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가해자의 인권을 이야기 했을까? 사건과 사고가 많은 요즈음. 우리는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지만,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인권은 누구를 위한 인권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피해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제대로 벌을 주고 판결하고 있는 것일까? 가끔, 가해자의 판결을 볼 때 이게 말이 돼? 하는 사건도 있다. 그 억울함과 아픔을 제대로 달래주지 않는다면 더 무서운 일이 생기게 될까? 누군가는 말한다. 제대로 된 복수는 잘 살아내는 거라고 하지만. 그건 이론적인 말일 뿐.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사람은 벌 받아야 하고 그걸 내가 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어떤 벌을 내리게 될까
삶에 이렇다 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다온. 어느 날 그녀에게 수상한 책이 배달한다. 이 책은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 책은 타인을 불행하게 만들고 직접 처벌할 수 있다. 일명 붉은 책은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범행을 본 뒤, 가해자의 몸에 손을 대고 처벌을 말하면 이루어지는 것.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의 방화로 어머니가 죽자, 다온은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가해자들을 처벌한다. 그렇게 사건을 해결하면서 선과 악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심지어 다온과는 상반되게 선행한 자에게 축복을 주는 ‘푸른 책’이 등장하게 되는데..
나에게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나 역시 다온처럼, 처음에는 가해자를 벌주기 위해 혈안이 될지도 모른다. 가해자는 다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지만 과연 자신이 누군가를 벌할 수 있는 사람일까?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세상에는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이면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짓을 한 인간들이 존재한다. 그로 인해 피해자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다. 내 가족은 그로 인해 이 세상에 없는데 가해자는 살아간다는 것. 더군다나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억울할까? 그렇다 해서 우리가 그들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을까? 불행해지는 책을 이용해서?
이런 문제, 선과 악, 상과 벌. 이건 누가 어떻게 내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면 불행한 사람일까? 나는 불행하지 않다. 소소하지만 매일 웃을 수 있고, 아이들과 가족들이 있어서 행복하다. 어떤 날은 짜증 나고 화가 나는 날이 있지만, 그 또한 지나간다는 걸 알기에 그냥 이렇게 산다.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고, 차별도 당했지만, 그래도 가족을 잃은 일은 없었다. 어떤 사건의 중심에 서 있지도 않았고.
다행히 다온은 친구 연수와 함께 성장한다. 자신의 아팠던 일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 일로 연수도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누군가를 불행하게 하지만, 또 다른 인물, 푸른 책을 가진, 해준을 통해 선한 의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자라야 하는 것 같다. 10대도 20대도 30대나 다른 세대도 사는 건 다 힘들다. 힘들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버티느냐에 따라 내일의 우리 모습이 달라지는 건 아닐까
"불행한 당신을 위한 이야기"
김다윤의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를 읽고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사람은 벌받아야 하잖아."
- 2022 STORYUM×NOVEL 스토리움 소설 공모전 당선작-
"당신은 불행한가요 아니면 행복한가요? 만약 당신이 피해를 당해 불행하다면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나요?" 라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우리는 우리가 당한 피해에 대해 보상을 받고 그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를 불행하게 한 사람은 벌받아야 하잖아" 라는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에 등장하는 다온이의 말처럼 말이다. 가해자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과연 처벌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마치"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내가 피해를 당했으니 너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을 통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평범한 대학생 다온이에게 도착한 붉은 색깔의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 라는 제목의 책, 과연 이 책은 무슨 책일까. 처음에 다온은 이 책이 다른 여느 책들과 비슷한 평범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곧 그 책을 이용하면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던 현장으로 가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을 사용하는 방법은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바닥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들이 받을 벌을 정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당신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보상이 주어질 것입니다.
