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맛집 투어"
이건우의 <돈까스를 쫓는 모험>을 읽고
“돈까스라는 크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첫발을 딛는 당신을 위한 책!”
-돈까스 애호가가 안내하는 '돈까스학'의 모든 것-
당신은 돈까스를 좋아하는가? 흔히들 돈까스라고 하면 겉은 바삭바삭한 튀김옷을 입고 속에는 두툼하면서도 촉촉한 고기로 무장한 우리의 국민 음식을 떠올릴 것이다. 돈까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만큼 든든한 한끼 도시락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어렸을 땐 돈까스가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름 고급진 요리이기도 했다.
이런 돈까스가 무한한 변신을 거듭하여 우리 곁에 찾아왔다. 경양식 돈까스와 왕돈까스에서 카레 돈까스, 돈까스 김치 나베, 카츠산도 등 돈까스를 이름 아래 다양한 음식과 궁합을 맞추면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것이다. 돈까스라고 하면 흔히 일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한국 음식이라고 한다. 짜장면이 중국 음식이 아닌 우리나라 음식인 것과 마찬가지 이유이다.
피자나 치킨처럼 돈까스에 진심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 『돈까스를 쫓는 모험』의 이건우 작가처럼 돈까스에 진심이고 돈까스에 빠져서 돈까스집을 돌아다니면서 2017년부터 블로그에 돈까스 품평을 써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방문한 수백 곳의 돈까스 집 중에서 나름 베스트로 선정한 서울, 경기 지역의 돈까스집 29곳을 소개해주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돈까스가 돈까스일 뿐이지 뭐 별 다른 게 있겠어' 라고 생각하며 돈까스를 파는 가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 속에 소개된 돈까스 집은 위시 리스트에 포함시킬 만큼 대단하고 멋진 곳들이 많다.
추억의 돈까스부터 일본식 프리미엄 카츠까지, 소문난 돈까스 집부터 시작해서 동서양 음식이 결합된 퓨전 돈까스 집까지 상상만 해도 입 안에 군침이 돌 만큼 맛깔나는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 속 돈까스 맛집 소개와 메뉴로 소개된 다양한 종류의 돈까스들을 보면서 절로 입 안에 군침이 돌고 어서 당장 그 돈까스 가게로 달려가고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어느 새 '이 가게는 다음에 꼭 가봐야지' 라고 생각하며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놓다보니 어느 새 빨주노초파란보라색의 플래그로 책이 알록달록 변해버렸다. 다행히 서울, 경기 지역이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주변에 이렇게 돈까스 맛집들이 많았다니 놀랐다. 기껏 가본 곳은 남산 타워 주변 왕돈까스 맛집이었는데, 내가 가보지 않은 곳들이 무려 20개가 넘었다. 정말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돈까스 맛집 투어는 문제 없을 것 같고, 가짜 리뷰에 속아서 돈까스 맛에 실망하는 일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다른 맛집 투어 가이드북과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는 작가의 돈까스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진지하고 위트가 넘치는 '돈까스학' 에세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어느 돈까스 맛집이 좋고, 어떤 메뉴가 맛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돈까스의 종류, 돈까스의 역사, 돈까스의 변신, 돈까스의 재료 등 돈까스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돈까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돈까스 맛집에 대한 소개와 느낌, 장점, 특징 등을 설명해주면서 마지막 부분에는 그 맛집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실제로 그 맛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전화번호와 위치, 가격까지 나와 있으니 정말 지금 당장 그 가게로 뛰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너무나 유용한 것 같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책에서 다룬 29가지 돈까스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돈까스 지도'를 수록해놓았고, '돈까스 테이스팅노트'를 수록해서 와인처럼 돈까스도 음미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치 맛있는 돈까스를 찾아서 떠나는 모험 처럼 나만의 돈까스를 찾아서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처럼 이렇게 자신의 '최애'음식에 대한 탐방기와 에세이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돈까스 맛집 투어를 떠나면서 맛있는 돈까스도 먹고 돈까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알아보면 어떨까. 가을 바람을 맞으며 '돈까스 맛집 지도'를 가지고 돈까스를 먹으러 가봐야겠다. 이 책 『돈까스를 쫓는 모험』 덕분에 '최애' 음식이 돈까스가 될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정말 돈까스에 진심이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유용하고 맛있는 책이 될 것 같다.
먼저 머릿속으로 돈까스를 떠올려보라. 걸쭉한 브라운 소스를 부은 한국식 돈까스, 두꺼운 등심을 바삭하게 튀겨 썰어낸 일본식 돈까스 등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돈까스를 상상하면 된다. 자, 이번에는 돈까스 옆으로 시선을 옮긴다. 돈까스와 함께 나온 샐러드는 무엇인가? 십중팔구 가늘게 채 썬 양배추 샐러드를 떠올렸으리라. 지금까지 먹은 돈까스가 어떤 스타일이었든 그 곁을 지킨 건 대개 양배추였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양배추, 그것도 가늘게 채 썬 양배추가 터줏대감처럼 돈까스 옆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p.41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음식이 함께 했다. 어린 시절 처음 가족끼리 외식이라는 걸 했던 동네의 경양식 집, 동생은 느끼하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 맛있었던 돈까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독립했을 때, 첫 직장에서 첫번째 월급을 받았을 때, 첫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했을 때 등등...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거나,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갔었다. 워낙 다양한 맛집이 있고,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먹어 왔지만 그래도 외식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때는 항상 돈까스부터 생각이 나는 것 같다. 물론 돈까스는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었고 말이다.
