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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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작은 아직

리뷰 총점 9.4 (2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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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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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히키코모리 작가가 보물같은 행복을 찾은 이야기 평점10점 | h*****7 | 2022.08.06 리뷰제목
일본어 원서 30권 읽기를 계획하고 처음으로 읽은 단행본이 세오 마이코의 『도서관의 카미사마』다. 대략의 내용은 문예반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거의 폐쇄된 학교도서관을 누구나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든 키요와 가키우치 군이 엮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세오 마이코의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재미와 감
리뷰제목

 일본어 원서 30권 읽기를 계획하고 처음으로 읽은 단행본이 세오 마이코의 도서관의 카미사마. 대략의 내용은 문예반을 만들어 활동하면서 거의 폐쇄된 학교도서관을 누구나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든 키요와 가키우치 군이 엮어가는 따뜻한 이야기다.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세오 마이코의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으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표지에 처음 만나는아버지와 아들의 부자 재탄생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보고 과연 일본스러운 소재와 캐릭터 설정에 재미는 보장하겠구나, 호기심을 안고 읽어나갔다. 도입부부터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어느 날, 히키코모리 작가 가가노에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스물다섯 살 아들 도모가 불쑥 찾아온다. 유일한 연결고리는 다달이 양육비로 보낸 10만 엔과 사진 한 장이 전부였다.

 

 

친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려니 이상하네. 그래도 처음 만났으니까 괜찮겠지. , 내 이름은 알고 있을 테지만 나가하라 도모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P7)

 

 

 첫 만남에서 생전 처음 보는 아버지에게 도모는 이런 말을 건넨다. 예닐곱 살 어린 아이도 아니고 스물다섯 살 청년의 넉살이 보통이 아니다. 시원하고 거침없이 늘어놓는 반말에 아무런 쑥스러움도 없고 원래 알던 사이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놀라고 당황스러운 것은 가가노다. 원래 천성이 밝게 태어난 건지 너무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깔깔 웃게 된다. 호칭은 끝까지 아저씨. 사 가지고 온 간식을 내놓으며 함께 먹자, 실제로 아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셔? 하고 물어보자, 가가노는 어쩔 줄 모른다. 어떻게 이렇게 구김살이 없을까. 복잡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당분간 여기서 살게 해달라는 것이 아닌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얼마 뒤에는 새로 생긴 점포로 가게 될 테니 그때까지만 있게 해달란다.

 

 

 대학 4학년 때 문학상에 응모했다가 덜컥 대상을 받게 되고 출판사에서 계속 새 작품을 요청해서 받아주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다가 유일한 취미가 글쓰기였는데 직업이 된 것이다. 그러다가 학창시절 친구가 술자리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고 나갔다가 미쓰키를 만나게 되고... 석달 후 미쓰키가 찾아와서 임신을 했고 아이는 낳을 거라고 한다. 이제 내 인생 끝났구나, 전혀 마음이 없는데 결혼을 해야 하나, 뒤숭숭한 마음을 읽었는지 미쓰키도 매달리지도 않고 쿨하다. 둘이 합의하에 아기를 낳아 미쓰키가 기르고 나는 양육비를 댄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나 있는 친구한테 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렇게 양육비를 대고 자라나는 도모의 얼굴을 사진으로 건네받으며 20년을 계속하다가 5년이 더 지나고 도모가 난데없이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25년 만에 만난 아버지와 아들의 동거가 시작된다. 아무도 안 만나고 소설 쓰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히키코모리가 되어있었다. 완벽하게 혼자 살다가 누군가가 있다는 건 분명 신경이 쓰일 것이다. 도모는 원래 천성적으로 서글서글한 성격인 것 같다. 말도 잘한다. 아무래도 아비인 나를 닮은 것 같지는 않다. 내 소설을 읽으면서 이건 어떤 의미냐고 물으며 말을 건다. 어렸을 때 모습을 사진으로만 보았고 목소리를 들어본 적도, 안아 본적도 없다. 하지만 분명히 내 아들이다. 아기 때 사진의 자신을 쏙 빼닮았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다 큰 어른이 되어 나타난 아들이라는 존재가 애틋한 정이 솟을 리 없다. 그런데도 둘은 마주하며 대화를 하고 먹는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익숙해진다. 물론 가가노는 아직도 당황할 때가 많다. 자기보다 어린데도 세상 물정을 더 잘 알고 청산유수인 도모가 신기하기만 하다. 더구나 독심술을 배웠는지 도모는 아저씨의 마음속에 맴도는 말까지 간파하여 말해주곤 해서 가가노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건가. 얘기 도중 미쓰키 얘기가 나와서 기가 센여자라고 하자, 도모는 결코 기가 센 부류는 아니라고, 몇 번 안 만났으면서 기가 센지 어떻게 아느냐고 따지자 당황한다.

