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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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

리뷰 총점 9.7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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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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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더비 경매장에서 새 주인을 만난 소장책들 평점10점 | y*****2 | 2023.07.05 리뷰제목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좋아합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을 읽게 된 이유입니다. 소더비(Sotheby’s)는 크리스티(Christie’s)와 함께 세계적인 경매회사입니다. 경매는 물건을 매매하는 방식의 하나로 판매하는 쪽이 물품의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희망자(입찰자) 들이 구입을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내면 그 가운데 최고가를 적은 입찰자에게 판
리뷰제목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좋아합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을 읽게 된 이유입니다. 소더비(Sotheby’s)는 크리스티(Christie’s)와 함께 세계적인 경매회사입니다. 경매는 물건을 매매하는 방식의 하나로 판매하는 쪽이 물품의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희망자(입찰자) 들이 구입을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내면 그 가운데 최고가를 적은 입찰자에게 판매(낙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 아니라 소더비가 경매를 맡아 진행했던 책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이야기 거리를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주인을 찾아준 책들정로라고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는 편이 좋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하나 더 짚어보면 이 책에서 다룬 11건의 경매 가운데 책이라고 볼만한 건은 나폴레옹 황제의 소장도서, 단테의 신곡>,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 했던 여인의 잔 드 나바르 기도서>, 조세프 글로버가 편찬한 시편>, 구텐베르크가 처음 인쇄한 성경>, 6 건 정도이며, 나머지들응 채이라고 보기보다는 문서형식으로 남아있다고 힙니다.

 

소도비나 크리스트 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경매회사들은 주로 예술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더비의 경우는 런던에서 고서적과 골동품을 다루는 작은 책방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744년에 경매 사업을 시작했고, 1913년 그림을 경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소더비는 그림을 비롯한 예술품을, 클스티는 보석류의 경매에 강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경매를 담당했던 유명한 책과 문서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편집을 했습니다. 1부 희소성이라는 이름, 2부 산에게 바치다, 3부 세상을 바꾸다 등으로 구분하여 모두 11건의 책과 문서들을 제대로 분리하여 우리말로 옮기고 연관된 다양한 사실들을 영화, 대담 등을 인용하면서 이해가 엇갈리지 않게 단도리를 해두었습니다.

 

11건의 물품들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단테의 신곡이었습니다. “언제나 잔혹한 죽음이여, 연민의 으뜸가는 적이여, 슬픔을 낳은 어머니여, 항소할 수 없는 무자비한 심판관이여!”라는 단테의 시귀가 눈길을 끌었던 것보다. 보티첼리가 삽화를 그렸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11꼭지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관련된 사항들에 대하여 다양한 사진자료를 인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본문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매는 보통사람들하고는 거리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누구나 쉽게 참가하여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소더비는 경매장이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갤러리라는 것입니다. 여느 갤러리나 박물관처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직접 찾아가본 소더비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해놓았습니다. “유명 미술품을 경매하는, 상류층과 부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소더비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소더비 안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경매가 열리는 곳을 참관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상류층이 인류의 보물을 두고 비밀 경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가치 척도에 따라 물건들을 거래하는 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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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300년 소더비 역사에서 찾아낸 11편의 흥미로운 경매 이야기 평점10점 | c*****0 | 2023.07.31 리뷰제목
'소더비' 하면 '경매 회사'라고 자동 연상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별로 독자의 기억에 없다. 경매에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는 데다, 경매 현장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다. 그런데도 소더비가 독자의 기억 속에 이름이 남아 있는 이유는 아마 뉴스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리라. 특히 유명 화가의 그림 〈OOO〉이 사상 최고 경매가를 경신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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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하면 '경매 회사'라고 자동 연상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별로 독자의 기억에 없다. 경매에 한 번도 참여해 본 적이 없고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모르는 데다, 경매 현장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다. 그런데도 소더비가 독자의 기억 속에 이름이 남아 있는 이유는 아마 뉴스에 자주 나오기 때문이리라. 특히 유명 화가의 그림 〈OOO〉이 사상 최고 경매가를 경신했을 때는 꽤 비중 있는 뉴스로 전 세계로 타전되는 탓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리라. 한마디로 뉴스나 독자나 '최고 경매가'에 관심이 더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사실 크게 놀랐다. 그림 한 점에 몇 백억 원이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몇 백억 원'이라는 것도 지금은 큰 뉴스거리도 안 된다. 수천 억 원을 기록하는 시대이니... 돈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인류가 만들어낸 것 중 가장 가치 있는 것에 아는 대로 말해 보라고 요구받는다면 선뜻 예술 작품을 꼽는 경우는 독자도 자주 접해봤다. 그러나 화폐 가치로 계산하니 영 실감이 안 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세계의 걸작이라고 하더라도 그림 한 점을 수천억 원을 주고 샀다면 과연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런 것을 집에 걸어놓고 감상한다면 하루가 달라질까? 아니면 안 좋은 기분을 좋은 기분으로 바꾸어 줄까? 별별 생각이 들지만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구만" 하고 일축하고 만다.

