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습관>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상 1부에 해당하는, [건축가의 습관]에서는 18개의 키워드로 건축가의 습관을 얘기하고 있다.
먼저 건축가의 아이디어를 즉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스케치’가 있다. 그리고 건축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지를 분석하는 내용, 설계안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내용, 회사의 강점을 소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가는 자기 생각을 글로 잘 표현해야 한다[‘글쓰기’]. 따라서 건축가는 ‘스케치’와 ‘글쓰기’를 연습해서 습관화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축주의 지시에 따라 건물을 짓기만 하는 것이라 여긴다면 그 사람은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기술자’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가 되려면 르 코르뷔제(Le Corbusier, 1887~1965)의 <건축을 향하여(Vers une Architecture)>(1922)나 승효상(承孝相, 1952~ )의 <빈자의 미학>(1996)처럼 자신의 건축 철학 혹은 건축 세계를 만들려고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큰 설계사무소에서 7년 정도 실무 경험을 쌓고 작은 설계사무소로 이직한 직후, 업무영역 변화에 저자가 어떻게 적응해갔는지를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이직 후 집짓기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을 깨닫고, 이를 건축을 잘 모르는 건축주를 대상으로 집짓기의 전체적인 과정과 노하우를 설명한 책들을 읽으면서 보완했다고 한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pp. 67~68]
나아가 내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나 ‘사람’, 그리고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을 ‘관찰’해야 한다.
<논어(論語)>에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본받고 나쁜 것은 살펴 스스로 고쳐야 한다[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라는 말이 있다. 건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가라고 해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숫자는 제한적입니다. 이 말은 모든 재료를 다 다뤄보기는 힘들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통한 간접적인 학습은 어찌 보면 필수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p. 87]
고 말한다.
건축가 되려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건축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여기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느 사업에서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다. 건축주나 현장 소장, 설계 사무소의 내부 직원들의 말을 ‘경청(傾聽)’하는 것도 필요하다.
흔히 건축을 예술분야에 속한다고 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축은 예술이기에 앞서 사업이다. 따라서 사업 ‘전략’도, 관계자들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나’라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까지 습관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건축’ 혹은 ‘건축가’에 대해 기본적인 흐름을 알려주는 요소임을 확실하다.
내용상 2부에 해당하는, [못다한 건축 이야기]는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과 ‘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다’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는 땅 구매, 설계 사무소 물색 및 설계 상담 의뢰, 계약 체결 후 대지측량, 기본설계1), 인허가 접수, 심의, 실시설계2), 시공사 선정, 착공신고 및 감리자 선정, 사용승인에 이르는 10단계의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다’는 건축주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는 답변이 적혀 있다. ‘저자와의 대화’같은 이벤트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Q&A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건축가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문답이기에 건축가를 지망하는 사람뿐 아니라, 집을 짓는 것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좋은습관연구소’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좋은습관연구소’에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이 처음이라 기쁜 마음으로 수락은 했지만 리뷰 쓸 일이 내심 걱정스러웠어요. 건축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내돈내산이나 무작위로 받는 서평단 책보다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우니까요.
어떤 분이 쓴 책인지 검색해봤죠. 저자가 건축가이고 《건축가의 습관》이 두 번째 책이더군요. 그런데 특이한건 저자의 첫 책이 소설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무려 장편소설.
궁금해지더군요. 그가 썼다는 책이. 그리고 건축가 김선동은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은 제목대로 건축가의 ‘건축’이야기가 아니라 ‘습관’이야깁니다. 물론 건축얘기도 나오지만 집을 잘 짓기 위한 ‘습관’이 주제라서 건축에 손방인 저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첫 책부터 장편소설을 펴낸 저자이니 필력이야 말해 뭣하겠습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권 뚝딱했지요.
이 책은 도입부인 글쓰는 건축가, 본문인 건축가의 습관, 맺음말인 못다한 건축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도입에서는 저자가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자신의 건축 철학에 대해 소개합니다.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문에서는 18가지 좋은 건축을 위한 습관을 알려주고 맺음말에서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저자가 평소 습관으로 삼는다는 18가지 방법을 살펴보면 건축이라는 말만 빼면 어떤 일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은 비결들입니다. 역시 무슨 일이든 잘하려면 공통으로 필요한 요소들이 있지요. 저자는 이런 요소들을 건축가의 눈으로 해석해서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는지 보여줍니다. 이 책이 건축을 주제로 하면서도 자기계발서로 분류되는 이유겠지요.
