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습관연구소의 스물여덟 번째 책 『내안의 거인을 깨우는 일상 인문학습관』은 숭례문학당의 강사와 리더들이 들려주는 인문학습관 이야기다. 19명이나 되는 단체(?) 저자의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유 너머’가 떠올랐다. 예전에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모임의 장이 있다는 것은 더없이 행복한 일일 것이다. 다양한 세대와의 만남과 지적 교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인 신분으로 참여했다가 경력과 내공을 쌓은 후 리더가 되어 좋아하는 주제로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그들의 성장 스토리를 듣는 듯했다.
흔히 인문학이라면 ‘문사철’ 즉,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하지만 숭례문학당의 리더와 강사들이 이끄는 모임들은 인문학이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삶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다. 대부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임 이야기인데 아이들과 청소년들과의 독서 글쓰기 모임도 있다. 여기에 그림을 감상하고 그림일기를 쓰는 모임, 식단을 기록하는 습관, 식물을 관찰하는 습관 등 마지막 이야기는 자서전 쓰는 모임에서 맺은 인연으로 독서모임을 만들고 문학기행으로까지 확장하여 책 밖에서 우정을 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함께 어울리면서 삶의 애환을 공감하며 위로받고 힘을 얻는 모습을 보면서 뭉클해지기도 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유대감을 다져가는 일은 분명 삶의 활력소이며 거기서 잊고 있었던 꿈도 몽글몽글 피어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시설이 지역마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습관 이야기 중에 몇 가지는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모임 한번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설레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를 몇 개 소개하려 한다.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습관
이 글을 쓴 손녕희는 여성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를 겪으면서 고민하다가 여성 작가들이 쓴 책을 읽어보기로 하고 <아무튼, 여성 작가 읽기>라는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 『밀크맨』, 『숨그네』, 『작별하지 않는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등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고 토론하면서 자신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책 읽기란 온몸을 통과하는 것이라더니 역시 진리인가 보다. 태도가 변하니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늘어나고,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 맺기를 하는 일이 전보다 유연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단다.
‘여성작가의 책 읽기는 연대이자 세상과의 관계 맺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과 단절하지 않겠다는 저에 대한 선언입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성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가겠다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관계에 절망하고 집으로 숨어들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입니다.’(P42)
여기서 더 나아가 작가는 남성 작가 못지않게 뛰어난 여성 작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읽어주지 못한 건 아닐까.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그녀들의 얘기를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작가처럼 자신을 찾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다. 나도 붙들다 놓은 버지니아 울프가 생각났다. 다시 울프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작가가 동료 여성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여성 작가의 책을 읽듯이 반대로 남성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이해의 틀을 넓히는 것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이 밖에도 아이들과 청소년과 함께 하는 독서 습관도 좋았다. 큰아이가 초등 6학년 때 잠깐 다녔던 학원의 원장님이 ‘책따세’라는 독서 클럽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게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천일의 글쓰기 습관은 오수민 리더가 100일 글쓰기 도전을 마치고 1000일 글쓰기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나 역시 작년에 365일 야후재팬 뉴스 기사 해석 포스팅을 마친 경험이 있기에 그 뿌듯함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글쓰기는 두려움에 용감히 맞서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도 나 자신을 알고, 내 안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저에게 글쓰기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무지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 대한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 모두를 글쓰기로 이겨낸다면 그것만큼 의미있는 인문학 공부도 없습니다. 이제 100일을 넘어 천 일 글쓰기의 도전을 꿈꿔봅니다.’(P154)
또 의외다 싶을 정도로 기발한 ‘걷고 달리는 습관’ 이야기도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조혜원 리더가 운동모임을 결성하여 자신감을 찾은 이야기는 운동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한다. 역시 ‘함께’의 힘은 크다. 혼자서는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는 것을 몇 년씩 유지하고 체계화시킨다.
