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약국의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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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리뷰 총점 9.5 (3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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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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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김약국의 딸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3.12.10 리뷰제목
박경리 작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었다. 오래 전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 <김약국의 딸들>도 그 당시 크게 다가오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세트로 나온 <토지>가 너무 갖고 싶어서 구입해 둔 채 10여년이 지난 2017년, 무슨 맘인지 읽고싶어졌다. <토지>를 읽은 후에 박경리 작가에 대해 경외심마저 들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리뷰제목

 

박경리 작가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작가에 대한 어떤 평가도 내릴 수 없었다. 오래 전 읽은 것으로 기억되는 <김약국의 딸들>도 그 당시 크게 다가오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세트로 나온 <토지>가 너무 갖고 싶어서 구입해 둔 채 10여년이 지난 2017년, 무슨 맘인지 읽고싶어졌다. <토지>를 읽은 후에 박경리 작가에 대해 경외심마저 들었다. 우리 문학사에서 박경리 작가가 차지하는 무게를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박경리 작가를 다시 만났다. <김약국의 딸들>을 함께 읽어보지 않겠느냐는 책친구의 기분 좋은 유혹에 바로 오케이. 책을 구입하고 단숨에 읽었다. 읽었던 책이 맞나싶을 정도로 내용이 생소했다. 

 

경남 통영이 고향인 작가는 통영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1년동안 통영에 살았던 나로서는 공간적 배경이 통영이라는 것이 아주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 시간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다. 통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는 초입부를 읽으면서 내가 지냈던 2003년, 1년에 1~2번은 놀러가는 통영의 모습과 비교하며 소설 속 모습을 떠올려봤다. 소설은 성수라는 이름 대신 김약국이라고 불리는 이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는 비상을 먹고 죽고, 아버지는 살인을 저지르고 통영을 떠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수는 큰 아버지의 약국을 물려받았지만, 어장사업이 주수입원이었다. 한실댁으로 불리는 아내와 다섯 딸이 있었다. 유복한 집안이었지만 몰락하는 건 한 순간, 재산은 덧없이 사라져 갔고, 자식들의 삶도 평탄하지 않았다. 

 

자식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던 한실댁은 점을 보러갔다가 자신이 그 해를 못넘길거라는 말을 듣고 처방을 했다.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그 또한 자식을 위함이었다. 평생을 자식 걱정으로 보냈던 한실댁은 어머니라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내가 오래 살아야제,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덮는다고 안 하나. 자식들한테는 에미가 있어야 하느니라." 

 

하지만,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는지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 그래도 자식 목숨은 지켰으니 어미의 역할은 다했다고 해야할까? 안타까운 삶이었다. 한실댁보다 더 마음 아팠던 것은 넷째 용옥이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사람의 도리를 다했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이었다. 왜, 자신의 목소리를 더 내지 못했을까? 죄인들은 잘도 살아가는데 말이다.  그와 대조적인 인물이 첫째 용숙이었다. 자신의 잘못 앞에서도 당당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욕심이 가득한 성격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하고 사는 것이 본인은 편하게 사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용숙이와 용옥 둘 중에 선택을 해야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어렵다. 셋째 용란은 제 정신이 아닌 채로 살아가야 하지만 감정에 충실한 삶을 살아나봤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단지, 흠이 있는 딸이라 하여 아편쟁이에게 시집을 보냈어야 했을까? 결혼이라는 형식만이 흠을 덮을 수 있는 길은 아니었을텐데. 그 선택이 용란의 광기, 한실댁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해야만 하는 선택의 순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둘째 용빈의 모습은 토지에서 신여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었던 임명희를 떠올리게 했다. 시대적 배경이 비슷해서인지 토지와 오버랩되는 인물, 장면들이 있었다. 김약국이 가장 의지했고 가장 주도적인 삶을 사는 딸이었다. 그녀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비극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은 그리 우울하지 않았다. 다섯 째 용혜는 어려서 비중있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용빈과 함께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역할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책 제목은 <김약국의 딸들>이지만  김약국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 한 번도 그의 웃음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마음 둘곳 없던 그는 평생 외로웠고, 냉정했다. 그나마 의지했던 사촌누나 연순, 용빈에게 조차 자신의 마음을 시원하게 드러내 본 적이 없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인물이었다. 행동하지 않는 지식인의 느낌이라고하면 너무 과장된 것일까? 

