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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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들

리뷰 총점 9.7 (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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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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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시선의 허들을 마주하며, -''허들'을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t | 2023.01.08 리뷰제목
허들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넘기는 손길이 자꾸만 느려지곤 했다. 이야기의 끌어당기는 힘이 충분히 커서 7편의 글로 엮어진 다음 글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7편중 한 편 한 편을 넘어설 때마다 ‘허들’을 넘은 것처럼 숨이 차는 기분이 들었다. 해피앤드를 향하는 기대에서 무너졌다고 표현한 작가의 마음과 어쩌면 조금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숨
리뷰제목

 

허들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넘기는 손길이 자꾸만 느려지곤 했다. 이야기의 끌어당기는 힘이 충분히 커서 7편의 글로 엮어진 다음 글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7편중 한 편 한 편을 넘어설 때마다 허들을 넘은 것처럼 숨이 차는 기분이 들었다. 해피앤드를 향하는 기대에서 무너졌다고 표현한 작가의 마음과 어쩌면 조금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숨가쁘게 몰입하며 읽고 넘은 마지막이, 허들을 넘는 순간 발이 지면에 닿으며 받는 충격에서 오는 미세한 통증과 불안정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듯 느껴졌달까.

 

한 편의 글이 끝날 때 결말에서 대부분 받았던 알싸한 현실감 때문에, 마지막 결말을 바로 보고 싶지 않은 느낌, 그리고 그 모든 마지막장을 지나 비로소 이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기까지 먹먹함이 층을 이루듯 쌓이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기분도 들었던 듯 하다. 마치 7편의 글을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면, 더 이상 미루는 것이 힘들 것 같은 기분.. 넘어서야 하는 허들을 마주하는 것책을 보기 전에도 있었고 알고도 있었으나 이제 책 마지막장을 덮으면 모르는척 할 수 없을만큼 이것이 너무나 선명하고 분명히 보이게 될 것 같은 어떠한 선을 기어코 지날 것 같은... (허들을 무엇으로 정의할지는 모두에게 조금씩 다를 수도 있으리라고 보지만) 그 순간이 올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신기했던 것은, 글들이 남기는 불안과 먹먹함이, ... 손에 닿을듯한 불안과 지척에 족적을 남기는듯했던 먹먹함이 마냥 꺼끌거리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보다 내 안의 불안, 내 주변 누군가의 불안도 마주하고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돌아보게 하는 글.

 

그래서 그 마지막까지 가는 것이 저어되는 마음 한편으로는 참으로 궁금했다. 이 맺음이 어떻고, 해설과 작가의 말이 어떠할지. 끝까지 보고 싶었고..그리고...  

좋았다. 한편의 글이 끝나되, 서둘러 맺는 결말이라기보다, 다음의 삶, 내지는 다음의 일상, 그 연속성이 그려지는 글이었다. 그래서 좋았다.비록 해피엔드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하여 완전한 단절로 맞는 느낌은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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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들이 평범함과 거리가 먼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려냄에 있어서 그들이 세상 안에서 느끼는 고단함과 역경이 비록 클지라도,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서는 그 등장인물들이 글에 혹은 작가의 특정한 의도에 휘둘리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비록 이야기의 세상 속에서 휘둘린 느낌일지라도) 이야기로서 전달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온전하게 감싸지는 느낌을 받았다. 희망이나 괜찮다는 이야기가 적혀있지 않았음에도 조금은 토닥이는 듯한 느낌을, 담백하고 깔끔한 (그래서 마냥 어둡지만은 않은) 느낌을 받았다. 문체에서, 이야기가 구성되고 전달되는 부분에  있어서, 이야기로서 온전히 지킴 받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온전히 전달되어야만 독자에게 닿았을 때, 충분히 부딪쳐 오롯이 진동을 남기게 되기 때문일까 

'책의 소개처럼, 계속해서 있어주는’, ‘함께해주는’, ‘강요하지 않는어떤 시선이 있었고, 그것은 때로 등장인물들 누군가의 묵묵한 시선이기도 했지만-- '햄의 기원'에서 주인공의 시선, '저마다의 시선'에서 고양이의 존재라든지-, ,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선이기도 했던 듯 하다


물론 시선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 시선들이 다르게 뻗어있었다고 해야지 맞겠다.  고양의 존재를 언급했었던 것은 그것만이 '저마다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었기 때문이었는데, 여기에서 여진언니의 시선과, 가해자로 낙인찍혔을때의 주변의 시선들, 그리고 로즈쿼즈에서 모녀가 서로를 보는 시선 이라든지 결이 다른 언급할 수 있는 시선들이 여럿 있다.

