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생명을 품어온 것들이 발아하듯봄벗을 맞이하기를 희망하다사랑, 그 모를사람, 그 모를붉은 벽돌 쌓으려는데희생, 그 모를당신, 그 모를빛이 스미는 어둠-시 〈안개꽃〉 전문.시인은 〈은하(銀河) 깊어진 밤〉에서 “사람이 절망임에 이르렀을 때 내 등불이 꺼져갈 때/ 어둠이 드러낼 때까지 있기로 했다.”고 울먹이고 있다. 이 맥의 진원은 앞의 시 〈안개꽃〉에서 드러나고 있는데, 인간적 사랑에 대한 불신과 회의이며 이것은 신 존재의 사랑에의 의혹으로까지 파장이 인다. 내심 견고한 벽돌을 쌓아 성(城)을 만들어 고립되려고 하는 계획에 이르나 마음 한 곁을 두드리는 차마 외면할 수 없는 희생이라는 사랑의 진면목이 내부를 균열시키고 일어 혹독히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기로 한다.사랑에도 뼈가 있어야겠습니다.참 바름 옳음 곧음 굳음 질김 대참사랑에도 살이 있어야겠습니다.위함 깊음 연함 너름 고움 청아함 묵묵함혹독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갑니다.사군자(四君子)-시 〈갖춘잎〉 전문.시인은 사랑에도 뼈가 있어야 하고 살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시인이 나열한 덕목들을 살펴볼 때, 뼈는 ‘정의’를 살은 ‘자비’를 빚어놓은 것 같다. 현실에서 사랑만큼 복잡 미묘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긴장의 조율관계에 놓이고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해타산의 관계에서 주고받음을 명시하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아가 부서져 비워지는 사랑의 정점에 이르는 과정은 수타 내어줌에 상처의 고통을 겪어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동행하는 여정이 인생길일 것이다.인간이 무엇이기에뜨거운 됫박에 듬뿍지상의 사람은, 불면(不眠)의 가정 학교 일터 연회 교회 군대 의원… 무덤저 먼 연(緣) 하나하나 엮어 이삭 수(繡)놓으련생명에 환대 존재에 환대-시 〈들녘〉 전문.“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라고 (시편8, 4~5) 성경에 표현되어있다시피 인간은 그분의 절대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들이다. 허나 시인이 〈단초(端初)〉에서 읊조리는 것처럼 “무너뜨려지지 않는 벽이 사람/ 변화하려들지 않는 벽이 지구/ 절망하려들지 않는 벽이 탐욕/ 벗어나려들지 않는 벽이 마음”의 우리 사람들이지 않을까싶다. 시인은 묻는다. 저 먼 연(緣) 하나하나 엮어 이삭 수(繡)놓지 않겠느냐고. 그 길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생명에의 환대가 아닐까.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