 

 

 어느 날은 편의점 점장이 찾아오더니 도모에게 전해주라고 약을 가져온다. 감기에 걸려서 3일째 못 나오고 있다고. 그런데 가가노는 그것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집이 넓기도 하지만 2층의 방 하나를 쓰고 있으려니 하고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일에 파묻히기도 했지만, 누구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고 사회성 제로인 가가노는 아들이 왔다고 해서 단번에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둔감한 내가 소설을 쓰고 있다니 우습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도모에게 올라간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인사를 나눈 적이 없다. 도모는 자치회비 1년치를 내고 가입했으니 주민축제가 있으면 참여하자고 한다. 보통 70이 넘는 노인분들이 활동하는 걸 보고 가가노는 놀란다. 젊은 사람이 나와주어서 고맙다고 하자, 젊지 않습니다. 하다가 멀쓱해진다. 도모 덕분에 조금씩 행동반경이 넓어진다.

 

 

 그리고 이제와서 도모가 왜 나를 찾아왔을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역시 소설가의 촉수가 있었나 보다. 도모는 이런 상황이 소설이라면 어떨 것 같느냐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결국엔 죽음으로 귀결되는 캐릭터가 패턴화된 최근의 몇 작품을 보고 위태로움을 느껴서, 혹시 아저씨가 죽으려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미쓰키가 가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아들이 그런 사소한 일로 만나러 찾아오다니 나는 도모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도모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자문하며 자신의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득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모님을 못 본 지 28년이 지났다. 내 얼굴을 알아보시기나 할까, 역정을 내시지 않을까. 초인종을 누르고 문앞에 선 가가노는 불안했지만, 부모님은 금세 알아보신다. 그런데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부모님을 뵙고 어떻게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는 걸까 당황스럽다.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들을 하나씩 듣게 된다. 여러 개의 반전으로 독자를 놀랍게 한다. 재미있게 읽을 독자를 위해 숨기고 싶지만 딱 한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예쁘기만 하고 머리가 텅빈 여자로 생각했던 미쓰키는 가가노의 열혈 팬이었다. 가가노가 데뷔할 때부터 팬이라서, 너의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더라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듣는다. 어머니가 쏟아내는 얘기 하나하나가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아무것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자신이 끔찍하다. “네 최고 걸작은 네 자식이야.”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급반전을 이루며 행복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25년 동안 쌓인 이야기가 하루 이틀 밤에 끝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코믹하고 쿨한 소설이다. 결국 히키코모리였던 가가노를 다시 가족과 연결시켜 준 것은 미쓰키와 도모였다. 아이를 떠맡았다고 해서 원망을 품거나 신파조로 흐르지 않았다. 어쩌면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인정해주려는 미쓰키의 슬기로운 지혜와 넉넉한 마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역자의 말에서 결손 가정이라는 폭력적 용어가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도 인상 깊었다. 겉으로 보이는 구조적인 결손만이 아니라 심리적 결손까지 포함한다면 이 세상에 결손 상태가 아닌 가족은 얼마나 되는지 묻는다. 이제 세오 마이코의 작품을 두 권 읽었지만, 따뜻하고 희망적인 그리고 재미와 감동까지 보장하는 작가가 되었다.

