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의 연대"
강민영의<전력 질주>를 읽고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탈출하라! "
-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의 연대 이야기-
요즘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세계 사람들이 자연재해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름 내내 계속되는 폭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고, 지속된 장마로 인해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해서 집에도 돌아가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영국의 저명한 잡지 가디언지는 "지난 30년간 여름철 고온 때문에 발생한 인명피해의 3분의 1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직접적 결과로 수백만 명이 희생됐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상기후로 우리는 더이상 전형적인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고 예전에는 봄, 여름, 가을,겨울 4계절이 분명했는데 이제는 봄,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 것 같다. 이처럼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는 어느덧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로 자리잡았다.
이 책 『전력 질주』는 이런 이상기후 현상으로 발생한 지속된 한여름 장마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진과 설은 아마추어 스포츠인이며 휴가 기간 동안 그동안 못했던 운동들을 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열흘 간 지속된 장마로 인해 휴가 계획은 취소되고 그들은 야외에서 운동하지 못하는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스포츠센터를 찾는다. 여러 스포츠센터 중 국내 최대 규모의 송도 트라이센터를 선택해서 거기에서 진은 바다수영 대신 실내 수영을, 설은 마라톤대회 참가 대신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
그 트라이센터는 규모뿐 아니라 설비까지 훌륭하다고 소문이 났고, 직접 가서 운동을 해보니 그 소문이 사실임을 알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던 진과 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흙탕물이 어느새 바닥을 적시고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면서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건물이 붕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이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진은 지하 4층에서, 설은 지하 3층에서 각자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진이 탈출하고자 지하 3층으로 올라오게 되면서 진과 설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던 진과 설은 재난상황 속에서 서로 도우며 건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함께 달리기 시작한다. 건물 붕괴라는 위기 상황에 맞선 두 여성 진과 설의 연대가 시작이 된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마음 속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재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연대한다.
진과 설의 탈출 과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을까 ?' 생각하며 너무나 충격을 받았다. 건물 붕괴라고 하니 예전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가 생각이 나기도 했고, 얼마나 10.29 사태로 인한 참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트라이센터의 붕괴조차 안전불감증과 부실건축이 불러온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으로 야기된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나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의한 부실 건축 등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재난 상황이 실제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재난상황 속에서도 국가의 도움은 없었다. 진과 설을 포함한 생존한 사람들이 무사히 탈출한 것은 연대를 통해 서로 도와주고 한 명이라도 살리고자 하는 인간적인 마음과 애정이었다. 진과 설도 처음에는 서로 알지 못하는 남과 같은 사이였으나, 재난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 도와주고 의지하면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 속에서 진과 설은 각자가 가진 마음 속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들의 빛나는 우정과 따뜻한 연대가 나를 감동시키고 가슴 뭉클하게 했다.
“그때 이후 다시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물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저앉은 설의 신발 안쪽으로 흙물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 수가 없어요.”
설의 웅얼거리는 목소리는 바닥에서 찰랑거리는 물소리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진은 설 쪽으로 더 몸을 기울이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뭐라고요?”
“움직일 수가 없다고요.”
설이 핏기 하나 없이 사색이 된 얼굴로 진을 올려다봤다. 설의 비닐 백을 들고 있던 진의 오른손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 p.78
과연 진과 설은 그 건물에서 무사히 탈출해서 살아남았을까. 두 여성의 아름다운 연대로 인한 결말이 궁금하면 이 책 『전력 질주』를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일일까. 하긴 요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없다. 10.29사태 또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던가.
이처럼 인간의 연대는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감정이 메말라 삭막한 사회를 훈훈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재난 상황 속에서 살아갈수록, 우리들이 서로 믿고 의지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 여성들에게 힘을 내라고말하고 싶다.
힘을 내고 있거나 힘을 내기 위해 대기중인 '움직이는 여자들'을 응원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대항해야 하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p.185, <작가의 말>
"전력 질주 (강민영 著, 안전가옥)”를 읽었습니다. 기후 위기가 현실화된 아주 가까운 미래에 벌어지는 재난을 다룬 중편 소설입니다.