도입부에서 저자는 자신의 건축 철학이 ‘단순함 속의 단단함’이라고 말합니다. 화려하거나 현란한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본질에 충실할 것. 종묘, 달항아리, 추사체처럼 말이죠.
소박해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엄청난 포부예요. 아름다우면서도 실용적이고, 건축주의 예산과 취향에도 맞고, 법규에도 충실한 건물을 짓겠다는 거잖아요. 저자도 그 길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무려 18가지나 되는 습관을 만들어 지키고자 노력하는 걸 테지요.
스케치, 글쓰기, 독서, 디테일, 관찰, 재료, 장소, 사람, 루틴, 신뢰, 경청, 조율, 겸손, 순서, 전략, 공부, 홍보, 일기. 좋은 건축을 위한 습관들입니다. 과하게 세분화되었다 싶지만 건축하는 사람인지라 어떤 부분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 꼼꼼하게 정리하고 실천하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기억하고 싶은 습관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뭔가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서 스케치를 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사람의 아이디어라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뭔가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면 그림 그릴 일이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이것저것 그리다 보면 뭔가 떠올라서 계속 그리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로 치면 10분, 15분이라도 스케치할 시간을 따로 가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최소 일주일에 하나 이상의 스케치는 하고자 합니다.
(p.47~48)
저자는 건축가의 첫 번째 습관으로 스케치를 꼽습니다.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요. 책에도 스케치가 실려 있긴 한데 그것만으로는 아쉬워서 블로그도 찾아봤습니다. 저자의 시간이 배어있는 스케치는 그 자체로도 멋진 작품들이네요.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려는 방법은 비슷하게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이런 저런 글쓰기 책을 봤거든요. 다들 하는 말이 ‘늘 메모해야한다’. ‘쓸게 없더라도 매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였어요. 어느 분야든지 ‘꾸준히’하는 것, 이것 이상의 비법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한 번 더 상기했지요.
저자가 스케치를 첫 번째 습관에 꼽은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스케치는 신뢰, 경청 같은 습관과 달리 건축가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습관이라는 것. 그리고 스케치 몇 장했다고 해서 금세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바쁜 일과 중에 소홀해질까봐 일부러 첫째로 강조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나 자신이 곧 회사’라는 부제의 루틴 편에는 1인 회사를 운영하는 소장님의 40시간 같은 24시간이 보입니다. 새벽기상, 홈트레이닝, 플래너 작성을 비롯하여 출근길의 포스팅, 독서, 사무실 업무, 퇴근 후 아이 돌보기, 글쓰기, 스케치...
저도 주변에서 바지런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지만 실제로는 대충할 때도 있고, 멍 때리는 시간도 많거든요. 그렇게 나태해졌다가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요즘 많이 느슨해져 자극이 필요했었는데 저자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신선하게 다가왔지요.
못다한 건축 이야기에서는 토지 구매, 측량, 인허가, 공사 같이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알려주고, 질의응답 형식으로 설계비, 건축사무소 고르는 법 등의 현실적인 팁도 공개합니다.
본문의 18가지 습관이 누구나 귀감으로 삼을만하고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라면 못다한 건축 이야기는 실제로 건물을 지으려는 예비건축주와 건축에 관심이 많은 예비건축가에게 요긴한 자료입니다. 저도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앞으로 집 지을 일이 생긴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물론 실전이라면 저자의 말대로 건축 서적 다섯 권 이상은 읽어야겠지요.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건물을 짓고 싶다는 건축가.
18가지 습관으로 하루하루를 벽돌처럼 단단하게 쌓아간다면 머지않아 달항아리를 닮은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겁니다.
