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라는 건 참 신기해.
분명 무생물인데 온도가 있어.
그건 마치 그 사람의 눈빛 같고 숨결 같아서
수없이 많은 편지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봉투를 열 때 설레. 】 (p. 99)
【 “너의 탓도 누구의 탓도 아니야.
과거에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안겨 울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하면서 진주알을 하나씩 꿰다 보면
네 슬픔이 진주알처럼 빛날 때가 올 거야.
그리고 먼지처럼 툭 하고 털어낼 때도 올 거고.
분명, 흩어져 있던 마음을 다시 줍는 것은 너뿐이고
그리고 되찾을 수 있는 것도 너뿐이야.
너의 온전한 슬픔을 응원해.” 】 (p. 153)
【 제 시가 흰 눈처럼 사람들 가슴에 닿았으면 좋겠어요.
닿으면 살며시 녹기도 하면서
살짝 차갑게 닿기도 하면서
먼 곳에서 본 풍경처럼
그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면서요.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낄 때,
제가 눈으로 만든 얼음 성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 (p. 165)
【 무언가를 계속 써야 한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편안한 배영처럼 보이기도 할 거야.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이 보기엔 말이야.
공기 좋은 곳이나 풍경 좋은 곳에서
따스한 차나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단출한 차림으로, 단지 노트북이나 펜 하나만 들고.
하지만 써낸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 바닥까지 싹싹 긁어서 퍼내는 일 같아. 】 (p. 173)
이 책에선 시인과 작사가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키워나간 흔적을 볼 수 있다. 두 사람 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노래하는 직업을 가져서 인지 이 책은 매우 감성적인 글들로 채워져 있었다. 시를 읽거나 노래 가사에 집중할 때 이 문장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궁금했던 적이 꽤나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생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책의 중간 부분에는 정현우 시인과 조동희 작사가가 함께 작업한 곡들도 QR코드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는데, 곡들이 이 책의 분위기와 매우 잘 어울려 감성을 한층 더 짙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것들>은 이 겨울을 감성으로 가득 채우고픈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해”
시인 정현우와 작사가 조동희의
사랑에 관한, 삶에 관한 편지 조각들인,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것들>
(현우)로 부터 (동희)에게로 쓰여진 편지는
‘슬픔이 진주알처럼 빛날 때’에 대한 마음을 나누고,
(동희)로부터 (현우)에게로 쓰여진 편지는
‘자리마다 남은 사랑의 기록’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인과 작사가의 편지라 그런지,
편지가 노래처럼 느껴지기도,
하나의 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꿈은 언제나 망가진 장난감 같아요.
그런 꿈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이 무엇을
꼭 이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때로는 망가진 장난감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꿈은 실패가 없어요. 과정만 있을 뿐이고.
그러니, 내가 그 시간에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기억들을
온전히 접어두려는 마음만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해요.
# 현우 _ 꿈갈피
??
실패란 어쩌면 내가 시도한 흔적이 아닐까?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
나도 그런 적이 있었고. 하지만 한 번에 모든 걸 이루고
그 답을 알게 된다면 그 얼마나 재미없는 인생이겠니?
문은 두드리고 밀어보아야 약간 열리고 그래야 그 안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무엇이든 시행착오만큼 좋은 공부는 없는 것 같아.
나는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아,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생각해.
나한테 필요한 실패가 지금 온 거구나 하고
마음의 한 귀퉁이를 살짝 접어놔.
잊지 않기 위해서.
# 동희 _ 슬픔이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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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서로에게 보낸 편지 속의 시와 노랫말들도 좋았지만
나는 무엇보다 둘이 주고받은 일상적인 편지 내용 자체가 너무 좋았다.
일상적이지만, 두 사람의 다정한 시선에서 따듯하고 특별하게 그려지는
일상들 속에서 나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우리 안의 슬픔은 어떻게 왔다가 어떻게 가는 걸까?’
‘내가 말하는, 내가 바라는 사랑의 조각은 어떤 모습일까?’
_
두 사람의 편지를 읽는 내내,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편지라는 건 참 신기해. 분명 무생물인데 온도가 있어.” 라는 동희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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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표지가 너무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 아주 오랜만에
스스로 서평단에 지원해서 읽게 된 책이라 내용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펼쳐서 읽는 순간 ‘아 표지가 예뻐서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내가 이 책을 만나볼 수 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저는 등단하기까지 십 년의 기간이 걸렸는데요.
지금 돌이켜보면 십 년의 기간이 제게는 필요했던 기간으로 느껴집니다.
충분한 불안과 기쁨을 느껴보면서 제 계절 리듬에 맞게 피어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절에 맞지 않게 피었더라면 시를 열심히 쓰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 현우 _ 개화
책 속에 많은 위로와 공감의 문장이 있었지만,
현우가 동희에게 쓴 편지에서 이 구절이 참 좋았다.
‘충분한 불안과 기쁨을 느껴보며, 자신의 계절 리듬에 맞게 피어난 꽃’
꽃들은 너무 일찍 피면 큰 열매를 못 맺고,
천천히 피어날수록 생명력이 길다.
나도, 현우처럼 나의 계절 리듬에 맞게 천천히 피어날 수 있기를.
_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