 

아픈 상처는 혼자 남몰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다. 남의 설움을 따스하게 만져주지 못함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고통도 혼자만이 지녀야 한다는 일종의 고집이다. 마누라, 딸들, 사위 그리고 살을 섞고 사는 소청이까지도 먼 타인으로 느껴온 김약국이었다.-p397

 

누군가와 마음을 나눈다는 것, 새삼 그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김약국 집안 외에도 많은 인물들의 삶에서 때론 분노하고, 때론 동조하면서 여러 삶의 형태들을 만났다. 운명이란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삶은 살아내는 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극이 될지, 희극이 될지 마지막 순간이 아니면 알 수 없을터이니 열심히 살아가는 수 밖에 없지 않나 하는 ······

 

 

 

 

4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0 댓글 67
종이책 김약국의 딸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w*******i | 2023.12.09 리뷰제목
통영에 관한 이야기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를 만난 덕분에 <김약국의 딸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너무 오래전 읽은 터라 기억도 가뭇했지만,소개된 부분이 내 기억 속에 없기도 해서.... "이 책에 봉숫골도 나오고 용화사도 나온다.삶의 곡절을 겪을 때마다 통영의 여인들은 용화사에 들러 부처님께 치성을 드린다.(..)김약국의 딸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살다 불행 속에 스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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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관한 이야기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를 만난 덕분에 <김약국의 딸들>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너무 오래전 읽은 터라 기억도 가뭇했지만,소개된 부분이 내 기억 속에 없기도 해서.... "이 책에 봉숫골도 나오고 용화사도 나온다.삶의 곡절을 겪을 때마다 통영의 여인들은 용화사에 들러 부처님께 치성을 드린다.(..)김약국의 딸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살다 불행 속에 스러지는데 작가는 소설 속 그들의 삶을 매정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31쪽

 

"두 중늙이는 나들이옷을 입고 시름시름 걸어간다.그들은 용화산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길이다.(...)그들은 급격하게 경사진 해저 터널로 들어갔다.내리막길을 한참 동안 내려가니 터널은 왼편으로 굽어진다. 외부의 광선은 차단되고 침침한 어둠이 코앞에 닿는다"/302쪽

 

정신없이 읽으면서도 용화산은 언제 등장(?)할까  내심 궁금했다. 예상(?)대로 삶의 수많은 곡절과 마주하고 있는 두 여인(중늙은이...)이 절을 찾는 장면이 보인다. '딸들'이란 제목 속에 숨어 있는 상징은 어머니일거라 예상한바다.지금보다 더 힘들었을 시대의 어머니에게 딸이란 수많은 감정을.....떠올리게 하니깐.그런데 소설에서 힘이 느껴진 건 단순히 여성이란 존재의 억압으로 소설이 읽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보다 더 근원적인 화두 "인간의 운명은 그 죽음이다"/438쪽  그러니까 죽음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는 느낌. 소설에서 그닥 중요해 보이지 않았던  정윤의 입을 통해 (그가 의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언급된 것 역시 작가의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정윤이란 인물은  냉소적이기도 하고 염세적인 것 같지만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인간은 모두 죽을 운명...이라는 말을 담담하게 할 수 있었던 거다. 애탄글탄 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였을까...역사에 만약이란 의미가 없다지만.. 용란에게 연학은 되고 한돌은 안되는 그것이 얼마나 큰 모순인가.. 용란과 한돌이 결혼했다면, 적어도 한실댁이 아편쟁이에게 도끼질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러나 벌어지고 난 후의 만약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법. 드러난 이야기는 김약국 딸들의 몰락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 표현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해야겠다.비록 재산이 날아갔고, 김약국 내외가 사라졌으나 여전히 출항에 선 용빈과 용혜가 존재하니까 말이다.) 조금 더 감정 이입을 하게 되면 딸들로 인해 힘겨웠던 한실댁이 보일수도 있다...그러나 죽음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하고 싶다.숙정의 죽음이 그렇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간 봉룡이 그렇다. 모든 죽음이 그러하고,인간은 어차피 죽을 운명이란 걸 알면서도 용옥의 죽음만큼은 너무 애달파서 소설이란 느낌마저 들지 않았다. 죽어 마땅한 서씨영감은 여전히 살아 있는데,묵묵히 삶은 견뎌온 용옥에게는 죽음마저 가혹했다는 기분..그러나 인간의 운명이 죽음이란 말 속에는..누구도 죽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포함된 건 아닐까... 애탄글탄하게 살 필요가 없다는 사실만 기억해도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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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토지 읽기 전에 먼저 읽어보기를 강추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5 | 2024.03.25 리뷰제목
5년 전 쯤 토지를 먼저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토지를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지네요. 토지를 아직 안 읽어본 분들께 “김약국의 딸들”을 추천드려요. 그럼 “토지 1권”에자연스레 손이 가시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웠어요. 아껴 읽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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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쯤 토지를 먼저 읽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토지를
다시 정주행하고 싶어지네요. 토지를 아직 안 읽어본 분들께 “김약국의 딸들”을 추천드려요. 그럼 “토지 1권”에
자연스레 손이 가시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너무 빨리 읽어버려서 아쉬웠어요. 아껴 읽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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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올 해 내 최고의 소설은 이미 정해졌다 『김약국의 딸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r******7 | 2023.10.10 리뷰제목
박경리 장편소설/ 다산북스                   추석 연휴 내내 칩거? 하면서 정말 미쳐있었던 책 박경리 선생님의 『김약국의 딸들』 사랑하는 소설가들이 많지만, 선생님이라 부르는 분은 몇 명 없다. 박경리 선생님도 그중 한 분!!! 왜 수많은 독서가들이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짜내서 대하소설 《토지》읽기에 몰입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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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장편소설/ 다산북스

