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저절로 애국심이 생기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역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때문일텐데, 특히 왜곡된 역사를 바로 보는 것에 대한 시선을 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황태자비 납치사건』, 『고구려』등 많은 작품이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고구려』같은 경우는 지금도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었는데, 소설 속에서 나온 역사 왜곡에 대해 분노하며 읽었었다.
작가는 우리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소설을 쓴다. 많은 사람이 읽고 바로잡았으면 하는 내용을 소설 속에서 다루는 것이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그가 역사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했던 자료를 만화로 나타낸 책이다. 그림을 보며 그가 취재한 내용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방 이해하기 쉽다.
한국(韓國)의 한(韓)의 유래에서부터 임나일본부 조작, 명성왕후 시해사건이 있었던 날의 진실,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북한의 지배자 김정은, 함흥차사라는 말에 얽힌 태조 이성계, 한자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진실을 나타낸 글이다. 한국의 한이 고조선의 과거 국호였다는 걸 말해준다. 고조선의 위치가 중국 대륙의 한부분이었음을. 이처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는 작가도 없는 것 같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렸으나 감춰진 역사의 한 부분을 말하는 소설인데, 우리가 알고 있었던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조금은 달랐다. 소설 속에서는 명성황후가 시해된 이후에 시신을 능욕했다고 했는데, 사실은 먼저 칼을 몇 번을 찌른뒤 국부검사를 했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황후에게 이처럼 치욕적인 행동을 가했던 이들의 만행에 다시한번 일본에 대한 울분이 생겼다.
북한의 김정은은 과연 일인자인가에 대한 그의 의견은 의미심장하다. 보여지는 것과 진짜 김정은의 권력은 어떻게 될까. 최근 김정은의 형 김정남 독살 소식이 연일 뜨겁게 보도되고 있다. 김정은의 지시하에 김정남을 제거했을거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연 김진명 작가의 추리처럼 김정은은 조직지도부의 지휘 아래 움직인 것인가. 작가의 주장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김정은은 조직지도부와 손을 잡고 장성택 등을 제거해 나갔을 수도 있었다는 걸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에서 보았던 내용들을 다시한번 생각하는 내용이었다. 짧은 만화에서 느껴지는 그의 역사의식에 우리는 또한 자극을 받는다. 한국인의 정체성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작가는 말했다.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책이었다.
책을 읽지 않으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그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구판 출간 때 읽었더라. 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봤다. 지금 찾아보니 참 오래된 영화던데, 아마, 그때 나는 소설의 흥미를 영화로 이어가려고 봤던 것 같다. 그 작품을 시작으로 한동안 그의 소설을 꾸준히 읽었다. 요즘에야 그의 작품을 덜 읽기도 하고(그때보다 출간작이 적기도 하고),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들이라 피해가려고도 했지만(사실이 그러하니 고백한다), 이번 신간 『김진명 한국사 X파일』을 읽다 보니 그의 작품을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한 편의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닌데, 그가 여러 곳으로 향한 발걸음은 소설을 위한 자료조사인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그가 찾으려 애썼던 우리 역사의 진실을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소설이 소설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추측건대, 그는 독자들에게, 더 넓게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역사를 지키는 이도, 오랫동안 계속된 역사의 오류를 바로잡을 이도 오직 우리뿐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읽기 쉽게 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그가 그동안 출간해온 소설의 배경을 알게 하는 계기도 된다. 모두 7장으로 구성하여 그가 그동안 의문을 갖고 파헤쳐온 우리 역사의 뿌리를 듣게 한다. 가장 먼저 한국의 한(韓)은 어디서 왔는지 파헤치다가 한 씨의 유래를 찾은 것부터 시작한다.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만 여겼던 그 이름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우리가 가진 역사의 기록이 거의 없는 데서 비롯한 일이기도 하다. 기록이 없었거나 기록이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역사의 진실은 기록에서 증명한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겠더라.
