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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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불평등

글로벌 자본주의 변동으로 보는 한국 불평등 30년

리뷰 총점 9.1 (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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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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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신념이 되어버린 경제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3 | 2023.01.01 리뷰제목
전임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우고 그 실천방안으로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는 걸 보면서 기대도 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이 수요를 일으키고, 그 수요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니, 결국 임금만 올리면 안정과 성장을 모두 거둘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 요술방망이를 임금생활자로서 왜 마다하겠는가
리뷰제목

전임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내세우고 그 실천방안으로 최저시급 1만원을 주장하는 걸 보면서 기대도 되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임금을 올리면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이 수요를 일으키고, 그 수요를 바탕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니, 결국 임금만 올리면 안정과 성장을 모두 거둘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그 요술방망이를 임금생활자로서 왜 마다하겠는가. 그렇기는 한데, 임금만 올리면 만사형통할 일을 왜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문득 외부에서 에너지를 한 번만 넣어주면 추가공급 없이 영원히 작동한다는 영구기관이 떠올랐다. 허황돼 보이더란 말이지.

 

경제에 문외한이니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은 잘 모르겠고 실천방안인 최저시급 1만원은 그런 내게도 상당히 무리해 보였다. 논리적인 근거가 있는 생각은 아니다. 그저 영세사업자들이 몹시 힘들어지겠다, 어쩌면 줄도산의 빌미가 되지 않겠나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보는 것과 같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최저시급 1만원에 도달하지 못했고, 염려했던 대로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영세사업자들이 사라졌다.

 

논리여야 할 경제가 정치가 되고 신념으로 변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 전임 정부는 경제가 어려워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새 정부는 모든 문제를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린다. 논리나 정책은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이쪽이던 저쪽이던 모두 한 목소리다. 그런 중에 전임 정부에 몸담았던 경제전문가가 그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사실만으로도 궁금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았지만 신청자가 내 앞으로 다섯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즐겨듣는 경제방송에 저자 특강이 올라왔다. 며칠 전에 올라온 아홉 편째 강의까지 모두 들었다. 그러는 사이 예약한 순서가 돌아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방송만큼 쉽지가 않아 읽는 게 무척 더뎠다. 낯선 경제용어에 숫자와 도표는 왜 그렇게 많은지. 그래서 방송 들으며 이해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읽었다. 대충 건너뛰었다는 말이다.

 

저자는 전임 정부 출범 무렵 최저시급 1만원 주장에 동조하던 이들 중에 시급 1만원도 못 주는 사업장이라면 망해도 싸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시급 1만원을 주지 못하는 사업장은 저부가가치 3대산업인 개인서비스업, 농림어업, 도소매음식숙박업으로 이에 종사하는 사람은 무려 1천만 명에 이른다. 저임금은 사업주가 악독 자본가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종사하는 곳이 저부가가치 산업이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들의 주장은 “1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어도 괜찮다는 말일 수밖에 없다. 애당초 실현 불가능한 주장이었다.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책에 몰입했다. 기억할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데 빌려온 책에 그럴 수는 없는 일이어서 책을 주문했다. 그래서 그 어려운 책을 두 번 읽었다.

 

가치중립적인 불평등

 

저자는 책에 좋은 불평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불평등을 타개해야할 절대 명제로 삼는 진보진영에게 도발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곧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이 타개해야할 목표라는 건 보수진영도 부인하지 못할 만큼 불평등은 우리 모두에게 악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불평등과 경제발전의 관계나 그로 인한 영향은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마다 다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불평등 자체는 선악의 개념이 아닌 가치중립적인 용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중들은 선진국이 되거나 높은 경제발전을 이루면 불평등이 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경제발전을 이루는데도 불평등이 개선되지 못하거나 악화된다면 잘못된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쿠즈네츠 곡선을 인용하며 경제발전 초기에는 오히려 불평등이 증가하며, 경제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불평등이 감소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경제가 발전하면서 좋은 불평등에서 좋은 평등으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니 좋은 불평등은 좋은 평등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이지 선악으로 구분할 일도 정책 탓으로 돌릴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불평등 확대 시기와 원인

