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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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자기 돌봄의 인류학 수업

리뷰 총점 9.3 (45건)
분야
인문 > 신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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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Publisher 19.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왜일까?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z******8 | 2024.01.05 리뷰제목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행복하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행하다면서 선진국 가운데 '자살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낡아빠진 이념 사이의 갈등을 넘어 세대간, 젠더간 따위에도 '시기와 질투, 그리고 혐오'까지 온갖 나쁜 것들이 다 들어 있는 '판도라 상자' 같은
리뷰제목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런데도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행복하다'는 비명을 지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행하다면서 선진국 가운데 '자살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낡아빠진 이념 사이의 갈등을 넘어 세대간, 젠더간 따위에도 '시기와 질투, 그리고 혐오'까지 온갖 나쁜 것들이 다 들어 있는 '판도라 상자' 같은 형국에 처하고 말았다. 제발 그 안에 담겨 있는 나쁜 것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상자를 열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로지 '경제성장'만을 추구했던 '멍청함'이 오픈해버리고 만 셈이다. 대한민국의 '판도라 상자'에도 희망이 남아 있기는 한걸까?

 

  <서가명강> 시리즈 '인류학 편'인 이 책은 '한국인의 욕망'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본래 '인류학'은 역사적, 지역적으로 다양한 사회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다양한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에 관심을 둔 학문이기에 현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탐구하기에도 딱 좋은 학문일 것이다. 그 가운데 '타인의 욕망'을 무작정 따라하는 '보편적인' 한국인들이 타인의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펴낸 책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신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담긴 책이란 말이다.

 

  우리 사회는 '남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까놓고 말자하면, 심각할 정도로 '남'을 의식한다. 그냥 자신만의 개성으로 살아가도 충분한 것조차 '남들의 눈에 튀어 보이지 않는지'에 대해서 무척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러는 것이 대부분이겠지만, 한국인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경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오죽하면 '엄친아/엄친딸'이라는 말이 나왔겠냔 말이다. 유독 '엄마 친구의 아들/딸'은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으며,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고, 젊은 나이에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차도 사고, 집도 사고, 해마다 해외여행을 하며, 잘 먹고 잘 산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한다. 분명 어제도 말 했는데, 오늘 또 말하고, 내일도 엄마 친구의 아들, 딸은 그렇게나 잘났다고, '금쪽같은 내 새끼'를 기죽일 정도로 잘났다고 끔찍할 정도로 말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가 어쩜 그토록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삶을 자기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인지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성격이 좋다'는 평가는 다분히 '상대적'일 수밖에 없는 잣대인데도, 천편일률적으로 '엄마 말씀을 잘 따르는 자식'이 곧 '성격이 좋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거기에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대기업 입사'한 뒤, '좋은 차' 사고, '좋은 집' 장만하고, '결혼'도 일찍하고, '아기(손주)'도 순풍순풍 낳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산다는 증거로 '해외'로 싸돌아다녀야만 훌륭한 삶, 다시 말해,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인지 '누가' 정했느냔 말이다. 어찌 하여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이처럼 '똑같은 삶'을 성공이라고 정해놓았는지 궁금하다. 하물며 위에 열거한 것 가운데 '하나'라도 빼먹으면 '실패한 삶'으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루저(낙오자)'라고 비난하기 일쑤다. 심지어 그런 자식을 둔 엄마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렇다면 '공부' 좀 못하고, '성격' 좀 나쁘고(?), '삼류대학' 나오고, '비정규직' 신세에, 좋은 집은커녕 월세 마련하기도 버겁고, 차 살 돈도 없어 '뚜벅이 신세'로 전락하면, 당근 '국내여행'도 변변히 가지 못할테니 살아갈 '가치'조차 없는 실패자란 말인가? 설령 그런 삶을 실패라고 한다고 쳐도 '실패'로 낙담에 빠진 이에게 위로를 건내기는커녕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을까봐서 주눅이 든 삶을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이러니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를 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남이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거나 누리면 그뿐인 것이다. '차가 없는 삶'이라도 자기만족으로 살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으며, '집 없는 천사'처럼 자기 만족만을 추구하는 '소유욕'을 버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며 자아실현을 통한 '나눔'과 '베품'으로 더 많고 더 큰 '만족'을 누리며 살아가는 방식도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누가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서 '높은 담장'을 두르고 '내려다 보는 삶'을 살면 부러워서 미쳐버리는 못된 습성을 '성공'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해서 '그런 삶'을 살라고 부추기고 만다. 그래서 결국 '남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불행에 빠지고, '남의 삶'을 가지지 못해서 자기만족을 할 줄 모르는 멍충이가 되고 만다. 왜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하게 만드냔 말이다. 그래선 안 된다.