저자가 임나일본부 조작의 역사를 파헤친 소설 『몽유도원』을 취재하면서 밝힌 사실로 일본의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설을 빼게 하는 실마리가 되었다. 사실 이 부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소개된 다른 근거들을 보면서도) 한 나라의 역사학자들이 분명하게 진실을 드러내는 것보다 자기 나라의 위신을 살리는 게 먼저라는 사고를 갖는데 놀랐다. 소설로만 대할 때와는 달랐다. 진실을 알고서도 묻어버리려는 마음은 학자가 지녀야 할 자세를 덮기도 하는구나 싶어서.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으면서도 많이 흥분했었는데,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자료를 찾아다니던 작가의 노고를 이 책으로 듣고 보니 더 아팠다.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을 그리는 일은 소설로만 머물기를 바라지 않게 되더라. 그가 순간의 모습을 찾으러 다니면서 발견한 진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한 나라의 왕비가 어떤 모습으로 죽어갔는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학자조차도 차마 있는 그대로 서술할 수 없었음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사간'이나 '사후능욕'이 아니라, 에조보고서에 기록된 그대로 '칼로 몇 군데 상처를 내고 발가벗긴 후 국부검사를 했다'는 만행을 확인하게 된 거다. 이 소설의 일본 출간이 무산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작가는 무엇보다 일본인에게 읽혔으면 하고 바랐겠지만, 역사의 기록조차도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드러내놓은 정도라면 이 소설이 불러올 파장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죽음을 김재규의 반란 정도로만 여겼는데, 그가 찾은 박정희 죽음의 진실은 뜻밖이었다. 이미 소설로 읽을 당시에도 놀라웠는데, 그의 진실 추적 과정을 듣고 보니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으스스했다. (이 부분은 그의 소설 『1026』에서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박정희 죽음에 가려진 배후와 진실을 듣고 보면, 수많은 '만약'을 떠올리게 된다. 만약 박정희가 죽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현재는 어떠했을까, 만약 박정희가 핵 개발을 성공했더라면 우리는 북한과 어떤 관계가 되었을까, 등등. 그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지만, 여전히 그의 흔적이 남은 채로 진행되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떠올려본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떠들썩한 요즘이다. 그만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 누가 죽어 나갈까, 북한의 정권은 어떻게 흐르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저자가 말하는 북한 정권의 내막을 듣고 보니 더 궁금해지더라. 정말 김정은이 실세일까? 김정은은 그가 마음먹은 대로 정권을 휘두르고 있는 게 맞나? 뉴스로 접하는 소식이 전부였던 나에게 저자의 설명은 북한 내부 구조와 그 안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게 한다. 여전히 다 알 수 없는 곳이 북한이지만, 폐쇄된 그곳의 흐름을 이렇게나마 접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함흥차사를 오래된 속담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저자가 전하는 진실은 놀랍기도 했고 권력 앞에서는 부모·자식도 없다고 하는 씁쓸함을 안겼다. 『하늘이여 땅이여』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태종(이방원)이 아버지 태조 이성계를 유폐시키면서 들을 욕을 차단하고자 만든 유언비어였다니... 역사가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없을 일도 아니겠지만, 그 내막을 알고 다시 보는 역사는 우울하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나 싶을 정도로, 권력을 위해서는 역사 왜곡도 아무렇지도 않구나.
한자의 주인을 찾는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도 흥미롭다. 마지막 장인 이 내용은 『글자전쟁』에서 확인한 바 있다. 이 내용 역시 그 뿌리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찾아낸다. 그래서일까. 한 번씩 이런 내용을 확인할 때마다 궁금해진다. 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우리 역사, 왜곡되어 관심조차 없는 역사가 얼마나 많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궁금증에 이어, 그렇게 감춰진 우리 역사를 찾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어야 한다는 과제를 떠올려본다. 저자가 하는 말, 저자가 발 벗고 나선 행동 역시 과제를 수행 중인 거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하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우리가 길든 역사의식에서 벗어나 자각과 이성의 눈으로 역사를 보고 현실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관심 두고 취재한 역사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유도 똑같다.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25년 동안 뛰어다닌 그가 소설이란 기록으로 들려주려는 흔적들을 이렇게 확인하고 보니, 그의 소설이 태어나기 위해 참 많이도 애썼구나 싶다. 게다가 하나의 스토리로 남는 게 아니라, 역사까지 관심 두게 하니 소설 그 이상의 역할을 해왔던 것 아니겠나.
