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호모이레알리스
#안드레애치먼 #정미나 옮김
비현실적 서법은 '더 이상은 아닌'과 '아직은 아닌', '어쩌면'과 '이미', '결코'와 '언제나'사이에 낀 채 할 얘기가 없다. 플롯과 서사도 없이 욕망, 환상, 기억, 시간에 대해 늘어놓는 다루기 힘든 웅얼거림일 뿐이다. 비현실적 서법은 생각하기는 고사하고 글을 통해 제대로 옮길 수조차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 엄연히 존재한다. _57p.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파인드 미> <아웃 오브 이집트> <수수께끼 변주곡>등의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인 『호모 이레알리스』의 전체적인 느낌은 부제처럼 '시간 그리고 경험과 예술에 대한 고찰'이 딱! 정확한 것 같다. 5월부터 읽어 7월 첫날 완독했지만 천천히 읽은 만큼 마음에 쏙 드는 문장들, 궁금한 영화나 작품들도 꽤 많이 줍줍했던 책. 사실 아는 작품이나 장소보다 생소한 이야기들이 더 많아 호감이 가는 글이랄까? 책에 등장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풀어내어 이야기하는 안드레 애치먼의 이야기는 사실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처음 슬렁슬렁 읽다가, 앞으로 되돌아가 밑줄 그어가며 읽다 보면 상상력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도 한다. 특히 영화 이야기를 어찌나 생생하게 하시는지, 진심 궁금해지는 영화도 담아보았다고... 생각보다 좋았고, 언제고 펼쳐보고 싶은 책으로 킵! 나만의 시간을 조용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예술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해 주고, 우리가 삶과 감정의 단편들을 단단하게 만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양과 설계와 일관성을 부여하여 이런저런 역설을 사실로 가정할 수 있게도 해준다. 그 역설이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모순될지언정. 모순은 엄연히 존재하며, 바로 그것이 작품, 즉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다. _39p.
우리는 일어날 수도 있었으나 결코 일어나지 않은 걸 가장 잘 기억한다. _61p.
여기엔 내가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늘 돌아오고 싶어 하는 걸까? (중략) 아니면 중단된 나를 되찾기 위해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곳에 씨가 뿌려졌는데 내가 너무 빨리 떠나는 바람에 꽃을 피우지 않았으나 차마 죽을 순 없었던 뭔가가 있어서. 지금까지 이어 온 내 삶의 모든 것이 갑자기 흐릿해지며 미완으로 끝날 위기에 직면해서. 내가 내 삶을 살아온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아와서. _82~83p.
우리는 일어난 적 없는 일을 가장 잘 기억한다. _8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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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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