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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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하

타인을 인간 이하로 보는 비인간화에 대한 거의 모든 역사

리뷰 총점 10.0 (3건)
분야
인문 > 신화/인류학
파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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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비인간화가 도덕적 이탈을 부추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1 | 2023.05.10 리뷰제목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의 '인간 이하'를 읽고 1. 우리에게 나타나는 비인간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던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면 헤드라인들이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 양국의 전쟁 상황을 종종 사냥으로 묘사하는 것은 새삼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전쟁을 하는 두 나라 중 어느 나라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한 쪽이 사냥꾼이면 다른 한 쪽은 사냥감이 된다. 사냥감이 되
리뷰제목

데이비드 리빙스턴 스미스의 '인간 이하'를 읽고

1. 우리에게 나타나는 비인간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던 당시의 신문 기사를 보면 헤드라인들이 하나같이 자극적이었다. 양국의 전쟁 상황을 종종 사냥으로 묘사하는 것은 새삼 놀랍지도 않은 일이다. 전쟁을 하는 두 나라 중 어느 나라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한 쪽이 사냥꾼이면 다른 한 쪽은 사냥감이 된다. 사냥감이 되는 쪽은 인간이 아닌 인간 이하의 대상물이 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쟁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인해 각광을 받는 우리나라 전쟁 무기를 주목하는 기사도 있었다. 지구 한 쪽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민간인들이 죽어 가고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또 다른 지구 한 쪽에서는 전쟁 무기의 가치에 주목하며 우리 경제의 희망을 진단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인간들의 비인간화이다.

현재, 어느 누구도 '저는 인종주의자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와 타인, 자국와 외국 등을 비교하며 우열을 따지는 사람은 많다. 이 책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감춰진 본성, 우리 인간의 비인간화적 속성은 무엇일까?

이러한 비인간화는 전쟁, 나치, 무슬림, 내전 등 특정한 나라와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비인간화된 본성이 있는 한 우리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2. 비인간화란 무엇인가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말에 숨은 비인간화

비인간화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인식하는 행위를 말한다. 비인간화의 밑바탕에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비인간화할 때 그 사람에게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 더 나아가 우리가 그 사람을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 깔려있다.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수많은 갑질 문제에서 갑인 것처럼 굴었던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나는 너와 다르고, 나아가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우리 인류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을 겪었고, 학살을 자행해 왔다. 그 역사의 현장에서 개개인이 이러한 잔인한 행동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위와 같은 심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된다. 우리 사회에서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대할 때 어떻게 하는가. 무릇 비장애인들이 넋두리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나는 이 말이 항상 불편하다. 호의는 본래 '친절한 마음'이라는 따뜻한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렇다면 비장애인은 장애인에게 인류애적인 친절한 마음만 베풀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고 대가를 바란다. 이러한 사람들은 내가 너보다 나은 사람이니 내가 좀 희생하겠다, 혹은 내가 나보다 못한 너에게 내 것을 베풀어주겠다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도 비인간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검은 속내가 보이는 호의를 장애인은 달갑기만 할까.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호의를 베풀 때 호의를 베푼 상대에게 인정이나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진짜 호의이다.

 

3. 프로파간다 - 흄 : 비인간화가 도덕적 이탈을 부추긴다.

나는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이다. 초등학교 1, 2학년 때 학교에서 보여 준 교육 만화 영화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지금의 계기교육과 같은 교육 활동이었을 것이다. 그 만화 영화에서 북한군은 옷도 입지 않은 늑대로 그려져 있었다. 공산주의 이념을 담고 싶었는지 늑대들은 하나같이 붉은색이었다. 이러한 모습의 늑대 세 마리가 장총을 옆에 차고 다니면서 우리 남한 사람들을 공격하였다. 그 모습만으로도 위축되고 무서웠다. 뽀얀 피부, 검은 머리칼의 용맹한 남한 어린이는 단정한 옷을 입고, 총도 없이 태권도로 그들을 제압했다. 나는 북한군이 무서웠다. 외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신 6.25 전쟁 일화가 있다. 북한 사람들을 '빨갱이, 빨갱이'하기에 북한 사람들은 모두 빨간색인 줄 아셨단다. 순수한 어린 아이 시절 외할머니는 외할머니가 살고 있는 마을로 북한군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뚜막 아래에 숨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진격해 온 북한군을 보고 남한군인 줄 알고 반가웠다 하셨다. 왜냐하면 빨갛지 않고 우리와 같아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와 너무 똑같은 그들이 북한군이라고 하니 저들이 왜 빨갛지 않은지에 대해 궁금했다고 하셨다.