 

  우리 사회는 '얼짱'이나 '몸짱'이라는 말을 칭찬으로 쓰곤 한다. 그것만으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얼짱'이나 '몸짱'이 되지 못하면 '자기관리'조차 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으로 치부하며, 못 생겼으면 '화장'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뚱뚱하면 '다이어트'나 '운동'이라도 죽어라해서 모두가 '얼짱'이 되어야 하고, '몸짱'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기에 이르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요즘엔 '성형'이나 '화장'조차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다보니 조금쯤은 덜 강요하는 분위기가 되어 다행이지만, 그런 부족함을 더 채우기라도 하듯 '몸짱 열풍'이 불어재끼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먹방'도 함께 대유행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한편으론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며 먹으면서 '몸매'는 식스팩에 개미허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어디 이뿐인가.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저출생'의 문제로 위기에 빠지자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애를 낳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결혼'도 하지 않은 여자가 홀로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와 '사생아'라고 낙인을 찍으며 '동반자살'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로 내모는 사회풍토가 여전한 것이 웃길 뿐이다. 대한민국이 '인구절벽'이라는 위기 탈출을 하는데 보탬이 된다며 칭찬(?)해도 괜찮은 상황 아니냔 말이다. 오히려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클테니 '십시일반'을 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서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느냔 말이다.

 

  이런 사회문제들은 '타인의 시선'에 너무 목을 매다보니 벌어지는 촌극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타인지향적인 삶'을 뿌리 깊게 내린 결과,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삶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어떻게 비춰지느냐'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정상적인 삶으로 못박아 버리고나니 가장 중요한 가치가 '경제력'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 사회는 그 어떤 가치보다 '경제'에 치중하고 말았고, '경제성장'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만병통치약이라 믿어 의심치 않게 된 것이다. 그 탓에 '경제성장'으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가며 추진하지 못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그냥 덮어버리고 밀어붙이는 일이 자꾸 벌어졌던 것이다. 그런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좀처럼 해결방법이 보이지 않는, 앞이 깜깜한 사태를 직면하고 만 셈이다.

 