 

진보진영의 압도적 다수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시점을 1994년이라고 말한다. 1987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노동자 대투쟁, 1992년 등소평의 남순강화, 1992년 한중수교가 맞물려 일어났다는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 이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자 노동자 대투쟁으로 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해 위기를 맞았던 저기술제조업이 한중수교를 계기로 임금이 낮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그 결과 중간소득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876월 항쟁으로 직선제를 쟁취하자 노동계는 억눌렸던 노동기본권을 요구하고 나서고 이것은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진다. 이후 몇 년 사이에 노동조합 5천여 개가 설립되고 조합원은 10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급증한다. 노사분규 8천 건에 연인원 150만 명이 참여해 파업으로 인한 노동 손실일수가 1,154만 일에 이를 정도로 노동운동이 강력하고 격렬하게 전개된다. 그 결과 1989년 명목임금상승률이 25%에 이른다. 문제는 노동생산성은 4% 증가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력 위기를 의미했다. 기업으로서는 임금이 낮은 중국으로 옮기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는 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의 신발산업이고 대구의 섬유산업이다. 당시 지역에서는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도 상황은 회복되지 않았다. 원인이 다른데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불평등이란 하층 소득과 상층 소득의 격차인데, 이는 상층 소득이 오르거나, 하층 소득이 떨어지거나, 중간층이 얇아질 때 증가한다. 저자는 1994년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기술제조업이 임금이 낮은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중간소득층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퇴출되어 중간층이 지속적으로 얇아지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

 

불평등과 경제성장

 

저자는 진보 경제학자는 대부분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대중들은 경제위기가 일어나면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불평등과 경제성장이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을 줄이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저자는 전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이 바로 이에 바탕을 둔 것으로, 불평등을 줄여 경제성장률을 높이려 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후발 신흥공업국일수록 경제성장률이 높고 선진국이 될수록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라면서 경제성장과 불평등은 별개 원리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경제발전 단계,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양상, 경제에서 수출과 내수의 비중,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 상층 소득자의 산업구조 분포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경까지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나라를 중국이었는데 그들은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불평등이 커졌다. 중국보다 뒤늦게 경제발전에 뛰어든 인도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도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코로나로 인해 불평등이 개선되었는데 저자는 그 역시 경제가 위축되면서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금융기관으로 전염됐다. 세계무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한국의 수출제조업대기업에 종사하는 고임금노동자의 소득이 하락했다. 상층 소득이 떨어져서 불평등이 개선된 것이다. 코로나가 발생한 동안 한국 정부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저소득층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세계무역의 위축으로 수출제조업대기업에 종사하는 고임금노동자의 소득이 하락했다. 하층 소득이 증가하고 상층 소득이 떨어져서 불평등이 개선된 것이다. 모두 경제가 후퇴해 불평등이 개선된 사례이다.

 

중국의 영향

 

이 책을 읽다보면 중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종속변수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겠다. 등소평의 남순강화로 시작된 중국의 개혁개방은 WTO 가입으로 이어지고, 수출중심 공업화 정책의 결과로 세계의 공장이 되어 수출량이 급증했으며, 중국특수에 올라탄 한국 대기업의 고임금종사자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 결과적으로 한국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저기술제조업이 중국으로 이전함에 따라 중임금 일자리가 사라짐으로서 중간층이 얇아진 것도 불평등 확대의 다른 한 축이 되었다. 저자는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확대된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히 증가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대기업의 수출 대박이 큰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인당 GDP19771천 달러, 19951만 달러, 20102만 달러를 거쳐 20173만 달러를 넘어선다. 1천 달러에서 1만 달러까지 18,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15년이 걸렸는데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이르는 데는 불과 7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이는 온전히 2천 년대 이후 한국경제가 중국특수에 올라탈 수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2014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허난성을 방문하면서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를 내세운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과도하게 수출에 의존하는 것이 체제안정과 지속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고 무역의존도를 낮춘다. 이로서 세계경제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바로 세계 교역량이 급감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율이 줄어들고 제조업 위기가 본격화되며 경제 불평등이 완화된다.

