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려다보니, 가격 차이와 혜택이 다른 두 상품이 있어서 망설였다. 난 초판 한정으로 싱어송라이터 박기영님의 OST CD가 그냥 들어있는데..결국 주문조회 뒤져서...
여하간, 만약 지하철 등 기타 잠깐 시간내서 읽으시려는 분들은 눈물의 역습을 감안하시고 휴지 한장이라도 준비하시길. 난 다행히 침대위에서 읽다가 갑자기 눈물이 솓구쳤다.
음, 미미여사의 색깔과는 조금 달랐다. 노나미 아사가 생각났다. 좀 말랑말랑하고 애잔해서 그런걸까? 미미여사는 감정에 빠져들기전에 좀 직선적으로 쿨한데. 그래도 PC게임과 야구를 좋아하는, SF 환타지도 쓰는 미미여사표 작품이다.
'구원의 저수지'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 심령환타지, 타임슬립 SF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만, 그냥 어떤 현실적 제약이 없는 이야기들로 보자.
...밤하늘이 하얗에 밝아오기 시작함과 동시에 나를 달구던 어둠의 에너지는 떠오르는 태양 앞에 깜박이는 별이 사그라지듯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낮 시간에는 밤이 숨거있는 곳으로 따라가 어둠 속에서 같이 잠이라도 자는 모양이다....p.17
'홀로 남겨져', 초등학교 계약직 양호선생님인 '나'는 아직까지도 불의의 차사고에서 죽은 약혼자를 잊지못한다. 아니, 그를 죽게 만들고도 미성년자라며 부모와 변호사의 그늘에서 제대로 사과하지않은채 사고를 잊어버린듯한 가해자를 잊지못한다. 그런 원망이 불러왔을까. 과거 두명의 선생님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소년의 사념을 끌어낸다. 공명이 일치해서 더욱 더 크게 울리는...(이건 최근 지진처럼 흔들거렸던 테크노마트에 대한 물리적 설명기사를 읽어서 더 이해가 잘됬다) 자신의 원망이 또 행동하는 사념을 불러낼까 포기하지않는 그녀의 모습, 애잔하면서 무섭다.
'구원의 저수지', 글쎄 읽을때마다 OST의 해당곡을 무한반복해놓는다면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저 불행한 교통사고였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미스테리한' 마을의 존속비밀로 이어진다.
'내가 죽은 후에', 프로야구 구단의 투수 미노루는 그 어떤날 이후부터 오른손을 들지못한다. 그리고 방황하던 어느날 명치에 칼이 꽂혀....그리고 일어나보니 그는 찰스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롤'마냥 한 처자유령의 안내로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자신도 외면하고 있던 오른팔의 마음.
이건 왜 노래가 없었을까? 이 작품을 읽고서 난 울었는데... 원망스럽지만, 기억하고있기에 그래서 오히려 더 미안해하는 고운 마음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글쎄, 상투적이라면 상투적일 수 있고 예상하려면 예상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이런 예쁜 이야기를 읽고있으면, 너무 좋다.
'그곳에 있던 남자', 예전에 보았던 올리버 색스 원작, 로버트 드니로 & 로빈 윌리엄스의 [사랑의 기적 (Awakenings)]에서 엘도파가 만들어냈던 잠깐의 기적과 같은 효과, 그리고 그 이후의 나락과 같은 부작용이 잠깐 생각났다. 병과 약의 부작용이 만들어낸 환각으로도 다 설명하지 못하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예전에 들은 말이 있다. 영매를 왜 믿냐는 물음에 리차드 캐슬은 이렇게 말한다. "If you don't believe in even the possibility of magic, you'll never find it (마술이 가능하다는 것도 믿지않는다면, 마술을 발견할 수도 없을테니까)" 이 얘기 덕분은 아니지만, 난 유령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내 주변에서 안보이게 떠돌아다닌다면 무섭지만. 해악을 끼치는 유령을 가지고 호러영화를 만들지만, 그런 유령이 있다면 이유없이 해를 당하지 않게, 분명 우리 할아버지같이 날 돌봐줄 수호천사 유령도 있을테니까.