  물론 쉽게 해결될 수는 없다. 특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문제'만 보아도 양 진영으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듯 서로 양보와 배려, 대화와 타협조차 하려 들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향해 "너희가 없어져야 대한민국이 잘 된다"는 막말과 욕설의 끝장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런 대한민국이 갈등과 혐오를 봉합하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게 될 수 있을지 몹시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문제는 풀리기 마련이다. 풀리지 않는다면 '문제'라고 불릴 까닭도 없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사회문제의 거의 대부분은 너무나 빨리 경제성장을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쌓아두기만 한 탓이라면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그리고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면 해질수록 사회구성원들 스스로 반성과 성찰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진단은 크게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시기와 질투, 그리고 혐오 문제'만큼은 결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건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하고 병들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병이 들었을 땐 '적절한 처방'이 꼭 필요하다. 처방만으로 부족하다면 '치료'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진 치료단계가 아닌 '처방'만으로 해결할 수도 있을 거라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자기 행복을 위한 처방'을 꼭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타인의 욕망'이 아닌 '자기 욕망'을 키워나가고, 남들 기준의 성공적인 삶이 아닌 '자기 만족'을 성공기준으로 삼은 삶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모두가 똑같은 개성, 똑같은 재능, 그리고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인데, 어찌 '똑같은 성공'을 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기준'이라면 가능한 '기준'으로 바꿔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기준'도 남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야 마땅하다. 누구나 딱 한 번 사는 삶인데 '내 기준'대로 살아야 더욱 만족스런 삶이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내 삶을 풍족하게 만족시키기 위해 '남의 삶'을 참고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남의 삶'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무작정 '따라하기'로 복붙해버리는 삶은 불행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니 '타인의 욕망'을 욕망해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절대로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는 순간부터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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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23.01.06 리뷰제목
한국의 가족주의는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안전망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생성해왔다. (...) 주요 결정들이 가족이나 연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전쟁 직후의 불확실한 현실과 급성장 시기에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편일지언정 오늘날 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p.95)      육아휴직 후 복귀 대신 사직을 결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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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족주의는 국가가 제공하지 못하는 안전망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생성해왔다. (...) 주요 결정들이 가족이나 연고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전쟁 직후의 불확실한 현실과 급성장 시기에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편일지언정 오늘날 한국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p.95) 

 

 

육아휴직 후 복귀 대신 사직을 결정했을 때 소수는 지지했고, 나머지는 만류했다. 후회할 거라고, '여자'가 다시 그 정도 벌이를 할 수 있겠냐고. 웃긴 건, 만류한 것은 동료 등 '아는 사람'이었고, 지지한 이들은 가족이나 '절친'들. 돈도 중요하겠지만 '정체성 찾기'나 '자기 돌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소수의 '응원의 말'을 들으며 사표를 냈다. 정작 내가 먼저 느낀 것은 금전적 문제가 아닌, 당연하게 느껴지던 여러 가지가 사실은 잘못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여자는 가정을 잘 꾸려야 한다면서, 자녀를 가진 여자의 재취업은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장만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 타인의 것은 무조건 틀리다고 말하는 집단.

 

서울대 인류학과 이현정 교수의 를 읽으며 그 생각들이 다시 떠올랐고, 당시에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던 생각이 명료해졌다. '나'보다 '타인'의 눈을 먼저 신경 쓰며 살아온 우리 모두의 삶, 타인의 인생을 틀에 구겨 넣으려는 건방진 시각과 제도, 차별과 위계, 혐오와 불안, 그리고 그런 것들에서 오는 정체성 상실, 젠더갈등, 집단이기주의와 비리 등의 사회문제까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사회문제 같지만 결국은 나의 이야기고, 개개인의 삶과 아픔을 통해 사회의 문제나 흐름을 읽는다. 

 

책을 열고 '몸'에 대한 이야기를 만났을 때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가늠하지 못했다. 인류나 사회 이야기에 이어질 키워드가 맞나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그 생각은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깨졌다. 우리는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내 몸에서 '사회적 통념'을 경험하고, 타인의 시선과 차별 등을 받아낸다. 그래서 작가의 '자기 돌봄' 철학이 더욱 깊이 와닿았다. 덕분에, 직장의 규율,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챙기지 못한 결과로 얻은 '디스크'조차 깨달음이 된다.

 