 

결국 경제가 성장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것도 중국 때문이요 불평등이 개선되고 경제가 위축되는 것도 중국 때문이라는 것이니, 아무리 배알이 틀려도 중국이 어려워지는 걸 고소해하고 있을 일이 아니겠다.

 

불평등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불평등을 개선하자면 먼저 불평등이 왜 심화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저자는 불평등이 심화된 이유와 그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잘 설명해놓았다. 나는 그것을 다 이해할 만큼 경제에 대해 알지 못하니 그에 대한 내 의견을 개진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다만 그 중에 두 가지가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임금불평등과 소득불평등의 차이를,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해 일어난 정책의 오류이다.

 

저자는 임금불평등이 반드시 소득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임금노동자가 퇴출되면 전체노동자에서 저임금노동자의 비율이 줄어든다. 저임금노동자가 줄어드니 임금불평등도 줄어들 것이고. 저임금노동자가 퇴출되면 실업자가 되니 소득불평등은 그만큼 악화된다. 결국 통계로는 임금불평등이 줄어들었지만 실제로는 불평등이 악화된 것이다. 저자 역시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이 불평등을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한다.

 

진보는 변화를 추구하고 보수는 안정을 추구한다고들 이야기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역시 변화를 추구한다. 다만 그 속도가 변화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내할 수 없는 속도로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를 신뢰하지 않는다. 전임 정부에 긍정적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 틀을 깬 저자의 주장이 반갑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어느 쪽이 되었든 정책을 결정할 때 감내할 수 있는 속도를 반드시 고려해주기를 희망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은 저임금노동자가 아니라 노인인데 정책에서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노인에 대한 정책을 펼쳤을 때 불평등이 개선된 사례를 열거하며 아울러 그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익을 설명한다.

 

저자는 빈곤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저임금보다 미취업이며 미취업의 상당수가 노인이라고 말한다. 노인은 75세를 기준으로 그 이하는 근로능력이 있고 그 이상은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구분해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에게는 취업이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가 지원해야 하며 근로능력이 없는 노인에게는 노후소득노인 돌봄 서비스건강보험 내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그에 해당하는 나이가 된 당사자로 여간 반가운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빈곤 축소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정책으로 김대중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노무현 정부의 공공예산을 투입한 노인 일자리사업과 기초노령연금 지급,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문재인 정부의 기초연금 10만 원 추가지급을 꼽는다. 그러면서 그 정책이 모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었다고 말한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소득보장정책이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노인은 불평등의 최하단이며 평균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집단이기 때문에 노인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정책은 노인 빈곤을 줄이는 동시에 전체 빈곤율을 줄이고, 소득 불평등을 줄이며, 소득증가가 수요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 효과가 발생한다고 그 유익을 설명한다.

 

아쉬움

 

사백 쪽에 미치지 않는 분량이라 만만하게 덤벼들었다가 두 번을 읽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매우 난감하다. 분량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많은 내용이 담겼고, 그러니 내 알량한 지식으로 저자의 주장을 다 소개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먼저 방송을 들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가지고 따라가기는 했는데, 그렇지 않았으면 몇 쪽 읽다가 그만두었지 싶다. 설계보고서를 쓰는 일로 평생 살아왔으니 숫자나 도표를 읽는 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내가 이럴 정도인데, 경제도 잘 모르고 이런 보고서 유형의 책을 읽는데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 되지 않겠나.

