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현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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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현수동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빠져들고, 마침내 사랑한다

리뷰 총점 8.7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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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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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17.32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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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작가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쓴 작가의 에세이에 대한 서평 - [아무튼, 현수동]을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3.01.29 리뷰제목
작가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쓴 작가의 에세이에 대한 서평 <아무튼, 현수동>을 읽고       지금까지 아무튼 시리즈에서 다뤄진 동네는 단 한 곳, '망원동' 뿐이었다. 망원동을 중심으로 펼쳐진 김민섭 작가의 연대기에서 저자만의 슴슴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내겐 너무 멀고 낯선 동네여서인지 여태껏 '아무튼 서평'은 쓰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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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본 적 없는 사람이 쓴 작가의 에세이에 대한 서평

<아무튼, 현수동>을 읽고

 

 

  지금까지 아무튼 시리즈에서 다뤄진 동네는 단 한 곳, '망원동' 뿐이었다. 망원동을 중심으로 펼쳐진 김민섭 작가의 연대기에서 저자만의 슴슴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내겐 너무 멀고 낯선 동네여서인지 여태껏 '아무튼 서평'은 쓰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현수동> 출간 소식을 듣고도 망원동 때문에(?) 망설였고, 일독조차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한 마음의 고삐를 낚아챈 것은 도서정보에서 미리보기를 통해 발견한 책의 첫 문장이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는 실존하지 않는다.(9쪽)" 여기에 더해 글쓴이의 이름 석 자 '장강명'이 독서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포털사이트에 '현수동'으로 검색한 결과, 경기도 안성시에 현수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누가 소설가 아니라고 할까봐, 작가님 너무 하세요!' 왠지 모를 배신감에 책을 덮으려다가 이어지는 단락에서 나의 오해이자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두 권의 에세이 『책, 이게 뭐라고』, 『책 한번 써봅시다』는 진작에 만났으나, 장강명표 소설은 단 한 편도 읽어본 적이 없음을 고백해야겠다. 그가 쓴 소설들에 자주 나오는 동네가 바로 현수동이였던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현수동(玄水洞)'은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의 가상 공간이면서도 실재하는 현석동의 '현(玄)' 자와 신수동-구수동의 ‘수(水)’ 자가 합쳐진 이름을 갖고 있다. 

  현수동은 그가 만든 세계인 동시에 그를 만든 세계이기도 하다. 실제로 광흥창역 주변에 살기도 했거니와, 특히 현석동에서 살 때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문학상을 받으면서 기자생활을 그만두고 작가로 정식 데뷔를 한 것이다. 여기서 어떤 이에게는 현수동이 작가에게 좋은 기운을 안겨준 곳은 맞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동네에 책 한 권 분량만큼이나 가치를 부여하다니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으리라. 이에 저자는 단호하게 응답한다. "어떤 동네를 오래 상상하고, 계속해서 세부 사항을 덧붙이고, 그곳을 움직이는 힘을 궁리(12쪽)"하는 일은 유의미하다고.

 

국가나 역사가 아니라 거리의 아침을, 골목의 저녁을 상상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다채로운 표정을 지을 거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 표정들 아래 자리한, 어떤 한 기관이 일괄 조율할 수 없는 복잡한 욕망의 부글거림도. 그런 사실을 깨달을수록 그 골목과 거리를 모두 포괄하는 깔끔한 이념은 그만큼 더 불가능하게 여겨진다.(15쪽)

 

  전직 정치부 기자다운 필치로 저자는 역사속의 한 정치가를 소환하여 묻는다. "레닌, 당신은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었나요?" 역사가 보여주듯 그는 국가라는 틀에서 지상낙원을 꿈꿨지만 국민들 개개인의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반면 저자가 그리는 현수동은 별세계가 아니라 현실처럼 별의별 사람이 공존하는 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 갈등하고 대립할지라도 최소한의 선의와 정의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을, 더불어 그들을 통해 날마다 조금씩 더 아름다워지는 동네를 상상해보자고 그는 말한다.