'속삭이다' 는 어쩜 '홀로 남겨져'에 공명하는, 원망찬 마음에 대한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말인지 아님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천사의 목소리에 반대해서 들리는 악마의 목소리처럼 '해보라고!' 부추키는 목소리를 따라선 안된다며.
'언제나 둘이서'는 영화로도 비슷하게 있을법한 이야기이지만 귀여웠다. 2주동안 지인의 빈집을 돌봐주기로 한 청년의 몸에, 원래 그 집에 살다가 자살했던 미녀의 지박령이 빙의한다. 그리고 일으키는 소동.
...인간에게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하루에 한번, 새벽 두시 십사분부터 일분간뿐이에요. 옛날부터 유령이 가장 자주보이는 '시간의 틈'이라고 무서워했던 시간이죠...p.240
(그 시간 자야겠어..)
'오직 한사람만이' 가 난 제일제일 좋았다. 마치 리차드 매디슨 원작, 크리스토퍼 리브 & 제인 세이모어의 [사랑의 은하수 (Somewhere in time)]처럼 시간의 평면을 잠깐 접어 만났던, 애잔한 마음. 미미여사의 묘사도 너무 좋았다. 왠지 데자뷰의 느낌처럼 뭔가 그리웠던 것을 다시 만난듯한 묘사.
..고개를 들자 빗방울이 뺨위로 떨어진다. 거무튀튀한 잿빛 빌딩의 벽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며 창문의 수를 센다. 일, 이, 삼....오층의 왼쪽에서 세번째. 저창문이 지금 가려고 하는 방이다. 시선을 내리자 발끝에 고여있는 물웅덩이...자동차 타이어가 그녀의 빨간 그림자를 흐트러뜨리며 지나간다....인적드문 초라한 공영빌딩, 덜컹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비샌 흔적이 가득한 벽에 둘러싸여 방번호를 확인하며, 켕길것도 없는데 괜히 발소리를 죽인채, 어깨에 멘 핸드백 끈을 마치 생명줄이라도 되는듯 꽉 쥐고 걸어가는 자신이....문을 노크했다. 그 순간, 소리없는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너무나 조용해서 자신의 숨소리와 레인코트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다...그녀는 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것은 예상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었다. 복도보다 방안의 천장이 훨씬 높다...커텐은 활짝 열려있고, 떨어지는 빗방울이 어떤 청소부보다도 더 끈질기고 정성스럽게 창문을 쓸어내리고 있다. 사무용 책상 옆에 남자가 한사람 서있다....p.245~248
리에코는 조사사무소의 가와노를 찾아왔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꾸는 꿈때문에 그녀는 노이로제에 걸린듯, 그 의미를 알고싶어한다. 그리고 그를 찾아온 계기는, 버려진 강아지를 돌봤던 그의 손길 때문에. 아, 이쯤되면 개를 좋아하는 나로선 그냥 빠져버린다. 아니 빠져버리고 싶다. 그리고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 아, 이게 무슨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냐, 5편까지 나왔는데 여기서도!
생각외로 가와노처럼 나도 그를 기억해내고 싶었지만, 매우 섬세한 묘사들이 그득함에도 가와노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그래서인가, 한정되지않은 그 아련함의 기억이 더 개인적으로 개별적인 감정을 띄게 되는 것은.
솔직히 맨뒤 키타가미 지로의 평론은 넘 오버, 아부스럽게 극찬이 아닌가 싶었고 지금도 약간 그런 느낌이지만, '오직 한사람만이'에선 묘사의 강약을 조절하는 미미여사의 솜씨에 박수를 치고싶은 심정이긴하다.
리에코, 꼭 가와노를 만났으면...
p.s: 확실히 박기영님의 OST는 독서의 BGM으로 사용시 감정을 증폭시키는지 모르겠다. '오직 한사람만이'의 해금은...
오랜만에 미미여사의 책을 읽었습니다.
7가지의 단편이 들어있는 『홀로 남겨져(북스피어)』
또 오랜만에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탄성을 지르게 해 주네요.
이번 책 『홀로 남겨져』는 여름에 어울리는 소재의 기담집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초현상이 소재니까요.