또 그림일기 쓰는 습관은 20~30대를 워커홀릭으로 보내고 갑자기 찾아온 류머티즘으로 고통을 당하던 육은주 리더가 통증을 잊기 위해 책을 읽다가, 도서관에서 독서 친구를 만나 ‘독서 토론 리더 양성 과정’에 참여하면서 통증이 사라지는 기적을 맛보는 이야기다. 책이 치유하는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행복 호르몬이 분출되는 것임이 틀림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두근두근 설렘을 가득 안겨 줄 것 같은 19개의 이야기가 특색있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이야기 최병일의 ‘읽고 쓰고 여행하는 습관’이 가장 부러웠다. 자서전을 쓰는 모임이 독서모임과 문학기행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렇게 읽고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사소통하며 지식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리뷰에서 보듯 인문학 습관이란 고상하게 앉아서 고전이나 철학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고 고민하는 것 모두에 인문학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모임을 결성하고 싶은 생각에 두근두근 설렐 것이다.(모임과 활동 방법은 자세히 나와 있다.) 독서와 글쓰기 등 자신의 취미와 목표를 발전시키고 더불어 성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천권읽기에 도전한 적이 있다. 책을 펴면 책날개부터 마지막 출판사 정보까지 쉼 없이 읽었다. 어려운 책을 선택하면 지체되기도 했지만 한 달에 열댓 권 정도는 독파했다. 별다른 독서기록을 남기지 않고 읽은 날짜만 표시하고 넘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년쯤은 뿌듯했다. 읽은 책의 높이만큼 아는 게 많아지고 내면도 성장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식의 책읽기가 오래갈 수는 없었다. 내용도 기억하지 못하고, 아무 느낌도 없는 독서라니.
책읽기는 독서의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을 1년의 시간을 허비하고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시작했고 벌써 2년이 되었다. 블로그 활동으로 좋은 이웃 분들도 만나고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함께 하기’다. 함께 읽고 쓰고 편하게 책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그런데 가능할까 싶은 그 소망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쓰는 독서공동체, 숭례문 학당. 2008년부터 시작된 학습 모임으로 벌써 1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학생, 주부, 회사원, 공무원, 변호사, 의사. 직업, 나이, 사는 곳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책으로 맺어져 토론하고 성장하는 곳이다.
좋은습관연구소의 28번째 습관, <일상 인문학 습관>은 숭례문학당에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19가지 인문학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 19명은 대부분 학당에 학인 신분으로 시작했다가 경험과 경력을 쌓아 새로운 모임을 이끄는 리더들이다.
‘『코스모스』를 읽는 습관’, ‘여성작가의 책을 읽는 습관’, ‘심리학책을 읽는 습관’, ‘고전 문학 읽는 습관’, ‘그림일기 쓰는 습관’, ‘걷고 달리는 습관’, ‘식단을 기록하는 습관’... 흔히 생각하는 인문학책 읽는 습관부터 이런 것도 인문학이었나 싶은 부분까지, 저자들이 들려주는 19가지 인문학 이야기는 흔히 생각하는 좁은 인문학의 범주를 일상의 모든 곳으로 확장시킨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평소 관심이 있던 주제의 글이다.
1천 권을 읽는 습관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일 당장 혹은 내년 당장 내 인생이 경로를 이탈해서 새로운 길을 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렇게 극적인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책을 열심히 읽었지만, 무슨 인생의 대단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성장하는 느낌 같은 것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다 보면 얻게 되는 원숙함과는 분명 다른 어떤 것입니다.
(p.108)
‘1천 권을 읽는 습관’을 쓴 김승호 님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북클럽을 운영하며 5년 동안 매년 15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문학, 자기 계발, 인문교양 등의 다양한 분야를 평일 두 시간, 주말에는 다섯 시간 씩 읽는다는 저자. 그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내일 당장 혹은 내년 당장 내 인생이 경로를 이탈해서 새로운 길을 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맞다. 책 한권만 읽으면 새로운 인생이 기다릴 것처럼 말하는 홍보 글이 쏟아지지만 꾸준히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독서는 하루아침에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는 마법이나 도박이 아니다. 하지만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성취감을 느끼며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생을 살고 싶다면 가장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사하는 습관
필사하게 되면 문장 그리고 문장의 앞과 뒤, 나아가 단락 전체를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글의 구조를 익히게 됩니다. 제목을 어떻게 달았는지, 도입부는 어떻게 시작하고, 인용은 어떻게 했는지, 주제를 어떻게 표현하고, 글의 마무리를 어떻게 했는지 등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좋은 문장이란 어떤 것인지, 말버릇 같은 군더더기가 문장 속에 섞이면 왜 안 되는지 등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글 쓰는 사람 관점에서의 글쓰기가 아니라 읽는 사람 관점에서의 글쓰기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초적인 교정 교열 지식도 얻을 수 있습니다.