그리고 결이 비슷하든 다르든, 그것과 별개로 그 안에는 타자가 있었다. 타자의 시선, 누군가의 관계에서 오는 시선, 타인의 판단과 세상의 시선에서 규정되어지는 나. 

스스로를 보는 시선들에 대한 언급도 종종 있었으나, 이조차도 다른 사람에 의해서 투영되어지는 것에 대한 2차투영 내지는 타인의 시선의 굴곡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리고 때로는 이것이 버거워 다른 것으로 도피하기도  - 도피를 통해서 견뎌내기도- 하고, ('햄의 기원'에서 예술이라든지...)  스스로를 틀에 가두어 견뎌내기도 한다. (로즈쿼즈에서 주인공이 자신을 규정하면서.)

시선의 허들. 그리고 무언가 투명하던 것들이 조금씩 잠깐씩 선명해지는 듯 했다. 다양한 시선의 허들. 하나의 타인에게서 받는 시선의 허들도 때로 버거운데 여러 타자들에게, 혹은 다양한 타자들이 만나 평범함 이라는 틀을 만들어 가져다 대는 듯한 느낌을 받는 평범함이라는 늬무나 단단한 허들. 세상에 한사람 앞에 놓일 수 있는 너무나 많은 다양한 허들. 그리고 때로는 부딪치면 바로 충격을 받는, 넘어서도 바로 통증을 느끼게 하는 허들도 있지만, 부딪쳤는지도 모르지만 돌아서고나면 상처난 것이 보이는 허들도 있다. '저마다의 시선'에서 여진언니의 시선이 그 시작이지 않았을까. (외면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허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타자 없이 오롯이 살기란. 그 시선을 아예 배제하고 살기란.... 가능한 범주가 아니라고 규정지을 수는 없으나 참으로 어렵기에, 결국엔 부딪치고 부딪쳐서, 때로는 넘어서고 돌아가며, 어지러이 놓여진 허들들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남겨진 숙제는 이러하다. 그 시선들 사이로 다시 돌아가 언급하게 되는 또다른 시선. 있어주는 시선. 또는 판단하지 않는 시선. 넘어내라고도, 넘어내지 말라고도, 현실과 유리된 곳으로 보내지도, 현실 아래로 끌어내리지도 않는 그 시선. 그 역시도 타자의 시선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타자의 시선을 받아내며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숙제일까?

유일하게 판단하지 않는 시선이었던 고양이들은 해당 편의 주인공의 곁에 끝까지 남지 못했고, 예술로 도피하려던 '햄' 역시 결말이 안타까웠다. 다만 햄의 기원에서의 주인공은 화씨의 곁에 남아주었다.

고양이들을 잃은 '저마다의 시선'의 주인공의 곁에는, 그러면 다시 고양이들이 필요할까. 떠나지 않는 이번에는 의도 없이 봐주는 다른 의미의 '여진언니'가 필요할까?

허들을 넘는 충격은 무엇으로 상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한번 읽고 덮고 싶은 책은 아닌지라, 다시 책장을 넘겨볼때에는 조금 더 천천히 읽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더 단단한 시선으로 한번더 생각해보고자 한다. 