 

 

 

YES24 리뷰어클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3 댓글 2
종이책 걸작은 아직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 2023.02.16 리뷰제목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아들. 참 이상하다. 아빠인데, 가까이하기 너무 먼 당신인 경우가 너무 많다. 나 역시도 아빠가 마냥 편하지 않다. 아빠지만 가깝지 않고, 둘이 있을 때 별로 얘기할 것도 없고. 서먹해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나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엄마와 아빠. 이렇게 3자가 함께 있으면 모를까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는. 하지만 나이 먹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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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아들. 참 이상하다. 아빠인데, 가까이하기 너무 먼 당신인 경우가 너무 많다. 나 역시도 아빠가 마냥 편하지 않다. 아빠지만 가깝지 않고, 둘이 있을 때 별로 얘기할 것도 없고. 서먹해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은. 나는 살가운 성격이 아니라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엄마와 아빠. 이렇게 3자가 함께 있으면 모를까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없는. 하지만 나이 먹으니 아빠의 모습에서 남편의 모습이, 아들의 모습이 보이는 건 너무 앞서간 생각일까? 아빠라는 이름의 그 남자. 그 남자도 참 외로울 수 있겠구나 하는 이해 같은 걸 하게 되는 건 

 

소설은 나름(?) 인기가 있는 히키코모리 작가 가가노에게 어느 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스물다섯 아들 도모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초면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아저씨라 부르며 붙임성 있게 대한다. 아무렇지 않게 반말하는 아들과 이 상황이 난처한 아버지. 가가노는 양육비 10만 엔을 다달이 붙였고, 아이 엄마는 그때마다 아들 사진을 한 장 보낸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아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 가가노는 모든 상황이 당황스럽다. 부성애도 사회성도 제로인 가가노는 25년 단절되었던 아버지라는 역할에도 서툴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한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사는 동네의 어른들과 넉살 좋게 어울리는 아들 도모. 두 사람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동물보다 못한 부모들. 자신의 자식이지만 굶어 죽게 놔두기도 하고, 때려서 죽이기도 한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그것도 자신의 자식에게 그럴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의 면상이 보고 싶다. 자신의 자식에게는 함부로 해도 어디 가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평범한 우리네 이웃의 모습을 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아이들. 나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아이가 옆에 앉으면 일어나 다른 자리로 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죽을 만큼 힘들었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를 키운다는 걸, 아이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걸 해 본 적 없는 나는 모든 게 난감했고 두려웠고 무서웠다. 나 자신도 어떻게 못 하는데, 이런 내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지. 이런 내가 아이를 키워도 되는지. 그냥 다 죽도록 힘들었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부모들이 아이를 보며 내 인생 최고 걸작은 아이라는 말을 왜 하는지.

 

작가인 가가노는 인생 최고의 걸작을 쓰지는 못했다. 적당히 팔리는 작가지만 인생 작이라 할 만한 글을 쓰지는 못했다. 그런 가가노에게 아들 도모는 인생 최고의 걸작이었을 것이다. 아들 나이 스물다섯. 양육비를 주는 것으로 아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를 가가노에게 나타난 아이. 모든 아들이 도모 같지는 않을 테지만, 아버지 가가노와 도모가 가까워지는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미소짓게 만든다. 그리고 내 남편과 울 아이들을 생각한다. 남편은 참 좋은 아빠다. 아이들도 그걸 안다는 게 고맙고, 감사하다. 비록 남자들끼리는 서먹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늘 아빠는 참 좋은 사람이라는 걸, 좋은 아빠라는 걸 아이들이 말해주니까. 4인 가족이라는 테두리. 앞으로 우리가 4인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얼마나 유지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독립하거나 결혼하게 되면 지금처럼 끈끈한 그 무엇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이란 서로에게 건강한 가족의 의미를 알게 하는 테두리는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과는 다른 가족의 의미들. 같이 있다고, 같이 산다고 가족이 끈끈해지는 것도 아니고, 끈끈하다고 해서 그 가족이 화목한 것도 아니다.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2
종이책 걸작은 아직 평점10점 | g*****3 | 2022.08.12 리뷰제목
도 서 : 걸작은 아직 /저 자: 세오 마이코 /출판사:에디터     25년 만의 부장 상봉이라는 소재는 뭔가 어색한 두 사람이 가족으로 거듭나는(?) 뭐 이런 내용으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오히려, 가족의 의미를 넘어 결손 가정이라는 점을 무겁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타인과 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우는 데 우울증 까지는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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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서 : 걸작은 아직 /저 자: 세오 마이코 /출판사:에디터