(p.164~165)
최근 필사를 시작해서인지 윤석윤 님의 ‘필사하는 습관’이 눈에 들어왔다.
책도 읽을 수 없고 글도 써지지 않는 날,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필사. 발췌문을 고르면서 집중하고, 옮겨 쓰면서 생각하고, 덕분에 좋은 문장 쓰는 법도 익히고. 이것만으로도 필사의 이유는 충분하다고 여기지만 글쓴이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점 외에도 더 많은 효과를 알려준다. 50대 중반에 서평 필사로 시작해서 유시민 작가의 책과 시를 필사하며 6권의 공저와 1권의 단독 저서까지 출간했다는 저자. 필사는 일부일 뿐 간절함의 크기가 남달랐기에 이룬 성과겠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필사 습관만은 본받을만하다.
이외에도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걷고 달리는 습관’, 다이어트로 시작된 ‘식단을 기록하는 습관’, 관계를 확장하는‘식물 관찰 습관’ 등, 책에는 19인의 저자만큼 다양한 종류의 생활 속 인문학 이야기가 있다. 인문대학의 커리큘럼으로만 알고 있던 인문학. 책속에 납작하게 박제되어 있던 인문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평범한 독자에서 독서토론 선생님으로 특별하게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일상 인문학 습관>.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는 분이나 혼자만의 독서로 책태기에 빠진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일상 인문학 습관
실제상황이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숭례문학당에서 일어났던 실제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그들은 숭례문학당에서 무슨 일을 했는가, 그래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그런 일, 나도 해보고 싶은 일들이라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겨가며 읽었다
그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
여기 19명이 각자 자기들이 한 일을 적어 놓고 있다.
가장 주된 일은 책을 읽은 것이다,
인문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중,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책을 읽는 것이다.
알맞은 책을 골라 읽고, 그 책에서 얻는 바 통찰을 삶의 영역으로 옮겨 행동하는 것이 인문학의 요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인문학은 독서로 시작된다.
이 책의 필진 19명은 인문학을 그렇게 시작한다.
필진으로 참여한 숭례문학당 리더 19인은 인문학을 책으로 시작한 이야기를 전해주면서,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저 모여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어떤 공부를 했고, 이후 어떤 것들을 얻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적어 놓고 있다.
여기 그들이 행한 활동 목록이다. 특히 책과 관련, 독서 관련만 추려보았다.
『코스모스』를 읽는 습관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습관
심리학책을 읽는 습관
30일 매일 읽기 습관
고전 문학 읽는 습관 -
철학 책을 읽는 습관
1천 권을 읽는 습관
그 내역을 살펴보면,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개별적으로도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르는데 참고할만한 것들이 눈에 보인다.
그저 책을 아무것이나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주제별로 읽어간다거나 방법을 따로 정해서 읽어보는 것도 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번 달에 여성작가들의 책을 위주로 읽고, 다음번에는 심리학책, 철학책......이런 식으로 주제를 정해놓고 읽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방법은 시간나면 읽고 시간이 나지 않으면 며칠이고 책을 멀리하는 생활이 아니라, 그들이 한 것처럼 날짜를 정해놓고 읽는다거나 권수를 정해놓고 읽어가는 것도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 자기를 독려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
그들이 그렇게 활동한 후에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책을 읽고난 후 변화된 모습을 목차를 통해 간단간단하게 요약해 놓았는데, 이건 그들의 활동을 한줄로 평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몇 가지만 옮겨본다.