재산 가치로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수천억 원씩 투자해 갖고 있을 가치가 있을까? 아, 돈이 필요할 때 되팔면 되겠구나... 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돈 버는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될 경우 과연 그림의 가치를 화페로 누가 환산하는 것일까? 경매의 의미도 제대로 모른 독자에게 이 책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 회사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그동안 소더비가 경매에 올려 팔렸던 고가의 상품 목록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문서가 남아 있는 것을 단순히 가치로만 평가가 가능할까 하는 새로운 숙제를 독자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김유석은 세계 최고의 경매 회사로 손꼽히는 소더비(Sotheby’s)에서 거래된 책과 고문서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한다. 소더비는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경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소더비는 미술품, 크리스티는 보석류가 유명하다. 특히 소더비는 경매 역사에 남을 마케팅을 통해 최고의 미술품 경매 회사로 거듭났다. 지금 우리가 고가의 미술품 경매에 대해 떠올리는 이미지는 모두 소더비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은 명사들이 이브닝 파티를 즐기며 경매에 참여하는 모습들 말이다. 하지만 소더비의 근본이자 진가는 책과 고문서 경매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1744년에 설립된 소더비는 원래 책 경매에서 시작한 회사다. 그래서 책과 고문서에 관한 이름난 경매들은 대부분 소더비의 몫이었다. 서구에서 고서적이나 문서 경매의 대명사는 소더비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소더비의 역사를 장식한 책과 고문서 경매들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책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의 역사와 지금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해, 크게 세 파트로 소더비의 역사를 장식한 경매들을 소개한다. 모두 3개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부 〈희소성이라는 보물〉, 2부 〈신에게 바치다〉, 3부 〈세상을 바꾸다〉 등이다. 1부는 희소성이 만들어지는 서사에 관한 내용이다. 1장(章) 「황제 나폴레옹의 마지막 흔적이 담긴 책을 찾아서」에서는 황제 나폴레옹의 메모를 찾아 경매에 뛰어든 영국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2장 「‘문화 전쟁’을 야기한, 단테가 쓰고 보티첼리가 그린 『신곡』」 이야기다. 보티첼리가 『신곡』에 그린 그림을 두고 영국과 독일이 벌인 자존심 싸움을 소개한다. 3장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책에 따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유일무이한 원본에 숨겨진 비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당연히 원작에 대한 이야기다. 바로 루이스 캐럴이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를 그려 만든 『땅속 나라의 앨리스』다. 하나하나 손수 써 내려간 글과 서툴지만 꼼꼼하게 채색까지 되어 있는 삽화들. 이 책의 맨 앞 장에는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채색한 서체로 이렇게 쓰여 있다.

