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처럼 심플하다. 이들이 채식하는 이유!
대부분 기존에 나온 채식에 관한 책은 한 저자에 의해 쓰이는데 이 책은 다섯 명의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전문가들이 쓴 책이라 흥미가 갔다.
채식과 페미니즘은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해방과 동시에 양성평등을 바라는 일이다. 이게 어떻게 채식과 관련이 있을까? 정답은 바로 여성 동물들에 있다. 암퇘지들은 감금되어 평생을 보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공 수정으로 임신되고, 분만틀에 갇혀 새끼를 낳고, 새끼를 빼앗기고, 이 사이클을 반복하다 새끼 낳는 성적이 떨어지면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개와 비슷한 지능을 가진 돼지는 이 모든 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괴로워한다. 다른 비인간 동물들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암컷동물은 출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착취당한다.
황운 감독은 다큐멘터리 취재로 처음 돼지 농장에 가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돼지 농장에 방문해 본 것은 아니지만 힘들고 열악하게 살아가는 돼지의 모습이 상상은 됐다. 하지만 글로 마주하여 읽는 것은 더 큰 충격이었다. 새끼 돼지들은(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무는 것을 막기 위해) 꼬리와 송곳니가 잘리고, 수퇘지는 거세 된다. 닭은 날개조차 펴지 못하는 A4 용지 한 장도 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산다고 한다. 젖소도 사람처럼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거쳐 송아지를 낳지만, 바로 송아지와 분리된다. 그리고 송아지가 먹어야 할 소젖은 우유라는 이름으로 인간에게 온다.
많은 사람은 이 우유가 건강하다고 믿는다. 이 우유는 엄청난 마케팅의 결과다. 우유는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동물성 식품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단백질 환상. 단백질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엄청나게 고기를 먹으면서, 탄수화물은 멀리한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을 살찌우는 건 동물성 식품이다.
그리고 이 동물성 식품은 지구에도 해롭다. 소는 메탄가스를 엄청나게 뿜어대는데, 이는 모든 교통수단에서 배출하는 탄소량보다도 많다. 그리고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땅과 곡물이 필요하다. 인간은 곡물을 키우기 위한 땅을 만들기 위해 산림을 불태운다. 그리고 소가 해치우는 곡물은 제 3세계에 사는 10억의 인구를 살릴 수 있는 양이다.
채식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있다. 바이러스는 동물로부터 나오고, 기후변화 역시 동물로부터 나온다. 이는 모두 인간이 벌인 일들이다. 인간이 동물을 먹고 해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한 아래로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라고 불리던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라고 불리며, 더 이상 지구의 아주 먼 미래를 상상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이 기후 위기를 위해 텀블러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가장 강력한 건 채식이다. 모든 사람이 비건이 될 수는 없지만, 소, 양 같이 메탄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동물들을 줄이는 것부터 필요하다.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안백린 셰프님이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겪은 일화였다. 나 역시 채식을 실천하면서 주변 지인에게 비건 식당은 비싸서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봤다. 사람들은 고기는 비싸도 되지만 채소 따위는 비싸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때 나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라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모든 재료를 직접 수작업으로 만드는 과정을 보니 가격에 납득이 갔다. 정말 많은 향신료와 채소들이 메뉴 하나에 혹은 소스 하나에 들어가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극적이고 맛있는 비건 요리에 논 비건들은 ‘비건 같지 않다.’, ‘내가 먹었던 피자 중에 가장 맛있는 피자가 비건이라니’ 따위의 말을 하는데 이게 칭찬인 건 알지만, 때론 혼란스럽게 느껴진다고 한다. 건강에 안 좋을 것 같고 간이 세다는 비건들에게 반응엔, 비건 요리는 건강해야 할 것 같은 혼란을 느낀다고 한다.
채식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떤 이유로 채식하는지 자세히 생각해보지 못했다. 한 사람은 엄마로서, 출산하는 동물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채식을 시작했다. 다른 이는 (비인간)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건을 시작했다. 또 어떤 이는 건강을 계기로 비건을 시작했다. 각자의 이유가 다르듯이, 각자의 채식도 다르다. 어떤 이유로든 채식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은 채식 기본서에 가깝다. 채식에 대한 건강염려, 환경, 동물권 등, 다양한 시선으로 채식에 대해 알려준다. 어떤 형태의 채식이라든 일단 시작해보세요!
요즘 전세계적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 SNS나 미디어들을 보면 채식은 건강하고 매력적인 트렌드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셀럽들이 비건임을 밝히고 편의점이나 마트에 비건 식품이 점점 늘어난다.
나 스스로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육류보다는 채소나 곡물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거창하게 ‘채식주의’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지는 않는다. 예전보다 육류나 유제품을 멀리하고 있지만 혹독하게 안 먹는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또 기후위기나 동물 복지와 관련된 내용들도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눈의 띄었다. 채식을 해야하는 이유를 콕 집어 알려줄 것 같아서 읽어보고 싶었다.
영화감독, 철학 교수, 비건 셰프, 작가이자 가수 그리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의 관점에서 ‘왜 채식을 해야 하는가’를 쉽게 설명해 주어 좋았다. 어렴풋이 알고 있던 기후위기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내용도 마음에 든다. 실제로 지금 이 시점에서 기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들이 더 경각심 있게 다가왔다. 또 그 중에서 일개의 개인이 가장 효과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 채식이라는 점도 배웠다. 채식을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절약되고 환경이 보호되는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채식은 건강하지만 밋밋하고 맛이 없다’. 그 동안 내가 갖고 있던 채식에 대한 편견이었다. 하지만 ‘고급형 식물성 요리’ 셰프인 안백린 님의 글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 동안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맛있는 채식 레시피를 보긴 했지만 이 분의 메뉴는 정말 궁금하다. 책에는 최상의 재료에 정성을 들이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고 그렇게 만든 메뉴의 사진도 수록되어 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그런 음식들이다.
‘비인간 동물’이라는 용어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모든 저자가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통용되는 말인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인간’과 ‘동물’이라는 구분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이었는지도. 인간도 역시 동물의 한 종일뿐이고 그런 의미에서 종을 차별하며 동물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며 잡아먹는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자연스럽게 자각하게 된다.
성차별, 인종차별 등과 마찬가지로 ‘종 차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 나가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책의 역할이 크다. 대개의 차별에 대한 인식과 행위, 법제도가 교육과 투쟁으로 어렵게 이루어졌듯이 ‘종차별’도 많이 알리고 자각시켜야 한다.
아직까지 채식하는 사람은 소수이고 별종 취급을 받는다. 내 주변만해도 채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 맛있는 고기를 왜 안 먹으려 하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면 좋을 책이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채식이 주는 이로움을 설득력 있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