3. 심리학책을 읽는 습관 - 매일 만나는 자기 돌봄의 시간
4. 30일 매일 읽기 습관 - 내면의 거울을 닦는 시간
7. 철학 책을 읽는 습관 - 내 안의 고정 관념을 깨다
11. 짧은 생활문 쓰는 습관 - 나를 설명하는 언어를 갖는다
12. 천일의 글쓰기 습관 - 내 안의 두려움을 이해하다
11번의 ‘나를 설명하는 언어를 갖는다’ 는 말이 평범하게 보일지 모르나, 이건 대단한 일이다.
그 일을 주관한 필자, 이인경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일(?)을 시작한다.
인터넷을 켜고 그가 운영하는 <청소년 글쓰기>와 <한 문단 글쓰기> 카페로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모인 참여자들은 일상을 돌아보는 글이나, 자기 입장을 서술하는 글, 주어진 텍스트에 단상을 올리는 일을 한다. (138쪽)
그렇게 생활과 밀접한 글을 써서 올리면서 점점 습관이 되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때 타인과의 소통 능력은 더없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남에게 내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143쪽)
타인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글쓰기가 아닐까.
다시, 이 책은? - 나에게 가능한 일은 어떤 일이 있을까
숭례문 학당이 옆에 있다면, 당장 달려가 같이 해보고 싶다.
그들처럼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은 것이다.
해서 그중의 몇 개, 따라하기로 했다.
우선은 필진들이 적어놓은 각 항목의 <참고 도서 목록>을 추려보면서 책을 골라 읽기로 했고,
짧은 생활문 쓰기, 그림을 감상하는 습관, 그리고 주제별로 책을 골라 읽어갈 것.
그리고 서가 저쪽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는 『코스모스』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읽어보는 것!
*이 글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이란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영역을 뜻하다.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비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광범위한 학문영역이 인문학에 포함되는데, 미국 국회법에 의해서 규정된 것을 따르면 언어(language)·언어학(linguistics)·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그 기준을 설정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역사와 예술이 인문학에 포함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있기도 하다. 이 용어는 고대 로마의 키케로(Cicero)가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원칙으로 삼은 라틴어 「휴마니타스」(humanitas:humanity 또는 humaneness)에서 발생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 후에 겔리우스(A. Gellius)가 이 용어를 일반 교양교육(general and liberal education)의 의미와 동일시하여 사용하였다.
인문학을 중시하는 경향은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근세에 이르는 동안 고전교육(classical education)의 핵심이 되었고 특히 18세기의 프랑스, 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의 교양교육의 기본이념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독자는 단순하게 문사철(文史哲)로만 알고 있던 것에 비해 그 해당 영역이 훨씬 광범위하다는 점을 이 책 『일상 인문학 습관』을 통해 알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중국을 통해 학문이 들어온 게 많아 흔히 동양사상이라고 부르는 중국의 학문 분류에 의해 계승돼 오다가 해방 이후 미국을 통해 확대된 서양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독자는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이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인문학 중심의 연구가 훨씬 활발해 이로 인한 문화적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과 친해지는 19가지 방법을 담았다. 인문학 학습 공동체를 지향하는 〈숭례문학당〉의 리더 19인이 모여, 자신의 인문학 공부법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공부법이 아주 대단한 어떤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 인문학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은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인문학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 방법은 이들 저자와 함께할 수 없어도 스스로 인문학을 터득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1960년대 이후 산업화를 시작함으로써 잘사는 것에 매진함으로써 인문학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조금은 약한 편이다. 실제로 세상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불과 30여년 만에 산업화를 뛰어넘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며 경이로운 성장을 했다. 그래서 이젠 인문학의 시대가 열리게 된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크게 미흡할 터, 뜻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인문학 공부에 열정적으로 다가서고 있는 형국이다. 불과 5년 여 전에는 '인문학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TV 등 매체나 출판 책이 뒷받침 해왔다.