"어느 여름날을 추억하며, 사랑하는 아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A Christmas Gift to a Dear Child in Memory of a Summer Day).) 이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이 나오기 약 1년 전, 루이스 캐럴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 한 소녀에게 선물한 책이었다. 그리고 소더비에 등장한 이는 바로 캐럴에게 직접 선물받은 소녀였던 앨리스 플레전스 리들(1852~1934) 자신이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경매장에는 전쟁터 같은 긴장감이 흘렀을 것이다. 낙찰 금액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로젠바흐 박사라는 한 미국인 수집가에게 1만5,400파운드, 한화로는 약 18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금액이다.

 


 

희소성을 다룬 이 파트에서는 단테의 『신곡』 이야기가 적지 않은 비중으로 다루어진다. 단테가 쓰고 보티첼리가 그린 삽화가 들어간 책이라면 기존 다른 경매품에 비해 굉장한 가치를 가질 만하다는 생각이 경매 문외한인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이전 문제도 확인되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보티첼리와 단테가 친했다는 사실이다.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피렌체를 중심으로 활동한 단테와 보티첼리가 친분 관계가 있었을 것은 추정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더비 전시회에 참석한 한 학생이 전시회 해설사에게 물어 듣게 된 답변을 저자가 옆에서 함께 들었다는 것. 그 해설사는 "사실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고 전제하고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지만 보티첼리는 단테의 사랑 이야기에 공감했고, 마치 자신의 이루지 못한 이야기와 동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신곡』에 삽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신곡』에서의 단테의 사랑 이야기가 보티첼리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단테는 다른 여타 귀족 가문들이 그렇듯 관습에 따라 13세의 어린 나이에 당시 피렌체의 유력 가문의 딸과 약혼했고, 9년 후인 1286년에 그녀와 혼인했다. 그러나 단테는 아홉 살에 아버지를 따라 방문한 은행가의 집에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를 만난 것이다. 첫눈에 반했던가, 그녀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보티첼리 역시 비슷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보티첼리는 자신의 영원한 마돈나였던 시모네타 베스푸치(1453~1476)가 있었다. 제노아의 카타네오라는 유력 가문에서 태어난 세모네타는 베스푸치 가문의 마르코와 결혼하기 위해 피렌체로 왔고, 그때 보티첼리의 눈에 띄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고, 결국은 그리워하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2살 되던 해에 폐결핵으로 죽고 만다. 사랑의 서사는 단테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이런 일로 단테의 『신곡』에 삽화를 그려넣은 이유가 됐다니 그들의 예술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사회적 관습이나 문화와 사랑 가운데 고통을 당했을 것이란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을 듯하다.

 


 

두 번째 파트 4장 「프랑스 왕국의 첫 여왕이 될 뻔한 여인의 책,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에서는 유럽에서 기독교 문화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책과 문서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희대의 간통 사건에서 시작된 막장 드라마가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했던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 주는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5장 「신의 소명으로 완성한 미국 최초의 인쇄물, 『베이 시편집』」은 신의 소명을 받아 미국으로 인쇄기를 들고 건너가 최초의 책을 찍어 낸 일화를 다룬다. 6장 「‘마지막 연금술사’ 아이작 뉴턴의 노트」는 과학자 뉴턴이 아닌 연금술사이자 신학자의 면모를 밝혀낸 불에 탄 노트에 관한 이야기다. 7장 「구텐베르크의 사업가적 집념이 담긴 『성경』과 〈면죄부〉」는 구텐베르크가 찍어 낸 〈면죄부〉가 종교 개혁까지 이어졌음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종교와 신앙이 역사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