혼란스러운 정국에 한국사 열풍이 이는 건 낯설지 않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게 아닐까. 현재의 오류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나라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고 싶은 바람이 담긴 듯하다. 넉 달이 넘게 계속되는 혼란스러운 현실에 지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을 역사에서 보고 싶은 거다. 역사 속 우리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듣고 싶기도 할 테고, 수많은 문제의 해결을 어떻게 이뤄내어 오늘의 대한민국까지 이어져 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라고. 그 안에는 왜곡된 역사도 포함된다. 저자가 취재로 밝혀온 역사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오해와 오류를 바로잡은 일들을 이렇게 증명하는 게 힘이 된다. 오늘의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 힘, 의지가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게 저자의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쉽고 편하게 읽게 만들어진 이 책이 마냥 쉽고 편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마음이 무겁다. 그의 노고를 확인하게 되어 미안하면서도, 내가 사는 이 시간이 어디서 비롯되어있는지 깊게 생각해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성과 기회의 시간을 동시에 만드는 책이다.
기존 출간된 그의 소설과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이해와 공감을 불러올 것이니, 기회가 된다면 그의 소설과 함께 차근차근 읽어보길 권한다.
韓이 갖는 정체성을 쫓아 글을 쓰는 그가 좋다. 근현대사로부터 다시 고대사로 가서 글을 쓰는 그의 노력을 보면 不狂不及(불광불급)의 열정이 느껴진다. 책을 읽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질때 나오는 고구려가 아쉽지만 환갑을 넘긴 작가 고구려를 잘 마무리할지도 걱정된다.
그의 첫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아직도 NL/PD등 학생중심의 시위가 존재하고, 핵우산을 강조하던 시대에 상당히 신선했다. 우리가 핵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라지 않는 존재등 현실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박진감있는 소설이다. 아마 그이 소설을 대부분 읽은 듯 하다. 집에도 그의 책이 16권정도가 있으니 애독자인셈이다.
그가 좋은 점은 그가 쫓는 한민족의 정체성이다. 물론 환단고기처럼 과도한 해석은 아니지만 최근 글자전쟁과 같이 특정 테마중심으로 역사적 배경과 근거를 바탕으로한 추정이 상고사에서는 필요하다. 아니면 방방곡곡 삽질을 통해서 유적과 유물을 찾는 수 밖에 없다.
이 책이 만화책인줄 알았으면 조금 꺼렸을지 모른다. 모르고 사서 읽으니 또 재미있는 것이다. 가끔 호기심은 새로운 재미를 준다. 작가가 글을 써오는 과정에 담긴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韓의 기원에 대해서는 수업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도 상당히 그럴싸하다. 한은 크다, 위대하다는 의미로 Khan과 같은 의미이고, 키읔이 역행해서 묵음이 되면서 한이란 뜻이 되었다. 한강도 큰강, 위대한 강의 의미로 해석하면 몽고와 우리민족간의 문화적 공통성과 영향을 바탕으로 한 해석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물론 작가가 고대 문헌을 통해서 추정을 확인하는 과정도 고증이란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명성황후 시해의 원전을 찾는 노력, 문자의 기원을 찾는 노력등은 사실 그의 책에서 나타나 있다. 반면 광개토대와비의 비문처럼 이면에 남아 있던 그의 노력과 성과를 보면 자신이 추구하는 길에서 목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성과와 도전을 다하는 작가가 대단하다. 그런 학습과 노력의 과정이 소설속의 플랏을 좀더 현실감있게 그리는 도구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사람과 시대를 산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역사가 왜곡된 것이었다면 그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김진명 작가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가진 이웃나라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여 침략국가로 전모한 것을 빗대어 자각과 이성의 눈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그는 왜곡된 역사를 밝혀 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고자 <일한병합소사>라는 책을 쓴 일본 사학자 야마베 겐타로를 만나고, 미우라 공사를 배반하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진실을 밝힌 에조 보고서를 찾아낸다.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의 배후를 밝혀 내고자 사건 당시 주한미군 정보공작 총잭임자인 존 천을 끈질기게 만나 10.26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태조 이성계를 부정한 아버지로 여기게 한 '함흥차사'의 이야기에도 의문을 가지고 진실을 찾고자 노력했다.
