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정치 분야에 오랜 만에 아주 좋은 책이 나왔다. 프랑스는 지리정치학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나라답게 이번에도 '르몽드'에서 좋은 책을 내놓았다. 이전에 국제관계와 지리정치에 관한 책이 다소 단선적인 분석과 개론적인 내용에 불과했기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면 스스로의 식견이 아주 조금 나아진 것이기도 할 수 있겠지만, 지나치게 단순한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전후본말과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진단 및 분석하고 있다. 단순하게 지도만 크게 나열한 책이 아니라 해당 시계열을 둔 도표까지 두루 활용해 러시아가 왜 침공할 수밖에 없었는 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은 규탄받아 마땅하고, 이에 따른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해당 서적은 러측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그간 무엇이었는지, 냉전 체제가 무너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러시아가 줄곧 합류하고자 했으나 미측을 비롯한 서방이 그간 러시아를 얼마나 방만하게 대했는 지도 확실하게 꼬집고 있다. 일예로 러시아는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전에 G8의 구성원이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당연히 희망했다. 그러나 당시 안보 회의에서 많은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이와 같은 행보를 두고 오히려 '제국의 몰락'이라 표현했다. 이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물론 협력 대상이 아닌 적대시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불만을 순차적으로 드러냈다. 그 방점이 이번 침공에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우크라이나의 치명적인 외교 실수도 당연히 간과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가 수반으로 국가를 보위하고 사수하는데 있어 참지도자다운 강한 결기를 보였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전에 그가 자행했던 외교 실책은 이미 되돌릴 수 없었다. 미, 러, 유럽연합(EU)에 전한 내용이 모두 달랐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가 최소 EU 가입을 비롯해 최대 NATO에 들어갈 경우 치명적인 안보 위협에 마주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과 유럽연합도 이를 순차적으로 정리하되 우크라이나를 유연한 협력국으로 판단하는 것이 나았을 수 있다. 혹, 서방 세계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안보가 아닌 경제 통상 분야인 EU로 흡수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가 크림을 흡수했을 당시에 대해 지나치게 과소 평가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소련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푸틴은 그간 NATO의 팽창을 국가 정상이 된 이후 줄곧 목도했으며 그간 서방이 러측을 어떻게 대했는 지 직접 느꼈다. 단순하게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을 대한 것을 넘어서서 서바으이 지나친 안보 팽창으로 인해 러시아가 반작용을 확실하게 일으킨 것이다. 그간 푸틴의 러시아가 지난 1999년 체첸 공습을 시작으로 얼마나 많은 전쟁을 일으켰는 지 알 수 있다. 체첸은 국내 문제이며, 2008년에 감행한 조지아 침공은 조지아의 남오세티아가 조지아에서 독립하길 바라는 일종의 자치 지역이다. 그런 측면에서 백번 양보에서 러시아의 범대내적인 문제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2014년에 자행된 크림 병합을 시작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안이 현격하게 달랐다. 서방은 이에 대해 이번에도 재정과 무기 지원을 제외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 서적에서는 큰 지도를 통해 그간 러시아 제국을 시작으로 소련을 거쳐 현재 러시아로 자리잡기까지 다양한 과정을 다채롭게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철의 장막이 붕괴된 이후, 구 소련 국가들이 왜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들어갔는 지, 또 벨라루스가 왜 친러 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발트 3국의 NATO 가입이 어떤 문제를 시사했는 시간과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해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 프랑스에서 나온 서적들은 지도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책은 지도를 통한 공간 설명은 물론 시계열을 통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 지 첨언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해체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팽창을 통해 서방의 확장과 러시아의 경고가 어떻게 어우러져 있는 지 잘 제시하고 있다. 비단 NATO 확장은 물론 러시아 주변인 동유럽, 발트해, 카프카스, 중앙아시아까지 범러시아 지역의 국가 분쟁과 여러 무력 충돌까지도 연간 도표르 잘 제시하고 있어 이해가 아주 용이하다.
