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지인들과 부모님이야기나 노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난 암보다 치매가 더 무서워..나이가 더 들더라도 몸이 아픈 건 치료해가며 살아갈 수 있지만 치매로 내 주위를 잊어버리게 되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잊고 있다는 것조차 잊는다는 게 제일 무섭고 두려워...”
‘치매’라는 것에 겁을 먹게 된 이유는 있다.
몇 년 전에 좋은 시간과 기회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되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필기시험 점수도 필요하지만, 현장에서의 체험과 경험의 시간이 충족 되어야하기 때문에 요양원에 계시는 노인분들을 2주 동안 매일 만나게 되었다.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고, 몸이 아파지고, 혼자서 생활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요양원 생활을 하셔야 하는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만나게 된 것은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시험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어르신들을 매일 만나고 인사하고 지내면서 아마도 ‘치매’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어르신들 중에는 젊은 시절 대기업에서 고위간부급으로 사회적으로도 성공하신분도 계셨고, 나름 젊은 시절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셨다.
그러나 ‘치매’는 그분들을 ‘떼쓰는 어린아이’처럼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아이를 달래듯이 어르신들과 이야기하고, 밥을 먹여드리고, 씻겨 드리기도 하는 등 여러 경험을 하게 되면서 안쓰럽고 서글픈 마음과 함께 내게는 ‘치매’가 너무나 무서운 병으로 느껴졌다.
시간들을 보내고, 자격증도 취득하게 되면서 ‘노인심리상담사’에 도전하면서 특히나 ‘치매’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으로 더 커졌다.
그 이후 삶과 죽음, 치매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하게 된 것 같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왠지 직감적으로 느꼈다.
‘치매이야기’ 이구나...
하지만, 다른 책과는 분명히 달랐다.
‘치매’가 소재가 되는 소설이나 에세이는 그 주위 사람들 시선에서 살아내고, 이겨내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치매가 걸린 당사자 본인의 시선에서 느껴질 수 있는 일들을 그려내는 것은 분명히 색다른 시선이었다.
‘치매’는 나에게도 올 수 있고, 내 가족에게도 올 수 있는 병이다.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지고, 노인으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사례가 생길 것 이라고 생각된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생기게 되면 그 가족관계는 너무나 힘들어진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치매환자 본인이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서는 그보다 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가족을 힘들게 하는 치매환자가 된 또 하나의 가족으로만 남을 뿐...
나도 내 가족이 치매환자가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갈지 알 수 없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섣부른 장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이들이 겪는 이야기들을 자꾸만 접하게 된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 라고 생각되는 치매환자로서 바라보는 세상을 이해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옆에서 모시며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시선으로 풀어준 ‘낯선 여자가 매일 집에 온다.’는 노부모가 계신 자식들은 꼭 읽어 봤으면 싶다.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수는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온전히 느끼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렇게 ‘나’와 ‘너’의 입장을 맞바꾸어 책을 한 권 써나가는 여정을 통해 저자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당사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리라. “힘내”라는 말보다 “당신의 절망과 괴로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는 말이 당사자에게는 훨씬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나에게는 이 책이 그런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졌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