'허들'에 대해서. 당장 내릴 수 있는 답이 아닐지라도, 의미있으리라고 본다. 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궁금해지는 흡인력 있는 책이었다. 다시 읽을 날을 기약하며. 사회에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생각해볼만한 주제, 그리고 이를 풀어낸 의미있는 소설이기에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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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견디는 삶에 대하여 《허들》 평점10점 | p********4 | 2023.01.02 리뷰제목
<햄의 기원> 화자는 대학 동기였던 햄의 부음을 잠적한 옛 연인 화 씨의 전화를 받고 장례식에 간다. 기괴한 행위 예술가 햄은 기어이 말 혈청을 수혈받아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지내다 죽고 만다. 예술을 숭배하는 연출가인 화 씨는 자신이 돌연 사라진 이유가 시각의 확장이 일어났고 곧 눈이 소멸해 버릴지도 있기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앞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뒤통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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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의 기원>

화자는 대학 동기였던 햄의 부음을 잠적한 옛 연인 화 씨의 전화를 받고 장례식에 간다. 기괴한 행위 예술가 햄은 기어이 말 혈청을 수혈받아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지내다 죽고 만다. 예술을 숭배하는 연출가인 화 씨는 자신이 돌연 사라진 이유가 시각의 확장이 일어났고 곧 눈이 소멸해 버릴지도 있기 때문이었음을 고백한다. 앞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뒤통수가 보인다는 둥.. 그녀는 같이 병원에 가주길 바랐다. 오랜만에 재회한 화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화자를 뒤흔든다. 자신이 놓아버렸던 예술의 신이 어째서 그녀에게는 쉽게 닿을 수 있었는지! 혹시나 그녀의 눈이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함께 병원에 간다. 역시나 외과적 기능은 정상. 화 씨는 병원을 다녀온 후 정상인의 눈은 버리고 예술가적 눈을 취하게 된 사람처럼 앞을 가누지 못한다. 그런 그녀 곁에 그는 보통의 눈이 되어 머물기로 한다. 

 

한때 예술을 하던 화자가 현실과 타협해 보통의 삶을 견뎌왔더라도 이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붓을 잡지는 않는다. 다만 예술을 추앙하는 습성은 버리지 못한 그는 갑자기 사라진 연인에게 각성된 예술적 형질이 그녀에게 위해가 될지도 모르기에 곁을 지키기로 하는 것 같았다. 햄과 화 씨에게 예술은 자기 파괴적인 탈출구이며 세상을 견디는 방법이었다는 해설을 보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마다의 신>

혼자인 주영에게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안겨준 직장 동료 여진언니. 주영은 SNS에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 좋아요 수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일종의 희락이었고 자신이 외롭지 않음에 대한 안심이었다. 주영의 그런 마음을 파고들어 사이비 종교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여진. 끝내 주영에게 전도를 유도했고 주영은 여진과 같은 방법으로 파트매니저에게 다가가 만남까지 주선한다. 그 후 여진과 파트 매니저 함께 있던 종교인이 나란히 확진자로 판정되어 주영은 가해자로 내몰린다. 기자들이 집 앞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양이들이 걱정되었지만 코로나 판정이 나오기 전에는 차마 들어가진 못하고 있었다. 며칠 후 음성으로 판정. 주영은 누구에게도 사과를 받지 못한다. 기도가 무슨 소용인가. 고양이의 죽음도, 무엇도 막을 수 없는데. 

'너는 집주인에게 사정했어. 아직 검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고. 집주인도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래. 문제는 네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거래. 실은 그게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거라고.' 

 

 

 

<허들>

화자가 유서를 쓰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 엄마에게 쓰는 편지 느낌의 단편이다. 

남동생의 유학비를 온 가족이 충당해야 하는 이유를 십일조에 비유하는 엄마의 말에도 화자는 이기적으로 남동생과 다른 비자로 미국으로 떠나 알바를 하며 공부한다. 그리고 결혼,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했고 혼자 버텨내는 중이다. 결혼 직전 파혼을 선언했던 직장 동료 언니가 다시 그 사람과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내밀었지만 되돌려주었다.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거라던 언니. 안전, 평범하게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언니의 말이 거슬려 잠이 오지 않는다. 부당함과 불평등을 참으며 쟁취한 안전에서 나는 존재하는가?

'삶은 돈이 들어. 생존은 그보단 덜 들고 존재하는 것? 실은 그게 가장 비싸지.'