  저자가 눈품과 손품 그리고 발품을 들여 찾아낸 현수동의 역사, 인물, 전설, 밤섬, 교통, 상권, 도서관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듣다보면, '광흥창역 일대의 꿈이고 가능성(17쪽)'인 현수동의 실체를 만나게 된다. 고려 때부터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였던 광흥창이 조선시대에는 그 일대가 한강의 서쪽에 자리하여 '서강'이라 불렸으며 현재는 현석동과 밤섬공원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오래된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현수동의 풍경을 저자가 옛 선비들이 지은 시에 빗대어 표현한 것을 읽노라면 마치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듯한 기분이 든다.  

 

서강팔경

(서강 지역 관광 필수 체크포인트 8)

 

栗島明沙
밤섬의 깨끗한 백사장
籠岩暮煙
현석동 사람들이 집에서 저녁밥을 지을 때 피어 올라가는 연기
牛山牧笛
와우산에서 들려오는 목동들의 피리 소리
麻浦歸帆
마포나루로 돌아오는 수많은 돛단배의 모습
楊津落照
양화나루 위로 붉게 물든 하늘과 노을
冠岳晴嵐
관악산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龍虎霽月
용산 쪽으로 저녁에 뜬 달
放鶴漁火
샛강에서 밤낚시 하는 등불

(32~33쪽)

 

  대개 역사는 크고 뛰어난 인물을 기억하고 또 남기는 법이다. 광흥창역 일대를 주름 잡았던 옛사람들 중에도 이름난 권력자나 학자, 부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그곳에서 일했던 이름 모를 사람들, 이를테면 대장장이, 메주를 만드는 소년 소녀, 밤섬에서 일하는 일꾼들, 신수동에서 돼지를 치거나 공장의 여공들과 그들을 기다리던 남친들에 주목한다. 그리고는 현수동 곳곳에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키 낮추어 친근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눈을 맞출 수 있는 조각상을 세운다. 또한 광흥창역 일대에서 살 때 민담이나 설화의 배경지를 훑고 다녔던 그는 비록 미신을 믿지 않지만 그와 관련된 장소와 풍습이 현수동을 한층 더 넉넉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놀랍게도 현석동 시절을 그리워하는 저자와 달리 그의 아내는 그곳을 언제든 떠나길 바랐다고 한다.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면도로와 비탈길로 인해 출근길이 불편했던 아내에게 저자는 이번에도 현수동만의 해법을 제시해보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 하나를 발견해낸다. "애초에 사람들의 집과 직장이 왜 그토록 떨어져 있어야 하는가?(96쪽)" 그는 '자동차'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자동차가 일과 삶의 공간을 멀어지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곧 일과 삶의 의미가 좁고 작아짐을 뜻한고 지적한다. 아울러 현수동에는 가속하는 자동차 대신 저속으로 달리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천천히 걷는 사람들이 많기를 소망한다.

 

논을 벼의 재배지가 아니라 인공습지로 바라볼 때 비로소 논의 홍수 조절 기능이나 지하수 수질 정화 기능, 주변 땅의 온도와 습도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된다.(121쪽)

 