‘진’. 바다에서 수영하기를 즐깁니다. 하지만 올해는 휴가도 무색하게 바닷물에 몸을 담궈보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열흘째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입니다. 실내 수영도 대안으로 선택해볼 수 있지만 기껏 휴가까지 냈는데 내키지 않습니다.
마침 눈에 들어온 ‘송도 트라이센터’.
5미터 깊이의 잠수풀을 가졌으며 모든 레인이 해수풀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스윔슈트 전용 레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은 다급히 온라인 예약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설’. 누구보다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달리기는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고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는 오해를 사지만 의외로 기상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비가 열흘 동안 내리면 달릴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렇다고 실내 트랙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도 드물죠. 그렇다고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것은 성미에 차지 않습니다.
그래, 실내 트랙이 없는 것은 아니지.
‘송도 트라이센터’
빗길 운전은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온몸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두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이유를 안고 그렇게 ‘송도 트라이센터’를 향합니다.
현대인은, 특히 소셜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관계는 대부분 표피적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한 장에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파악한 듯 굴기도 하지요.
작중 ‘진’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설’ 역시 인플루언서이지만 개인의 역사가 있는, 실체가 있는 존재입니다. 피상적 만남과 소셜 미디어의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바로 연대와 유대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역사도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이 작품, “전력 질주”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재난물이지만 스펙타클함을 강조하지 않고 오히려일상물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운동이라는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재난물이 가질 수 있는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요란스럽지 않아도, 소재가 비범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음을, 강민영 작가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력질주 #안전가옥 #강민영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진은 어릴 적부터 운동이라는 것은 해본 적 없이 살아왔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왔고 병원에 내원했을 때 무조건 운동을 해야만 한다는 의사의 말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수영을 택하게된다. 의외로 수영에서 두각을 나타낸 진은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으로 일취월장하게 되고, 철인 3종에 나가서도 종목별 개인순위 1위를 할 정도의 실력을 뽐낸다.
휴가를 맞아 바다수영을 하고 싶었던 진은 계속된 장마에 해수욕장이 입장제한으로 인해 결국 포기했고,
이대로 휴가를 보낼 순 없다는 생각에 실내수영장을 알아보게 된다.
국내 최대 스포츠센터인 '송도 트라이센터'. 진은 그렇게 종일권을 예약하고, 그동안 못다한 수영을 하기위해 트라이센터로 향한다.
설은 예정대로라면 마라톤 대회워 트레일 대회, 주말엔 한강이든 남산이든 달리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그 계획들이 어그러졌다. 바로 날씨 때문에, 대회 일정을 참고해 휴가를 미리 냈건만 날씨를 예상하지 못했던 설은 각종 대회가 모두 취소되는 것은 물론 그동안 달리지 못해서 화가 잔뜩 올랐다. 당장이라도 몸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달릴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던 설이 떠올린 곳은 바로 '송도 트라이센터' 두 세시간 달려 도착한 센터에 종일권을 끊고 들어가 바로 몸풀기를 시작했다.
이미 지난 철인3종 경기에서 만난 둘은 각자 서로 자신있는 부분에서 (달리기와 수영) 1위를 차지하고, 개인기록까지 갈아치우며 주변사람들에게 이목을 받았다. 지하 4층에 수영장이 위치해있었고 이미 진은 그곳에서 수영을 하다 허기가 져 배를 채우려 잠시 나왔을 때 벽 곳곳에서 흘러 내려오는 정체모를 갈색의 액체들이 수영장을 뒤덮는 것을 발견하고는 도망치려 지하3층 에스컬레이터로 향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설을 보고,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전개는 두 주인공이 송도 트라이센터라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체육관에서 만남과 동시에 사건의 발단이 시작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 얼마만인지..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주변인물이 많지 않아 주인공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달리기, 수영이라는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여자주인공. 운동이라는 소재에서 내가 흥미있어하는 부분이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주인공들이 트라우마를 이겨내며 성장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사실 이상기온, 이상기후에 관해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거듭나는 부분이다.이런 사건들이 현실성이 없는 일이 아니라 마음에 걸렸다던 프로듀서의 말이 우리에게 더욱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큰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