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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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무진기행’,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 ‘안개’

리뷰 총점 9.7 (3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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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희곡/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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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각본집 〈안개〉 한국영화 『안개』의 시나리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23.01.01 리뷰제목
1967년작 영화 <안개>는 김수용 감독의 멜로 영화이다. 60년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였는데 난 아직 이 영화는 못 봤다. 이번에 그 영화의 시나리오집이 나왔다.   처음에는 지금 갑자기 ‘안개’ 시나리오가? 놀랐는데 그 계기를 알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노래 ‘안개’ 때문이었다. 정훈희가 부른 가요 ‘안개’는 <헤어질 결심> 영화의 OST 수록곡이었다.
리뷰제목


 

 

1967년작 영화 <안개 김수용 감독의 멜로 영화이다.

60년대는 한국영화 르네상스기였는데  아직  영화는  봤다.

이번에  영화의 시나리오집이 나왔다.

 

처음에는 지금 갑자기 ‘안개시나리오가? 놀랐는데  계기를 알고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노래 ‘안개때문이었다. 정훈희가 부른 가요 ‘안개 <헤어질 결심영화의 OST 수록곡이었다. 얼마전에 영화제에서 정훈희 선생님이 라이브로 부를  탕웨이씨가 눈물을 지어서 화제가 됐었다.

 

원래 각본집, 시나리오집을 좋아하는데

안개 1967년작이니 그렇게 많이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근데  흥미로움은 뭐지 

 

오래전에 ‘무진기행소설을 읽긴 했지만 까먹고 있었는데

소설가 김승옥님이 직접 각색하였다는 시나리오는 소설의 예술성을 견지하고 있었다.

 


 

주인공 윤기준. 그는 재벌집의 사위로 제약회사의 전무로 있다.

어느날 갑자기 고향인 무진을 방문하는 기준의 시선으로 시나리오는 시작한다.

 

안개 앞부분의 빌드업이 정말 예술이었다.

남쪽의 어느 도시로 나오는 ‘무진 이렇다할 특색이 없는 농촌으로 그려진다.

 

1967년은 한국이 아직 가난할 때였지만

윤기준이 상경해 살던 서울은  발전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남쪽의 시골인 무진은 여러면에서 아직 저개발인 지역이었다.

기준은 고향의 친구들, 후배의 대사를 통해서 ‘무진에서 가장 출세한 남자 묘사된다.

 

그는 한국전쟁  어머니의 부탁으로 숨어살아서 목숨을 부지했다.

전쟁이 끝나고 서울로 상경하여 재벌집의  여인을 만나서 급격하게 ‘신분이 상승했다.

자타 공인 ‘무진에서 출세했다는 표현이 과언은 아니었다.

 

한여름에 고향으로 내려온 기준.

그런데 그는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무슨 일인 걸까.

 

시나리오는 가독성 끝판왕이라  정도로 술술 읽혀졌다.

점점 재미까지 느껴졌고, 1967년도 작품이라 지루하고 고루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놀라움의 연속으로 읽어 나갔다.

 

무기력한 기준은 고향에서 ‘하인숙이라는 젊은 처자를 만나고

 사람은 급속도로 서로 친해지더니 급기야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사실 나는 <무진기행 이러한 ‘불륜 코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통해 읽을 때는 그래도 나름대로는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음을 알았다.

로맨스 물로써 1967년작으로 대단히 앞서갔다고 느끼면서 결말을 향해 책장을 넘겼다.

 

아니 아니 근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무진기행소설의 엔딩을 기억 못했고, 영화 <안개 아직  봤기에 더더욱 놀라운 결말이었다. 소오름.

 


 

 

소설이 단편이었기에 아주  담론은 아니었지만,

당시의 시대상을 담고, 은유적으로 현실을 풍자한 이야기가 지금 봐도 굉장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완성도, 지금 읽어도 촌스럽지 않은 전개에  감탄했다.

 

정말  놀라운  영화 <헤어질 결심하고 유사한 점들이 여럿 있었다는 거다.

영화 <안개 주제가가 정훈희의 ‘안개였다고 하는데  노래도 진짜 예술이다.