비단 군사력을 파악하는 표 외에도 동방정교의 분열과 천연가스로 갖는 러시아의 이점을 통해 이들이 그간 무역과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어떤 국가로 자리했는 지를 포괄적으로 덧붙이고 있다. 뽄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야기되고 있는 시베리아 통토가 녹고 있는 것과 북극해 확보를 통해 러시아가 팽창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일각에 산발적으로 예측된 것을 잘 집대성하고 있다. 단순 외교안보에 기반을 둔 관점 외에도 러시아를 둘러싼 여러 제반 조건을 유효적절한 도표와 많은 도식을 통해 확실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간 전쟁 발발 이후, 안보에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는 관점이 주를 이뤘으나 실질적으로 외교를 포함한 모든 요소를 고려할 때, 푸틴이라면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푸틴의 입장이 이해된다는 아주 역설적인 이해가 있긴 하나, 그 정도로 러시아와 유럽을 둘러싼 조건을 잘 제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단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 외에도 벨라루스가 외 친러가 됐는지, 몰도바와 루마니아는 NATO 회원국임에도 왜 긴장할 수밖에 없는지, 몰도바의 분리주의 지역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왜 전쟁을 반기는 지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끼어있는 중앙아시아가 왜 전략적인 지역으로 대두되고 있는 지도 알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이들에게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으며, 이미 알려진 것처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까지 미 우방들이 모두 대러 제재에 편승하지 않았다. 인도는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스라엘도 여전히 무역을 고수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러시아와 국제 유가와 생산량을 두고 협력하고 있다. 단순 국제 정세만 보더라도 마냥 러시아에 불리한 것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또한, 중국이 러측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은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년에 열린 정상회담을 보면, 중국이 중재자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미측이 활용해 중러의 결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미국은 중러를 동시에 규탄하고 있다.
책의 중후반부인 4단원에서는 러시아와 NATO의 대립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양 진영의 군사비 지출과 병력은 물론 주요 전략 자산을 통해 강대강으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NATO의 태동 과정을 간략하게 제시하면서도 확장 과정을 통해 러 인접 동유럽이 어떻게 서방 세력으로 흡수됐는 지 전달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가 이에 대해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발트 3국의 가입으로 인해 처음으로 러시아와 NATO가 국경을 마주한 것은 아니다. 창립국인 노르웨이가 있었기 때문. 그러나 노르웨이와 마주한 국경은 지리적으로 북극해 인접해 있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볼 만하다. 그러나 발트 3국의 가입으로 당장 육상으로 마주해야 하는 접경이 되어 버린 것은 물론 러시아의 외부영토인 칼리닌그라드가 전격적으로 고립되게 됐다. 당시에도 푸틴 대통령이 강하게 규탄했으나 서방은 이를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결국, 푸틴 대통령은 침공을 감행했다. 그러나 이 또한 후폭풍이 잇따랐다. 그간 영구 중립을 표방한 스웨덴과 핀란드가 손을 잡고 NATO 가입을 신청했다. 현재 터키의 반대로 핀란드만 가입이 되어 있으나 사실상 발트해가 이전부터 NATO가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고, 스웨덴의 자치국가인 고틀란드섬과 핀란드의 자치령인 올란드 제도가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주요 군사기지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이 아닌 핀란드의 가입이 최종 승인이 되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저지했으나 핀란드가 들어가면서 더 긴 국경선을 접하게 됐다. 그간 핀란드는 양 강국 사이에서 둘러 싸여 있었으며, 핀란드화(Finlandization)은 상대적 약소국의 외교 전술을 대표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푸틴의 무리한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화(Ukrainization)을 목도하게 됐다. 불똥이 다른 데로 튀면서 러시아는 NATO를 국경으로 끌어 들인 셈이 됐다. 무엇보다, 중간자로 나서줄 수 있는 북유럽 국가들을 사실상 안보 분야의 적으로 돌려세운 우를 범했다.
그 외 해당 서적의 후반부에는 러시아가 그간 영향력을 행사했던 카프카스의 터키와의 갈등까지 거론하고 있다. 카프카스에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재를 하고 있으나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흑해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러측과 터키의 부딪힘도 제안하며 양측이 외교적으로 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지가 언급되어 있다. 터키는 시리아와 접경하고 있어 간섭이 필요하나 러측은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의 뒤를 받치고 있다. 이에 대한 이해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 분명한 것은 러시아의 침공 전후는 물론 주변 지역과 전쟁 이후 발생한 이후 정황을 확실하게 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주변 지역과 그간 관여했던 곳에 대한 설명을 통해 러시아가 그간 결코 작지 않은 플레이어로 기능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미국과 서방은 지나치게 오만했으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탈리아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정상회담에서 푸틴을 설득했다고 지나치게 낙관했다고, 결과론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외교 안보는 물론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해당 서적을 들여다 보길 권한다.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으며, 단순 전쟁은 물론 외교, 안보, 종교, 문화, 천연자원까지 많은 변수를 두루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그간 영향력을 행사했던 곳을 포함해 주변 지역의 분쟁과 갈등을 두루 제시해 그간 러시아가 어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 지 설명하고 있다. 흡사 잘 만든 파워포인트 자료를 정확한 제시를 통해 알아갈 수 있다. 일독하기 아주 좋은 책이며,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해야 하는 좋은 교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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