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어느덧 11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생님 기일에 맞춰 추모 모임이 있었다. 선생님 무덤 앞에 70여 명이 모여 선생님 뜻을 기렸다. 이주영 선생님이 “이오덕 선생님 말씀 가운데서 꽃처럼 돋보이는 말씀을 간추려놓”은 책을 상석에 올려놓고 절을 했다. 석사 논문도 한 권 상석에 올랐고, 상석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을 연구한 박사 논문도 최근에 한 편 최근 통과되었다고 한다.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1년이 지났지만 어쩌면 선생님 뜻이 더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선생님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기를 띠는 것 같다. 이주영 선생님 노력이 아니었다면 훨씬 더디고 맥없이 진행되었을 일이다.
이오덕 선생님한테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주영 선생님을 거쳐야 한다. 이오덕 선생님이 워낙 큰 산이라서 이주영이라는 지도를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오덕 선생님 전체를 스스로 찾아갈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오랜 세월 이오덕 선생님한테만 집중해야만 가능하다. 아주 오랜 세월 집중해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오덕 선생님 세계는 크고 넓고 깊다. 따라서 이주영이라는 지도를 거쳐 이오덕 선생님한테 들어가는 것이 좋다. 거기에는 지름길이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주영 선생님이 간추려놓은 이오덕 선생님의 말꽃은 지름길에 핀 꽃들이라 할 수 있다. 자주 읽고 되새김을 해야 할 꽃들이 잔뜩 피어 있다. 몇 송이 옮겨 심는다.
우리가 옳게 살려면 한 가지 각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고 정의롭게 살고 인간답게 사는 길은 지금 봐서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 7쪽
아이들에게 삶을 주자. 삶이 무엇인가? 놀이고 일이고 공부다. 놀이와 일과 공부가 하나로 된 활동이다. 아이들은 놀이와 일이 하나로 된 활동을 하면서 깨닫고 배운다. 방 안에 앉아서 책만 읽고 쓰고 외우는 것은 삶이 아니다. 참공부가 아니다. 그것은 어른들이 억지로 시킨 것이다. 아이들은 언제나 온몸을 움직이면서 자라난다. 아이들에게 삶이 없는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들을 죽이는 것이다. - 「아이들에게 삶을 주자」, 10쪽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 만약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서로 뺏고 해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개성과 창조력을 짓밟아버리고는 획일로 움직이는 기계가 되도록 비참한 훈련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마치 풀이나 나무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아이들은 모두 착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난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을 믿는다」, 67쪽
쉽게 말하고 솔직하게 쓰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갖는 재산인 말과 글을 특권층으로부터 도로 찾아 모든 사람에게 돌려주게 하는 지극히 중요한 문화적 뜻을 갖는다. 언어의 민주화로 우리는 참된 민주사회의 실현을 꾀해야 한다. 쉬운 진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거기 속임수가 들어있는 것이다. -「언어의 민주화」, 104쪽
어린이문학은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밑뿌리로 되어있어야 하는 문학이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란 아이들의 귀여움에 빠져버리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마음,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깊이 이해하여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주고, 그들이 사람답게 자라나도록 하려는 정신이 곧 어린이 사랑이다. -「어린이문학은 사랑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140쪽
이 책은 가여운 아이들을 살려내기 위한 한 교육자의 외침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한 특별한 애정이 넘치는 교육자였으며, 어린이문학 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고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우며, 글쓰기가 삶을 가꾸는 수단이 되기를 바랐다. 특히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지키는 일에 한 평생 힘쓰셨다. 우리글과 자녀교육은 일맥상통한다. 또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어있다.
오래전 그가 남긴 <우리글 바로 쓰기>를 읽으며 많은 반성을 한 기억이 있다. 외래어 없이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순수 우리말은커녕 맞춤법도 온전하게 모른다는 사실에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그가 남긴 책들을 읽으며 한글의 가치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이오덕 선생님이 남긴 좋은 말씀을 모아놓은 모음집이다. 말꽃이라는 표현이 꽃처럼 아름답고 귀중하게 느껴진다. 나의 흐린 생각으로 그분의 뜻이 가려질까 봐 인상적인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남겨 본다.