-p.7
이 책은 마치 심판관처럼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을 올리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현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 현장으로 이동한 다온은 파란 빛이 나는 피해자와 붉은 빛이 나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거기서 가해자는 피해자를 때리거나 괴롭히고 있다. 택배 기사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20대 여성의 살인 현장을 목격하게 된 다온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통해 마침내 살인자를 검거하고 그 죄에 합당한 벌을 내리게 된다. 이렇게 이 붉은 책을 통해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그 가해자 속에는 그녀 자신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8년 전 그 때로 돌아간다. 8년 전 그 때,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빠가 저지른 방화에 의해 다온의 엄마가 죽게 된다. 다온은 자신의 엄마가 죽은 것이 폭력적인 아빠를 신고하지 못하게 말린 연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 이후로 연우는 다온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다온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게 된다. 당연히 자신은 피해자이고 연우가 가해자인 줄 알았던 연우는 이 붉은 책을 통해 자신이 연우에게 가해자임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사실은 자신이 연우가혹하게 괴롭히고 있고 힘들게 하고 있음을 말이다. 여전히 죄책감과 우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연우는 다온이의 붉은 책을 통해 조금씩 서로가 피해자였음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들을 구속해왔던 죄책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 그들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면서 8년 전 멈추었던 시간은 다시 흐르게 된다.
붉은 책이 불행하게 만든 자들을 처벌하는 책이라면 푸른 책은 행복할 자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책인 것이다. 붉은 책의 세 번째 피해자인 해준은 불행한 자를 처벌하는 다온과는 달리 행복해야 할 사람들에게 축복을 준다. <행복한 이들을 위하여>란 책 제목또한 붉은 책의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과 대조적이다.
마치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는 처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에겐 축복을 내리는 것이다. 다온과 해준은 각자 자신들이 가진 붉은 책과 푸른 책을 통해 그들 주변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생의 모든 일들도 이렇게 선과 악의 판단이 명확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이 세상에 잘못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처벌을 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정작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그 잘못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없던 일로 넘어가거나 어영부영 흘러가버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면 다온과 해준처럼 착한 일을 하면 축복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처벌을 하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 속에서 그런 정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나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잘못에 대한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다온과 연우의 관계를 통해 보게 된다. 가장 최고의 처벌은 상대방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을 통해 내 주변 사람들을 돌이보게 되었고, 혹시 내가 다온이 연우에게 가해자였던 것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을까. 우리 또한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주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주인공 다온은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를 원하는데로 처벌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 라는 책에 손을 얹으면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이동하여 가해자에게 저주를 걸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다온은 살인을 한 남자, 학우들을 성희롱한 대학생, 인명사고를 낸 음주운전자 등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처벌한다. 이렇게 죄질이 나쁜, 명확한 이들만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온은 자신이 어렸을 적, 학교폭력을 당하던 순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상황인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성희롱, 가정폭력, 음주운전 등의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법원의 심판을 받지만, 대부분 대중들이 만족할만한 형벌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 초범이라서, 반성을 해서, 주변사람들이 탄원서를 써줘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이들은 감형을 받고 금방 풀려난다. 이러한 뉴스들을 볼때면 참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가해자들을 주인공이 처절하게 응징하고, 또 피해자가 당한 고통만큼 되돌려주니까 사이다를 먹은 듯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조건 가해자라고 해서 다 응징해야 할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또는 오해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애매해지는 순간은 어떻게 해야할까?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을 보여주며 진정한 용서와 화해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들, 그리고 여러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소설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는 에세이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책이다. 유독 시선이 가는 책이기도 했고, 저자는 불행한 당신을 위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건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펼쳐든 책은 소설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인 다온의 현관문 밖에는 생소한 책 한권이 놓여있다. 낯설디낯선 책은 쨍하는 붉은색에 별다른 무늬 없이 금색으로 <불행한 이들을 위하여>라는 제목만 적혀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붉은색 책은 숫자가 적힌 페이지에 손바닥을 올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이들이 받을 벌을 정해주면 된다고 한다. 벌을 정해주는 이의 헌신에 대해 마땅한 보상도 주어질 것이라고 한다. 다온은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책이 하라는 대로 해본 후엔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를 벌할 수 있는 영화같은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진다. 그 때부터 다온은 멀든 가깝든 자신과 얽혀있는 이들의 불행을 보게 되고, 또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에게 벌을 내리게 된다. 책은 들여다볼수록 다온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고, 자신이 피해라고만 생각했던 일에서 오히려 가해자였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 다온은 책을 통해 자신에게 어떤 벌을 내리게 될까?
책을 읽고나니 나 말고 타인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힘든 감정에 지쳐서 다른 이들의 감정을 살피지 못한 때가 있었다. 그렇게 생겨버린 오해로 잃게 된 사람도 있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힘듦 속에서 서로를 챙길 힘이 없었던 건 아니었나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함께 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을까. 소설은 쉽게 읽히고,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