 

 

 

 

 

 

 

 

 

추석 연휴 내내 칩거? 하면서 정말 미쳐있었던 책 박경리 선생님의 『김약국의 딸들』

사랑하는 소설가들이 많지만, 선생님이라 부르는 분은 몇 명 없다. 박경리 선생님도 그중 한 분!!!

왜 수많은 독서가들이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짜내서 대하소설 《토지》읽기에 몰입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반대로 나는 수능 문학 지문이었던 이 소설을 이제야 읽는 게 사실 좀 부끄러운 마음에 몰래? 읽었는데 의외로 안 읽은 분들이 많았다. 반가웠다 ㅋㅋㅋㅋ

 

 

 

만약, 선생님이 살아계시고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단연 박경리 선생이나 황석영 작가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국'의 '현대''여성' '작품'에 잠시 싫증이 나 있던 내게 (뭐 딱히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그새 실증??ㅋㅋㅋㅋ)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은 정말 이거다 싶은 감동이!!

 

 

 

 

첫 페이지 펼치자마자 소설의 배경인 통영 묘사에 감동. 블로그에서 내내 필타 하면서 읽었다.

 

 

 

 

 

 

 

 

실제로 통영에서 1박 2일 여행한 적이 있어서인지 배경 묘사가 정말 와닿는다.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문학관에 갔었던 추억을 떠올랐다. 그땐 박경리 작품을 하나도 모른 채로 갔던 여행^^

 

 

 

 

소설을 읽을 땐 스토리나 서사보다는 주로 문장에 집중하면서 읽는 편이다. 서울 분들은 이 책의 대화체가 낯설 수도 있으시려나? 내겐 넘나 정겨운!!

( 내가 대구인 것이 몹시 싫었던 적이 있었다. 대구를 떠나 타 도시에서 몇 년 생활하면서 사투리로 왕따? 놀림? 비슷한 걸 당할 때 내 도시가 그리웠다.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 김천역을 지나면서부터 들리는 경상도 사투리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

 

 

 

 

 

이 소설에서 경상도 사투리 역시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책에 쓰인 말 중에 지금 안 쓰는 사투리도 있다. 한 민족의 언어를 풍성하게 하는 사투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기억에 남는 좋았던 문장을 따로 적을 수 없을 만큼 문장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고,

소설 쓰는 사람들의 교본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 줄거리를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블로그엔 길고 긴 리뷰를 몇 편 나눠서 쓰긴 했지만,

 

 

 

 

 

 

 

 

"맏딸이 잘 살아야 밑의 딸들이 잘 산다 카는데" p100

( 하!! 이 문장!!! K 장녀의 시초아닐까?ㅎㅎㅎㅎ

책을 탓하거나, 책 얘기가 아니라 평소 장녀 프레임이여!! 나도 장녀 ㅋㅋㅋ) 이런 말 여러 번 들었다. 맏딸이 잘 살아야 어쩌고~~하는 프레임에 갇힌 K 장녀들....... 그 옛날 공장으로 떠난 누이들, 오빠 혹은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였던가?!!