  물론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마음껏 교감하려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치에 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함을 저자도 모르지 않는다. 그의 말처럼 논을 단순히 벼의 재배지가 아니라 인공습지로 여길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수동의 상권과 공공도서관 역시 지역공동체로서 마을의 개성을 살리고 각각 경제적, 문화적 가치를 더하는 방향을 추구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저자를 따라 현수동이라는 시공간을 거닐다 보면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또 가상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왠지 모르게 현수동이 광흥창역 일대의 미래로만 보이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품은 동네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현수동이라는 무대가 작가의 소설들 속에서 여러 차례 그려졌거나 곧 그려질 예정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어느 독자에게는 <아무튼, 현수동>이 작가노트로 읽혀질 수도 있겠다. 그동안 읽었던 소설들이 새롭게 보이거나 앞으로 확장될 세계관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니면 나처럼 뒤늦게나마 그의 소설을 한 권씩 기꺼이 읽고 싶게 만들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나 최근에 나온 중국 작가 위화의 소설 『원청』에 대한 추천사를 쓴 장본인이 다름 아닌 장강명 작가이다. 위화가 현수동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어떠한 추천사를 써줄지 문득 궁금해진다. 소설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원청은 잃어버린 도시이자 주인공 린샹푸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곳에는 현재의 삶을 살아내면서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사람들과 이야기가 함께 숨쉬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저자가 상상하고 사랑해마지 않는 현수동도 원청의 이미지와 닮은 듯하다. 이세상 어딘가에는 현수동을 닮은 동네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과 기대를 해본다. 그때까지 아쉽지만 현수동을 닮은 그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을 <아무튼, 현수동>으로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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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현수동』 작가가 만든 세계!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3.05 리뷰제목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해보긴 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어떤 역사를 지녔다던가, 구체적인 장소나 위치를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그려보기만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역시 달랐다. 작품 속에도 살고 싶은 동네를 그려 넣어 친숙한 동네, 즉 있음 직한 동네로 인식하게 했다. 사회, 정치부 기자였던 경험으로 꽤 날카로운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어서 지방 출신인 나는 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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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해보긴 했으나 아주 잠깐이었다. 어떤 역사를 지녔다던가, 구체적인 장소나 위치를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막연하게 그려보기만 했던 것 같다. 작가는 역시 달랐다. 작품 속에도 살고 싶은 동네를 그려 넣어 친숙한 동네, 즉 있음 직한 동네로 인식하게 했다. 사회, 정치부 기자였던 경험으로 꽤 날카로운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어서 지방 출신인 나는 당연히 현수동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작가가 만들어낸, 살고 싶은 동네였을 줄이야.

 

알다시피 아무튼 시리즈는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작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라 좋아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작가의 상상의 도시를 들여다볼 줄은 몰랐다. 물론 작가의 성격답게 작가가 상상하는 현수동의 위치를 실재하는 몇 개의 동에서 따왔다. 현수동은 서울 지하철 6호선 광흥창역 일대로 여의도에서 서강대교를 타고 한강 북쪽으로 왔을 때 좌우로 펼쳐지는 동네다. 마포구 현석동, 신수동-구수동, 신정동, 서강동, 하중동, 창전동 일부에 해당된다. 물론 서울 사람이 아니기에 그 지역이 제대로 머릿속에 각인되지는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 위치일 것 같다, 라고만 여길 뿐이다. 현수동은 작가가 만든 세계다. 여러 단편에서 현수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거라고 했다. 이러다가 실제로 동 이름이 바뀔 수도 있겠다.

 

밤섬의 역사를 제대로 읽은 건 처음이다. 물론 어디선가 읽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다. 1960년대까지 밤섬의 주민이 천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1968년 한강 홍수를 막기 위해 폭파했고, 지금은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현수동의 골목에는 이중섭의 화가의 초상이 작은 벽화로 그려져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박근자의 그림과 영화 오발탄의 한 장면도 좋다. 김수영이 구수동에서 쓴 시들이 적혀 있어도 좋다. (50페이지)

 

작가가 살고 싶은 동네를 상상하고, 작가가 만든 동네에서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는 마음이 부럽다.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고, 아울러 역사의 한 귀퉁이에 속해있는 그 장소를 현실화하여 실재하는 동네처럼 여기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현수동이라는 동네를 걷고 있는 작가를 상상해본다. 현수동의 도서관에서, 혹은 길거리를 산책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존재할까 관찰하며 지날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며, 상상의 동네를 작품에 나타내는 작가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사는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삶을 사랑하고 또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인류애 없이 자기가 사는 마을만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나는 분명히 광흥창역 일대를 사랑했다. (143페이지)

 

사람은 과거에 살았던 동네를 추억하고,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애정이 생겨 쉽게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는 건 꽤 많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사는 곳을 떠나 멀리 이사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살았던 동네 언저리를 맴돈다.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고 그곳에 계속 머물고자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아파트 뒤로 산이 있어 한가할 때면 뒷산에 올랐었다. 타 지역으로 빠지기도 쉬운 위치에 있어 십 년 넘게 살고 있지만 언제까지 머물지는 알 수 없다.