개인적으로 소설 ‘무진기행보다 시나리오 ‘안개 나에겐 취향 저격이기도 했다소설가님이 보면 언짢아하실까? ^^;

 

이번 각본집을 읽으면서 ‘각본집 읽는  진짜  체질이구나느낀 것도 다른 수확이었다.

앞으로 영화 <안개 찾아볼 예정이다. 신성일 윤정희씨가 나온.

 

헤어질 결심좋아했던 분들에게 추천하고

김한민 감독의 말대로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울

시나리오집 <안개이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6
종이책 안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22.12.29 리뷰제목
안개   작가 김승옥은 나에게 <무진 기행>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그런데 요즘 김승옥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쓴 시나리오를 두 편 읽었다. 하나는 <도시로 간 처녀>, 또 다른 하나는 <무진 기행>을 각색한 <안개>다. 바로 이 책이다.   <무진 기행>,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읽었다. 마침 인터넷에 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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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작가 김승옥은 나에게 무진 기행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그런데 요즘 김승옥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가 쓴 시나리오를 두 편 읽었다. 하나는 도시로 간 처녀>, 또 다른 하나는 무진 기행을 각색한 안개. 바로 이 책이다.

 

무진 기행>, 하도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한번 읽었다.

마침 인터넷에 전문이 올라와 있어, 인터넷에서 다시 한번 읽었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topnara&logNo=220659501868

 

그 소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는 말,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이 말은 그 뒤로 관형어처럼 쓰여져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곤 했는데, 내가 알기론 그 말은 김승옥이 바로 무진기행에서 처음 사용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나의 이런 추측이 잘 못 되었다면 고쳐주시기를 .....)

 

이 대목은 시나리오에서도 여전히 등장한다.

 

터널 속

윤의 소리 (E) :

명산물.....무진의 명산물.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의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다. (23)

 

또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 친구 조와 관련한 이런 글,

 

옛날에 손금이 나쁘다고 판단 받은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자기의 손톱으로 손바닥에 좋은 손금을 파가며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그 소년은 성공해서 잘살았다.’

 

이 대목은 시나리오에 나오질 않는다.

그것 말고도 소설과 시나리오에서 다른 점이 있다,

 

소설에서 윤이 무진에 내려오는 이유는 승진이 될 모양인데 며칠 휴가를 얻은 것이다.  

" 당신 안색이 아주 나빠져서 큰일났어요. 어머님의 산소에 다녀온 다는 핑계를 대고 무진에 며칠 동안 계시다가 오세요. 주주총회에서의 일은 아버지하고 저하고 다 꾸며 놓을께요. 당신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쐬고 그리고 돌아와보면 대회생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되어 있을 게 아니에요?"

 

사라진 무진의 의미

 

그런데 시나리오에서는 무진으로 내려온 이유, 그게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다가 막판에 윤이 형사들에게 잡혀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한 곳이 무진인 것이다.

 

그러니 소설에서 말하는 무진의 의미가 시나리오에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시나리오에서도 윤이 하인숙 선생에게 무진은 과거에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이었는가 대하여 열심히 말을 해주고 있는데 막상 현재의 무진은 다른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흥미를 자아낼만한 요소를 넣으려니 그러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윤과 하인숙 선생이 육체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오지만, 시나리오에서는 그 대신 같이 동행하여 다른 도시로 가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전히 무진에 온 목적을 감추려는 듯, 무슨 사건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 그런 모습을 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형사들에 의해 연행되어 가는 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같다.

 

소설 :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 속에서 나는,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나리오 :

허탈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면 뿌연 안개 속에 무진의 새벽 상가가 지나가고 선명한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윤의 행적을 마치 안개 속에서 헤매는 것처럼 많은 것을 생략함으로서 그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데, 그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시나리오에서 생략된 부분과 소설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기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니 이 책을 온전히 소설을 생각하지 말고 영화 시나리오로만 읽으면 어떨까 

그러면 안개라는 제목은 아주 적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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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안개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v*****7 | 2023.01.10 리뷰제목
이 책은 1967년작, 신성일 윤정희 주연, 김수용 감독 연출 <안개>의 시나리오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당대 문단의 아이돌 김승옥 작가의 히트작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이 시나리오는 김승옥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 포맷으로 각색하여 더 큰 화제가 되었더랬습니다. 현재 골든글로브 수상을 노리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도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했다고 하는데 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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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7년작, 신성일 윤정희 주연, 김수용 감독 연출 <안개>의 시나리오입니다. 잘 알려진 대로 당대 문단의 아이돌 김승옥 작가의 히트작 <무진기행>을 원작으로 삼았으며 이 시나리오는 김승옥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 포맷으로 각색하여 더 큰 화제가 되었더랬습니다. 현재 골든글로브 수상을 노리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도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했다고 하는데 그 작은 작년 여름에 개봉했으나 아직 보질 못해서 제 생각이란 걸 덧붙이지는 못하겠습니다.