 

 

 

각시야, 제발 작량 잘해라이, 자식도 소용없고 서방도 다 소용없네라. 우리네 같은 노방초는 돈이 제일이제. 한창나이나 젊어서 늙고 병든 날을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 옛날에 자식 앞세우고 길을 가면 배가 고파도, 돈을 지니고 가면 배 안 고프다 안 카더나. 이팔청춘이 잠깐이제. 눈 깜빡하는 사이제.

 

 

 

 

 

 

 

 

3장을 읽으며 이제서야 인물 관계도를 그리고 거의 완성했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

인물관계도가 있으니 훨씬 가독성이 좋았다.

 

 

 

3장을 읽으며 나는 다시 1장으로 가서 다시 읽어내렸다. 그러니 재독에 재독인 셈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 약국, 그 딸 들이지만 나는 김약국의 아내 '한실 댁'이 진짜 주인공이 아닌가 생각한다. 스포가 될까 봐 말을 하지 못하지만, 딸들의 과오가 하나씩 드러날 때마다 오직 모성으로 인내하고 감싸는 모습, 모든 것이 마침내 자신의 죄라고 흐느끼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남편이 기생 소청을 찾는 것조차 인내하는 모습이라니....

 

 

시대적 배경도 본격 드러나는데, 통영의 아낙들이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강인한 모습이 느껴졌다. 어장에서 특히, 일본식 용어나 풍속을 따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어업에서도 일자기네 이익만 추구했던 일본의 시커먼 야심이 드러났다.

 

 

 

 

 

 

 

명문장이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그걸 다 적을 수는 없고 3장 마지막에 태윤과 정윤 형제의 대화가 참 흥미롭다. 기독교에 대한 당시 지식인의 시각, 나라 잃은 젊은이들의 고뇌가 느껴졌다.

 

 

 

 

형은 소위 과학자죠? 그렇죠? 나 같은 허풍이는 물론 아닐 겁니다. 형은 모든 진실이 가설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왜 모르오? p241

 

역사가 없음 어떠냐? 역사는 곰팡내 나는 기록이지. 사람은 어떤 입지적 조건이나 생활양식 속에서도 그 당대를 살게 마련이니까 p242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다섯 딸들의 어머니. 소설은 이미 초반에 복선을 안고 있었다. 맏딸이 잘 살아야 할긴데...라고 말했던 문장이 다시 떠오른다. 과부 용숙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용란의 행실 등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행동이 많이 그려진다. 이런 장면에서 위대한 남성 작가들, 예를 들면 (여기서 예를 들어서 미안합니다. 톨스토이 작가님) 그 대작가도 안나 카레니나에서 결말에서는 은근 여성의 행실을 돌려까는 듯한 뉘앙스, "그 시대에는 여성의 인권이 바닥이었으니 여성의 정조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잖아."라고 말하기에 너무 많은 여자들의 욕망이 좌절당하고 폄하당하고 희생당해왔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여성 해방도 아니다. 다만 박경리 선생님의 의중을 유추해 보면, 용숙과 용란 같은 인물을 일부러 작품 안에 넣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먼 훗날 이 작품을 읽을 미래의 여성 후배들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작가와 세상만 알 일!!!

 

 

 

 

 

 

 

이튿날 성수는 혼자 왔다.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성수가 돌아간 뒤 가방비가 내렸다. 송 씨는 며칠을 뜬 눈으로 새웠기 때문에 지친 몸을 가누고 잠시 동안 눈을 감았는데, 그 사이에 연순은 잠든 모습 그대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외롭게 죽어간 것이다. 송 씨는 딸의 시체를 안고 몸부림치다가 기절을 했다. 기별을 받고 달려온 성수는 문설주에 머릴 처박은 채 흐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죽은 연순보다 산 송 씨를 위해 울었고, 반미치광이가 된 이 가엾고 어리석은 늙은이를 안정시키려고 무진히 애를 썼다. 그러나 성수의 깊은 슬픔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76

 

 

 

 

 

영빈은 번뇌에 가득 찬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가 없었다. 신에게 향하는 마음보다 인간에게 향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p257

 

뭐니 뭐니 해도 큰소리치는 것은 돈이더라 p289

 

 

용옥이 세상을 향한 복수?로 더욱 몸치장을 하고 자기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에게만 돈을 쓰는 것, 뻔뻔하다 싶으면서도 속 시원한 면도 있었다면 나도 악마인가?!!!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혼자 울음을 삼키는 용옥도 너무 가여웠다.