P.14
<노는 것이 공부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자꾸 가르쳐주려고 하는 마음을 고쳐야 합니다. 아이들을 좀 풀어놓아서 놀게 해주십시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랍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주려고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하는 ‘일’을 즐기게 해야 합니다. 교육이 진짜 교육이 되려면 놀이와 일을 통해서 모든 이치를 몸으로 배우고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 행위는 없고 가만히 앉아서 책만 읽고 쓰고 외우고 하는 학습은 교육이 될 수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그런 교육은 아무리 오랫동안 받아도 아이들의 행동으로 나타나는 살아있는 지식이 되지 못하고, 도리어 아이들을 괴롭히고 그 마음을 병들게 하고 행동을 거짓스럽게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P.19
<아이들 인권을 보장해주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권마저 빼앗기고 짓밟히고 있다. 아이들이 충분한 잠을 잘 권리를 빼앗기고, 놀 시간을 빼앗기고, 사람답게 살아갈 공부를 할 권리를 빼앗겨있는 이런 마당에, 아이들 문제를 풀어가는 실천적인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고, 그따위 헌장 같은 것이나 만들고 비석이나 만들어 세우려 하는 이 나라의 어른들이 한없이 밉다.
P.62
<아이들이 숨 쉬게 해주세요>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꼭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숨을 못 쉬게 하면 죽지요. 육체의 숨은 코로 쉬지만, 정신의 숨쉬기는 말과 글이라는 수단으로 합니다. 아이들이 숨을 쉬게 해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머릿속에 집어넣어 주고, 받아 넣기만 하게 하고는, 마음속에 생겨난 것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하면 아이들은 숨이 막혀 죽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려야 합니다.
P.67
<아이들을 믿는다>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 만약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서로 뺏고 해치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들 개성과 창조력을 짓밟아버리고는 획일로 움직이는 기계가 되도록 비참한 훈련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지만 않는다면, 그래서 아이들이 마치 풀이나 나무같이 자연스럽게 자라나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아이들은 모두 착하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난다고 확신한다.
P.89
<왜 글쓰기를 싫어할까요?>
아이들이 왜 글쓰기를 싫어하는가? 아이들이 왜 글을 못 쓰는가? 그 까닭을 아이들 편에서 말하면 아주 간단하다. 쓰고 싶은 것을 못 쓰게 하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자기의 이야기를 써서는 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품게 해놓았기 때문이다.
P.93
<더는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약한 세상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끄럽게 여기도록 한다. 남보다 옷이 초라해서 부끄럽고, 남보다 키가 작아서 부끄럽고, 남보다 집이 작아서 부끄럽고, 지위가 낮아서 부끄럽고-이렇다. 이러한 겉모습과 물질을 견주는 데서 오는 모든 부끄러움은 인간이 본래 타고난 자연스러운 심성이 아니고, 잘못된 사회 환경과 잘못된 교육 때문에 아주 어릴 적부터 차츰 몸에 붙이게 되는 것이다. 병든 사회가 강요하는 이러한 부끄러움을 풀어주는 것이 참교육이요, 글쓰기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고 방법이 된다.
P.123
<책이 사람을 만듭니다>
책은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답고 충실한 문화의 꽃이요 열매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빛나는 문화를 이어받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도, 이 빛나는 문화를 이어주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지요. 책은 역사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 보면, 책으로 지식을 얻고 생각을 넓히며, 삶의 수단과 지혜를 찾아내고,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배웁니다.
P.168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세요>
어떤 교육자라도 자기가 아이들 앞에서 스승이라고 높은 자세로 서서 내려다보아서는 안 된다. 모두가 학생이고 어린아이가 되어 이제부터 민주주의를 아이들과 함께 배운다는 몸가짐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오덕 저 |eBook [대여] 이오덕 말꽃모음 이오덕 선생님 말씀 모음집을 읽고나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아주오래전에 우리말 살려쓰기 라는 책을 만족하며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 책도 주저없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한쪽에 글이 반도 안되게 적힌 경우가 많아서 놀랐고요 어린이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다 비슷비슷한 말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