이 떠올랐다. 100년도 전의 소설이지만 군중의 광기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 어떤 논리적 사고는 사라지고 인간의 잔혹함만 남은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는 한다. 씁쓸한 기분이다.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가벼운 연기 인간과 비교하여 한없이 가볍다. '가볍다'라는 정의를 다시 하고 싶다. '진정으로 가벼운 이는 누구인가?' 그들 하나하나의 언행은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지만 군중이란 이름으로 존중받으며 힘을 얻는다. 가벼움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폭력이다. 다름을 이유로 가해지는 숱한 폭력, 모든 문제가 피해자로 귀결되는 잔혹함에 인간 사회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잣대와 고통이 없는 드넓은 하늘로 연기인간이 날아올랐기를.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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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든 존재는 연기처럼 가벼운 평점8점 | r*********s | 2023.05.13 리뷰제목
어려운 시대를 살다 보면 위인의 등장을 기대한다. 새로운 기운을 불러올 존재,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열어줄 거라 믿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우상이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할까. 그러나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한순간 매몰차게 돌아서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의 『연기 인간』를 통해 대중의 심리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확인한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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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를 살다 보면 위인의 등장을 기대한다. 새로운 기운을 불러올 존재,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열어줄 거라 믿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우상이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할까. 그러나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한순간 매몰차게 돌아서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의 『연기 인간』를 통해 대중의 심리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확인한다.

 

제목인 『연기 인간』에서 무엇을 상상하는가? 나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존재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상징적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소설엔 진짜 연기 인간이 등장한다. 33년 동안 굴뚝에 있다가 세 명의 노파가 불을 피우면서 생겨난 존재다. 세 명의 할머니 페나(고통), 레테(그물), 라마(창)의 이름을 따서 ‘페레라’라 불린다. 세상의 모든 관심은 그에게 향한다.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진 인간,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솔직한 그와 대화를 원하고 왕의 초대를 받기에 이르고 법전 집필이라는 임무까지 맡긴다.

 

“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11쪽)

 

왕과 만나기 전 그를 찾아온 이들은 그들 칭송하기에 바쁘다. 시인, 화가, 박사, 사진가, 대주교와 대화를 나누는 연기 인간은 자신은 연기로 되어 있는 가벼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소설은 대화체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무대에 오른 연기 인간과 그를 보려고 모여든 관객들, 그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그를 숭배하는 격이다. 굴뚝에서 그를 꺼낸 세 노파만이 그를 아는 게 아닐까.

 

유명 인사와의 만남에 이어 귀부인들의 다과회에서 그는 사랑, 시기, 열정,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귀부인 각자가 어떤 삶에 대한 고해성사 같은 것이다. 대중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정의하고 기뻐한다. 연기 인간과 나누는 대화는 철학적이고 분위기는 신비롭다. 이런 대화를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145쪽)

 

소설 속에는 이처럼 존재, 죽음, 사랑, 자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등장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단 하나의 사랑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삶이라는 형태가 하나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려준다고 할까. 연기 인간을 따르는 군중의 모습은 마치 예수를 떠올리기에 충분한다. 그가 굴뚝에서 보낸 시간이 33년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러나 예수의 제자가 그를 부정했던 것처럼 사람들도 페럴라를 부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궁정의 하인장인 ‘알로로’가 페럴라처럼 되려고 불을 질러 죽은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페럴라 때문이라고 믿는 딸의 울부짖음에 시민들은 동요한다. 페럴라를 숭배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를 비난하고 매도하기에 바쁘다.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여 죄를 벌하라 말한다. 그들은 페럴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환호하던 이들이다. 재판에서 그들은 페럴라가 협잡꾼, 경멸스러운, 추악하고, 무능한, 무덤에서 꺼낸 시체라고 증언한다. 페럴라의 변호는 단호하다.