 

 

25년 만의 부장 상봉이라는 소재는 뭔가 어색한 두 사람이 가족으로 거듭나는(?) 뭐 이런 내용으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오히려, 가족의 의미를 넘어 결손 가정이라는 점을 무겁지 않게 소개하고 있다. 더 나아가 타인과 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주인공을 내세우는 데 우울증 까지는 아니어도 그저 어릴 적 부터 대인관계가 힘들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딱히 살아가는 데 힘든 게 있지도 않다 그저, 타인에게 주는 상처나 또는 자신이 받을 불편한 감정이 오히려 없는 게 더 편하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소설가라는 직업도 우연히 대학 시절 쓴 글이 상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까지 이어져 왔을 뿐이다.

 

 

이 집은 넓고, 방도 많다. 사람 기척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방 구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상 대단한 것은 사람을 대하는 내 안테나가 둔하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둔감한 내가 소설을 쓴다니, 우습다. 잘난 척하며 인생이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를 잘도 썼다.

-본문 중-

 

그러던 어느 날, 25년 동안 보지도 통화하지도 못한 아들이 떡~하니 앞에 나타났다. 그 아들을 보고 놀라긴 커녕 갑자기 왜 찾아왔는지 궁금할 뿐이라는 점. 이는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났던 미쓰키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면서 덜컥 생긴 아이였다. 하지만 결혼이 아닌 각자의 삶을 살면서 마사키치는 매달 육아비로 돈을 보내라고 미쓰키가 먼저 제안을 한 것이다. 그는 과거나 지금이나 타인이 자신의 공간에 들어오는 게 어색해서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인물로 미쓰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매달 아들이 성장하는 사진을 받으면서 커 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알아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났으니...무슨 일인가 싶겠지...

 


 

 

 

넉살스럽게 찾아온 아들 도모가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이 집과 가까워서 찾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호칭 대신 아저씨라고 부른다는 것. 그렇다고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칭만 다를뿐 너무 자연스럽게 그의 삶을 파고든다. 어쩌다가 조용한 곳을 찾아가 현재 사는 곳까지 이사온 그는 도모로 인해 마을 자치회를 알게 되고 이웃인 모리카와, 그의 부인 그리고 편의점 사장과도 말을 건네게 되는데, 사실 타인과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살아도 불편하지 않았는 데 도모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음식을 같이 먹으려고 해도 냄비가 없고, 넓은 집에 2층에 도모가 잠깐 머물렀어도 어느 방에 있는지 몰랐던 . 그리고 이제 도모는 다른 편의점으로 근무를 해야하기에 잠깐 머물렀던 이곳을 떠나야 하는 데 그 순간 마사키치는 그냥 보내서는 안된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낀다.

 

 

뭔가 애정을 보여주는 장면도 없다. 그저, 일상을 보여주는 데 바로 그런 '일상'이 주인공에겐 없었다는 사실이다.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와 사이가 틀어져 무려 20년 동안 소식도 끊고 살았던 사람이니, 타인과는 오죽할까. 하여튼, 이런 생활을 하던 그에게 도모의 존재는 기존의 삶을 흔들어 놓는 존재였고, 왜 자신을 찾아오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는 데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또한, 도모의 친모 즉, 미쓰키 역시 보통 여성이 아님을 새삼 알게 된다. 오히려, 자신과 도모는 마사키치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를 보면 도모의 친모 이전에 그녀는 마사키치의 팬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드러나면서 25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고, 그 조차 연락하지 않던 부모와 인연을 맺어왔었다. 분명 소설은 부자 상봉을 예상하게 만들었지만 이건 부차원적이었고, 중요한 건 한 사람의 변화였다.