'나는 어쩌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잘 자 아가, 나무 꼭대기에서>

'결국 살리지 못했어. 뭘 아는지 개도 눈이 촉촉하고 그런데 개가 내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제 새끼를 먹고 있는 거애. 오독오독 소리를 내면서.' 

'그거 본능이에요. 다른 새끼들이 다칠까 봐 죽거나 약하 새끼를 죽여 없애는 모성본능.' 

'실은 엄마가 되는 게 너무 두려웠다고, 그 아름다운 포장을 도무지 훼손할 용기가 없었다고. 자백하듯 윤희는 말했다.'

 

 

<소년과 소녀가 같은 방식으로>

탈북 소년이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자 삶의 문제에 맞닥뜨리며 겪는 내면의 소리. '이게 더 나은 세상이 맞는지' 

'영도는 자신을 이물처럼 대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은 빨간색을 반대하는 쨍한 파란색이라는 것을'

 

 

 

<로즈 쿼츠>

모든 단편이 무겁게 읽히고 가슴 아팠지만 <로즈 쿼터>에서 방점을 찍게 되었다. 서로가 피해자에서 가해자인 모녀의 이야기. 
'나는 나로 살아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나로'
아빠의 바람 때문에 이혼한 줄 알았는데 5년 만에 다시 재결합한 엄마의 입에서 나온 고백 같은 말에 화자는 온전히 이해를 못 한다. 다만 예전의 그 달콤한 엄마 집으로 더 이상 가지 못하는 서운함만 느꼈더란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죽음을 앞두고 그곳, 서빙고동의 집으로 향했다. 화사하게 미소에 생동감이 온몸을 휘감았던 엄마의 그 시절. 유일하게 엄마가 자신으로 살았던 그 집. 엄마의 연애를 이해할 수 없었던 자신의 미련한 행동이 다시 엄마를 여자가 아닌 엄마로 살게 했고 그녀 또한 동일한 수순으로 이혼을 한다. 양육권과 전 재산을 포기한 화자에게 엄마는 물었다. 정말 이유가 남편의 외도냐고. 딸은 말하지 못한다. 나도 엄마와 같은 이유라고. 그렇게 자신이 당한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지옥으로 엄마를 밀어 넣고 있으면서 끝내 엄마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화자. 

 

 

'평범을 요구하고 그들에게 이러한 삶을 강요하는 그러한 사람들'

 

평범이 세상 젤 어렵다. 정해진 역할을 하느라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일상은 안전할 지는 몰라도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정해진 역할을 하느라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들. 견디는 삶에 익숙해지는, 무기력해지는 이들의 이야기들로 쉽게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 책의 사람들은 삶을 버텨낸다. 사회적인 시선의 허들을 넘으려 서슴없이 자신을 파괴한다. 작년에 읽었던 <안락 사회> 만큼이나 마음이 무거웠다. 공허함과 무기력. 슬픔. 지금의 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결국은 나의 공간을 마련하고 나눌 수밖에 없다. 마음 속에 내자리는 늘 확보하며 스스로 나를 지켜내야 한다. 또한 나의 슬픔과 너의 슬픔에 공감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금씩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 삶이 고단하고 잔인하더라도 함께라면 기꺼이 견딜 수 있다.

 

 


* 출판사 지원도서로 개인적인 소견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허들 #신주희 #자음과모음#소설 #한국소설 #신간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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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 허들 평점8점 | c********u | 2023.01.03 리뷰제목
형광으로 빛나는 혈관 속을 유영하는 가오리가 눈에 선하다, 라는 말을 옮기려니 정신이 살짝 흐트러진다. 말 피와 플루오레세인을 수혈 받지 못함이 주는 결핍은 그를 예술에서 동질이 아닌 이질로 내몰았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색이 선명한 소설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라는 말이 이렇게 처연해도 될까, 싶었다. 어느 매장의 매니저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 매니저가
리뷰제목


 

 

형광으로 빛나는 혈관 속을 유영하는 가오리가 눈에 선하다, 라는 말을 옮기려니 정신이 살짝 흐트러진다. 말 피와 플루오레세인을 수혈 받지 못함이 주는 결핍은 그를 예술에서 동질이 아닌 이질로 내몰았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색이 선명한 소설이 된다.

