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중앙에 뚫린 구멍 사이로 빨간 꽃잎을 뒤집어 쓴 아주 작은 아기가 서있습니다. 아기가 살고 있는 곳은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신비한 곳이었습니다. 아기는 그곳에서 평화롭고 안락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의 시야에 작은 구멍이 하나 들어옵니다. 아기는 처음 이 구멍을 보았을 때 그 존재를 애써 외면합니다. 하지만 아기의 바람과는 달리 그 구멍을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그로 인해 강같이 흐르던 우유는 말라버리고, 그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꽃이 말라죽게 됩니다. 아기는 구멍 밖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그 구멍이 생김으로써 벌어지는 변화들에 괴로워합니다. 결국 구멍이 커지고 커져 아기의 몸을 완전히 짚어 삼킬 만큼 커졌을 즘즘, 아기는 구멍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합니다.
솜털같이 부드러운 것과 작지만 단단하고 고소한 것.
알록달록 볼수록 재미있는 것 혹은 쓸모없지만 귀여운 것.
'꽃씨는 더 많은 꽃이 될 테고 꽃은 더 많은 옷이 될 테야.'
아기는 상상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았다_[마음의 비율] 중에서
우유가 강처럼 흐르고, 꽃향기가 가득한 곳의 정체를 알고 난 후에는 책에 나온 표현 하나하나가 경외롭게 느껴졌습니다. 아기에게 꽃의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나날이 커져가는 구멍이 아기로 하여금 어떤 존재였을지, 평화롭고 안락한 공간에 생겨난 작은 구멍을 보았을 때 그리고, 구멍으로 인해 변해가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바라보며 아기 느꼈을 감정들을 떠올려보게 합니다. 외면에도 불구하고 점차 커져가는 구멍은 아기에게 불안의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내 이를 극복하고 구멍 밖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설 용기를 내고, 불안의 시간들을 버틴 이후 아기는 비로소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재탄생합니다. 하나의 생명이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상상해 보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였습니다.
그곳의 끝자락에 선 아기의 발가락을 낯설고 차가운 공기가 스쳐 지나갔다.
흠칫 놀란 아기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기는 밖으로 나갈 것이다. 바로 지금._[마음의 비율] 중에
[마음의 비율]에 나온 아기는 마치 나의 모습과도 닮아 보였습니다. 우리는 성장해나감에 따라, 좋든 싫든 익숙했던 곳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때론 아기처럼 자신을 둘러싼 변화하는 상황들을 애써 무시할 때도 있지만, 점차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익숙해서 평안하고, 평안해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공간, 하지만 조금만 더 용기를 내 한 발짝 나아간다면 생각지도 못한 훨씬 더 멋진 삶이 펼쳐질 거라고 나에게 부드럽게 속삭여주는 듯했습니다. 잔잔한 감동과 위로를 주는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책이였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아기는 그곳에서
먹고 자고 꿈을 꾸었다.
우유를 마시다 잠이 들면 꿈을 꾸었고
꿈을 꾸다 잠이 깨면 우유를 마셨다.
꽃향기에 취해 기분이 좋아질 때면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이 좋아,지금이.' (본문)
어느 날,
작은 구멍 하나가 아기의 눈에 들어왔다.
애써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만큼
그렇게나 작은 구멍이었다.
외면하면 외면할 수 있는 일.
그날도 꽃은 여전히 향기로웠다. (본문)
아기는 꿈을 꾸었다.
본 적 없는 꽃들과 알수 없는 향기 속에서 길을 잃는 꿈.
돌아오고 싶지 않은 꽃길을 걸으며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을 꾸었다. (본문)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그림책 『마음의 비율』이다. 이 그림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이해, 개념을 설명하고 있어싿.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호기심을 느끼며, 상상하였고, 상기시켜준다. 아기의 마음은 어떤지, 아기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희노애락애오욕, 일곱가지 마음의 비율은 어떤지 궁금하다. 세상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아기는 보고, 듣고, 향기를 맡고, 만져 보고, 맛을 본다. 상상하지 않는 경험에 의존하는 일상이다. 그림책 전문 작가 김승연은 바로 그러한 아기의 마음을 텍스트와 그림에 채워 나간다. 자고 싶으면 자고, 배가 고프면 먹고, 울고 싶으면 운다. 그리고 잠을 자고, 꿈을 꾼다. 그것은 의도된 행동이 아닌, 그때 그때의 경험과 느낌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서, 어떤 것을 느끼는지에 따라서, 어떤 것을 맛보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각기 다르다. 셍텍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글밥은 적지만, 생각할 인생 경험 스토리는 많았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보고, 생각하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연결한다. 세상에 대해서 옳고 그름이 아닌,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삶에 대해서, 새롭게 할 수 있으며, 내 삶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감하며, 쓸쓸함과 풍요로움의 차이, 차가움과 따스함의 차이, 다름과 틀림의 차이, 미움과 증오의 차이,울음과 웃음의 차이 를 하나하나 채워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