 

 

아니야,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너를 만난 적이 없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본문 중

 

책을 읽다보면 타인과의 관계에선 좋은 것만 있지 않으니 한편으론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이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른 이가 봤을 때 그 삶은 어땠을까? 아마 자신은 자각하지는 못하겠지만 더 고립된 시간을 가지게 됨으로써 인생이 망쳐졌을 것이다. 으흠, 도서를 다 읽고서 왠지 어둡다라는 생각이 들었는 데 이것을 또 그렇게만 표현하지 않고 작은 희망을 심어주었다. 여기서 만약 현실적이지 못한 갑작스러운 행복이 등장했다면 어색했을 텐데 독자가 이해 할 수 있는 감정선에서 빛을 보여주니 더 뇌리에 남은 소설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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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족의 의미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b | 2022.08.13 리뷰제목
<걸작은 아직>이라는 제목이라 뭔가 작품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일본소설을 한참 많이 읽다가 요즘은 드문드문 읽는데 늘 느끼는 게 재미있게 읽고 나서 적당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책"이지만 마음에 오래 남지는 않는 책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번 책은 어떨까, 약간의 기대를 갖고 읽었다.   시작은 너무 과감한게 아닌가
리뷰제목

<걸작은 아직>이라는 제목이라 뭔가 작품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일본소설을 한참 많이 읽다가 요즘은 드문드문 읽는데 늘 느끼는 게

재미있게 읽고 나서 적당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가성비가 좋은 책"이지만 마음에 오래 남지는 않는 책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번 책은 어떨까, 약간의 기대를 갖고 읽었다.

 

시작은 너무 과감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도직입적이다.

갑자기 찾아온 아들. 그것도 한번도 마주친 적도 없는 아들이

자기 집으로 찾아와 "당분간 여기서 지내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는데서 시작한다.

뭐지, 이 무리수는.

그럭저럭 이십년간 작가생활을 하고 있는 가가노는 말이 좋아 작가지

히키코모리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족과의 관계도 끊고 살아갈 정도로 혼자 살고 있는 그에게 아들이 생긴 것은

어쩌면 하루를 같이 보낸 미쓰키의 용기 때문이었을지도.

미쓰키는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가가노에게 매월 10만엔을 요구했다.

10만엔을 보내주면 도모의 사진을 보내주는 것으로 그들의 인연은 20년 동안 이어졌고

도모가 성인이 되면서 그나마도 끊어진지 5년.

도모의 나이 25세가 되어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 기이한 관계에 이어 도모의 행동도 이상하기 그지없다.

갑자기 찾아와 가가노의 일상에 이것저것 참견하기 시작하고

이웃도 없이 살아왔던 아버지에게 이웃과의 관계, 타인에의 관심을 유도하게 한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사다주기도 하고

함께 외출도 하며 "아버지의 사회화"를 이끌어주는 도모.

이쯤 되면 도모가 진짜 아들이 맞나 싶은 의문도 들고,

어쩌면 귀신인건가? 하는 장르전환적 발상을 하게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도모가 있는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

갑자기 도모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도모가 왔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상적이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가 오히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한줄의 정리는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아버지에게 툭툭 타박하듯 말을 던지는 도모는 알고 보면 아버지가 걱정되어

본인 스스로도 무리인 줄 알면서 아버지를 찾아왔던 것이고,

책의 90%가 진행될때까지 등장하지 않던 미쓰키와 가가노의 부모와 도모는,

가가노는 몰랐지만 서로 연락을 하며 지냈던 사이였다.

아들, 연인 또는 배우자, 부모와 인연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가가노였지만

그 외의 가족은 항상 가가노를 지켜보고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가가노는 앞으로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써낼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걸작은 아직>인걸까?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으면서도 의미있는 반전이 있는 책.