이 책을 펴낸 저자들이 속한 '좋은습관연구소'가 제안하는 기획 시리즈 28번째 습관은 일상 인문학 습관이다. 이에 따르면 여러 사람과 함께 책을 읽는 행위는 인문학 공부를 하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이고 사람마다도 다르겠지만, 책을 읽고 토론하고 나아가 글을 쓰는 것이 인문학 공부가 아님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에 자신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좀 더 좋은 사회로 바꾸려고 노력을 다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의 인문학이다.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이 책을 읽는다면 몰라보게 인문학에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누구나 일상에서 인문학 공부를 습관처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방법은 독서를 기초로 해서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가고, 달리기를 하는 등 무척 다양하다. 대학의 상아탑에 있는 학자들만 인문학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닐 터,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이 인문학 공부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이 책에 대한 이해도뿐만 아니라 인문학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필진으로 참여한 〈숭례문학당〉 리더 19인은 인문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부터 어떤 공부를 했고, 이후 어떤 것들을 얻게 되었는지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문학 입문자들을 위한 참고 도서 목록도 함께 수록했습니다. 각 저자가 10권의 '도움되는 책' 10권의 목록도 추가해 모두 인문학 서적 190권의 제목도 알게 된다는 점은 작은 기쁨이지만 인문학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즐거움을 주리라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19인의 저자가 각 분야에서의 인문학 공부법을 제시하는 한편 책 '서문'은 〈숭례문학당〉 대표 배윤 말글연구소장이 썼다. 배윤(필명) 소장은 뒤늦게 참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공동체의 창업 주주 세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 그는 "말과 글로 삶과 세상을 제대로 읽고 쓰고 상상하자"며 발족했지만 4년 정도 일하다가 중도 하차했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시쳇말로 돈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큰 벌이는 고사하고 적은 벌이조차 안 될 때다. 생계도 잇지 못할 정도가 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자신도 가장으로서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해 당시 근무하던 국내 굴지의 대그룹 〈대우〉가 어려워져 언제 퇴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인문학 공부를 별도로 모여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다. 일종의 '양다리 걸치기'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우〉가 무너지고 〈현대〉로 옮기면서 '투 잡'이 허용되지 않았기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자세히 '서문'에 써놓고 있다.
우리의 인문학 토대가 약한 이유이다. 산업화에 밀려 뒷전이었던 인문학이 이젠 산업화의 열매를 즐기려던 힘에 밀려 다시 설 자리가 비좁아진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을 비롯한 〈숭례문학당〉 리더들은 인문학의 힘과 즐거움을 알기에 어떤 고난도 극복할 마음가짐이 된 사람들이란 것을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이들은 각자에게 닥친 현실의 여러 문제를 책과 글쓰기 혹은 자신만의 인문학 소양으로 풀고자 하는 분들이란 점을 배윤 소장은 강조한다. 자신은 외도했지만 저자들은 꾸준한 노력과 공부로 각자의 방식대로 행복한 인문학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걷고 달리고, 몸에 맞는 음식을 고르고 정성 들여 꽃을 가꾸고, 매일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고, 좋은 글을 만나면 발췌를 하거나 필사를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고 글을 쓴다. 이런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자신을 성장시키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결과물이 이번에 펴낸 『일상 인문학 습관』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19명의 저자가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실천하고 있는 인문학 습관 들이기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성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사례로 「내 인생에 무늬를 새긴다」는 저자 장정윤의 '『코스모스』를 읽는 습관'이다. 저자 장정윤은 경영학 박사 수료 후 전략컨설팅을 하다 책에 매료됐다. 책에서 삶을 배우고, 토론으로 소통하고, 글을 쓰며 정신을 다듬어 간다고 말한다. 영혼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인생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읽기를 전파하고 있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국공립 도서관, 각급 학교, 교사 연수, 지자체, 기업체 등에서 독서 토론 및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책만 읽는다고 해서 인문학 공부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스스로 정리한다."고 말한다.