이 책에 따르면, 물리쳐야 할 상대를 인간 이하의 동물로 표현하면서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도덕성을 버리게 한다고 하였다. '도덕의 원리에 관한 질문'에서 흄은 비인간화가 도덕적 이탈을 부추긴다고 하였다. 한 집단의 사람들이 비인간화될 때 그들은 단지 상황에 따라 관리되고 착취되고 처분되는 동물로 표현한다. 역사를 통해 선전 선동가들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인간화를 이러한 방식으로 이용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홍보하면서 적은 자기방어를 위해서 죽여야 하는 피에 굶주린 짐승으로 묘사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집단 학살의 열의를 부추기는 데 의도된 희생자들을 위생을 위해 박멸해야 하는 해충, 기생충, 또는 질병을 옮기는 유기체로 표현한 홀로코스트를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프로파간다'가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처럼 무섭다.

 

4. 비인간화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 인류의 문화, 인간의 인식구조가 합한 결과물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비인간화할 때 그들을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 본성을 지니지 않는 생물로 인식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것을 우리가 우리의 본질을 바탕으로 자연종을 구분하는 경향을 타고났기 때문인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우리 '외부'에서 학습한 것이 아니며 문화적으로 배운 것도, 관찰을 통해 밝혀낸 것도 아니다. 인간의 정신이 진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인식 구조에서 반영된 결과라고 보며 사람들이 서로를 비인간화하기 시작한 시기는 후기 구석기 시대 또는 그 이후의 시점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로 생각하게 하는 인간의 능력은 민속 생물학, 인간 세계를 '인종'이라 불리는 자연종으로 나누는 민속 사회학, 종과 인종에 대한 개념을 성찰할 수 있는 2차 사고, 생물종과 인류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고유 본질에 대한 인식, 존재의 대사슬을 받아들이는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저자는 비인간화에 대하여 심리학적, 사회학적, 인류학적으로 접근하여 총체적이고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 모든 지식을 내가 다 담지 못하여 아쉬울 뿐이다. 대단한 책이다.

 

5. 나의 우상, 다윈, 그리고 그의 '종의 기원'

내가 과학책을 읽으면서 항상 느끼는 것은 다윈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없이는 어떤 지식이든, 원리이든 설명하기 어렵다. 최재천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다윈이 살았던 당시에 다윈의 추종자들, 다윈의 '아미'가 있었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 살았다면 내가 다윈의 아미이지 않았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인 학자이며, 매력적인 책이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모든 유기체가 단일 기원에서 시작해 나뭇가지가 갈라지듯 점진적으로 여러 종으로 나뉘었다고 주장했다. 다윈의 종의 가변성은 인종의 본질은 확고부동한 불변의 것이 아니라면 영원히 변치 않는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밝혀준다. 이러한 근거로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다윈의 단일론을 다원론자들은 반대했다. 다원론자들의 생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나'와 '너'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다.

 

6. 내집단 선호와 외집단 배척

에릭 호퍼 : 개인적 자존심을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집단적 자존심에 의존하려 한다.

현재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있다. 이러한 사회 상황은 내집단 선호와 외집단 배척으로 이어진다. 최근까지 우리 동네에 민족주의 보수 정당을 자처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혐오하고, 무슬림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하며 중국 동포에게 코로나의 진원이라 낙인 찍은 후, 이 지역에서 떠나라는 현수막이 있었다. 우리 자국민을 보호하자라는 구호와 함께였다. 정말 기함할 현수막이었다. 사진을 찍어 놓지 않아서, 이 글을 쓰며 관련 이미지를 검색했는데 없었다. 여러 나라의 극단적 민족주의가 남긴 상흔을 우리는 알고 있다. 내집단만을 선호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에게 인류애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인간을 비인간화로 대상화하여 발생한 수많은 비극적인 사건은 결국 우리 인간이 만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대량 학살이나 전쟁과 같은 사건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차별, 편견, 이로 인한 폭력과 혐오, 그리고 분노는 우리나라에서도 어제 오늘의 사회 문제가 아니다. 비인간화된 일상에서 우리는 인간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순히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애써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인간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한 줄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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