이 책 서두에 김한민(작년에 <한산>이 개봉된) 감독, 또 고 이어령 박사가 각각 쓴 추천사가 있어서 더욱 뜻깊습니다. 같은 추천사라고는 하나 후자는 아마 이 작품 발표 당시에 쓴 듯한 평론으로부터의, 전문이 아닌 발췌문이어서 흥미롭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개성은 저 이어령의 평론대로 인물이나 주제가 아닌, 무진이라는 가상의 배경이 중심이 된 이미저리(imagery)의 완결된 향연 그 구현이겠습니다. 또 무진은 명백하게 지방 소도시인데도 소설이 풍기는 분위기는 거꾸로 대단히 모던합니다. 인물들이 그 나름 출세깨나 한 사람들인데다 품고 있는 고민들이 미묘한 성격이고, 나이 든 남성들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꽂힌 관상화처럼 여성 교사 하인숙 캐릭터가 내내 서울을 동경하며 모종의 성적 갈등까지 은근 빚는 양상이라서 더욱 그러합니다.


사실 김승옥의 이후 1970년대 작품들을 보면 아주 의외로 대담하고 충격적인 성 묘사가 빈번합니다. 이 초기 작품은 외견상 전혀 그런 요소가 없으나 따지고 보면 특산물 하나 없이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진(津)" 자 붙은 소도시 배경이 암시하는 바부터가, 더군다나 안개(霧) 가득한 포구라면, 에로티시즘의 넉넉한 그물망에 자연스럽게 포획될 만하지 않습니까.

p25를 보면 운전수의 대사 중에 "저것도 신문쟁이라고 콧대는 높아서 ㅉㅉ"라는 게 있는데 저때도 초성투가 있었나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p27 "망서리는"이 있는데 그 당시 맞춤법에 충실한 표기이겠습니다. p37의 "극적거려"는 대사가 아니라 지문 일부이므로 이걸 사투리라고 볼 수는 없고 역시 당시 맞춤법으로 봐야 맞겠습니다. p51의 "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작도 그렇고 이 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중년 남성들만 가득한 술자리에서, 학부를 음대로 나온 고급 인력 하인숙이 벨칸토 창법으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씬이겠습니다.

"너무, 너무 보잘것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분은 꽁생원이에요."

인숙은 본인도 다분히 속물이면서, 같은 속물들이 늙기까지 한 주제에 자신을 힐끔거리는 게 한심하여 저런 식으로 경멸감을 둘러 표현합니다. 주인공 윤이 봐도 그렇고 객관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이는 조 선생인데 인숙은 이번엔 다른 이유로 커트합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하나는 확실하게 행사하는 모습이지만 그리 대견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왜냐구요?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테니 저를..."(p69)

요즘 무슨 고소득 인증으로 개탄 분위기가 일고도 있지만 세상에 매춘만큼 극한 직업은 없습니다. 돈이나 알차게 모으는 이는 극소수고, 대부분은 폐인이 되거나 p75에 나오는 대로 자기 혐오(저 뒤 p154의 인숙 대사도 참조하십시오)와 외부로부터의 트라우마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합니다. 이 와중에도 마담은 여러 번 요염한 자태(p43 ,p85)를 드러내며 김승옥의 페르소나(엥?)인 윤에게 추파를 던집니다.

안경 두 개를 4,600원이나 주고 사서는(현 시세로 백오십만 정도?) 인숙은 다시 자신의 고급 출신을 환기하려는 듯 대학 어디 나왔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어, 음악대학?" "에이, 서울에 음대가 어디 한두 군데인가요?" 김승옥의 다른 작품 주인공들도 대개 그렇지만 윤은 분위기나 외모는 여성들의 관심을 크게 끄는 편인데 기술은 형편없습니다. 왔던 여자도 도망갈 판인데(다른 작품들에서 도망간 여자, 원수가 된 여자들 꽤 됩니다 ㅋ) 또 보면 이런 분위기에 취해 여자들이 역으로 더 달려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여기 윤 같은 이가 진정 허허실실 강호의 최고수입니다. 