 

“나는 가볍습니다.” (253쪽)

 

흥미로운 소재와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1911년에 출간된 이 실험적인 소설은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를 완벽하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대중심리와 잘못된 집단지성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이 새로운 연기 인간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경각심을 일깨운다. 시대적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등장하는 가짜 신과 그를 맹목적으로 따른 대중의 모습은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지 않은가.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가. 우리가 놓치는 건 그 모든 건 연기처럼 가벼운 존재로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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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장르소설 '연기 인간' 고전소설 추천 평점10점 | c*********0 | 2023.05.15 리뷰제목
제목부터 궁금증이 가득했던 연기 인간 책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알도 팔라체스키의 소설이에요 1911년에 나온 책이라하니 그 시대의 소설은 어떨지도 알고 싶고  이번에야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니 꼭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책의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말 그대로 연기 인간이 나와요 그의 이름은 페렐라이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집필중에 법전을 집필하는 일을 맡게 됩니
리뷰제목

 제목부터 궁금증이 가득했던

연기 인간 책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알도 팔라체스키의 소설이에요

1911년에 나온 책이라하니 그 시대의

소설은 어떨지도 알고 싶고 

이번에야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니

꼭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책의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말 그대로 연기 인간이 나와요

그의 이름은 페렐라이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집필중에 법전을 집필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연기 인간이라고 해서 인간세계에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런 점에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그렇다보니 인간적인

군상을 더 민낯으로 바라볼수 있달까

한없이 가벼운데 또 무거운 연기인간의 모습을

보면 인간성에 대해서도 고민할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반기던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르다는걸 인식하며

연기 인간을 멀리하고 오히려 박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돼요, 이걸 보면서 연기 인간은

생각치도 않고 다르다는 점이 공포로 다가왔구나

이해도 되면서 페렐라의 편에서 보니 슬프더라구요

 

연기 인간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과

이기적인 마음을 더 알게 되었던 책이에요

책 자체는 연극처럼 진행이 되니 이것도 새롭고

가벼우면서 무겁고 무거운데 가벼운 존재에서

오는 존재감은 알수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됐어요

 

페렐라가 인간세계에서 함께 했더라도

사실 인간들이 잘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것 같아요

다르게 생각하면 고차원의 존재라서 인간은

이해를 못할것 같고 이같은 존재를 통해 인간의

부족함을 느낄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을수 있어서

다른 작품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더 읽어봐야겠어요!

존재론적인 생각도 해볼수 있고

연기 인간이 인간들과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연기 인간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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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연기가 보여주는 인간상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3 | 2023.05.13 리뷰제목
[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 p.17]      이탈리아 미래파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가 1911년에 출간한 대표작인 『연기 인간』.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작가는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 내가 아는 작가는 단테, 보카치오, 칼비노, 그리고 타부키 정도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실제로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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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 p.17]

  

  이탈리아 미래파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가 1911년에 출간한 대표작인 『연기 인간』.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작가는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 내가 아는 작가는 단테, 보카치오, 칼비노, 그리고 타부키 정도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실제로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에 나도 모르게 끌렸다. 10년 전에 읽었지만 지금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소설로 남아있는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역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쿤데라는 각기 다른 네 사람을 내세워 인생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은 무엇이며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는다. 다만 팔라체스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생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비시킨다. 

 

[페렐라 씨, 당신 이름이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다들 연기 인간 얘기만 하고 있어요! 페렐라! 페렐라! 여기도 페렐라, 저기도 페렐라. - p.34]

 

  주인공 페렐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다. 그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연기에서 탄생했다. 말그대로 온몸이 연기로 이뤄진 연기 인간이다. 이 연기는 페나(고통), 레테(그물), 라마(창)라는 노부인 셋이서 피운 불에서 생겨난다. 주인공은 그들의 이름 앞글자에서 따와 ‘페렐라’란 이름으로 불린다. 굴뚝 안에서 33년을 지내면서 세 노부인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배운다. 어느 날 갑자기 노부인들의 대화가 끊기자 3일을 기다린 그는 3일을 기다리다가 굴뚝 밖을 벗어난다. 벽난로 앞에 있던 신발을 신은 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페렐라는 왕궁으로 간다. 여러 사람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페렐라를 믿고 국왕은 그에게 중책을 맡긴다. 새로운 법전을 집필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궁정 하인장인 알로로가 페렐라처럼 되고 싶어 분신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페렐라를 향한 호의적인 의견은 순식간에 반전되고 만다.