세 번째 파트는 '세상을 바꾼 문서'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문서들이 실제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영국의 보물이어야 할 〈마그나카르타〉를 영국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미국,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4,317만 3,000달러(약 500억 원)의 경매가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문서가 된 미국의 〈헌법〉 사본, 〈노예 해방 선언문〉에 대한 링컨의 진의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마오쩌둥이 영국 노동당 당수에게 보낸 편지의 수수께끼를 끈질기게 추척해 풀어내는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소더비가 주목한 11개의 경매는 인류가 만들어 낸 기록 문화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놀라운 가치가 어찌 부여되는지 보여 준다. 역사적으로도 경매 회사나 경매 응찰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많은 생각거리까지 던져주는 셈이다. 책과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물론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소더비를 통해 문서와 책들은 텍스트와 텍스트의 가치와 존재에서 엄청난 역사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경매 회사가 국내 언론에 소개될 때는 보통 유명 미술품이나 보석류의 최고가가 경신되었을 때라고 저자는 밝힌다. ‘고흐의 작품이 얼마에 낙찰되어 최고가를 경신했고, 이전 최고 기록은 얼마였다’는 식의 기사다. 그런데 경매에 관한 이런 기사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인류의 문화유산급인 작품들이니 비싸다곤 하지만, 그렇게 정해진 가치는 보편적인 것일까. 저자도 앞서 독자가 언급한 의문에 새로운 시각으로 답을 주려 한다.

예를 들어보자. 영국인들과 미국인 중 누가 더 〈마그나카르타〉를 소중하게 여길까. 소중함의 척도를 가격으로 삼는다면, 미국이 승자가 될 것이다. 영국에서 〈마그나카르타〉는 잊혀진 문서였지만 이를 발굴해 현대 민주주의의 초석으로 삼은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경매에 올라온 적이 없는 이 문서는 미국에서 미국인에 의해 2,130달러라는 가격이 매겨졌다. 즉 〈마그나카르타〉는 미국인들에게 더욱 가치가 있는 종잇조각이라는 의미다.

소더비와 같은 경매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 중 눈길을 끄는 것들은 희소성과 함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서사를 담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유명인이 소장했거나 손길이 묻은 물건, 역사적인 사건에 연루된 물건, 최초로 만들어진 물건에 담긴 사연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곧 물건에 담긴 시간과 역사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 책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바로 물건에 담긴 역사, 그중에서도 책이나 문서들에 얽힌 사연을 추적하는, 텍스트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소더비의 경매품 중 책과 문서들을 선택한 이유는, 소더비가 원래 책 경매로 시작된 회사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고서나 고문서 경매라면 소더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만큼 중요한 경매, 역사적인 경매가 많았다. 황재 나폴레옹의 서재, 보티첼리가 삽화를 그린 유일무이한 『신곡』,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일컬어지는 『잔 드 나바르의 기도서』, 구텐베르크가 자신의 발명품으로 찍어낸 『성경』과 〈마그나카르타〉, 미국 〈헌법〉, 〈노예 해방 선언문〉 같은 역사의 변곡점을 만든 문서들까지, 소더비는 인류의 기록 문화의 정수를 거래하는 장터였다.

이 장터는 인류가 쓰고 기록한 것들에 가치를 부여한다. 가치를 부여받은 물건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문명의 발전은 옛것들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알게 되면서일지 모른다. 옛것들 중에서도 책과 문서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서 머물렀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 오래된 책과 문서를 뒤적이는 일은 인류가 지나온 역사의 지도를 펼치는 일과 같다. 이 책은 그 작업 중 일부를 들춰내 텍스트가 가진 역사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곰팡내 나는 물건들에 천문학적인 가격이 매겨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소더비가 경매에 올린 물건에 얽힌 작은 역사들은 우리 문명이 닿아 있는 곳을 찾아가는 추적기다. 책과 역사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이 추적기는 지적인 즐거움과 역사를 읽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김유석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1960년대 미국 서남부 치카노 운동의 성격’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이버에 ‘뜻밖의 세계사’라는 이름으로 역사 칼럼을 연재했고, 현재는 영국에 머물며 일상 속 역사적 소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역사 이야기를 쓰는 게 목표다. 저서로는 《국기에 그려진 세계사》(2017), 《Q&A 세계사: 서양사편》(2010)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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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고문서에 숨겨진 이야기, 경매의 스토리텔링기술 평점10점 | k*********1 | 2023.07.11 리뷰제목
소더비하면 경매로 알고있는데예술작품중에서도 미술작품을 떠올리는데, 소더비는 오래된 책, 문서로 더 유명했다니 그건 또 몰랐던 일이라서 이래서 대충아는 것 보다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깨닫고 호기심 충만하게 첫 페이지를 열었다.?이 책은 제목 그대로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소더비에 경매로 나온 꽤 고가의, 유명한, 과거에도 지금에도 그 명성이 자자한 책들이 왜 '유
리뷰제목
소더비하면 경매로 알고있는데