 

작가가 만든 세계는 앞으로도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만날 것 같다. 그 상상의 세계에서 다시 현수동을 생각할 거 같다. 작가의 작품에 나타난 현수도서관의 풍경이 머릿속에 맴돈다. 책이 필요하거나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가 되어줄 것이며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장소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그 장소에서 일어날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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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현수동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3.12.07 리뷰제목
뒤늦게 읽고 있는 중이라 간단한 소개로 대신하려고 한다.   장강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집어들게 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동네를 좋아하는지... 보통 집 구할 때 드는 생각이기 마련인데, 그 안에는 내가 계속 살아야 할 곳이니 막연하게나마 살고 싶은 곳의 바람을 읊조리게 된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물어보면 진지하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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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읽고 있는 중이라 간단한 소개로 대신하려고 한다.

 

장강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냥 집어들게 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동네에서 살고 싶은지, 어떤 동네를 좋아하는지... 보통 집 구할 때 드는 생각이기 마련인데, 그 안에는 내가 계속 살아야 할 곳이니 막연하게나마 살고 싶은 곳의 바람을 읊조리게 된다.

 

항상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물어보면 진지하게 대답해야 하니 또 한참을 망설이게 되는 질문. 보통 내 몸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 말고 내 마음이 살고 싶은 동네를 떠올리며 상상하기도 한다.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현수동 역시 그런 의미로 시작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실존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동네.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동네인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살고 싶은 동네로 기억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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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아무튼, 현수동 평점7점 | j*****7 | 2023.02.24 리뷰제목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태어났을 그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나이가 들어 세상물정을 알게 될때 어른들로 부터 "넌 어디어디서 태어났어" 라고 들으면서 "나는 어디 사람이군" 이라고 정의된다. 서울 용산구 어디에서 출생. 이게 나의 호적에 박혀 있다. 그럼 난 서울 사람인가? 부모님도 서울 사람이고 부모님의 부모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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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그 누구도 자신이 태어났을 그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나이가 들어 세상물정을 알게 될때 어른들로 부터 "넌 어디어디서 태어났어" 라고 들으면서 "나는 어디 사람이군" 이라고 정의된다. 서울 용산구 어디에서 출생. 이게 나의 호적에 박혀 있다. 그럼 난 서울 사람인가? 부모님도 서울 사람이고 부모님의 부모님도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으니 이 정도 되면 서울 토박이 인건가? 

 

서울 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여러군데 이사를 다녀서 그런지 딱히 어느 한 지점을 두고 여기가 내 고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20년 넘게 살았던 용산을 비롯해 내가 살았던 동네만도 세어보니 10군데나 된다. 그럼 그 동네에 대해 모든 기억이 온전할까? 그렇지 않다. 그리고 너무 어린 시절 살았던 곳은 기억의 왜곡등으로 지도를 봐도 그 옛집이 있던 동네조차 찾기 애매해졌다. 

 

서울 사람으로서 보는 지금의 서울은 난장판이다. 사람이 많이 몰려서 주거의 공급 문제로 공동주택이 다량으로 들어서려면 기존의 평면을 차지하던 집들을 부수고 그 자리에 입체적으로 높이 올라가는 아파트를 지어야 하니 기존의 골목 위주의 집들이 사라졌고 당연히 그 골목을 중심으로 뛰어놀던 나의 추억도 죄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역시 이 책의 저자 처럼 살던 곳 한 곳을 테마로 삼아 글을 써보라 하면 마포구 공덕동 일대가 아닐까 싶다. 근 10년 정도 살았던 곳이고 변화 무쌍한 그곳의 이야기도 이 책 분량 이상으로 나올 것 같아서다. 그런데 이 책의 배경이 된 현수동은 가공의 지명이긴 한데 내가 살던 공덕동에서 신촌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지나치던 그 길에 있던 현석동일대를 저자가 통칭해서 일컫어 만든 조어였다. 현석동과 신수동, 상수동을 뭉뚱그려 현수동. 이야기의 확장은 행정동 그 이상이 되기에 늘려 놓은 것이다. 무엇이 되었든 책의 내용은 현실이다. 비록 저자가 이미 그 곳을 떠난 만큼 그 안을 채웠던 이야기는 그가 들었던, 혹은 어딘가에 기재된 지난 이야기지만 이렇게 다시 채록해서 정리해 놓지 않는다면 결국 사라질 것들이다. 