 

그리고 '어차피'라는 말이 이렇게 처연해도 될까, 싶었다. 어느 매장의 매니저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 매니저가 낮게 읊조렸던 소리는 책 속에서 크게 터져 나왔다. 다들 돈 있는 만큼만 살아 있는 거 아니냐, 라는 그의 술 취한 음색은 귀에 대고 소리치는 아우성만큼이나 속을 헤집는다. 누구나 '어차피' 사는 건 그런 거겠지만 더럽게 아프다.

 


42쪽, 저마다의 신

 

뭔가 되게 끈적한 죽음 앞에 놓인 유서를 읽은 듯한 <허들>은 뭔가를 분명 뛰어 넘어야 할 명분이 있는 거 같은데 어디에 놓인 울타리인지 가늠이 안 돼서 마음이 복잡하다. 엄마를 아빠를 남동생을 심지어 외숙모에 연주 언니도. '나'는 누구를 무엇을 뛰어 넘어야 유서를 계속 쓸 수 있게 되는 걸까. 찾지 못한 문장은 완성 되어야 할까. 아 찝찝하다.

 

근데 그렇게 복잡해진 머릿 속에서 빛이 터져 올랐다. 4백 년 후에나 볼 수 있는 그런 빛이려나? 이해하기 어려운 빛이 분명하다. 희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은 그런.

 

82년생 김지영이 게워내 듯, 남편이 외도를 했고 서른 다섯살이 넘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싫고 같이 일하는데도 야근과 회식의 허락을 구하는 게 끔찍하고 '내'가 없으면 집안이 돌아가지는데도 중요한 사람인 적이 없는 당연함과 남은 인생이 아파트 대출금을 갚다가 끝날 것 같은 일들은 결국 지겹다, 는 말로 날카롭게 날이 선다. 누구라도 베어야 한다는 것처럼.

 

그런 가슴을 내리누르는 덩어리를 내보였는데 '네 새끼는?'이라며 엄마는 눈을 감았다. 어쩌면 어쩌면 혹시 집 나갔던 엄마는 엄마가 돌아와 다시 엄마가 되었을 그때의 엄마의 입장이 자신 때문이었다고 억울해 할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생각 끝에 다다라서 더 아프게 찔러댄 건 아니었을까.

 


198쪽, 로즈쿼츠

 

소설은 둘 혹은 셋 아니 어쩌면 지독히 외로운 '나'를 만들어 내는 관계에서 버티다 버티다 삶을 넘어서려는 시도가 깊이 침잠하게 한다. 그리고 망설였던 해설은 결국 예상대로다. 암담하고 목구멍에 이물감이 가득해 뱉고 싶지만 나오지 않고 끈적하게 달라 붙은 것들에 대한 감상들을 순식간에 해설자의 감상으로 게워내지는 허탈감, 그건 정리는 되지만 깔끔하진 않은 느낌들이랄까.

 

하지만 때론 어수선하고 혼란스럽더라도 날것의 감상이 필요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다.

 


 

#허들 #신주희 #서평단 #책리뷰 #북로그 #단편소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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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보이지 않는 허들을 느껴보시라. 일반적이지 않음. 평점10점 | u********4 | 2023.03.01 리뷰제목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상황에 따른 '허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표지가 내용을 잘 나타냈다. 촘촘하게 엮인 격자 무늬에 창문 하나가 뚫려 있어 희망을 주는 듯한 이미지이다. 이 격자무늬가 우리 생활을 표현하고 각자의 생활 속의 희망을, 허들을 넘었을 때 보이는 마음과 시선을 보여주려는 표지로 볼 수 있다. * <햄의 기원> - 주인공이 가진 허들
리뷰제목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상황에 따른 '허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의 표지가 내용을 잘 나타냈다. 촘촘하게 엮인 격자 무늬에 창문 하나가 뚫려 있어 희망을 주는 듯한 이미지이다. 이 격자무늬가 우리 생활을 표현하고 각자의 생활 속의 희망을, 허들을 넘었을 때 보이는 마음과 시선을 보여주려는 표지로 볼 수 있다.