김진명 작가가 위 책에서 추론해 낸 가설은 다음과 같다. 한 번 쯤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다.
첫째,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의 배후에는 핵 개발을 끝까지 강행하려 했던 박정희와 그걸 막으려 했던 미국과의 충돌이 10.26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둘째, '함흥차사'이야기는 태종 이방원이 아버지 태조 이성계를 철저히 유폐시키고자 만들어낸 거짓 이야기이다.
셋째, 북한의 김정은은 우리가 아는 바와 달리 북한 정권의 실세인 조직지도부의 쿠데타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이다.
넷째, 한자는 갑골문자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동이족이 세운 은나라의 문자이다.
다섯째, 공자에 의해 동이족의 역사가 왜곡되었고 지금도 중국의 춘추사관에 의해 한족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을 잠재운 것은 소설가인 김진명님의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초기 광개토대왕비에 쓰인 글자들을 종이에다가 한 자 한 자 또렷이 옮겨 적은 초균덕의 자료를 사료에서 찾아낸 장본인이다. 이후로 일본 모든 교과서에서 임나일본부가 완전히 빠졌다고 한다.
조금 전에 도서관에 반납하고 오는 길인데 아직도 더 볼 걸 그랬나, 하는 심정이다.
그만큼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몇 번이나 놀라게 한다.
일단 제목에서 한국사의 X 파일이면 무슨 부분을 다룰까,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비리문제, 덮여 있던 베일 사건 같은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있었다가
난데없이, 대한민국의 시작 부터 거론한다.
아, 난 왜 여태까지 이런 생각을 깊이 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다가온다.
가장 먼저 놀라게 하는 것은, 기대하고 책장을 넘겼다가, 압, 하는 일이 벌어진다.
만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화라면 혹시 가볍게, 장난스럽게, 재미만 잔뜩
들어차 있는 것 아닐까, 오해 할 지도 모르겠다. 전혀 아니다. 아주 재미가 있는 것은
만화로 그려 이야기를 전개해서가 아니다. 그 내용이 너무 알차고 좋기 때문이다.
만화로 되어 그 이야기 자체가 더욱 재미있게 다가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그 다음, 내용에서 놀라는 일이 많을 것이다.
구성 하나하나가 놀라운 것 천지다. 대한민국의 근원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부터
시작하여 함흥차사에 얽힌 뒷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일이다. 그리고 땅 속에 묻혀있다가 우연히 돌출한 광개토대왕비를
둘러싼 갖가지 억측과 난무하는 배경 이야기들이 너무 흥미로운 상태로 다가온다.
그 중에 가장 놀라운 일은, 작가 김진명의 끈질기고도 놀라운 파고듬이다.
한 가지라도 의문이 생기면 물고 늘어져서 끝을 보고야 마는 그 의지력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동까지 느껴지게 한다.
작가란 이렇게까지 질기고 집요해야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답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점과 역시 상상력과 필력만으로는 위대한 작가를
탄생시키는 것의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
모두에게 김진명의 투철한 연구 자세를 절실히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읽히기 좋은 우리의 역사이다.
뼈 아픈 역사이기에 더욱 알게 하고 깨닫게 해서 다양한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