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여고생이 되면서 처음 맞는 여름방학, 많지 않은 시간속에 아이에게 책을 권하여 주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단편 소설 2』이 책을 만났다. 엄마로서 한국 단편이라는 글도 마음에 들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 이 글을 보고 아이와 함께 더운 여름날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하였다.
金裕貞, 李箱, 李孝石, 蔡萬植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단편 소설 2』이 책을 보면서 강산이 세 번 바뀌기 전 여고시절에 많이 들어본 작가들의 작품을 딸아이와 더불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새롭지만 작품은 영원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여고생이 되면서 제일 부담스러운것이 아마도 수능준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칫하면 모든것이 문제풀이를 위한 공부가 되기 쉬울때 특히 우리의 문학을 그렇게 만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짬을 내서라도 단편들의 모임인 이 책을 더욱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에 꼭 읽힐 생각이다.
이 책속에 수록된 작품을 살펴보면 蔡萬植의 <치숙>,<논 이야기>,<미스터 방>, 李孝石의 <산>,<메밀꽃 필 무렵>, 李箱의 <날개>, 金裕貞의 <만무방>,<금 따는 콩밭>,<봄봄>,<동백꽃>,<땡볕> 등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중에서 李孝石의' 메밀꽃 필무렵', 李箱의 '날개', 金裕貞의 '봄봄' 이나 '동백꽃'은 낯이 익어서 그런지 나의 여고시절을 생각하면서 술술 읽을 수 있었고 그 이외의 작품도 나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기에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딸아이를 비롯한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경향이 많이 있어서 이런 좋은 책을 많이 만날 수 없는 점이 정말 아쉽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얼른 우리의 작품을 읽으며 알찬 여름방학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단편소설> 두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여름방학에 읽으면 좋은 책인 것 같다.
18종의 문학 교과서에 수록된 한국단편소설 중 채만식의 <치숙>,<논 이야기>,<미스터 방>, 이효석의 <산>,<메밀꽃 필 무렵>, 이상의 <날개>, 김유정의 <만무방>,<금 따는 콩밭>,<봄봄>,<동백꽃>,<땡볕>이다. 단편소설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흐름이 짧다. 그래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큰 감흥을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뭔가 공부를 하듯이 작품 분석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문학교과서도 아니고, 문학참고서도 아니다.
그냥 읽어보자. 청소년을 위한 필독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추천도서나 필독서라고 정한 책들은 별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시절에 읽은 책들은 가슴 속에 남는다. 머리로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문학작품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이제와 돌아보니 십대의 감성이 가장 순수하고 예민했던 것 같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메밀꽃 필 무렵>중에서
문장 속의 풍경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없다면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감성이지만 이 문장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릿속으로 상상한 그 장면을 언젠가는 실제로 볼 날이 올 것이다. 문학작품 속 모습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항상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살면서 십대 시절에 읽었던 문학작품 속 문장들이 떠오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품을 읽을 때에는 진정으로 주인공의 심정을 이해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문학이니까 학습적인 면을 조금은 염두에 두었는데 두번째 책이 출간되어 만나보니 무엇을 목적으로 삼지 않아도 그냥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라오면서 우리만이 느끼는 정서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찾을 수 있겠구나 싶다. 청소년들에게 한국단편소설은 아직 덜 익은 과일처럼 느껴지겠지만 언젠가 더 세월이 흐르면 잘 익은 과일의 참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교과서에 수록된 일부만 보고 끝날 것이 아니라 한 편을 제대로 읽어보자. 아이들과 함께 소리내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훌륭한 우리의 문학작품을 통해 아이의 감성도 한뼘씩 커나가지 않을까. 비록 작은책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조금씩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걸 믿는다.
나이에 따라 같은 책이 다르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학교 다닐때 열심히 읽었던 한국 단편 소설이 더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이 효석님의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이 동이의 왼손잡이를 보며 떨리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나 김 유정님의 동백꽃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난 감자를 주었건만 단칼에 퇴짜놓은 '나'에게 당연히 눈에 독을 올릴 수 밖에 없었던 점순이의 심정까지 한 눈에 보며 말이다.