예술작품중에서도 미술작품을 떠올리는데, 소더비는 오래된 책, 문서로 더 유명했다니 그건 또 몰랐던 일이라서 이래서 대충아는 것 보다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구나를 깨닫고 호기심 충만하게 첫 페이지를 열었다.

?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소더비에 경매로 나온 꽤 고가의, 유명한, 과거에도 지금에도 그 명성이 자자한 책들이 왜 '유명한지', '사랑받는 이유', '값비싼' 사연에 대해 말해준다.

나폴레옹의 책사랑 그가 읽었던 많은 책들, 인쇄기술로 종교혁명까지 불러온 쿠텐베르크까지..?

?

그림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단테 신곡 등 책의 뒷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롭고 책 내용외에 '작가'의 이야기가 더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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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데 책이 만들어진 역사적 시기와 작가의 사생활(성격, 사랑이야기, 추문 등)이 어우러지면서 스토리텔링된 하나의 책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내가 읽었던 책이 맞나?' 하는 의심까지 더해져 이미 읽었던 책도 다시 읽어보게한다.

?

이 책을 읽고나서 다시 읽는 책들은 그전에 읽었던 책과 전혀 다른 것이 되고 더 풍성한 해석과 감각이 더해져 책을 읽는 이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정말 '아는 것이 힘','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백번 옳다를 연신 외치며 내 무릎을 닳도록 찹찹치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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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정성스럽게 책의 이야기를 풀어헤쳐주니

독자로서는 손쉽게 한 권으로 편하게 읽기만 하면 된다. 비싼 고문서는 얻지 못해도 단돈 2만원에 11편의 이야기가 내것이 되는 기분이 마치 내가 경매로 이 책에 나온 책들을 얻은 것 만큼이나 성취감있고 호기심 충족에 어깨를 한껏 올려준다.

?

작가님이 고생하신 만큼 독자는 덕을 봅니다. 복받으세요 작가님. ?

?

누구나 마음에 '보물선(로또당첨)' 하나 정도는 품고 있으니, 언젠가 나에게 엄청난 물건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괜한 기대를 품게 하기도 한다. 굳이 물건을 내 손에 넣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품을 수 있게 하니 얼마나 알차고 뿌듯한가. 몇억씩 하는 고문서 없으면 어떤가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로 풍성해졌는데!!!


*출판사의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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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p***s | 2023.07.08 리뷰제목
중국의 4대 발명품으로는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이 등껍질에 글씨를 새겨넣었는데 종이를 만들게 되면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기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이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퍼져 나가면서 유럽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네요. 종이에 글을 쓰면서 각종 지식을 남기게 되었고, 후세의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서 더 높이 지식을 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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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 발명품으로는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 있습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이 등껍질에 글씨를 새겨넣었는데 종이를 만들게 되면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기록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이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퍼져 나가면서 유럽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네요. 종이에 글을 쓰면서 각종 지식을 남기게 되었고, 후세의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서 더 높이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종이는 파손되기 쉽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남은 책도 있는데 수백년 전의 사람과 내가 같은 책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남다르네요.