*
<햄의 기원>
- 주인공이 가진 허들과 세상(주변사람)에서 내세우는 기준의 허들이 다른 기분.

p.18. 햄이 저지른 가장 잘못된 선택은 예술이 주는 모욕을 참고 어쩌고 한 게 아니었다.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은 거였다. 나는 불안이 역력한 햄 아내의 얼굴을 보며 대답했다.

<저마다의 신>
- 독자도 모르게 주인공과 함께 '허들'을 넘는다는 기분이 드는 단편

p.58. 신에게도 신이 있을까? 신은 그들의 신에게 뭘 비는 걸까? 그들도 열 손가락을 나란히 모으고 기도할까? 여덟 개나 여섯 개의 손가락이라면 기도는 안 이루어지는 걸까? 그리고 이런 기도는 어떻게 끝내야 하는 걸까? 하고.

<허들>
- 유서 쓰는 습관을 가진 주인공의 보이지 않는 허들을 느낄 수 있는 단편.

p.91. 나는 어쩌다 죽음을 각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 삶, 그걸 하자면 그래야 할까요? 내가 당신의 달로, 아내로, 엄마로 태어나 그 모든 것을 갈아엎지 않으면 삼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휘발, 공원>
- 외부에서 오는 유혹(허들)을 넘길 것인가. 덮을 것인가.에 대한 단편.

p. 115~6. 그러나 논리와 이성만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세상에는 사건과 사고는 없었을 거였다. 그러니까 오늘의 사건 혹은 사고는 이성과 논리로 충족되지 않는 무엇인가 있는 게 확실했다. 문득,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잘 자 아가, 나무 꼭대기에서>
-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남자와 아이를 가진 여자가 겪는 허들을 보여주는 단편.

p.142. 왜? 왜 엄마가 되기로 했어?

<소년과 소녀가 같은 방식으로>
- 주인공이 희망하는 허들과 주변의 편견을 느낄 수 있는 단편.

p.164. 영도(주인공)는 그 일을 통해 정말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 그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로즈쿼츠>
- 엄마가 먼저 경험한 허들을 딸인 '나'가 넘으려고 할 때 오는 상황을 볼 수 있는 단편.

p.195. 그때는 모두가 엄마에 대해 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고. 모두가 동의하는 틀림없는 역할로만 남아주기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고.


전체적으로 '허들'이라는 무언가를 중심으로 경험과 시선, 심리를 잘 묘사한 소설이다. 신주희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모서리의 탄생>에선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의 모습을 잘 나타냈다면 이번 <허들> 책은 보이지 않는 허들과 시선을 '느낌'으로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신주희 작가는 직진으로 달리는 것 같지만 주변의 핫플레이스를 점으로 찍어주듯 독자에게 던져주며 (독자가) 알아차리기를, 해피엔딩을 향해 마음을 담아 보내주는 작가이다.


*청맥살롱 이벤트 도서지원으로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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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허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l******w | 2023.01.15 리뷰제목
누구나 장애물을 넘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탄한 길만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그런 길은 있을 수가 없지요. 세상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고 노력을 해야 완성할 수 있는 일도 많지요. 이 책은 같은 장애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 높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단편은 좀 기괴해서 읽기가 거북했는데 나머지 6편은 그런대로 잘 읽혔습니다. 엄마
리뷰제목

누구나 장애물을 넘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탄한 길만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그런 길은 있을 수가 없지요.

세상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고 노력을 해야 완성할 수 있는 일도 많지요.

이 책은 같은 장애물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너무 높을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단편은 좀 기괴해서 읽기가 거북했는데 나머지 6편은 그런대로 잘 읽혔습니다.

엄마와 딸 이야기인 '허들'과 '로즈 쿼츠'가 기억에 남습니다.

걸려 넘어지더라도 허들을 넘기 위한 노력은 계속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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