 

지명을 따라 배우는 재미는 쏠쏠하다. 현석동이라는 지명은 검은 玄, 돌 石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예전 이 땅에 검은 바위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동작구 흑석동도 마찬가지인 것 처럼. 인근의 창천동, 창전동, 염리동, 마포등이 각각 조선시대 관청이 주관하던 창고가 있고 소금들이 오가던 이른바 물류의 요지였던 것도 재미있는 이야기다. 예전 이곳은 서강이라는 지명으로 잘 알려진 그곳이다. 서강대, 서강대교등등. 

 

책에 소개된 지명관련된 이야기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한강에 떠있는 새들의 고향 밤섬이야기다. 군사독재 시절, 여의도를 개발하겠다고 하여 주민들이 거주하던 밤섬을 인위적으로 폭파시키고 거기서 나온 석재로 여의도에 각종 건물들을 짓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섬이 사라진 줄 알았건만 강 바닥에 남은 섬의 뿌리 위로 토사가 쌓이고 나무가 자라고 새들이 몰려들며 폭파시켰을 당시 원래의 섬 크기 보다 더 커진 오늘날의 밤섬, 역시 자연을 이기는 인간은 없다. 난 밤섬하면 영화 김씨 표류기가 떠올랐는데 그 이야기는 없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잠시 살았던 통칭 현수동의 역사, 인물, 전설, 밤섬을 비롯해 상권, 교통, 도서관 이야기를 끄집어 냈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는 것 같았다. 워낙에 이야기꾼이다 보니 저 주제 하나만 가지고도 소설이 될 것 같다. 아무튼, 컨텐츠가 힘이 되는 시절을 산다. 

 

 

마포팔경(서강팔경)

율도명사, 용암모연, 우산목적, 마포귀범, 양진낙조, 관악청람, 용호제월, 방학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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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무튼, 현수동], 장강명 평점6점 | YES마니아 : 로얄 w***i | 2023.02.17 리뷰제목
장강명 작가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딱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그냥 처음 읽었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소설은 왜 재밌었을까. 그것도 딱히 생각해보진 않았다. 뭐든 이유를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런 피곤한 일에 발을 애시당초 들일 생각도 없다. 장금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홍시 맛이 나서 홍
리뷰제목

  장강명 작가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 이유를 딱히 찾아보진 않았는데, 그냥 처음 읽었던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재밌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소설은 왜 재밌었을까. 그것도 딱히 생각해보진 않았다. 뭐든 이유를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런 피곤한 일에 발을 애시당초 들일 생각도 없다. 장금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 말했을 뿐이라고.". 재밌는 건 그냥 재밌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왜 이 책을 읽고 있을까?' 현수동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다. 작가의 상상속에서 만들어진 실존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래도 모델로 삼은 지역들이 있고, 그 지역들에 대한 이야기가 현수동의 바탕이 되긴 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작가가 생각하는 실존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도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오히려 만들어진 이야기이기에 재밌게 읽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었던 것일까.

 

  우선 가독성이 있었다. 보고서를 많이 쓰기도 하지만, 많이 읽기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최근에 부서를 이동하면서 옮겨온 부서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쓴 보고서들도 이럴까,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떨어졌다. 읽기가 힘들었다. 이 책이 딱히 재밌었던 것은 아닌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이유가 가독성이었던것 같고, 가독성은 논리적인 측면과 구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내가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가 논리적이었고, 구성, 즉 스토리라인의 흐름이 좋았다. 가독성이 좋았다. 그게 내가 장강명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였고, 이 책을 좋아한 이유였다.

 

  현수동처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지역에 대해 추가적으로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나 지역을 좋아하고는 있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그저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를 가 보고 싶은데,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그런 공간들이 좀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 정도를 해 봤을 뿐이다. 장강명 작가가 책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나 공간에 대해서 무언가를 주장할 권리는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아직은 또 핑계거리만 늘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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