(2번째 단편 구원의 저수지는 제외하겠습니다. 있을 법한 이야기고, 실제로 다른 작품에서도 소재로 쓰였구요.)
살인, 현실과 저승의 사이, 유령, 이야기..etc..etc..etc...
그냥 웃으면서, "와~ 무서운 얘기였어. 하지만 재미있어" 라고 하면서 넘어갈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어디선가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 소름이 끼치네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게 미미여사의 필력인 듯 합니다.
나오는 캐릭터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책에 고개를 파묻은 채 순식간에 독파! 해 버렸습니다.
책을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듭니다. 단편인데도 불구하고, 한 편을 읽고나면 다음 편이 궁금해지니까..
게다가... 타이밍도 참..
장마기간이 다가오는데, 타이밍 좋게 출간해 주셨네요. ... 북스피어 여러분...
무섭지 않습니까....
비오는 밤에 집으로 돌아올 때 왠지 차가운 손이 제 손을 붙잡을 것 같은... 그런 상상을 하게 되니까요
나에게 미야베 미유키=섬뜩함 이라는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미야베 미유키는 담백할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 이 작가 하면 떠오르는 건 '섬뜩함'이다. 처음 접했던 모방범이라는 소설을 읽다가 그 섬뜩함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 뒤로 접하게 된 다양한 소설에서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와 섬뜩하다라는 단어는 마치 빈대떡과 막걸리 처럼 떨어뜨릴 수 없는 그런 연관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번 책도 제목부터 왠지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홀로남겨져
이건 딱 미스터리다. 이건 섬뜩한 것이다. 라는 기대를 100%이상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반전을 주었다. 이 책은 '잔잔함'이였던 것이다.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잔잔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다 읽고 난 뒤에도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홀로 남겨져.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난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이해했다. '영혼, 죽음, 이승과 저승. 이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홀로남겨져'라는 제목을 썼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7개의 단편들은 다 죽음, 영혼, 이승과 저승, 혹은 과거와 관련된 내용이다. 다 섬뜩해 보이는 주제지만 작가는 이를 조금 따뜻한 시선으로, 보다듬어 주고 싶은 그러한 필체로 이야기를 해나간다. 다소 미스터리하게 시작하는 글도 끝에가서는 잔잔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는 다소 예상과는 다른 결말도 준비되어있었다. 하지만 이 책이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냥 '담백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나에게 미야베 미유키=섬뜩함 이라는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미야베 미유키는 담백할 수도 있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소설을 즐겨 읽는다.
상대적으로 단편집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재밌네.
조금은 오싹하기도 하고, 조금은 감동적이기도 하고..
역시 이야기를 짓는 미야베 미유키의 솜씨는 탁월하고 또한 대단하다.
멋쟁이! 멋진 작가!
이번 작품은 초현실적인 감각을 토대로 공포와 사랑, 미스터리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역시나 미야베 미유키라는 것. 어떤 소재라도 그녀가 풀어내면 재미가 있다. 이런 소재를 즐겨 읽지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읽다보면 재밌구나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겠지.
이 단편집에는 총 7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제작이자 첫 이야기인 <홀로 남겨져>는 학교 수영장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계기로 양호 선생님과 한 경찰관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년 시절 가슴 속에 새겨진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이러한 형태로도 들어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살의'와 '증오'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가볍게 시작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가의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다. 역시 표제작답다.
두번째 이야기인 <구원의 저수지>에서는 구원의 저수지라는 곳에서 자신의 친오빠를 잃은 여동생은 마음 한 켠에 오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은 채 마을을 방문했다가 오빠를 닮은 사람을 보고 사실 관계를 추적 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지역 공동체 특유의 폐쇄적인 모습과 집단의 잔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 중 표제작과 더불어 가장 섬뜩하지 않을까.
세번째 이야기인 <내가 죽은 후에>는 과거의 트라우마로 야구를 못하게 된 야구 선수가 자신의 사후 후 저승 사자와 만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한다.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라 거창하게 말해도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의 일이 아닌, 야구에 관련된 일이다. 그에게 있어선 야구가 곧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죽인 죄책감으로 인생을 포기하기에 이른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보듬어주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져있다. 무난한 이야기이다.