 

저자는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모든 자리를 버리고 연금을 깬 돈으로 이 책의 집필에 매달렸다고 한다. 사명감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다. 방송을 들으며, 책을 읽으며, 곳곳에 배치해놓은 그래프와 도표를 보며 저자가 이 책에 기울인 노력에 비해 기대한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시 일반인을 위한 읽기 쉬운 좋은 불평등’> 이런 책을 쓸 의향은 없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다. 어려운 용어 빼고, 숫자도 그래프와 도표도 대폭 줄여서 술술 읽히도록 쓰면 어떨지. 아까워서 그런다.

 

 

3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0 댓글 22
종이책 구매 문제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이다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a | 2022.09.28 리뷰제목
꽤 오래전 일이다.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장기간 파업이 있었다. 그 회사의 임원도 잘 알고 마케팅 직원과도 잘 아는 편이라 양쪽의 사정을 들었다. 각자의 입장이 있었고 거의 1년 가까이 파업이 이어지면서 지리한 협상은 감정적 갈등같이 보이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다가 겨우 협상이 해결되었나..싶었는데 바로 얼마후에 그 제약회사가 더 큰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에 흡수합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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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일이다. 한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장기간 파업이 있었다. 그 회사의 임원도 잘 알고 마케팅 직원과도 잘 아는 편이라 양쪽의 사정을 들었다. 각자의 입장이 있었고 거의 1년 가까이 파업이 이어지면서 지리한 협상은 감정적 갈등같이 보이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다가 겨우 협상이 해결되었나..싶었는데 바로 얼마후에 그 제약회사가 더 큰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에 흡수합병이 되었다. 그리고 약품 라인업은 흡수되었지만 영업조직과 대부분의 임원은 구조조정이 되어버렸다. 참으로 허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회사의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협상을 하고 줄다리기를 했는데..막상 글로벌 영역에서 본사끼리 M&A가 일어나니 작은 한국 지사의 사정은 고려사항도 아니었던 것이다.

 

 좋은 불평등을 읽으면서 떠올린 일이었다.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국내의 대재벌 문제, 비정규직 문제 및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만들기의 문제로 보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의 경제는 내부 논리가 아니라 글로벌 논리에 더 큰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공산국가의 개방,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전세계 노동력 규모가 엄청나게 들어났다. 그렇게 늘어난 노동자들이 싼 임금으로 엄청나게 생산해냈다.

 

그 덕분에 한국의 대구, 부산의 저숙련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모직, 신발 업은 완전히 망가졌지만 고숙련 고임금 노동을 하는 자동차 선박 제철등은 중국 수출 등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평등은 상위권의 소득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면서 뚜렷해진다고 분석한다. 즉, 중국 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서 성과급이 수출성과 베이스로 큰 몫이 떨어지면 그 섹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불평등이 증가하고, 중국과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수출이 줄어들면서 성과급과 고용이 줄어들면 그들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불평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즉, 거시적 글로벌 관점에서 봐야하는게 옳다는 것.

 

 

 

 

그리고 일단 취업만 되면 빈곤에서 벗어난다. 개인소득이 아닌 가구소득입장에서는 가구원 중 한 명만 급여를 받는 취업자가 되면 빈곤에서 벗어난다. 그러므로 취업자를 늘리는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 된다. 취업자가 없는 가구빈곤율은 65%나 된다는 것이다.

 

 

빈곤한 사람의 프로파일을 보면 노령, 저학력, 일용근로자 내지는 노동을 하지 않는 자들이다. 그러므로 불평등의 문제의 두 번째는 노인 빈곤층을 어떻게든 줄이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그런 면에서 노인 빈곤이라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노인은 거기다가 평균소비성향이 높다. 154로 100을 벌면 154를 쓴다. 이건 복지혜택으로 받은 돈까지 다 쓴다고 보는 것으로 이들은 소비를 많이 하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집단이다.

 

저자가 분석하는 요체는 두 가지다.