나에게는 추억의 음식이자, 여전히 현재를 함께하는 음식은 '돈까스'에 대한 탐방기라고 해서 이 책이 굉장히 궁금했다. '돈까스를 쫓는 모험'이라는 귀여운 제목의 이 책은 돈까스에 진심인 돈까스 애호가이자 일본어 번역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돈까스 탐방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2017년부터 블로그 '돈까스를 쫓는 모험'을 운영하며 서울과 경기 일대의 돈까스 가게 수백여 곳을 탐방하고, 자신이 먹은 돈까스에 대한 품평을 써오고 있다. 블로그에 리뷰를 남긴 돈까스만 200여 개가 훌쩍 넘어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돈까스 오덕'이자 '돈까스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방문한 수백 곳의 돈까스집 중에 맛, 접객,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등 어떤 측면에서라도 소개할 만한 요소가 있는 가게들만 추려서 그 중 딱 29곳이 수록되어 있다.
상을 받아드는 순간부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으로 정갈하고 정성 가득한 한 상이다. 돈까스 경험이 이쯤 쌓이면 조금 과장해서, 척 보면 딱 답이 나오는데, 드레싱이며 소스며 다 직접 만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생선까스와 새우튀김에 맞춰 타르타르소스까지 따로 냈다. 이런 세심한 점이 초장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주문 실수에서 비롯된 찜찜함은 이미 눈 녹듯 사라진 지 오래다. 어떤 순서로 먹어볼까? 이는 돈까스를 즐길 때 꽤 중요한 요소다. p.177
첫 주자는 1986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한성대 앞의 한아름이다. 얇은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어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얹어 녹여낸 익숙하지만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의 돈까가 일품인 곳이다. 두 번째는 한국식 돈까스를 제대로 선보이는 종로의 김권태 돈까스 백반이다. 이곳은 독특하게도 돈까스에 밥을 곁들이는 형태가 아니라 밥반찬 중 하나로 돈까스가 나오는 돈까스 백반 메뉴가 유명한데,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먹는 가게라고 한다. 그외에도 걸쭉한 브라운 소스를 부은 추억의 경양식 돈까스, 두꺼운 등심을 바삭하게 튀겨 썰어낸 일본식 돈까스, 얼큰한 냄새 폴폴 풍기는 돈까스 김치 나베, 카레 돈까스, 짬뽕과 함께 나오는 중식 돈까스, 입에 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이는 참치까스 등등 다양한 맛과 조합을 선보이는 돈까스가 소개되어 있다. 이 중에는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집도 있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숨은 맛집도 있어서 맛집 탐방을 좋아한다면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무엇보다 돈까스 맛집을 탐방하고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돈까스라는 음식을 제대로,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저자만의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나 저자가 일본어 번역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음식에 얽힌 일본 문화나 역사, 언어와 관련한 해박한 지식들을 함께 풀어내고 있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돈까스 집 사장님과의 대담, 집에서 즐기는 냉동 돈까스 비교, 서울, 경기 지역 돈까스 지도 등이 알차게 수록되어 있어 정보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어떤 음식은 나의 지나온 한 시절을 기억나게 만들고, 또 어떤 음식은 함께했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먹어온 음식만큼, 내가 지나온 시간만큼의 추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라는 한 사람을 이루게 되는 것일 테고 말이다. 평생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돈까스를 고를 수 있는 저자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먹어온 돈까스와 그 시간들에 얽힌 추억도 함께 떠올랐다. 돈까스라는 크고도 아름다운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돈까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구입을 추천하는 책입니다. 2022년 기준으로 서울의 여러 돈까스 음식점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자유롭다면 책에 나온 집들을 하나하나 방문하면서 저자의 감상과 비교하면서 먹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의 냉동 돈까스 비교 부분도 돈까스집을 방문하긴 힘들고 집에서 간편하게 먹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네요.ㅎㅎ
돈가스(이 책에서는 '돈까스'라 표기했다)는 대개 호불호가 없는 음식 메뉴라 생각된다. 내가 어릴 적에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엄마와 함께 대구 시내에 나가서 먹는 메뉴였다. 자주 가는 곳은 지금은 사라진 동아백화점 뒤편 건물 지하에 위치한 '심해'라는 가게였다. 꽤 세월이 흐른 후에는 이전도 했었는데 지금도 가게가 운영하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돈가스는 어릴 적부터 단골 외식 메뉴였고, 꼬마 돈가스는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나의 자부심 넘치는 도시락 반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후에도 돈가스는 자주 먹게 되는 음식이다. 시쳇말로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라고 할 만큼 튀김 음식은 맛있기 마련인데 돼지고기 등심이나 안심에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내고 그 위에 맛을 배가할 소스까지 얹거나 찍어 먹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내가 이럴진대 이 책의 저자는 오죽하겠는가. 그의 블로그에 돈가스에 대한 포스팅만 200개가 넘는다고 하니 가히 진심 어리다고 하겠다.
그간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었다. 맛집을 소개하는 책들도 읽어봤지만 이번처럼 입맛을 다시며 책을 읽기는 처음인 것 같다. 역시나 아는 맛이 무섭다. 책에 소개된 29곳의 돈가스 가게들 중에 내가 가본 곳은 유일하게 '에버그린' 한 곳이다. 그렇다 보니 더욱 저자가 소개한 가게들을 방문해 돈가스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아마 다른 독자들도 나 같은 생각일 거다.
단순히 돈가스 가게와 돈가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본업인 일본어 번역가라는 장점을 살려 음식명의 유래들도 소개되어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식 돈가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일본식 돈가스가 영향을 주었다 보니 용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욱 재미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뭐든 알고 먹으면 더욱 맛난 법 아니겠는가.
사실 긴 말이 필요 없다고 본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집에서 먹는 냉동 돈가스가 되건 돈가스 맛집을 방문하건 이제부터는 자신만의 돈가스를 쫓는 모험을 시작해 볼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