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소설 쓰는 하루를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어떻게 쓸까? 어느 유명 작가는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말했다. 혹은 외롭고 고독한 작업이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일곱 명의 작가들은 적어도 쓰는 일을 즐기고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슬쩍 내밀어 본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도 모르게 숨기고 싶다. 어느 순간 작가들의 일상을 슬쩍 전혀 보지 않은 척하며 선글라스 넘어 훑어보듯 위장하며 바라본다. ‘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써보고 싶은 것이 많은 나는. 작가들의 일상과 루틴을 확인하며 지금 내가 그들 안에서 작가가 된 마냥 신나고 의욕이 넘쳐있다. 쓰고 싶다. 미치도록. 주변 장애 없이 내 마음속에 가득 차 있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 보고 싶다. 어느 작가가 말하길 나 아닌 타인의 의지와 열정을 단지 받아 적은 것뿐이었다고 한다. 그럼 내 안에도 다른 내가 그렇게 소망하고 꿈꾸고 있는 건 아닐까? 나의 소망을 불태우기 위해서. 이런 행복한 상념에 잡혀 본다.
ⓑ 늘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는 내가 나와 버리는 상연을 그래서 하고 또 하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녹차를 우려 볼까, 다른 차를 좀 사 둘까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오일로 손목을 풀어주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겠지. 그렇게 합을 잘 맞춰 보고 싶다, 오늘도. -P67
ⓑ 루틴을 피해 도망친 여행지에서 그토록 원하던 새 루틴을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많은 일들이 그렇다. 예상치 못한 계기로 전혀 다른 지점에 도달하고, 그렇게 튕겨지거나 도망친 곳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기도 한다. (…) 어쩌면 이런 도망을 내 루틴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P132
ⓑ 고백하자면, 나는 규칙을 좋아하지 않고 전혀 부지런하지 않다. 내 일상을 거친 크로키처럼 묘사한다면 ‘눈을 뜨면 일거나 쓰다가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읽거나 쓰다가 잠든다’ 정도일 것이고, 나는 루틴을 크게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온 내 삶의 방식을 재단하거나 평가하려 하지 않는다. -P138
ⓑ 후회는 대개 자책을 불러오고 자책은 슬픔을 배양한다. -P151
ⓑ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문장을 쓴다. 이어서 쓴다. 커피를 마신다. 다시 쓴다.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맴돈다. 다시 앉아 뭐라도 써보려고 애를 쓴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자유와 한계를 동시에 느낀다. 글을 쓴다는 것은 …… 아무리 거듭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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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워 J형 인간으로서 늘 '루틴'자체에 관심이 아주 많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소설가 7인의 루틴을 그들만의 문체로 담담하게 엮은 에세이다. 문장이 쉽게 읽히고, 챕터 7개의 단편 구성, 작은 사이즈로 출퇴근길에 읽기 딱 좋았다.
책 속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루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정형화 된 FM루틴을 늘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루틴이 없는게 루틴인 사람, 너무나 당연히 해야하는 일과를 루틴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나 오늘 루틴 지켰네 / 깨졌네'라는 자체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루틴을 지켰으면 스스로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고, 좋은일이 생기면 루틴을 지킨 완성형 하루에 보너스가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키지 못했다면 좌절했다. 근거나 이유는 없지만 왠지 하루를 망쳐버린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못 지킨 루틴때문에 망쳐버릴것 같았다.
'루틴', 규칙은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루틴'이 아니라 '인생의 루틴'임을 배우게 해준 책이다. 완벽한 하루가 모이는 것이 완벽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완전한 인생만 된다면 오늘 하루 자체가 좋은 방법인 것임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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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키는대로 사세요.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으면서 살아 보세요. 하루하루의 루틴은 와장창 깨지겟지만, 먼 훗날 당신 인생 전체의 그래프를 그렸을 때는, 거기에 분명 어떤 규칙이 보일겁니다. 그게 당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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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그때까지의 일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최대한, 일상을 '깎아 내는'것이 아닌, 일상을 '다듬는'정도에서 시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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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우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인생에 채워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울 순 없어도,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인생에 촘촘히 채워 ㄴ허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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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설을 쓰고 싶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그들이 글을 쓰는 방법은 다 달랐다. 5분을 쓰고 30분을 구상하는 사람이 있으면, 30분을 쓰고 5분을 쉬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누군가는 새벽 시간에 글을 썼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루틴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에 언제, 어떻게 써야 맞는 것인지 고민하던 나에게 아주 좋은 해답이 되었다. 내가 아침에 글을 잘 써지면 아침에 글을 쓰고, 오후나 저녁에 글이 잘 써지면 그 때 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해야 한다. 글을 쓰는 시간과 루틴은 모두 달랐지만 모두가 꾸준함을 강조하였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작가라고 하면 보통 천재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올라 미친 듯이 쓰는 걸 상상하지만, 창의적이기 위해서 꾸준한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글 쓰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무엇이든 쓰게 된다고.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거리가 멀 듯이 내가 상상한 작가와의 삶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전업 작가로 수입을 유지하기 어려워 행사에 나가는 것이 필수불가결적인 요소가 되며, 프리랜서기에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쓰는 것이 즐거워 그 행위를 오랜 시간 하기 위해 생활에 녹여 지속하고 있는 그들이 멋있으면서도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창작하지만 누군가가 알아주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는 성과(수입과 같은)가 없기에 불안함을 느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들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 그래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었다.
또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걷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몽상과 산책은 어떠한 관계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 또한 산책을 즐긴다. 실외배변하는 강아지를 키우기에 하루 3번에서 4번 정도 틈틈이 걷는 편이다. 생각에 골똘히 빠지기도 하고, 냄새를 킁킁 맡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도 하는 시간이다.
나를 위한 자발적 산책이 아닌 강아지를 위한 강제성 산책에 더 가깝기에 가끔은 걷기 싫은 날도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해서 터덜터덜 걷는 시간도 많았지만, 구상을 위해 걷는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마저 글 쓰기의 하나의 작업이 되었다.
맨 땅에 헤딩 하듯 막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 꾸기에 부족한 부분이 훨씬 많다. 하지만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읽고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잘 쓰려고 욕심 내지 말고 먼저 꾸준함을 갖고 시작해보려 한다.
“그냥 내키는 대로 사세요.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으면서 살아 보세요.”
하나밖에 없는 짧은 인생인데 좋아하는 거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거 하지 않는 게 뭐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부양할 가족도, 빚도 없는데 걱정과 고민만 많다. 지금 당장이 그렇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떠나고 싶은데 현실이라는 벽을 넘기가 참 어렵다. 이럴 땐 미래의 내가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어떠한 신호를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가, 지금 안 가면 너 후회해.’ 하며 내 이북 리더기를 툭 건드려주면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날 텐데. 내가 선택한 대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 어떨 때는 희망적이지만 지금 같은 때는 막막하기만 하다.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해 나가면 좋겠지만 그게 늘 생각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초조해한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맞다.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하고 초조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내 마음만 불안해질 뿐이다. 나는 그저 묵묵히 내가 해야할 일을 하면 되는 걸 알면서도 잘 안 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늘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