<걸작은 아직>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진짜 너무 재미있다. 평점10점 | j*********0 | 2022.08.07 리뷰제목
와...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읽은 것 같다. 가족 소설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감동은 예상하고 있었만,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아들의 얼굴은 사진으로만 보며 25년동안 떨어져 살다가 어느 날 부자가 만나게 된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감동적인 소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 내가 예상한 전개와는 달라서 놀랐고, 뻔
리뷰제목

와...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읽은 것 같다. 가족 소설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의 감동은 예상하고 있었만,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다.

아들의 얼굴은 사진으로만 보며 25년동안 떨어져 살다가 어느 날 부자가 만나게 된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감동적인 소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데, 내가 예상한 전개와는 달라서 놀랐고, 뻔하지 않아서 좋았다. 가가노는 아들 도모와 만나 한 집에 살게 된 이후로 히키코모리적 성격을 극복해내고 동네 주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많이 성장하게 된다. 그런 가가노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도모가 가가노의 성격이 아닌 엄마 미쓰키의 성격을 닮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가가노의 시점에서 바라본 미쓰키의 첫 인상을 보고 미쓰키에대해 안 좋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말 부분을 보고 인상이 확 바뀌었다. 가가노도 28년 동안 찾아뵙지 않은 가가노의 부모님을 계속 찾아뵙고 그들에게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미쓰키를 보고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좋은 엄마 아래 바른 아들이 태어나서 다행이다. 도모도 미쓰키 못지 않게 사회성이 뛰어나고 싹싹하다.

내가 생각한 가가노는 좋은 사람이었다. 물론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책임감이 없고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인 듯하다. 그리고 작가치고는 말도 그리 예쁘게 하지 않는다. 아들 앞에서도 자주 미쓰키와는 스치는 인연이었다고. 하루의 실수였다고. 여러 번 언급한다. 그러고 나서도 후회는 하지만 별로 반성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마다 도모는 참 속상했을 것 같다. 그러니 계속 아저씨라고 불렀던 것 같다. 마지막엔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기대했는데. 하지만 나같아도 가가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가가노는 아버지 역할을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 25년동안 같이 지내보지도 못하고, 한 달에 양육비 10만엔만 줬을 뿐이니까. 가가노와 도모가 함께 지낼 때는 오히려 도모가 아빠 같았다. 가가노가 도모를 본받고 배울 점이 많았고 어른들께도 싹싹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달 조금 넘게 같이 산 이후로 그들은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듯 했다. 작가님은 글을 참 잘 쓰셔서 읽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뜻한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코코아 같았다. 달콤하지만 조금 씁쓸한 맛이 나는 코코아. 겨울에 읽었더라면 더욱 따뜻했을 것 같다. 그래도 아쉽지는 않다. 겨울에 또 읽으면 되니까! 이 책에 대한 생각은 많은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따뜻함이라 쓰기가 어려웠다. 여운이 남고, 정말 모든 사람이 읽어 봤으면 한다. ㅠ.ㅠ 꼬옥!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정말로 감동적이었던 건 도모가 가가노의 집에서 며칠동안 머물게 된 이유이다. 진짜... 감동적이고 미쓰키와 도모 둘 다 너무 따뜻한 사람이란 걸 많이 느꼈다.

"그럼. 그리고 다른 사람이 끓여 주기 때문이 아닐까? 직접 끓이는 커피보다 다른 사람이 끓여 주는 커피가 당연히 맛있을 테니까." [p.27]

"갑자기 커피 다이후쿠를 사들고 와서 생색을 내는가 싶더니 다음에는 내게 관심을 보이네. 내가 온 지 3주일 쯤 지났는데 아저씨가 나에 대해 뭔가 알고 싶어한 건 처음이잖아?" [p.129]

"아, 물론 가린토만 생각하고 붙든 건 아니야. 네가 조금 더 여기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야." [p.195]

"아니야,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아. 너를 만나 적이 없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 나는 웃지 않고 대꾸했다. 내일부터 웃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나날들이 기다린다. 쥐죽은 듯이 조용한 시간을 상상하자 몸도 마음도 왠지 푹 가라앉는 듯 했다. [p.214]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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