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우주적 공포가 결합된 한국형 코즈믹 호러 "
김혜영의< 그분이 오신다 >를 읽고
"그분이 오신다. 그분이 당도하셨다"
-<푸르게 빛나는> 과 원형적으로 연결되는 코즈믹 호러 이야기-
전작인 『푸르게 빛나는』에서 김혜영 작가는 인간이 미지의 존재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공포에 대해 보여주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존재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야 말로 우리를 생존의 위협, 심리적인 극한의 위협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음을 전작을 통해 충분히 깨달았다.
전작 『푸르게 빛나는』에서 다루었던 코즈믹 호러적 요소가 이 책 『그분이 오신다』에서 등장한다. 전작인 『푸르게 빛나는』에서 첫 번째 수록작인 <열린 문>과 연결이 된다. 타박 타박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리며 조금씩 열린 문을 향해서 다가오고 있는 존재가 무엇이었을까. 그 존재의 비밀이 이 책 『그분이 오신다』에서 밝혀진다. 이처럼 이 두 작품집 『푸르게 빛나는』과 『그분이 오신다』은 서로 배경과 세계관이 연결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그 중 일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전작 『푸르게 빛나는』을 통해 코즈믹 호러를 접해온 독자라면 이 책 『그분이 오신다』에서 구체화되고 더욱 복잡해진 코즈믹 호러를 만나게 되더라고 크게 당황하거나 공포를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의도대로 『그분이 오신다』의 두 번째 수록작인 <그분이 오신다>는 등장인물인 박종찬의 일상과 코즈믹 호러를 함께 연결시켜 놓았다.
박종찬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수입이 1억 대에 달하는 이슈 유튜버이지만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따돌힘과 구타를 당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과 짝이 되기 싫다고 울던 초등학교 동창인 양리나가 아이돌로 데뷔하여 공연하고 있는 모습을 TV를 통해 보게 된다. 그녀의 모습을 본 박종찬은 그가 자신을 왕따 시켰던 가해자라고 저격해서 그녀의 활동을 중단시킨다. 그 결과 그는 주목받고 잘 나가는 유튜버가 된다. 유튜버 광고 수익으로 많은 돈을 번 박종찬은 결혼 정보 회사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신청한 후 귀가하던 중 도로 중간에서 괴생명체를 목격하게 된다. 전작인 『푸르게 빛나는』에서도 푸른 빛과 같은 우주 괴생물체가 등장했었는데, 이 책 『그분이 오신다』에서도 거대한 검은 형체가 등장하게 된다. 이 괴생물체의 목격 이후 그의 잘 나가던 삶은 곤두박질치게 된다.
검은 거대한 형체의 등장은 마치 우주 괴생물체나 외계인을 만나는 것과 같았다.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전반부에는 학교폭력 피해자에서 양리나를 자살로 몰아가는 또 하나의 가해자가 된 박종찬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는 검고 거대한 형체의 진실에 대해 말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그분'은 누구이실까. 그분의 존재에 대한 진실을 보면 마치 사이비 교주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의 허물을 벗기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분'은 과연 구원자일까. 아니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오는 파괴자일까.
"인간은 그분의 발밑에서 이 초라한 정신과 이 별의 허울을 마침내 벗어던지게 되는 겁니다. 여자와 남자에서부터 부자와 거지, 젊음과 늙음, 마름과 비만, 아름다움과 추함, 신체 불구, 편견과 차별, 인종과 국가, 언어와 뉘앙스, 선과 악, 죄와 벌에 이르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분을 맞이하고 그분의 신호에 귀 기울이세요. 머리를 조아리세요. 한낱 미물의 앞에 그분이 오십니다.당도하실 겁니다!"