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것은 가족 편. 나는 다행히 좋은 부모·형제 속에 성장하여 상처를 겪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만연한 사회의 문제들이 너무 훤히 보여서, 엄마가 되고 나니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공감하고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혐오와 차별, 젠더갈등을 읽으면서는 내가 직접 겪었던 문제들을 떠올려보기도 했고, 후에 내 딸이 겪기 전에 그런 문제들이 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작가는 '서가명강'에 기반한 책이라 깊은 내용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했으나, 나는 오히려 여러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질의응답이 포함되어 있어 좋았다. 일반인으로서는 충분히 깊은 내용과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깨달음이 많았고, 사회적 어휘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인류학을 읽었으나 심리학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얻는 것은, 결국 그것이 나도 가지고 있던 아픔이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보며, 이것이 비단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을 놓은 후 나의 인간관계는 좁아졌지만 부족함이 없고, 금전적으로는 부족해졌는지 몰라도 나는 나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타인의 시선이나 욕망이 아닌,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가졌구나, 생각했다. 앞으로의 내 모습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답게 사는 것을 목표에 두고 살 수 있기를, 적어도 타인이 만들어낸 틀에 스스로 들어가려 노력하지는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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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하는 방법 평점9점 | s****s | 2023.01.14 리뷰제목
얼마전에 1인당 명품 소비 세계 1위가 한국이라는 조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거창한 말에만 익숙해서인지, 1인당 명품 소비라는 낯선 말이 나를 웃게 만들었는데 그 1위를 우리가 했다니 그건 또 나를 놀라게 만들더라구요. 이런 풍조가 역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건가 싶긴 한데요.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와 혈연, 지연을 중시하는 아시아에서 왜 동네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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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1인당 명품 소비 세계 1위가 한국이라는 조사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거창한 말에만 익숙해서인지, 1인당 명품 소비라는 낯선 말이 나를 웃게 만들었는데 그 1위를 우리가 했다니 그건 또 나를 놀라게 만들더라구요. 이런 풍조가 역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건가 싶긴 한데요. 가부장적인 가정 분위기와 혈연, 지연을 중시하는 아시아에서 왜 동네사람, 학교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오게 되었는지도 2부에 나온 '우리는 가족이지만 타인이다'등에서의 설명으로도 알게 되지만 그건 나 자신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예전 어른들과는 다른게 나만의 삶이라는 걸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남들과 비교해서 평균이상이 되려고 노력하는 부분이 분명 있으니까요.

 

어쩌면 그건 '4부 - 오늘부터 타인 지향적 삶과 이별합니다' 에 나온 말처럼 "남부럽지 않게"라고 우리가 흔히 쓰는 한마디에 다 들어있다 싶기도 한데요. 빨리, 빨리 경제 발전을 이루어 서양의 어느 나라들처럼 잘 살아보자는 큰 구호아래 모두 모여 같은 뜻을 품어왔기에 그게 세월이 지나도 우리들 세포에 어느 정도 각인이 되어있어 그 느낌이 아무렇지 않은건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이상 살찌면 흉한 것이고, 주름잡힌 얼굴도 병원에 가서 피는 게 당연한거고 , 일정 나이에는 이런 이런 경험과 어느 정도를 해야하고, 뭐든 평균이하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여기는 등등으로 흐름이란 것과 쏠림이란 문제를 만드는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그렇게만은 안 된다는 걸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면서 조금씩 느끼게 되는데요. 사회에서 만난 이들이 정의까지 가지않아도 되는 아주 사소한 일을 괜찮다는데도 나에게 강요하려 할 때, 당연하게 안된다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때 한번이라면 참거나 심지어는 잊을 수도 있지만 그 일이 또 일어나 우리들의 아이들이 같은 일로 겪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보니 이제는 멈춰야 된다 싶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에서는 이제라도 "너무 똑같이 가는 것, 그리고 다들 그렇게 가더라라고 쉽게 인정하는 걸", 그래서 생기는 각자의 너무도 다른 욕망의 크기를 같은 테두리 안에 넣으려고 하는 걸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이것들이 흔쾌히 "그래도 괜찮다"라는 내 안의 허락을 받지 않았음에도 그런 척 밀고가는 일이면 나중에라도 그 일은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걸 알게되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몸, 가족, 젠더가 삶의 제약이 되기도 하지만 나를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일부분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타인을 바라본다면,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쫓아 아름답게 보이는 것보다 내 안의 바람을 쫓아 느끼는 시간이 더 자유롭다는 걸 느낄 때 그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자기 돌봄이라는 인류학 수업이  잔잔했음에도 오늘 나에게도 필요했구나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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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이현정 평점10점 | b******o | 2024.03.14 리뷰제목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우리는 그 이전까지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상당히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성공한 사람들이 각종 비리나 불법을 통해 부나 권력을 축적하다 보니, 한국인은 상층 집단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IMF 이후 최근 몇 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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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으로 인해서, 우리는 그 이전까지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상당히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성공한 사람들이 각종 비리나 불법을 통해 부나 권력을 축적하다 보니, 한국인은 상층 집단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IMF 이후 최근 몇 십 년 동안에 경쟁이 가속화되었다. 너도나도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경쟁이 워낙 심해지다 보니,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서 확대되었다."

