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에 출간된 이후 30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이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스테디셀러인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에 접하고 읽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대략적인 내용만 기억이 났는데 다시 읽어볼 기회가 생겨 너무나 감사하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대부를 귀하게 여기고 상인들을 천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다 조선 후기에 들어 재력을 갖춘 상인들로 인해 상인들의 지위가 올라가게 되고 양반직을 서로 사고 파는 일들이 잦았다고 한다. 국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상권망을 갖춘 상단들이 발전했던 시대가 바로 조선이었다.
특히 의주를 중심으로 하는 만상과 개성을 중심으로 하는 송상들이 큰 활약을 하였다. 중국과 조선의 무역을 주관했던 만상은 엄청난 부를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국내 상권을 장악한 송상들도 마찬가지다. 송상은 만상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결국 조선시대에 우리나라의 유통은 송상과 만상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만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드라마 <상도>의 주인공인 임상옥이다. 그리고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주인공은 송상의 유승업이다. 임상옥은 실존 인물이지만 유승업은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야기는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고 정유재란으로 패배한 조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임진왜란의 대승에도 불구하고 정유재란으로 크게 패배한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많이 끌려갔다. 유승업은 그때 끌려간 조선인으로 일본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중 명나라 상인인 담대인에 의해 기회를 얻게 된다. 형식적으로 이탈리아인 부자(父子)의 노예가 되어 담대인의 배를 타고 일본을 탈출하게 된다.
명나라로 탈출한 후 조선으로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보지만 여의치 않아 이탈리아인 프란체스코 카를레티를 따라 이탈리아오 가게 된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승업은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델 로치 상사의 창고 서기를 보게 된다. 이후부터 개성상인의 아들로서 재능을 충분히 발휘한다. 개성상인으로서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빠른 기간에 유럽을 누비면서 뛰어난 업적을 쌓아 델 로치 상사 총지배인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개성상인의 후예로서 보이는 타고난 재능과 상도를 지키면서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그의 이야기는 부자에 관심이 많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시기에는 부와 부자에 대한 관심이 오늘날처럼 강렬하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단군 이래로 돈벌기 가장 쉬운 시대라고 감히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유승업은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조선 개성상인의 진정한 상도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기에 너무나 소중한 소설이다.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은 손에 잡으면 순식간에 읽어내려 갈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다. 돈에 관심이 많고 부자가 되는 것이 소망인 현대인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1993년도에 읽었던 이후 30년만에 다시 읽었다.
이번 2023년도 개정판 서문에서 작가 오세영님은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여 한국의 종합상사 유명훈의 이야기를 제외하고 오로지 유승업의 이야기로만 채웠고, 스피디한 진행을 위해 수정보완하였다고 언급하셨다.
독자의 입장에서 유승업의 이야기에 집중한 점은 훌륭했다. 30년 전에 읽었을 때도 유명훈의 이야기는 거의 걸러가면서 읽었고 별 감흥도 없었으니까.
스피디한 진행을 위한 수정보완도 좋아서 상당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1. 교황청에 유리납품 건에서 최종적으로 낙찰받은 후에 메디치가의 그 공주가 안토니오를 '비르투오소' 라고 칭찬하면서 뭔가 선물을 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그 여자와 안토니오의 만남이 너무 짧았다. 예전 판에서는 '비르투오소' 라는 제목으로 한 챕터를 할애하셨는데 이번 판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다.
2. 잉글랜드와 오스만 투르크의 협공으로 원모수출금지 위기가 닥쳤을 때, 루셀라니와 안토니오의 대면에서 예전 판에서는 루셀라니가 분명히 안토니에게 "잘 부탁한다" 라는 대사를 했는데, 이번 판에서는 빠졌다. 안토니오가 그 말을 들으면서 줄리에타를 말하는 건지, 상사를 말하는 건지 하면서 곱씹는 장면도 있었는데 없어져서 아쉬움.
3. 알프릿 머레이와 안토니오의 대면에서, 분명히 예전 판에서는 머레이가 "그래? 그럼 나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라고 묻고 안토니오가 "알버트 앤 칼레도니아 상사의 알프릿 머레이 지배인 아닙니까?", "알아주니 고맙군" 이라는 대사도 있었는데, 이번 판에서는 "당신은 알프릿 머레이 일텐데.." 하면서 넘겨짚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어색하기만 했음.