 

좋은 불평등은 상층부의 수입을 깍아내려서 이루어내는게 아니라 하층부의 빈곤을 줄이고, 이들의 소득을 늘리는 것을 통해 이루어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인 빈곤을 해결해야하고, 기초연금과 같은 것을 한시적으로 확대 상향해서 지급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부 정당이 주장하는 대기업의 횡포라는계급주의적 관점에서만 봐서는 안되고, 대기업의 선택과 집중으로 과감히 기술투자를 해서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켜서 상층부의 소득이 최소한 현재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으로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누가 더 많이 가져가고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의 것을 뺏을 생각보다는 실은 전체적으로 큰 흐름의 변화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적응을 하는게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십분 공감했다.

 

후반부에 나오는 재미있는 비유가 있었다.

 

A와 B가 겨울에 길거리에 서있다. A 는 추워하고 B는 따뜻하다 그런데 옷차림을 보니 A 는 반팔 반바지고 B 는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다. 이때 A가 자기가 추운 이유를 B 가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자원이 제한된 곳이라면 그래서 B 의 옷을 뺏으면 된다. 그런데 A 가 추운 이유는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기 때문이고 그의 집에도 긴팔 긴바지가 있다. 그러니 뺏을 이유가 없다. A 가 추워한 이유는 계절과 환경의 변화에 둔감했기 때문이다. 불평등과 격차 확대에 대한 사회적 통념은 A 의 생각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한국의 꽤 다양한 도표와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제시하는 책이라 무척 흥미롭고 설득당하면서 읽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2
종이책 [좋은 불평등]좋은 분석, 아쉬운 대안 평점9점 | p*****s | 2023.03.01 리뷰제목
불평등도 좋을 수 있다?상식으로 알고 있는 통념에 대한 도발적 제목은 그 자체로서 끌릴 만하다. 실제로 저자는 불평등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소득 분배와 임금 구조의 교차적 조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좋고 나쁜 불평등을 구분해 주장한다.저자는 여러 개의 통념을 깨고자 한다. 먼저 지난 30년 동안의 거시경제 흐름을 분석하며 한국경제 불평등 확대의 시작을 IMF위기를
리뷰제목
불평등도 좋을 수 있다?

상식으로 알고 있는 통념에 대한 도발적 제목은 그 자체로서 끌릴 만하다. 실제로 저자는 불평등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소득 분배와 임금 구조의 교차적 조합을 통해 상대적으로 좋고 나쁜 불평등을 구분해 주장한다.

저자는 여러 개의 통념을 깨고자 한다. 먼저 지난 30년 동안의 거시경제 흐름을 분석하며 한국경제 불평등 확대의 시작을 IMF위기를 겪었던 1997년 이전으로 돌려놓는다.

구체적으로는 1994년, 중국의 시장경제 도입과 급격한 경제 성장을 기점으로 본다. 1988년부터 시작된 활발한 노동운동이 임금 수준의 급격한 상승을 이끌었고 때마침 중국의 경제 성장의 기회를 만난 수출기업들의 호황이 맞물려 거대한 부가 창출되었지만 그 과정에 임금격차 또한 급격히 커지며 불평등이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불평등의 확대, 축소는 중국 경제의 부침과 맞물려 벌어지거나 줄었다를 반복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경제적 불평등의 시점으로 보았고 전통적인 자본-노동 불평등 담론을 통해 이른바 '적폐의 경제학'을 주장하며 반재벌,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의 차원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려 시도했다.

2018년 최저임금의 급진적 인상과 SOC 예산의 대폭 삭감은 바로 이런 인식의 결과물이었고 결국 득 보다 실이 더 많았다고 주장한다. 상층 노동의 이해관계와 정서에 무게를 둔 이러한 해법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평등의 확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분석은 설득력이 있고 특히 진보진영 내부를 비판하며 객관적 자성을 촉구한다는 면에서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개운하지는 않다. '그래서 대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노인 소득 보장을 강조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하층은 저임금노동자가 아니라 노인'이며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시대를 살았던 분들에 대한 존경과 연대 그리고 연민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경제학적 분석으로 시작해 정치공학적 결론으로 마무리하는 느낌이다. 물론 가치를 절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수치적 불평등 완화의 성과를 거두는 데에는 도움이 될망정, 결코 그게 사회 전체의 '좋은 불평등'을 달성하는 방향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한 중국 경제가 우리의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시킨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에 대한 답도 되지 않는다. 거시경제적 원인은 그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분석으로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 하는가.