 

  사람 셋이 짜고 우기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에 딱 들어맞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페렐라라는 존재는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르지 않은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를 찬양했다가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대중이다. 알로로가 왜 죽었는지 논의하다가 "아마 자신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서'"라고 의견을 냈다가 이내 싸늘한 시선, 아니 뭇사람들에게서 분노를 감내하는 페렐라. 연기처럼 희미한 그는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인 것만 같다. 필요할 때는 페렐라를 찬양했다가 나중에 힐난조로 돌아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토사구팽의 전형 같기도, 카뮈의 소설 『이방인』 2부에서 뫼르소가 재판받을 때 군중들에게 야유를 받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팔라체스키가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대표적 작가인 걸 고려하면 아마 연기 인간인 페렐라는 발달한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통일도, 산업화도 늦었던 조국 이탈리아가 아직 이질적인 문명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 연기 인간이 탄생한 지점도 흥미롭다. 작중에서 강조되는 3이란 숫자는 기독교에서 신성시하는 삼위일체와 관련 있다. 그리고 불은 인간이 문명 생활을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수단이 되지 않았나.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불을 몰래 훔쳐 인간에게 불을 다루는 법을 알려줬다가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영원한 형벌을 받았다.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던 20세기 초를 상징하는 주인공 페렐라의 기원을 결국 서양 문명의 양대 기둥인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교리에서 찾은 게 퍽 역설적이면서도, 곧장 납득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 p.145]

 

 

덧1. 기존 사조를 답습하는 걸 거부하고 새롭고 신선함을 상징하는 미래주의의 대표작 답게 책에서도 여러 실험적 기법이 눈에 보인다. 소설이지만 희곡처럼 대화 위주로 전개된다. 연기처럼 응집력 없이 여러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기에 서사를 놓치기 쉬우나, 서사 자체는 간단하지만 페렐라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변화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할 듯하다.

 

덧2. 대화가 많기에 어찌 됐든 어려운 주제에 비해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실험적인 소설에 어울리게 책의 표지는 AI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뒤섞이지 못하고 연기처럼 희미하게 살아가는 페렐라를 표현한 데엔 제격인 듯싶다.  

 

 

*. 문예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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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연기 인간 평점10점 | k*******5 | 2023.05.12 리뷰제목
많은 고전들이 다양한 해석을 품고 회자되는 중에 <연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책 홍보 문구에 밀란 쿤데라 이전에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기대감이 생겼다.     운 좋게도 최근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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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전들이 다양한 해석을 품고 회자되는 중에 <연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책 홍보 문구에 밀란 쿤데라 이전에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기대감이 생겼다.

 

 

운 좋게도 최근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가 그려낸 가벼움과 무거움을 만났었고 <연기 인간>을 이해하는 힌트는 되었지만 다르기도 하다. 가벼움을 정의하려던 의도는 아니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 각자에게는 이 무게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 정도를 알았을 뿐 사실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며 결국 어느 쪽을 보느냐의 차이를 만든다. 하나의 진리와 그 반대의 진리라고 해서 모두 거짓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요즘으로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가짜 뉴스라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확실한 진실로 믿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가볍거나 무거운 기준을 부여하는 것 같다.

 

 

 

 

밀란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프라 체스키(1885~ 1974) <연기 인간 >을 통해 본 가벼움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그에게 가벼움은 연기가 되는 것 곧 존재의 '승화'일까? (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연기'에 대해서라면 소설 속 인물들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

 

작가는 스스로를 미래파 소설가라고 불렀고 미래파 운동가들과 교류하며 평생 문학 여정을 이어갔고, 20세기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소설, 영화, 평론,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로 위기와 갈등에 대해 소통하길 원했다.

 

소설 자체가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난해하긴 했다. 나로서는 희극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보니, 몇 명이 나누는 대화인지 말장난 같은 대화들이 처음엔 버겁다가 적응되고 나서야 연극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에도 충실한 많은 연기자와 군중의 웅성 거림들이 들리기도 했다.