(윤이 제약회사 전무인 점을 두고) "싱거운 사람 고치는 약은 안 만드시나?"
고치긴 왜 고칩니까. 그게 이분 영업비밀인데.

p127에 약방주인 김을 읍내에서 조우하는 장면에서 인숙이 "윤과 되를 번갈아 본다"는 문장이 있는데 이건 아무리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치선이가 돼지라는 뜻일까요?ㅋ "슬라트머신", "방가로" 등 1960년대에도 모던한 유흥을 추구했던 한국인들의 풍속이 읽혀 재미있었습니다. 

(약스포) 이상하게도 1960, 70년대 작품들을 보면 꼭 귀향해서 이런저런 사람 만난 후 여기 윤과 같은 운명을 맞는 마무리가 많은데 아마도 이 작품이 그 원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비장감 덕에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명작으로 각별히 기억되는 면도 있겠고 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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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안개 평점10점 | p*********h | 2023.01.16 리뷰제목
소설의 주요 요소를 말할 때마다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인물’이다. 왜냐하면 이야기라는 것은 보통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 생각, 행동 등이 반영되는 다양한 상황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이나 특정 사물을 주체로 해서 전개하는 소설들도 많이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비유로서, 사실 사람이 화자가 되고 청자가 되고, 3인칭 화자의 관찰 대상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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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요 요소를 말할 때마다 가장 강조되는 것이 바로 ‘인물’이다. 왜냐하면 이야기라는 것은 보통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 생각, 행동 등이 반영되는 다양한 상황을 다루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이나 특정 사물을 주체로 해서 전개하는 소설들도 많이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비유로서, 사실 사람이 화자가 되고 청자가 되고, 3인칭 화자의 관찰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의 기본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무진기행」에 대한 고 이어령 선생의 평론은 무척 흥미롭다. 그는 이 소설에 대해 ‘장소 감각의 문학’, ‘지도의 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이해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아닌 장소나 분위기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매우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라는 평가라고 이해한다면, 「무진기행」은 매우 독창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소설이 정말 장소 또는 배경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인지 아닌지 직접 읽으면서 확인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나리오는 또 다르다. 영화 각본이야말로 사람이 주가 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다소 제한적인 조건에 갇힌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안개』의 초반 내용은 등장인물의 나열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소개된 후, 각본은 한낮의 시골길을 배경으로,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주인공은 제약회사의 상무로 있는 윤기준이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을 통해 우리는 무진이라는 도시의 특별한 성격을 알 수 있다. 어느 지방이나 그 지역의 특산물이라는 게 있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내세울 것을 갖게 마련이다. 그런데 무진이라는 곳은 특이하게도 ‘안개’를 명산물로 소개한다. ‘산물’이란 사전적으로 ‘일정한 곳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물건’이나 ‘어떤 것에 의하여 생겨나는 사물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개는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 법칙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명산물’이라는 표현으로 취급되는 안개의 도시 무진은 그 자체로 주체성을 갖는, 소설의 등장인물과도 같은 지위를 갖게 된다.

 

장소나 분위기로서의 무진과 안개가 주체성을 갖는다고 보는 근거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그 현상들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갖게 만들고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구도상 여주인공으로 보이는 하인숙이라는 인물은 이 도시의 어느 학교 음악 선생으로, 서울에서 음악대학을 나온 사람이다. 전체적으로 병약한 인상과, 그 인상을 지우려는 듯한 강한 인상들이 세부적으로 묘사되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인물로 소개된다. 외부인이라는 위치와 더 크고 휘황찬란한 이미지를 주는 서울의 이미지가 무진이라는 도시와 대비를 이루며 극적인 효과를 높인다.