불평등 담론에 대한 진보의 착각과 맹신에 과감하게 돌을 던져준 것은 고맙다. 저자의 오랜 내공이 후속작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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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 불평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2 | 2024.01.08 리뷰제목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오스카 라퐁텐은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라는 멋있는 말을 남겼다.  심장이 왼쪽에서 뛰는 사람이라면,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다. 우리사회 불평등의 근원은 어디서부터이고, 정말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특징은 4가지다. 첫째,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통념을 전복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리뷰제목

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오스카 라퐁텐은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라는 멋있는 말을 남겼다. 

심장이 왼쪽에서 뛰는 사람이라면, 불평등 문제에 무관심할 수 없다.

우리사회 불평등의 근원은 어디서부터이고, 정말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의 특징은 4가지다.

첫째,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통념을 전복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화됐고,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때문에 불평등이 더욱 만연해지게 됐고 정치권의 정책적 요인 때문에 또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해롭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통념이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을 왜곡했음을 논증하고 있다.

둘째, 한국경제 불평등에 관해 그동안 많은 책이 출간되고 읽혀왔지만 한국경제, 세계경제, 중국경제와 노동 문제, 특히 중요한 사회복지 문제를 포괄해서 설명하는 가장 입체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셋째, 그래프와 데이터가 풍부하다. 많은 그래프와 도표를 통해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다.

‘기존의 통념 뒤집기’를 목표로 했기에 팩트가 단단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넷째, 정책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실제 정책 일선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저자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어떻게 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 '대안' 또는 제안을 하고 있다. 

 

한국 진보세력이 불평등 문제에서 집단적 오류를 일으킨 근본 이유는 한국 진보세력이 공유하고 있던 ‘불평등에 관한 통념’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한국경제 불평등의 심화가 있어온 ‘3대 변곡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1980년부터 최근까지 동일한 방법으로 조사가 진행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추이를통해 한국경제 불평등은 ① 1994년에 최저점을 찍고, 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등락을 보이다가 ③ 2015년을 최정점으로 최근까지 하락하는 중이다.

즉, 1994년 최저점, 2008년 중간점, 2015년 최고점이 한국경제 불평등의 3대 변곡점이라 할 수 있겠다.

 

잘못된 통념 중 하나를 반박하는 것이 바로 수출이 대박이 나면 한국경제의 불평등은 오히려 증가한다. 수출이 떨어지면 한국경제 불평등은 축소된다. 다같이 못살게 된다. 

 

이 책에서 이 강조되는 불평등 해소의 대안의 방향은 ‘환경변화’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재적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자본주의의 지난 70년을 돌아보고 향후 30년을 전망하고 있다. 

① 전 부문 경쟁력 강화, ② 계층 사다리 신설, ③ 하층을 끌어올리는 불평등 완화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근거와 데이터에 근거한 팩트와 정책의 힘으로 ‘진영론’에 갇힌 불평등 통념을 과감하게 전복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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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도서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w****s | 2024.01.03 리뷰제목
좋은 불평등은 무엇일까?로 시작하고 읽었는데...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역대 정부가 수행했던 정책들이 세계 정세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또 어떠한 해석의 오류로 각 정부 경제정책이 반영되어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좋은 불평등에 대한 정의가 100% 맞다 이기 보다는 '아 이러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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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불평등은 무엇일까?로 시작하고 읽었는데...우리나라 경제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역대 정부가 수행했던 정책들이 세계 정세와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 또 어떠한 해석의 오류로 각 정부 경제정책이 반영되어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좋은 불평등에 대한 정의가 100% 맞다 이기 보다는 '아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이렇게 될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경제정책에는 100% 정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간만에 재미있게 정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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