 

 

 

 

검은 자궁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검은 굴뚝에서 33년간 머물다가 세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굴뚝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인간 세상에 섞인다. 맨 처음 우연히 보인 장화를 신고서 인간이 되었다는 '연기 인간'이 진짜 연기로 만들어진 형상인지 아닌지 상상하는 것조차 어색하긴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발'이 가진 의미가 크다는 것을 얼핏 접하긴 했지만 깊은 의미를 알긴 버거웠다. 은유적인 뭔가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알쏭달쏭 아직 잘 모르겠는 마음은 어둠을 헤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검은 자궁, 검은 굴뚝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있다가 곧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발견한다.


p 29

연기는 허공으로 흩어지지요. 벽난로 굴뚝 꼭대기가 막혀 있으니 허공으로 가지는 못했지요. 지극히 자연스럽다 봅니다. 그러니까 요컨대 당신은 연기가 뭉쳐서 만들어진 거 아닙니까? 사람의 태아가 굴뚝 꼭대기에 있었다니 자궁은 검든 하얗든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한 법이요. 굴뚝에서 씨앗은 곧 연기입니다.


대항해시대와 유럽의 역사, 여왕의 이야기, 산업혁명을 지나며 무수히 세워진 공장 굴뚝을 떠올리기도 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알베르 카뮈<이방인> 정도의 접점을 남기는 <연기 인간>을 통해 보는 것이라면 인간들이 쉽게 뒤집을 수 있는 논리와, 사상, 정치의 가벼움이기도 했다.

 

 

 

페렐라가 세상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여 왕에게 데려갔지만, 사실은 페렐라가 인간들을 발견하고 왕에게 이르른 셈이었다. 이런 시선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가 <연기 인간>에서 중요해 보인다. 무언가를 우기는 군중이 모이면 대중의 여론이 되고 전후 사정 고려할 틈도 없이 사실이나 진리가 되고 만다.

 

 

연기 인간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처럼 고귀하고 신성하게 느끼며 추앙한다. 이는 '연기 인간'이 된 페렐라가 원한 바도 아니지만 귀족과 귀부인들은 마음대로 그를 한껏 드높인다. 여성에 관한 법이 아직 없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시점에 신성한 페렐라에게 새로운 법전을 만들어줄 것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의심만 나부끼는 시대의 새로운 법전이 굳게 지지해야 할 목표는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야 하는데 그 계획을 실현할 적임자는 오직 페렐라 밖에 없다.

 

 

 

 

페렐라는 법전 만들기에 앞서 민생 시찰에 나선다. 시찰 도중 특히 정신병원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비일상적이고 기괴한 언행을 접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삶의 이면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페렐라가 시찰에서 돌아왔을 때 궁정 하인 알로로가 지하 납골당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다. 알로로는 자기 몸을 태우면 연기가 되어 모두가 숭배하는 페렐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렐라는 불에 탄 알로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저 그가 가벼워지고 싶었던 거라고 말한다.

이 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한건지, 정말 한없이 가볍게 들은 모양이다. 그 일로 페렐라에 대한 평가와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처음에 사람들은 페렐라를 이루고 있는 연기를 천국으로 받아들였다. 연기 색깔의 옷을 입고 연기축제와 무도회를 개최하여 연기로 존재하는 가벼움을 칭송했지만 그 가벼움은 알로로의 죽음 이후 돌연 지옥으로 변질된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정의하는 페렐라의 무관심에 분개한다. 페렐라의 가벼움을 세상에서 가장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으며 무능한 헛소리로 여기다가 마침내 모두의 안녕을 위해 페렐라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제거하자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그는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에서 당사자는 없는 채로 페렐라는 가장 높은 존재의 신성함에서 가장 낮은 혐오스런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유럽의 역사에도 있었던 종교전쟁과, 마녀 사냥 재판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의심만으로 시작해서 죄를 자백할때까지 무자비한 고문을 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들이 생각나서 답답했다.

 

 

 

 

페렐라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기 전에 사람들이 그를 판단해 버리는 느낌이 좋지가 않다. 높이 들어 추앙했다가 곧 추락시키는 것을 보며 부조리를 느낀다.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재판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있는 그대로를 말하던 뫼르소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냉혈했던 무자비한 살인자로 내몰며 사형선고 내린다. < 시지프 신화>로 만나는 부조리와 자살 이야기는 그제야 이방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기 인간>만으로 이 소설을 이해가기보다는 다른 연결을 통해 점점 더 이해해나가지 않을까? 어디선가 다시 <연기 인간>을 떠올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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