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저자 봉태규, 더퀘스트
난 선입관이 있었다. ‘뭐, 이제는 아무나 다 작가야? 자기가 배우라고 그렇고 그런 책을 낸 것인가, 자기의 시시껄렁한 신변잡기를 모아 책이라고 낸 거야?’ 봉태규라는 배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오해와 잘못된 이미지로 상대를 재단하는가, 그의 글을 읽고 난 참 많이 반성했다.
제목이 좋았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각박한 생활에 치여 자신을 얼마나 돌아보며 살아가는가? 저자 봉태규에게는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 한 때는 잘나가는 배우였다. 배우가 배역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그 이미지가 어느 정도 소모되면 기다림의 시간을 겪어야하는 것이다. 그는 아주 오래 백수로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머물렀다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몇 년을 일 없이 보냈다. 아주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속상한 마음이 깊어지며 해결하는 길을 모색하기 보다는 스스로를 더 속상하게 만들어버리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학대하는 방법으로 담배를 선택했다. 그렇게 혼자서 잠 못 자고 마음의 문을 걸어 닫은 채 생활하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두려움과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수면제의 알약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이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다짐도 함께 했다고 한다. 살아야 했다. 이제는 직업인으로서의 내 모습보다 자연의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아직까지는 멀쩡한 두 다리로 걸었다고 한다. 담배를 멀리하고, 그러다보니 머리가 가볍게 비워지는 기분이 들었고 점차 몸도 회복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몸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신에게 사과를 했다. ‘잘못했다고’ 그저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그게 무얼까 생각하다 책을 떠올렸다고 한다. 내가 그 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 장르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읽어대기 시작했고, 조금씩 본인의 취향이 생기며 찰스부코스키의 소설을 읽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작가가 되었고, 내가 지금 그의 글을 읽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봉태규씨가 다양한 삶의 다양한 순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느낀 어른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편이자 아빠, 배우이자 작가 그리고 아들까지 하나의 얼굴로 살기 힘든 어른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80년대 시골 큰집에서 고무신 신고 냇가에서 놀던 아이 봉태규와 90년대 삐삐를 쓰고 <더 블루> 노래를 즐겨듣던 10대 학생 봉태규, 대학에 낙방하고 길거리 캐스팅되어 우연히 배우 일을 시작해서 커리어를 쌓아가면 가정을 이룬 30대와 40대 봉태규가 교차하며 등장한다. 이 책은 괜찮은 어른이 되려는 과정에서 생각해본 것들, 시도해본 것들, 의문인 것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들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은 성장담이자 자기고백이다. 아이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성장한다. 괜찮은 어른으로 우리는 모두 성장해가고 있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말이다.
이 책은 저자 봉태규가 어른의 역할과 삶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보고 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사람은 사회의 속에 저마다의 역할이 주어진다. 태생적 혈연으로 이어진 역할도 있고 직장생활이나 교우관계 등 사회생활에서의 역할도 있다. 그 속의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면서 웃자란 사람이 아닌 어른으로서의 자세와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하고, 어른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에 공감한다. 괜찮은 어른이란 정해지지 않았다. 생각해야 한다. 각자의 생활 속에서 선택의 순간이나 판단의 순간일 때,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듯한 편안함과 위로를 준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잔잔한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 “인간은 한 권의 책과 같다”는 말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사람 “봉태규”이다. “봉태규”란 사람이 한 권으로 책으로 우리에게 왔다.
해야할 일도 책임도 많은
치열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 싶어서...
봉태규 배우님... 내가 배우님을 처음 알게된 계기는 시트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장난끼 넘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봉태규 배우님.
배우님의 이전 도서를 읽은 후로 배우님을 떠올렸을 때의 느낌은 180도 정반대가 되었다.
배우님의 도서를 접하기 전에는 마냥 장난기 많은, 더 솔직하게는 무게감이 있다기보다는
가볍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면, 도서를 접한 후로는, 그 어느 누구보다 가족을 중시하고,
삶에 대해 진지한 사람, 마냥 재미있는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진심인 사람.
누구보다 진중한 사람이었다는 것.
누군가의 에세이집을 읽으면,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사람의 삶의 한 켠에
내가 공감할 수 있어서 함께 즐거울 때도 있지만, 힘겨운 이야기에는 감정이 이입되어
몇 일을 마음이 힘들 때도 있는데, 이번 도서에 특히나 배우님의 개인적인 가정사가 많이 담겨
있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살았다면, 결혼을 하면서 남편이 되고,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후를 기점으로, 아이들이 조금은 더 행복한 세상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는 배우님의 글 속에서
그동안 매체에서 보여진 배우님의 단면적인 모습만을 보고 가벼운 사람이라 여겼던 그동안의
시간들이 죄송해지기까지 했다. 이렇게 진중한 사람이었는데...이렇게 묵직한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저자,
봉태규 작가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입니다. <바람난 가족>, <광식이 동생 광태>등의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연기자이지요. 그리고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와 같이 책을 쓰는 사람으로도 만날 수 있고요. 주변에 관심이 많고, 친절하고 싶은 그의 이야기를 만나보아요.
인간으로서의 그,
방송에 나오는 분들은 그 역할이나 배역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릅니다. 다양한 캐릭터로 만날 수 있지만 때로는 human으로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글로로 보여주시면 그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인 거 같아요.
이미 전작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나고 그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이번에도 책이 나왔다고 해서 후다닥 읽어보았지요. 어쩌면 이번 책은 어릴 때의 모습과 결혼 전의 그의 모습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고, 아빠로서의 면모도 만날 수 있었답니다.
마인드가 멋진 그,
봉태규 님의 책은 보면 볼수록 그의 마음에 쏙 반하게 합니다. 바로 전작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에서 제삿날 음식을 만드는데, "우리 집 제사이니 내가 더 해야지"라고 말했던 것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을 정도거든요. 이번 책에서도 다양한 부분에서 제 mind를 흔들어 놓았네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겪었을 상처,
아버지가 집에 계시면서 더 강인해진 어머니와의 갈등 사이에서 생긴 힘듦 사이에서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해줄지 공부하면서 하나씩 맘읽기를 해내가는 씩씩한 아빠로서의 모습이 대견합니다. 여린 유년 시기 뒤에 더 단단하게 굳어가는 어른 태규 님을 응원합니다.
눈썰미 좋은 그,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입니다. 아이의 모습을, 친구의 마음을, 아내의 행동을, 내 몸을 살피는 그의 면밀한 표현과 글에서 많이 공감되고, 끄덕여졌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혹하게 다뤘던 내 몸에서 무엇이 떠나버렸는지, 나를 붙잡고 있던 무언가를 굳이 매몰차게 밀어낸 건 아닌지 깊게 생각해 본다."
"어떻게 모든 순간의 결정을 명확하게 하나로 할 수 있단 말인가. 대부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갸우뚱하면서 선택을 섣불리 못 하는 문제들 아닌가?"
"그렇게 한참을 아버지는 안방에서 정리되지 않은 이불처럼 지내셨다."
볼이 살이 차오르고 빠지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와이프가 라면을 끓이면서 달걀을 넣을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서,
일이 없어 집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함에 있어서 그 섬세함에 놀랐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봉 배우의 앞으로의 행보, 새롭게 나올 책마저도 너무나 기대하게 하네요. 에세이집이 필요하시다면 권합니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