-p. 122
코즈믹 호러 요소와 결합하여 다소 판타지적인 호러 소설처럼 여겨지지만, 이 책 속에는 학교폭력의 폐해, SNS 악용, 외모지상주의, 각종 편견과 차별 등 여러가지 사회 문제와 차별 이슈들이 담겨 있었다. 그분의 발밑에서는 우리는 한낱 미물에 불과할까. 짧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것 같다. 우리에게도 그분이 오실까. 그분은 어떻게 오실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 '그분이 오신다. 그분이 당도하셨다.'을 읽으며 우리에게 찾아올 그분이누구일까 생각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그분이 오신다>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 여섯 번 째 책이다. 이번 책도 열 다섯 번째 책이었던 <푸르게 빛나는>의 김혜영 저자의 작품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여지껏 연이어 같은 작가의 작품이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이유가 있는걸까? 내용이 앞의 작품과 이어지려나? 프로듀서에 말에 의하면 <푸르게 빛나는>과 <그분이 오신다>는 한 권의 책으로 기획된 작품집이었으며 각각의 이야기를 한 권 분량으로 담기엔 거대해지고, 깊어져서 두 권 분량의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책은 '런', '그분이 오신다' 두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번 째 이야기인 '런'은 주인공이 친구 민아와 통화하며 밤길을 걸어 귀가하던 중, 왼쪽 에어팟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아이폰 설정 내 '나의 찾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연동된 에어팟을 터치한 뒤에 소리를 재생하면 되는데,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 봐도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한번 더 시도해보고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깔끔히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하는데, 때마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주인공은 자신이 단 한걸음도 내딛지 않은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쫓아가보지만 걸을수록 가까워지지 않는 소리에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두번 째 이야기 '그분이 오신다'는 <푸르게 빛나는>의 '열린문'과 연결된다. 몰락한 유튜버 종찬은 전체 조회 수가 떨어질 것 같은 압박감 속에 신도시 괴담 이야기를 만들어 다시 주목받기를 꿈꾼다. 하지만 종찬은 자신을 저격하는 글로 인해 신상이 공개되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다. 게다가 괴담 마저 주작 논란에 휘말리고,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증명을 해보이려고 하는데...
나는 핸드폰을 꺼내 유튜브 채널의 채팅방을 확인했다. 설정이냐, 실화냐, 조작이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들보다 왼쪽 문을 열라는 말과 오른쪽 문을 열라는 말 사이의 팽팽한 대립이 더 눈에 띄었다. 그래. 이 영상의 내용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보다 사람들은 왼쪽 문과 오른쪽 문을 열었을 때 펼쳐질 광경을 더 궁금해했다. 그게 더 재밌으니까.
p.134 중에서.
언제부턴가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출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읽게 되는데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것이 흥미롭고, 마냥 신기하다. <푸르게 빛나는>는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많았는데 <그분이 오신다>의 두 이야기는 희한하게 읽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유발한다. '런'에서는 이야기 속의 소리를 읽는 것 만으로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고 동시에 섬뜩한 기운도 느꼈다. 그리고 '그분이 오신다'에서는 물리칠 수 없는 재앙 앞에 우리의 나약함이 날 것으로 드러나 짓이겨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종찬이 맞닥뜨린 건 그가 무엇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분이 오신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16 김혜영 단편집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는 이 책까지 4권 정도 갖고 있는데.. 책 크기도 마음에 들고(아담하니..가방에 넣고 다니기가 좋아요^^) 내용은 정말 특이한 발상이라..너무 기발해서 늘 놀라고는 해요. 역시나 이번- <그분이 오신다>도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답니다. 쇼-트 시리즈 15 <푸르게 빛나는>을 최근에 읽었고.. 그것과 원형으로 연결되는 이야기라 더 읽는데에 수월했던 것 같아요. 익숙한 일상과 우주적 공포를 결합한 한국형 코즈믹 호러라는데~ 사실 호러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저도.. 그 매력에 신기하게 빠져드는 것 같아요!!! 대단대단~~ 작가 소개가.. "괴물을 사랑한다. 이 말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짧은 소개였지만..뭔가 이것부터가 섬뜩한~
"런"은 밤길에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지우는 친구 민아와 통화하며 가요. 조명이 어두운 인적 드문 공원길로 가던 지우는 잃어버린 아이팟 한 짝을 찾으려다가.. 삐이이이이이- 소리를 찾으며 돌아다니다가..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은근 소리가 들리는 것과 같은 공포와.. 제가 지우가 된 듯- 진땀이 나더라고요. 오늘 송년회를 하러 조금 멀리(?) 가야하는데..저 큰일났어요~ 너무 무서워요 ㅠㅠ 예전에 부산행 영화 보고 3일 동안 잠을 설친 기억이 있는데... 책의 공포가 영화의 공포보다 크네요- 무언지 모를 존재에 대한 상상때문인가봐요.