 

 

 

 

 

 

 

한실댁의 입장에서는 기어이 무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나 싶기도 하다. 점치는 사나이의 예언은 오싹 소름!! 그런 말을 듣고 가만있을 수 있을까? 한실 댁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는 꿈을 꾸었다. 집에서 굿을 한다고 야단이었다. 무당이 장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너무 생생하고 섬뜩해서 소름 끼치는 장면 .... 꿈이 현실이 되는 장면 ㅜ.ㅜ

 

 

 

대사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어서,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았다는 표현을 넘어 말줄임표 하나 허투루 쓰이지 않은 소설이라 생각했습니다. ( 아.... 이 작품이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내게 알려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

 

 

 

 

 

 

#김약국의딸들, #박경리장편소설, #다산북스,

#토지문화재단, #그믐, #한국문학읽기, #함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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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김약국의 딸들 평점10점 | j****1 | 2023.08.30 리뷰제목
@스포있음@소설은 시작부터 우울한 공기로 가득찼다. 시대적 배경때문이었으리라. 생각만해도 화가 나고 우울한 시대에, 딸로 태어나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기 때문인가보다."통영의 유지, 김약국 일가의 3대에 걸친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소설은 김약국, 즉 김성수의 어머니가 비상을 먹고 자살하고, 아버지는 도망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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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있음@

소설은 시작부터 우울한 공기로 가득찼다. 시대적 배경때문이었으리라. 생각만해도 화가 나고 우울한 시대에, 딸로 태어나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기 때문인가보다.

"통영의 유지, 김약국 일가의 3대에 걸친 비극적인 이야기"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소설은 김약국, 즉 김성수의 어머니가 비상을 먹고 자살하고, 아버지는 도망가서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폭력적인 아버지 김봉룡과 첫사랑이 찾아왔다는 이유로 호되게 맞는 숙정부인의 아들 성수는 어린시절 그런 비극을 겪고 말이 없고 우울한 느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죽는 그 날까지 그 우울하고, 힘없고, 의욕없는 느낌이다.
성수는 아들이 없는 큰아버지 김봉제의 뒤를 이어 약국을 물려받는다. 아버지와도 다름없는 큰아버지의 죽음과, 병약하지만 성수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사촌누나의 죽음은 성수에게 큰 마음의 병을 안겼던 것 같다. 특히 사촌누나 연순은 그에게 가족 이상의 "이성"에 대한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부인인 한실댁에게도, 불륜녀 소청에게도 속을 내비치지도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았나보다. 그는 사촌누나 연순을 닮은 막내 영혜를, 막내라기보다는 연순을 닮았기때문에 다섯 딸 중 가장 사랑했나보다.

성수와 한실댁 사이에는 다섯 딸이 있다. 첫째 용숙은 욕심 많고 철없는 과부이다. 의사와 불륜을 저지르다 낳은 아이를 우물에 버렸다는 누명을 썼다가 풀려나서 독하게 돈을 벌어들인다. 둘째 용빈은 똑똑해서 서울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여학교의 교사가 되는 인물이다. 안타깝긴 매한가지이지만 그래도 자기 꿈을 찾아 교육을 받고 교사까지 되는, 나에게는 다섯 딸 중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다. 셋째 용란은 절세미녀인데 아편쟁이에게 시집을 갔다가 첫사랑 한돌과의 재회로 인해 남편의 손에 어머니와 한돌을 동시에 잃고 정신을 놓아 버린다. 넷째 용옥은 나에게 아픈 손가락 같다. 가장 불쌍한 딸이었다. 그녀는 인물은 좋지 않으나 말이 없고 살림을 잘 챙기며 우직하고, 책임감 있다. 나쁜 시아버지로 인해 집을 나와 남편 기두를 찾아 나섰다가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는 비련한 여자다. 다섯째 용혜는 비중은 작지만 막내라 귀여움 받고 자라다가 용빈 덕에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

박경리 작가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이야기와 문장들에 놀라워하고 때론 감탄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차적으로 분노했다. 특히 뒷부분에 펼쳐지는 용옥의 비극적인 삶으로 인해 더 화가 났다. 그녀의 남편 기두가 너무 미워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죽음 이후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용옥을 그리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대가 1900년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여자로 태어난 딸들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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