 

서울 사람인 하인숙의 마음에 무진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심심하다는 표현과 책임도 무책임도 없는 곳이라는 표현에서 무진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짐작하게 한다. 인숙의 인상이 그대로 스토리의 기본 분위기로 굳어지려는 찰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충격적인 장면이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비에 젖에 옷이 몸에 착 달라붙은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사건이다. 여기서 더 강렬한 느낌을 주는 문장이 등장한다.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그 여자의 시체를 두고 ‘육감적이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주요 인물인 윤기준의 상황도 매끄럽지는 않다. 제약회사 임원으로 잘나가는 건 사실이지만, 빽 좋고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하여 처가살이하는 신세는 겉으로는 별 탈 없이 부러움을 살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겠지만, 속은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지나온 인생도 순탄치 않다. 대학 때 한국전쟁을 겪고, 군대는 피했지만 폐병이 걸려 그의 인생은 어쩐지 ‘도망’의 낙인이 찍힌 듯한 인상을 준다.

 

그 도시의 터줏대감인 듯한 느낌을 주는 ‘마담’이라는 인물에게 무진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는 그녀의 결론은 무진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어떤 이에게는 부정적이고 어둡고 답답한 이미지이기만 하던 무진이, 또 다른 이에게는 마음과 발을 붙이고 살아갈 터전으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 곳으로 묘사된다.

 

 

 

 

결론부에 이르러 독자는 윤기준과 하인숙이 이야기 속에서는 각각의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결국 기준에게 인숙은 과거의 윤기준, 인숙에게 윤기준은 미래의 하인숙이라는, 결국 세월과 세속에 이리저리 치이며 마모된 한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윤기준은 하인숙에게 그런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을 담아 한 통의 짧은 편지를 남긴다. 과연 인숙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독자에게 궁금증을 남기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중반부에 등장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여자의 시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되는데, 겉으로는 번듯해 보였던 기준의 삶에 쌓이고 쌓인 삶의 부정적인 요소들이 한계까지 압축되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 것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각본을 읽으면서 소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고, 이 각본을 기초로 했다는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싶어졌다.

 

 

 

#안개, #김승옥, #스타북스, #무진기행, #헤어질결심,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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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안개 평점10점 | c******5 | 2023.01.16 리뷰제목
작가이시면서 동시에 시사만화가, 수채화가로도 활동하셨다는 김승옥 선생님의 이 각본집은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습니다.   김승옥 선생님이 직접 각본으로 만든 이 책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실 때 이미 등장인물들을 움직임이 머릿속에 떠오른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소설이 각본이 되고 그 안에 지문이나 대사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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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시면서 동시에 시사만화가, 수채화가로도 활동하셨다는

김승옥 선생님의 이 각본집은

'영화로 읽는 무진기행'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습니다.

 

김승옥 선생님이 직접 각본으로 만든 이 책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실 때 이미 등장인물들을 움직임이 머릿속에

떠오른신다는 작가님의 말씀처럼

소설이 각본이 되고

그 안에 지문이나 대사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동시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상이 되면서

그 장면을 영화관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짚차 안에서

인숙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안개속의 이정표가 보인다.

<안녕히 가십시오.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어서 오십시오. 당신은 무진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청룡영화제에서 정훈씨의 노래가 흘러나오자

마치 헤어질 결심의 서래가 된 듯

눈물을 흘리는 탕웨이와 그를 지그시 바라보는 박해일의 모습

그리고 무대에서 이를 바라보면서 울던 김혜수의 모습까지

김승옥님의 무진기행, '안개' 는

지금도 헤어질 결심을 넘어

청룡영화제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시청자에게

여전히 안개 속을 하염없이 걸어들어가게 합니다.

거기 누군가, 우리가 한 때 너무나 사랑했던

그 누군가가 있기때문이겠지요.

 

책은 마음에 안개가 가득 피어오르는 무진을 선물해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인숙이가 되었다가

영화 속 서래가 되었다가 합니다.

나도 모르게 정훈희씨의 노래를 자꾸 듣게 됩니다.

정훈희씨 혼자만의 노래도 좋지만

정훈희씨와 송창식님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 해변에서 아마도 거기가 무진이겠지요.

서래를 찾아 헤매던 박해일 씨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설픈 탕웨이의 '내가 그렇게 나쁜가요?'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이 책의 즐거움은 영화가 떠오르게 되기도 하고

소설을 내가 더 써보고 싶게도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

읽는 내내 참 예술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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