그래도 오세영 작가님은 정말 한국사와 세계사에 얼마나 박식한 건지 마치 그 시대를 살다오신 듯한 상세하고 치밀한 내용에 감탄만 나왔다.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들 사이에 디테일한 상상력을 채워넣은 역작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가히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즈 오브 로마'에 비견될 만한 팩션 임에 틀림없다.
조선인 포로들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도 겨울 내내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집을 짓고, 산을 개간했다. 그리고 사탕수수를 정제하는 일에도 동원되었다. 루손(필리핀) 이나 류큐 (오키나와)에서 들어오는 사탕수수는 설탕으로 정제되어 약재로 팔렸으며, 남은 조당(糟糖)은 술을 만드는 원료로 쓰였다. (-45-)
"나, 사쓰마에게 섭섭한 거 많이 있는 사람이야. 나는 내려보낼 물품을 구하느라 죽어라 돌아다니는데, 그리고 사쓰마의 쌀을 제값 받고 파느라 허구헌 날 목이 쉬는데 이렇게 좋은 물건, 내게 좀 나눠주면 안 되나?" (-110-)
말로는 별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구에르치노 대리인은 미련이 남는 모양이었다. 구에르치노 대리인 말대로 안토니오는 휴가 중이다. 안토니오는 투덜대는 구에르치노 대리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상사를 나섰다.
숙소인 류셀라니 수석부지배인의 집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함꺼번에 밀려왔다. 안토니오는 연미복을 벗지도 않고서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런데 막상 침대에 눕자 낮에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르 스치고 지나가면서 잠이 오질 않았다. (-193-)
가슬란티가 갑자기 친근감을 드러내자 로셀리노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델 로치 상사의 알베르토 대리인에게 크게 한 방 먹은 것은 당신도 잘 알겠지. 그 후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는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야, 무능한 상사원으로 찍혀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고, 그 다음에는 지옥같은 삶이 기다리고 있었지." (-266-)
"중개무역에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자동맹의 경우를 보면 잘 알수 있지 않습니까. 따지고 보면 베니스는 한자동맹만도 못한 처지지요.자체 생산품이 뭐 있습니까? 기껏해야 유리인데 그나마도 독점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하인리히는 마치 베니스의 종말을 선언이라도 하듯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알베르토 부지배인은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369-)
1993년에 출간된 책 「베니스의 개성상인」시리즈가 다시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1592년 쯔음 , 임진왜란 칠천량 전투 시점으로 돌아가 보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그 당시 지팡구로 건너가야 했던 송상 유승업은 지팡구를 떠나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개성상인, 송상이라 부른다. 송상의 원조 뿌리 하면,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이 있다. 그 당시 무역에 능통하였으며, 고려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 생기는 도자기, 옷, 인삼이 중국, 일본으로 팔려 나갈 수 있게 된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은 한목을 입은 동양 그림, 루벤스가 남긴 그 그림에 ,작가의 허구를 기반으로 쓰여진 스토리텔링이다.
이 소설은 선조임금부터 ,인조까지 이어지는 조선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허구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은 17세기 중세 유럽의 변화 그 자체이다. 사무라이 무사가 지배화였던 지팡구를 떠나, 포로 신분에서, 유럽 주제 상사원이 되었던 유승업은 서서히 자신의 운에 의해서, 성공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하멜표류기 이전의 조선과 유럽의 교류를 다룬다.15세기`16세기 유럽의 암울한 모습에서 벗어나 서서히 유럽 사회가 경제에 있어서 기지개를 펴는 시대적 배경을 안고 간다. 일본 포로 유승업이 프란체스코 카를레티 부자에 의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육로와 수로를 기반으로 , 무역을 확장하는 수완을 유승업이 발휘하였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은 유럽 중세의 변화 분만 아니라, 베네치아의 무역흐름, 더 나아가, 오스만 투르크와 유럽의 경제적, 역사적 충돌,여기에 한자동맹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안토니오 코레아에게 어떤 영향력을 제공하는지 살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특히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복식부기가 개성상인에 의해서, 먼저 시작되었으며, 그 당시 프랑스, 영국, 스페인의 충돌과 함께 무역전쟁의 전초전을 예의주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