"그분이 오신다"는 학창 시절 내내 따돌림을 당했던 박종찬은 초등학교 동창 양리나가 아이돌로 데뷔하자 왕따 가해자라고 저격하고 활동 중단을 시키며 주목받는 유튜버 하이바가 되어요. 양리나는 자살하고..ㅠㅠ 결혼 정보 회사에 신청한 후 귀가하던 종찬은 도로에서 검은 형체를 보고, 괴생명체 영상을 만들어서 유튜브 채널에 올려요. 계속되는 공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뭔지 모를 공포 때문에 계속.. 소름 돋으며 읽었어요. 그 안에 여러가지 사회문제들~ 도시재개발 문제, 왕따 문제, 연예인 악성 댓글이나 자살문제 등 생각해 볼 것들도 많아서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상처는 재미있다. / p.31
이 책은 김혜영 작가님의 단편집이다. 그동안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연작으로 이렇게 이어서 나온 경우는 처음 보는 듯하다. 전작으로 김혜영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우물이라는 작품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님의 작품이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총 두 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작품은 <런>이라는 소설은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인 지우는 술을 마시고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귀가하던 중 좀비를 만난다.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멈추었고, 좀비는 오해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지우를 안심시킨다. 좀비 소동이 일어난 이후 지우의 이상한 낌새를 느꼈던 친구는 지우의 안위를 걱정한다. 그리고 집 근처에 와서 자신이 끼우고 있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는 말렸지만 지우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면서 이어폰을 찾는다.
짧은 분량의 소설인데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면서도 묘하게 느껴졌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을 분실해 인터넷 중고 애플리케이션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단판 가위바위보로 몰아서 주는 게임도 있다고 들었는데 잃어버린 상황에서 비용을 생각하는 지우의 태도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또한, 길거리에서 좀비를 만나는 게 상식적으로 경험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상상하니 섬뜩했다. 소설에서는 친구와의 벽이라든지 조금 더 깊은 차원에서 느낄 수 있는 장치나 지우의 감정이 표현되기는 했지만 블루투스 분실과 좀비를 만난 일이 개인적으로는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작품은 표제작인 <그분이 오신다>이다. 주인공은 유튜버로 결혼 정보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 상대를 찾으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밀이 보장된 탑 시크릿 회원으로서 가입해 소개를 받기로 한 주인공인데 외모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특히, 어렸을 때 주인공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운 여자 짝꿍을 때렸으며, 이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그 여자 짝꿍이 아이돌로 데뷔하는 모습을 본 주인공을 이를 이용해 여자 짝꿍에 대한 영상을 만들었고, 유명 유튜버의 길을 걷는다. 그렇게 승승장구의 길을 걷던 주인공이 운전하던 중 보이던 이상한 모습으로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책의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작품이었다. 다른 단편집에 비하면 조금은 적은 페이지 수일 수 있겠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많이 담겼다는 것을 느꼈다. 학교 폭력과 왕따, 외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버 폭력에 대한 문제가 등장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전에 실린 작품에 대해 더욱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현실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와닿은 부분도 있었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에 주인공에게 연민이 들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튜버로서 했던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물론, 아이돌들의 학교 폭력 가해나 범법 행위로 이슈가 되는 것을 많이 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에 겪었던 일을 공론화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적인 의미로 끝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학교 폭력 피해에 대한 내용 한정이어야 했지만 주인공은 그밖에도 연예인의 가십을 아무렇지 않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 나름 사실에 근거한다고 다양한 기사를 더블 체크를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애먼 사람들이 주인공의 영상 하나에 인생이 바뀌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실제적으로 그렇게 억울한 경우를 기사나 SNS를 통해 많이 접했기에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았다.
중반에 이르기 전까지는 연작 소설의 의미를 잘 느끼지 못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크게 연결고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전개가 어느 정도 되고 나니 반가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전작에서 인상 깊에 보았던 인물이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부정적인 내용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이기는 했다. 전작의 우물과 관련된 내용이 연결되었다는 점 하나는 기대했던 바이기에 반가웠다.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고, 프로듀서의 말을 보면서 읽는 재미를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읽는 순서를 알려 주었던 부분이 재미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다음 전작을 읽었더라면 재미가 더 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추천한 방법대로 다시 재독을 할까 생각 중이다. 기억하는 최초의 연작 소설 형태가 나름 찾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