 

가끔 뜻밖의 책들이 경매에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의 저자는 세계적인 경매 회사인 소더비에 출품되었던 책들을 중심으로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역사를 전공해서인지 무척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네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언어 유희가 많아 어른이 봐도 재미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누가 어떤 일러스트를 그렸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아주 얇은 책도 있지만 주석이 원래의 책보다 훨씬 많은 두꺼운 책도 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의 제목은 '땅속 나라의 앨리스' 라고 합니다. 이 책이 소더비에 나왔는데 초판본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지만 저자인 루이스 캐럴과 주인공 소녀인 앨리스에 얽힌 이야기로 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네요. 책에 실린 앨리스의 사진을 보면 무척 예쁜데 사진을 뜯어내면 그 뒤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덕분에 경매는 큰 성공을 거두었네요. 디지털로 책을 공개하고 있다고 하니 한번 비밀을 직접 봐야겠습니다.

 

유럽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는 구텐베르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책을 만들게 되었네요. 실생활에 사용되면서 역사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금속활자는 먼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널리 쓰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성경은 수천년 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구텐베르크가 직접 찍은 성경이 소더비 경매에 나왔네요. 이 성경의 등장으로 성직자가 독점하던 성경을 누구가 읽을 수 있게된 반면 구텐베르크는 교회의 의뢰를 받아 돈을 내면 죄를 없애준다는 면죄부를 대량으로 찍기도 했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금속활자의 도움으로 95개 반박문을 만들어 종교 개혁에 불을 지폈는데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금속활자가 없었다면 종교 개혁은 늦어졌거나 아니면 없었을지 궁금하네요.

 

인쇄술은 영국에서 신대륙으로도 건너갔습니다. 미국은 영국 식민지였지만 영국의 압제에 대응해 각 주들이 힘을 모으기로 하였고 결국 영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네요. 독립 이후 어떤 정치 체제를 가져갈지 논의한 끝에 시민들은 스스로 대통령을 뽑기로 하였습니다. 헌법도 만들었는데 시작 부분은 미국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네요. 소더비에 나온 '헌법' 사본 경매에는 IT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모아 경매에 참여하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콘스티튜션DAO 과 경매에서 경쟁한 상대는 헤지펀드 대표였는데 평범한 다수의 시민과 막대한 금융 자본을 가진 1인의 대결에서 결국 헤지펀드 대표가 이겼습니다. 아쉽지만 많은 의의를 남긴 경매였네요.

 

책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책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것 같습니다. 경매에서 낙찰받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기 혼자 소유하려고 하기보다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경매가 끝난 후 도서관 등에 기증을 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더 뜻깊은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책이 새롭게 경매에 나오면서 우리를 놀라게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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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경매 현장에 담긴 역사 평점8점 | q*****2 | 2023.07.19 리뷰제목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떠올릴 때면 상상력이 마구 발휘된다. 경매도 그렇다.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이 한껏 귀를 세운 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여부를 따진다. 현장은 열기로 가득하고, 결론이 났을 때 환호하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침묵한다. 내게 경매는 다분히 사치에 가까운 무언가로 여겨지곤 해왔다. 여윳돈을 지닌 이들이 한껏 소유욕을 과시하는 공간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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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을 떠올릴 때면 상상력이 마구 발휘된다. 경매도 그렇다. 주머니 두둑한 사람들이 한껏 귀를 세운 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 여부를 따진다. 현장은 열기로 가득하고, 결론이 났을 때 환호하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침묵한다.