네번째 이야기인 <그곳에 있던 남자>는 기차 안에서 우연하게 만나 두 직장 여성의 이야기를 듣던 회사 빌딩의 유지 보수와 청소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의 사장이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탐정물의 냄새가 살짝 나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죽은 유령을 볼 정도로 후회 할 짓은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닐까. 사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일은 참으로 소모적이고 무의미한 일이다. 편견에 사로잡혀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같은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 조금만 살펴 보면 알 수 있는 일을 괜한 편견에 사로잡혀 보니 기이하고 무서운 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어딘가 씁쓸해지기도 한다.
다섯번째 이야기인 <속삭이다>는 최근에 은행에 취직한, 정보력이 뛰어난 친구에게서 사내보의 원고 마감 소재를 얻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가 지폐가 속삭인다는 특이한 사례를 듣게 되는데,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던 어떤 남자가 그 사례에 관해서 더 자세히 듣길 원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람을 유혹하는 '속삭임'. 자신의 삶은 조종하려 드는 '그놈들'. 이 남자에겐 무슨 속삭임이 들렸을까? 내게도 이런 속삭임이 들릴 일이 있을까? 문득 이거 정신분열증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섯번째 이야기인 <언제나 둘이서>는 마코토라는 여자들이 많이 쓰는 한자를 이름에 쓰는 남성의 몸에 한 여성 유령이 여성이 되어 일을 해보고 싶다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여자의 집착이나 애증은 무서움을 강조하기보단 오히려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조금만 관점을 달리보면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모든 건 종이 한 장 차이로 180도 달라져 버린다. 얽히고 얽힌 애증이 아닌 이러한 따스한 시선. 싫지만은 않다.
일곱번째 이야기인 <오직 한 사람만이>는 자꾸만 반복된 꿈을 꾸는 한 여성이 사립 탐정에게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그 꿈을 꾸면 꿀 수록 뭔가를 잊은 것만 같아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건강도 안 좋아져 사립 탐정까지 찾게 된 것이다. 무엇을 잊은 걸까. 왜 꿈 속에서 나오는 그 장소를 꼭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런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걸까.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의 교차점. 늘 평행선만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했던 인생에는 이런 만남도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던져주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 것인가. 망상으로 끝낼 것인가? 나로썬 다음 모퉁이를 돌아 우연히 다시 한 번 만나는 에필로그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으나 그건 알 수 없다. 독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처음엔 존재감도 희미하고 어딘가 연약해 보였던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가서 운명에 맞서겠다며 강하게 외치는 모습도 인상 깊다. 아마 그녀의 이러한 결의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게 될 것만 같이 나는 느껴지는게 아닐까.
미스터리가 강한 작품들의 연속은 아니지만, 끝에 날 기다리는 소소한 반전들은 즐겁다. 사회파 소설가의 면모는 많이 엿보이지 않지만, 초현실적인 일을 통해 현실을 더욱 더 첨예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현실이란 건 초현실과 대조되는 만큼 더욱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각기 단편마다 성질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언제나 세상을 따스하게 보려는 작가의 시선이 깔려있다. 그건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이다. 예외가 있다면 <구원의 저수지>와 <속삭이다>정도일까. <홀로 남겨져>와 <구원의 저수지>, <속삭이다>가 으스스한 느낌이 강하다면, <내가 죽은 후에>, <언제나 둘이서>, <오직 한 사람만이>는 따스한 느낌이 강하다. <그곳에 있던 남자>는 중간 성격일까. 으스스한 느낌에 좀 더 가깝기도 하다. 하나하나 각기 다른 맛을 가진 단편들이라 어느 작품이 더 좋다라고 말하기 힘들정도다.
사회파 소설가로만 미야베 미유키를 알고 있었다면 이번 단편은 색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치밀한 스토리라인과 반전을 거듭하는 미스터리는 기대 할 수 없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감성적인 시선에 공감 할 수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미미여사의 단편집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어 이 작품도 예약주문하기 전에 고민을 하긴 했었는데, 그런 고민도 이젠 없을 것 같다. 단편집도 장편 못지 않은 색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단편집을 통해 얻는 건 세상을 따스하게 보는 시선이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늘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현실은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