「매일 만나는 자기 돌봄의 시간」의 글을 게재한 신동주의 '심리학 책을 읽는 습관'도 인상적이다. "심리학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너무 자주 예단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에게는 평가와 단정 짓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마주하고 수용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보이는 대로만 관찰해도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도 있다. 심리학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면서 이런 태도를 더 많이 연습하고 또 배워나가고 있다. 모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 역시도 내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눌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을 고민했다. 진행자인 내 얘기를 어디까지 꺼내 놓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과연 옳은 것인지. 원래 리더들은 참가자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 심리 상담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말은 독자가 심리학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기 전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대하면 책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내기 어렵다. 완전히 백지 상태라고 생각하고 일단 내용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한 다음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과 다른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짚어봐야 한다. 마치 문제를 풀기 전 답을 알고 답에 맞게 읽어나간다면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은 굳이 많은 경험이 필요치 않을 터, 자신이 앞서 생각한 것을 지워야 한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그래야 독서의 맛을 느끼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점을 집중해 다시 비교해보는 일은 그 다음 일이니까.
저자는 그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책을 읽는 시간은 '나를 읽는 시간'이다. 나를 만나고 이해하는 방법이 꼭 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책이어야 한다는 법도 없다. 다양한 관계와 일로, 여가와 취미 혹은 신앙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 문학과 그림책, 과학과 철학 등 다른 책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심리학책을 통해게 되면 나를 읽는다는 목적이 조금 더 명료해진다."
이 책에는 모두 19명의 저자가 분야별로 인문학 공부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사유,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을 될수록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누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고 하는 책이 아니라 어디에 가서 어떻게 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과 지침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것보다는 방향에 대한 설정을 미리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명확한 설정을 하고 경험자들이 먼저 제시한 책에 다가가는 방법이 좋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인문학 공부를 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에서 권유하는 분들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① 인문학 공부가 어렵게 느껴져,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막막한 분
② 책 읽는 것 외에도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인문학 공부법을 알고 싶은 분
③ 중년 이후 왠지 모르게 허무해진 인생의 의미를 인문학 공부로 메우고자 하는 분
④ 평소 꾸준한 독서를 해왔지만, 좀 더 체계적인 학습을 하고자 하는 분
⑤ 다른 분들은 인문학 공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은 분
저자 : 숭례문학당 리더 19인
숭례문학당(shdang.kr, 인문학 학습 공동체)에는 매달 100여 개에 가까운 학습 모임이 운영되며 각 학습 모임마다 학습을 설계하고 이끌어 가는 리더가 존재한다. 각 리더는 하는 일도, 좋아하는 분야도, 성별도, 나이도 모두 다르지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을 즐기는 분들이다. 생의 풀리지 않는 문제 때문에 또는 현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서 도피처처럼 이곳을 찾았다 위안과 위로를 받고 내면의 성장을 경험하면서 몇 년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은 학인 신분으로 참여했다 경험과 경력을 쌓은 다음 리더가 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서 새롭게 모임을 만들고 이끌어 간다. 이 책을 쓴 리더 19인도 평균 5년 이상의 활동 경력을 가진 분들로 문학/철학/역사/영화/미술 등의 다양한 주제를 독서/토론/글쓰기/필사/여행 등과 연계시켜 성인은 물론이고 아동과 청소년까지 두루 포괄하는 일상 속 인문학 공부를 다른 회원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함께 읽기"와 사진과 문장 발췌, 짧은 글쓰기 등으로 매일의 공부를 인증하는 방식은 지금의 온라인 단톡방 학습 문화를 만드는 원조 역할을 했다. 많은 언론사들이 이를 주목하고 학당의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다큐의 주인공으로 섭외하는 등 학당의 공부법을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현재 리더 대다수는 학당 모임 외에도 개별적으로 다양한 기관과 공간에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 리더 19인 : 장정윤, 손녕희, 신동주, 김선화, 전은경, 김예원, 윤영선, 김승호, 박은미, 이혜령, 이인경, 오수민, 윤석윤, 김현수, 육은주, 조혜원, 권미경, 최선화, 최병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