건축가 김선동의 작품이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변화와 성장을 돕는 ’좋은 습관‘ 시리즈 중 스물네 번째 책이 『건축가의 습관』이다. 영어교사, 번역가부터 증권 애널리스트, 서평가 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다루고 있는 흥미로운 시리즈다. 주로 경제, 경영을 다루고 있는 가운데 『건축가의 습관』은 다소 보통 사람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왜냐면 우리는 거의 대다수가 규격화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진 지 오래니까. 하지만 굵직한 문화 공간 등 이름난 건축물을 떠올리면 건축가는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주역이 아닌가 싶다. 건축가라면 왠지 딱딱하고 반듯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몇 년 전 유현준의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를 읽고 그런 환상이 여지없이 깨졌다. 한 인간으로서 건축가로서 자신을 성장하게 한 도시의 요소와 장소를 살펴보는 촉촉한 감성 에세이였다. 그리고 이 책 소개말, ’건축가,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술가‘라는 구절을 보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실용적이기도 하지만 예술가적인 요소를 지녀야 하는 것이 건축가의 기본 자질이었던 셈이다. 이 책은 1인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저자가 소개하는 ‘습관’ 과 루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자신의 분야에서 살림을 잘 꾸려나가기 위한 중요한 습관과 성장하기 위한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내용은 글쓰는 건축가, 건축가의 습관, 못다한 건축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건축을 하게 된 계기와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밝히고 있다. ‘단순함 속의 단단함’을 추구한다는 저자는 스케치, 글쓰기, 독서, 디테일, 관찰, 재료, 장소, 사람, 루틴, 신뢰, 경청, 조율, 겸손, 순서, 전략, 공부, 홍보, 일기까지 열여덟 가지 습관을 소개하고 못다한 건축이야기에서는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과 건축주가 묻고 건축가가 답하는 형식으로 좀 더 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고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알려준다. 리뷰는 주로 건축가의 습관 이야기에서 많이 공감하고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글쓰기: 글은 건축가의 또 다른 표현의 도구
스케치는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했다. 설계도를 그리고 도면과 친숙한 직업이니 당연하겠다. 하지만 건축가에게 또 필요한 것이 글쓰기라고 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전달해야 하는 일이 의외로 많으며, 각종 공모전에서는 도면이나 투시도 외에도 건축설계의 개념을 설명한 그림인 다이어그램과 함께 쓴 글에서 우선순위를 다투기 때문이란다. 요즘 시대에 글쓰기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을 알리는 브랜딩 차원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저자도 큰 회사에서 작은 회사로 그리고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자신을 알릴 방법으로 블로그에서 스케치,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관찰: 보이는 건물들은 모두 훌륭한 교재
여러 가지 습관 중 <관찰>에 대한 부분도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시인이 맨 먼저 떠오르지만,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유용한 습관이 아닌가 싶다. 건축가로서 완성된 건물을 찾아가 관찰하면서 스케치를 하며 설계 의도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노력의 과정을 언급하고 있다. 자주 관찰하면서 낯선 것을 익숙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활용하는 과정은 모든 것이 훌륭한 교재가 될 것이다. 무언가 배우는 것은 물론 사람들 관계에서도 따뜻한 시선이 담긴 관찰이야말로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좋은 습관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장소 중 공간사옥을 둘러보고 싶다.
루틴: 나 자신이 곧 회사
‘나 자신이 곧 회사’라는 말에서 왠지 절실함과 단호함이 느껴졌다. 최근 독립해서 자신의 사무실을 차린 저자는 1인 기업가다. 회사에서 누리던 혜택을 모두 내려놓고 혼자서 꾸려가야 한다. 하루하루의 루틴을 어떻게 실천해 가느냐에 따라 미래를 기대할 수도 있고 더 나은 방향을 위해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이 회사고 브랜드인 시대이다. 저자는 하루 일정을 3시간 단위로 구분하는 일일 일정표를 활용하고 ‘중요하지만 하기 어려운’ 일을 가장 먼저 해치우는 등 블로그와 SNS 포스팅을 위한 콘텐츠 루틴도 규칙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내가 365일 야후재팬 뉴스 읽기 포스팅을 마무리한 바 있어서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매일 포스팅을 하고 끝까지 마무리했을 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힘들기도 했다. 저자처럼 주 몇 회의 글쓰기 규칙을 정해두고 무리하지 않게 자기 페이스대로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다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 내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
‘건축이라는 것은 오직 기능적으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성적으로도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107)
가고 싶은 장소 추억의 장소를 얘기하면서 건축에도 감성이 깃들어야 좋은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일반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 공간의 외관의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평소와 다른 특별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우리는 미술관 등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그곳은 추억의 장소가 되고 언젠가 또 보고 싶은 마음으로 설렌다. 벌써 몇 해 전 도쿄 여행을 갔다가 우에노 공원에 있는 미술관을 방문했던 일이 떠올랐다. 전 세계의 10점 중 하나인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보고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영감을 받았던 장소와 공간, 예술 작품들, 전시회 등을 언급하면서 자주 찾고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어떤 일을 하든지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는 것은 일과 삶에 있어 많은 활력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겸손: 결국 사람을 대하는 일
건축을 하는 일은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그 건물도 사람이 짓는다. 건축은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협의, 조율이 필요한 특성이 있는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저자는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한다는 부분에서 겸손한 태도가 엿보여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언젠가 신축 아파트에서 심한 악취가 나서 조사해보니 인분이 들어있었다는 뉴스를 접한 적 있다. 사람이 살 집에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게 경악할 만하지만, 왜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존중하지 않고 안하무인 했거나 자존심을 건드렸을 수도 있을 거라는 짐작이다. 어디서나 자신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로 임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반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일기: 인생과 건축의 밑바탕
