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베네딕트, 빅토리아 크리스토퍼 머레이(지음/ 이덴스리벨(펴냄)
인종 차별의 길고 긴 역사, 도대체 그 끝은 어디일까? 단지, 인종 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차별'은 서로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성차별도 그렇고 타 종교를 박해하는 일, 이민자를 주류 사회에서 배제하고 혐오하는 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묘하게 닮아있다. 유색인은 도대체 무슨 죄로 화장실조차 따로 써야 했던가!!!!
차별의 역사에서 그 주체들에게 '우리'의 테두리 안에 허용되는 것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물어보고 싶다.
역사소설 작가이자 변호사인 마리 베네딕트와 경영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가로 활동 중인 빅토리아 머레이 두 작가가 풀어내는 인종 차별의 사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출발선에서 설 수도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 초반을 떠올려보자. 인종분리 정책의 시대!!! 편견과 차별이 일상이었던 시대, 유색인종 여성이지만 치열하게 자신을 감추고 삶을 살아가야 했던 주이공 벨 마리온 그녀는 태어났을 때 지은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고 벨 다 코스타 그린으로 살아야 했다........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백인으로 사는 거야 p324
과연 그녀가 계속 흑인으로 살아갔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박물관 규레이터라는 직업은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자 지성의 상징이었다. 그녀가 마주한 현실을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마침내 피어폰트 모건 도서관의 가치를 점점 높이게 되고 그녀의 명예도 높아진다. 마침내 그녀는 소위 상류 사회에 편입하게 된다.
흑인의 혈통을 속이지 않고 있는 대로 살아가려는 아빠를 배신했다는 죄책감. 언젠가 흑인인 사실이 들킬까 봐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긴장과 두려움 속의 삶. 실화 바탕의 소설이라는 긴박감이, 또한 실존 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은 더욱 흥미롭다.
한편으로 이렇게 속여야 하는 당대 현실이 참 안타깝다. 무려 100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뭐 흑인 차별이 완전히 없어졌는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그 이후에도 인종 간의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가! 벨의 삶을 통해 본 인종 차별의 역사, 그 안에서 나름 자구책으로 스스로를 속여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젠 정말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라고 믿는 그들이 언제 등 돌릴지 ,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비주류 혹은 선밖의 인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작년에 읽은 넬라 라슨의 소설 패싱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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