내게 경매는 다분히 사치에 가까운 무언가로 여겨지곤 해왔다. 여윳돈을 지닌 이들이 한껏 소유욕을 과시하는 공간이 유쾌할 리 없다는 식으로 사고가 전개되는 일이 잦았다. 가치 있는 수많은 것들이 오고 가는 현장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색다른 경험을 쌓았다. 비록 간접 경험이긴 하지만. 이번 독서는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양을 쌓는 기회였다. 교과서에 등장하였기에 무턱대고 외우기 바빴던 많은 것들이 새로이 다가오는 듯했고, 몇몇은 그간 역사가 말해주지 않았을 법한 내용을 담고도 있었다. 본격적인 경매에 앞서 우리는 ‘소더비 런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런던 뉴본드스트리트에 위치했다는 소더비 런던은 내게 매우 낯선 장소였지만, 이쪽 분야 마니아들에게는 매우 유서 깊은 경매 회사이다. 이집트 18왕조 시기에 만들어진 유물이 건물 장식으로서 방문객들을 맞이한다는 문장을 읽으며, 이보다 더 이 곳의 정체성을 잘 설명해주기도 힘들겠거니 싶었다. 누구나 갖고 싶어하지만 모두가 소유할 순 없는 것들이 한데 모여 풍길 아우라를 소더비 런던의 입구에서부터 ‘맛보기’ 수준이긴 하나 체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금액의 질서를 따르면 된다는 측면에선 공정하지만, 돈을 소유치 못한 이들에겐 제법 잔인한 공간. 저자는 그 곳에서 거래되는 품목을 주목했고, 일련의 역사를 발견했다. 자신만 홀로 누리기엔 아까웠던지 이렇게 책으로 출판했는데, 경매가 이루어지는 짜릿한 순간에 대한 기술인 줄 알았던 나는 살짝 당황했다. 태도를 달리하여 그간 잊고 지냈던 역사를 떠올릴 필요가 있었다. 배웠는지 여부 조차도 가물가물해진, 그러나 소더비에서 거래된 품목들은 내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치 있는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감당이 힘들 정도의 금액을 지불한 경우도 있다. 어렵게 구한만큼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경우는 드물어야 마땅하지만, 여유자금이 부족한 탓에, 자금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등 조금은 애석한 이유에서 소더비를 찾은 품목들도 제법 있는 듯했다. 지난 제국주의 시기에 본의 아니게 타국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그리하여 제 자리를 되찾은 경우도 드물게나마 존재했으나, 특정 분야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소유한 이들이 손을 뻗은 경우가 많았다. 어떠한 연유가 됐건, 소더비에서 거래된 품목 중 내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마그나카르타’였다. 자유민주주의의 태동을 공부할 때면 늘 첫머리에 ‘마그나카르타’가 등장하고는 했다. 신권, 왕권 아닌 민중의 자유를 인정한 이 문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나는 인류의 역사는 진보한다는 사실의 증거를 찾아낸 것처럼 흥분하곤 했다. 저자의 이야기는 달랐다. 아니, 이 문서가 비롯된 영국민들의 인식이 달랐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거 같다. 이에 서명한 존 왕은 유럽 대륙에 걸쳐 있던 어마어마한 영토를 상실한 무능한 왕으로 영국인들의 미움을 온몸으로 받았다. 오히려 이를 가치 있다 여긴 건 미국인들이었고, 미국인들의 주목 시기 또한 18세기로, 마그나카르타가 탄생한 13세기로부터 훨씬 후다. 필요에 따라 주목받고 버림받는 건 인간 세계의 보편적인 진리인가 싶어 살짝 씁쓸함을 느꼈다.

아이작 뉴턴의 노트에 관한 부분도 흥미로웠다. 과거에는 오늘날보다 학문의 통합적인 측면에 강했고, 뉴턴 또한 그러한 시대에 부응하여 다방면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굉장히 과학적이라고만 여겨온 이 인물이 연금술이라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분야에 빠져들었을 줄은 몰랐다. 연금술이라고 하면 이단적인 측면이 떠오르는지라 나도 모르게 뉴턴의 신성을 의심하게 됐다. 아니, 과학에 몰두한 것이 어쩌면 그 시절에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행위로도 해석될 소지가 충분했다. 책은 뉴턴이 자신이 제창한 만유인력이 신의 위대함을 증명해보이기 위한 한 방편이었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뉴턴의 의도가 무어였는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허나 그가 위대했으며 오늘날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건 왠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듯하다.

지난해 재정난에 시달리던 간송재단이 국보 2점을 경매에 내놓아 우려를 자아냈던 일이 생각난다. 단지 역사를 중히 여기는 마음에만 의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리라. 소더비로 쏠린 시선의 일부만이라도 우리의 역사로 향한다면 어떨지,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머지 않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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