저자가 일기를 쓰면서 누리게 된 효과는 신기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침 일기에 일곱 가지 목표를 쓴다고 했는데 대학에서 설계 강의나 건축 소설과 이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다양한 일기를 쓰고 있는데, 최근에 추가된 것이 ‘창조 일기’다. 이것은 명상 채널을 들으면서 알게 되어 실천하고 있었는데, 바로 ‘내 책 12월 말 안에 초판 완판’이었다. 정말 쓴대로 되었다. 그러니 ‘적는 것’의 중요성과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되새길 만한 문장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통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p68)
‘어떤 사람도 돈을 스스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회사든 사람이든, 돈은 결국 다른 사람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그 사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뢰가 곧 돈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겁니다. 신뢰가 모든 기회와 돈을 끌고 오는 원천입니다.’(p135)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축과 인생은 참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매일매일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건축 역시 매일이라는 시간이 쌓여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완성됩니다.’(p192)
위의 인용 문장에서 보듯 건축가로 살아가며 만나는 상황,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는 철학을 보면 우리 삶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했던 것보다 건축가가 우리와 별개인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이 책을 어떤 독자층이 읽으면 좋을까. 아무래도 건축가라는 전문가가 쓴 책이니만큼 건축가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건축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습관을 갖고 일상을 살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자신이 생각하는 꿈의 집을 짓고 싶은 사람들, 1인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읽어도 유용할 것 같다. 건축가의 철학이나 건물을 완성하기까지 대략의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 분야의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습관과 루틴을 갖고 실천하는지, 자신과 비교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겠다. 삶을 꾸려나가는 일은 어쩌면 서로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좋은습관연구소 대표님이 보내주신 책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술가의 루틴이 궁금하다면
<건축가의 습관>을 읽고
'공간(空間)'은 없으면서도 있는 곳이다. 텅 빈 자리를 언제든 사물이나 사건에게 내주기 때문이다. 그때 공간은 눈에 보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집이나 건물 따위를 실제로 보고 만지고 생활하게끔 공간에 구현해내는 일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건축가'라고 부른다. <건축가의 습관>의 저자 김선동 건축가는 책을 열며 독자에게 묻는다. "건축가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갖고 있나요?" 그동안 수많은 직업 중 하나로만 여겨 왔다가 몇 해 전 우연히 두 건축가의 저서 - 승효상 건축가의 『빈자의 미학』과 유현준 건축가의 『어디서 살 것인가』 - 를 통해 건축물과 건축가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건축이 미학과 공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사회문화적 기능까지 고려하는 다차원적인 영역임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책의 부제를 '예술과 실용 사이'로 정한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저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입니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정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제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30쪽)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보자마자 "빈자의 미학 자체가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 지어 올린 마음의 건축이 아닌가."라는 승효상 건축가의 말이 떠올랐다. '삼단' 즉, 단순, 단단, 단아에서 마지막 단아의 경지는 훗날 연륜과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구현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역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건축가 포르투갈의 알바로 시자, 일본의 요시오 다니구치와 그들의 작품, 종묘나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같은 실제 건축물나 오브제, 김정희 추사체를 자주 살펴보면서 건축 철학에 대해 계속 고민중이라고 한다. 좋은 생각도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없기에 저자는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습관을 하나씩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건축은 결국 그 안에 사는 사람을 위해서 짓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독서입니다. 물론 건축주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많은 독서를 토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두고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68쪽)
'글쓰는 건축가'를 지향하는 저자답게 책에는 건축, 글과 더불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스케치'와 '글쓰기'로 건축가의 사고와 표현력을 담금질하고,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건축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독서'와 '공부'를 하고, 건축에 영감을 주는 '장소'와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를 '관찰'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고, '신뢰', '경청', '겸손'을 바탕으로 건축주와 시공사 관계자 등 '사람'을 대하고, 여러 업무에서 '순서'를 정해 사업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자신과 회사를 알리는 '홍보'까지 빼놓지 않는다. 단기간에 이러한 '루틴'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쉬이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이미 알게 모르게 저자와 겹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일 눈치채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마도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이 없어서가 아닐까.