지금과는 다른 시대 상황이지만 그렇게 달라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삶과 그 삶에 꼭 따라오는 고난에 대한 울분, 그리고 사랑에 빠진 이들의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또 은근한 이야기가 읽을수록 재미를 더하게 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단편 소설 2>에서는 채 만식,이 효석,이 상,김 유정 이렇게 네 분의 11개의 단편들이 그 시대를 누가 어떻게 어떤 일들을 겪어가며 살았는지를 알수 있게 하고 있다.
자신의 땅을 도로 찾을 줄 알았다가 그렇게는 안 된다는 걸 알게되자 "독립했다구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라는 말로 소심한 복수를 하는 채 만식님의 '논 이야기'에 등장하는 한 생원이나 일어나지 못할 만치 동생을 매타작한 후, 속썩는 한숨을 내뿜으며 그래도 동생이기에 업고 어청어청 산길을 내려와야 했던 응칠이 등장하는 김 유정님의 '만무방', 중복허리의 쇠뿔도 녹이는 뜨거운 땡볕에 오늘 낼하는 위급한 병을 지닌 아내를 지게에 얹은 채 희망으로 갔던 그 길을 돌아오며 덕순 부부가 흘렸을 소리없는 뜨거운 피눈물이 있는 "땡볕", 산에서 살게 된 후 거리의 사람이나 살림살이가 눈을 끌지 않는 자신에게 이상하다 느끼면서도 딱 하나, 용녀에 대한 생각만은 포기하지 못하는 중실이 제 몸이 스스로 별이 되는 걸 느꼈다 라고 끝을 맺는 이 효석님의 "산"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하는 이상의 '날개' 등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게 미덕이라고 여기며 살아가던 이들의 한숨에 녹이고 마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현행 표준어와 맞춤법으로 바로잡되 최대한 원문을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1900년대 시대가 들어있는 이야기들이라, 중간중간 나오는 지금과는 다른 단어사용이나 어구로 단번에 읽어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읽을수록 곱씹게 되는 맛이 있는 이야기들이라 아이들과 같이 읽어가며 지금과 어떤 부분이 다른지, 혹은 같은지 그리고 그 시대 그 사람들이 어땠는지를 짧은 단편이기에 오히려 더 강렬하게 느껴보게 된다.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 단편 소설 2]에서는 제목에 맞게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봤을 법한, 제목이라도 들어봤을 만한 단편소설들이 들어있었다.
채만식, 이효석, 이상, 김유정 작가의 단편소설의 전문이 들어있어,
책한권만으로도 여러권의 책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한국단편소설이라고 하면
괜시리 어렵다는 생각에 조금은 읽기가 망설여 질때가 무척이나 많았는데,
책 중간중간을 파스텔톤의 색지를 배치하고 내용과 관련된 일러스트가 함께 들어 있어 읽는내내
지루함이 없었다는 것이 다른 단편소설집과는 다른 장점이었다.
또한 원문을 그대로 옮기려 노력하고, 좀 더 이해를 돕기위해 맞춤법에 맞춰 쓴 것도 책을 쉽게 읽어 내려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항이었기에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든다.
학창시절 교과서로 단편소설을 볼 때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른이 되어 우리나라 단편소설을 읽으니
그 시대의 애환과 서러움이 곳곳에서 느껴져 조금 슬픈 마음도 들었다.
어릴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마음이 어른이 다시 느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좋은 책은 여러번을 읽어도
좋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에 들어있는 단편소설 중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책에서 나오는 만큼 큰 메밀꽃밭은 아니더라도,
꽤 큰 메밀꽃밭을 엄마와 함께 여행 다녀온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키가 크지 않은 메밀꽃밭을 거닐며 그때도 책을 떠올리며 달빛아래서 메밀꽃밭을 거닌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책의 내용과 내경험이 맞물리는 경험을 하고 나니
책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나오는 배경을 모두 경험해 볼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책의 배경이 되는 곳들을 찾아가보고
그곳에서 책을 다시한번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라면 다시 한번 읽어보며 나와 같은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고,
학생이라면 처음 접하는 단편소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후회하지 않는 추억과 단편소설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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