우리 사회의 차별, 혐오, 불안 등에 대해 살펴보고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책으로 서울대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엮어내고 있는 서가명강 시리즈 중 한권. 이런 강의를 들은 서울대생이 한둘이 아닐텐데 왜 소위 지도층이라는 사람은 인성이 의심되는 사람이 그리 많은 것이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인지(아니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하거나) 궁금해지기까지 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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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대여]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t***m | 2024.02.29 리뷰제목
이현정 교수님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의 리뷰입니다. 이 책은 현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외모, 가족, 젠더 그리고 정해진 레일을 달려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기는 한국 사회의 모습도요. 1장에서는 타자의 기준에 재단된 외모와 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외모에 관심이 있고 가꾸느냐가 어느순간 현대사회에서는
리뷰제목
이현정 교수님의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의 리뷰입니다. 이 책은 현재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외모, 가족, 젠더 그리고 정해진 레일을 달려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여기는 한국 사회의 모습도요. 
1장에서는 타자의 기준에 재단된 외모와 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외모에 관심이 있고 가꾸느냐가 어느순간 현대사회에서는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몸이 자아의 반영이라는 자기모순적인 태도는 자기혐오를 넘어서서 식이장애와 같은 병을 얻을 수도 있게 됩니다. 고칼로리의 맛있는 음식을 먹으라고 광고하면서 한편으로는 강박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광고하는 모순적인 사회를 말하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정상가족과 가족의 붕괴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가족이 정상가족이라고 한다면, 현재 한국은 그 가족이라는 개념이 붕괴되어가고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1인가정, 아이가 없는 딩크 가정, 퀴어 커플의 가정, 친구들과 함께사는 공동체적인 가정들도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한국인이 유독 정상가정에 집착하는것은 동양 문화의 집단 주의와 가족주의가 합쳐진 사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연학연등등의 연줄도 그 가족주의의 조각이며 사회 발전에 큰 저해를 끼치고 있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3장에서는 최근 불거진 젠더 문제입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 강남역 출구 사건, N번방, 미투운동 등으로 대두된 여성혐오 문제. 그리고 젊은 계층과 고령화된 계층에서의 달라진 젠더 인식 등 다양한 젠더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에 요구했던 전통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서 각자 자기가 원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마지막장은 정해진 레일을 달리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보고 혐오와 멸시의 대상까지 되어버리는 한국인의 삶에 대해서 입니다. OECD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고 가장 불행한 나라가 된 한국입니다. 빠르게 발전한 경제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은 함께 발전하지 못했음을 주장하는데요, 모두가 정해진 삶의 틀을 달려야하는 한국에서 이 틀을 이탈하게 되면 실패한 인생이 되어버리고 불안한 삶이 됩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삶을 강요하고 있는거죠.
다양한 삶이 있고 그 삶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타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욕망에 맞는 삶을 살면 불행하고 불안하기만 할 뿐입니다. 여러 삶의 모습이 있음을 인정하고 가치관을 넓히고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생각하고 더 자유롭고 행복감을 주는 삶이 중요하다 것을 일깨워 주는 책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비추 리뷰가 은근 있어서 읽어봤는데 서가명강 시리즈답게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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