현실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뽐내고 자랑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건축물을 구현하려는 실무자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협업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율과 협의는 어떤 측면에서는 건축설계의 정수라 부를 수 있습니다.(150쪽)
글쓰는 건축가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그는 예술가이자 실무자로서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이루는 일상을 가꾸기 위해 오늘도 집을 짓고 또 글을 짓고 있을 것이다. 책을 덮는 순간, 건축 철학을 완성하는 건축가의 습관을 단순히 건축이라는 '일'에만 한정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어떠한 일이든, 이를테면 독서나 글쓰기, 실제 업무 등 저마다 다양한 시공간에서 '일'을 짓는 데 두루 참고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궁금하거나, 내 일을 어제와 오늘보다 더 잘해내고 싶은 독자는 <건축가의 습관>을 일독하길 바란다.
매일매일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되듯 건축 역시 매일이라는 시간이 쌓여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완성됩니다. (···)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벽돌을 쌓으며 집을 만들 듯 하루하루 충실하게 보내며 인생을 완성해가는 삶,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가의 삶입니다. 여러분 인생도 훌륭한 건축을 하듯 잘 쌓아가셨으면 합니다.(192~193쪽)
좋은습관연구소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감사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에게 있어서 '건축'이란 무엇일까?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다. 내가 지금 있는 공간도 '건축'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일텐데 정말 단 한번도 '건축'에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건축'이 나에게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2012년에 개봉한 '건축학 개론'의 수지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나의 '건축'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싶다. 라고 생각한건, 단순하게 출판사로부터 읽어보실래요? 의 권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보기보다 삶이 바쁨으로 책 읽는 물리적 시간이 한정적이다.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권유한다고 해서 무조건 '네' 라고 하지 않는 다는 말이다. 이 책은 '건축'을 하고 있는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동시대를 살아가는 '도년배'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기에 선뜻 책을 읽겠노라 답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학연, 지연' 이런 것보다 '동년배'에 대한 이끌림이 더 크다. 83년생 '돼지띠'를 사회에서 만나게 되면 왜 이렇게나 반가운 것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보다 확실히 더 친하게 되는 구석이 있다. [건축가의 습관]의 저자 '김선동'님께서 83년생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찾아보려 했으나 정보가 많지 않다. 그냥 느낌적으로 아! 이 분 나와 비슷한 시절에 크고 자랐구나를 책을 읽으면서 보였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책을 읽는게 더 수월한 느낌이었다.
[건축가의 습관]은 '건축'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물론, 마지막장에 '건축' 프로세스를 상세하게 설명해주어 '건축'이라는 소재의 정체성을 잃지도 않는다. 이 책의 저자 '김선동'이라는 사람이 '건축'에 대하는 태도와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라고 설명하는게 딱 맞는 것 같다. 일에 정통하려면 '1만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승훈 작가의 '1만 시간의 법칙'을 차용한다면, 아마 저자는 '건축'에 있어서 정통한 길을 걷고 있는것이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엿보인다.
그의 노력은 책에
스케치, 글쓰기, 독서, 디테일, 관찰, 재료, 장소, 사람, 루틴, 신뢰, 경청, 조율, 겸손, 순서, 전략, 공부, 홍보, 일기 의 항목으로 세분화 되어 설명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쓰는 건축가'라는 타이틀은 저자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궁금하여 그의 블로거에 놀러가 봤다. 정말로 책에 언급된 것 처럼 그는 한 순간도 허투로 쓰지 않고 있었다.
▲ 김선동 저자의 블로그에서 발견한 스케치
이런 삶의 태도들이 모여서 '건축가'로의 삶의 철학도 결정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유명한 분들의 삶의 철학을 들어보면, 저런 철학들이 우리 나이에 만들어졌을까? 이런 의문을 품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성공한 삶이기에 어떤 철학도 끼어 맞추면 되지 않을까? 라는 부정적 시각이 나에게는 존재했다. 그런데 저자의 삶의 태도로부터 기인한 그의 건축적 철학은 그런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그가 건축에 대하는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건축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단순함 속의 단단함" 이다.
저의 건축 철학은 단순함 속의 단단함입니다. 외관에서 나타나는 장식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단정하고 정갈한 디자인이 제가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p30
자신만의 확실한 건축철학과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저자의 '습관'이 지금까지 삶을 결정해 왔고 앞으로의 삶도 충분히 결정해 나갈 수 있다고 보여진다. 책의 마지막 저자는 '일기'의 장을 통해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소개했다. 그 중에 45세가 되기 전, 젊은 건축가상을 받는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조만간 '젊은 건축가상'의 명단에 그의 이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마무리 했다.
건축에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도 삶의 태도와 일의 근본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는것과 동시에 삶과 일에 진심이 될테니까 말이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