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독서모임의 도서 테마는 '코미디'로 정하였다. 단조로운 일상과 여러가지 스트레스로부터 삶의 권태를 느끼게 하는 영향에서 잠시나마 웃음을 통해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서이다. 테마가 정해진 즉시, 나는 곧바로 퇴근 길 도서관에 들러서 서가를 기웃기웃했다. 정작, 코미디를 내포하고 있는 책을 지정해서 읽으려니 찾기가 엄청 힘들었다. 그러다 눈에 띈 제목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이었다. 제목만 보았을 때 인간사회를 재미있게 풍자했을 것만 같았고, 그러기에 해학적인 요소가 다분한 듯 해서 바로 대여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코미디보다는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을 환기시켜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법정이 개최되는 배경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해라는 강력한 요구와 여론을 의식해서 대통령과 정치물이 오른 영리한 관료가, 모든 동물을 보호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동물들 중 '선별'해서 보호하자, 다만, 폐쇄적인 법정에서가 아니라 TV 중계를 통해서 동물들 스스로 변론을 하게해서 보호에 대한 당연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호 대상에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나게 한다는 교묘한 술책이 숨겨져 있었다. 차례대로 등장한 동물들은 존재의 당연성과 본인이 속한 종의 진화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어필한다. 절실하면서도 담백하게 얘기하며...그 과정에서 인간들의 우수성도 간접적으로 치켜세우기 까지한다.
나 역시 관객 중 한명이 된 것 처럼 동물들의 변을 목격했지만 웬지 모두 부질 없다고 느껴졌다.
신이 아닌 인간이 감히 특정 종의 보호와 멸종에 관여하게 끔 그런 월권을 부여했다는 말인가?!
이는 마치, 구한 말 제국주의 열강이 조선을 침벌할 때와 같은 상황을 접했을 때 느꼈던 그 비참함과 유사했다.
대표성을 지닌 동물들은 변론을 마치고 퇴장하고, 그때 재판을 주관하던 인간 재판관은 처음에는 음모를 꾸민 대통령 및 일당들과 같은 편이었지만, 여우의 변론 중 '어린왕자'의 사막여우의 멘트를 듣던 중 '길들임'에 대한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며 재판의 허황된 연극을 뉘우친 후 재판장을 뒤로하며 여우와 함께 퇴장한다. 인간 측 사람들이 당황하던 그 순간 다른 수많은 동물들과 곤충들이 함께 등장하며 마지막 변론을 이어가며 생태계 속 생명체는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이야 말로 생태계의 위험적 존재가 되고 있으며 이를 자각하고 인간의 우수성을 남발하지 말고 다른 종이 생태계속 자연적 삶을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끔해달라고 요청한다. 그 후 동물 및 곤충들은 다함께 퇴장하며, 이야기는 종료된다.
인간이 관심을 갔든지, 무관심이든지, 결국 각 종의 삶은 이어지게 되어있다. 생사여탈권이라는 발상 자체가 주제넘는 것이다. 최근 기후 온난화에 따른 재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과거의 인류가 현재의 인류에게 남긴 숙제인 듯 하다. 원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상의 노력으로 우리는 현대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하는 의무가 있지 않을까? 거기에 매진하면, 각 종에 대한 존중하는 마음은 자연스레 생겨나고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생태계는 형성되어 갈 것이다. 단편 소설이지만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 다만, 코미디를 원했지만, 교훈을 만을 얻은. 어찌 보면 이번달 독서 테마 목적 달성은 못한 듯 마음 한켠에 아쉬움이 남는다.
갈수록 환경이 파괴되면서 기후 변화가 극심하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다. 인간이야 에어컨이니 보일러니 틀면서 다시 자연파괴하며 종족을 보존하지만 다른 생물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볼까? 기후 문제 뿐만이 아니다. 늘 어두컴컴했던 밤은 밝아지고 투명한 유리막과 도로들은 생물들의 이동권을 제한한다. 각종 전쟁 무기들과 레이더가 뿜어내는 전자기파는 지구에 사는 생물들의 본능적인 전자파 감지 능력까지 망가뜨려 버린다. 인간은 손해보거나 억울한 일이 생기면 재판이라도 할 수 있지 생물들은 그러지도 못하고 죽어나간다. 인간은…. 정말 인간은…. 뭘까.
이 책은 멸종위기를 겪는 생물들이 드디어 인간의 입을 벌여 자신의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그런 기회조차 인간이 부여했다는 것이 웃기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자연의 억울함과 위기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연의 말을 들어보자. 그리고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어느 진흙탕 속으로 빠지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들이 인간을 향해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싶겠지만 이 책에서는 수리부엉이, 담비, 갯지렁이, 유럽칼새, 멧돼지, 들북살모사, 붉은제독나비, 여우만 등장한다.
<등장인물>
대통령 : 환경보호론자들에게 계속 공격받고 있는 대통령, 환경 관련 공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책임회피할 기회만을 찾고있다.
트로쉬 : 대통령 고문,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필요한 막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동물들을 불러 재판을 열어 대통령을 도우려고 한다.
노트바르 : 대통령, 트로쉬의 명령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재판관.
수리부엉이 :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 받고 있지만 수많은 부엉이들이 감전사하거나 살충제를 먹고 죽어가고 있다.
담비 : 인간에게 ‘유해’ 동물 취급 당하고 인간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털을 빼앗기고 학살당하고 있다.
갯지렁이 : 인간의 피보다 산소를 40배 더 저장할 수 있으며 갯지렁이의 피는 이식 수술에 필요한 조직을 보존하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인간은 갯지렁이가 사는 갯벌을 망치면서 갯지렁이를 죽이고 있다.
유럽칼새 : 인간이 곤충을 죽이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 때문에 차츰 화학 약품에 중독되어 기대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멧돼지 : 멸종 위기종은 아니지만 재판에 참석했다. 사람들은 멧돼지를 먹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유해동물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더욱 많은 멧돼지를 학살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걸린 멧돼지를 산채로 매장하기도 했다.
들북살모사 : 하루에 2~3시간 햇볕을 쬐며 에너지를 흡수하여 신체 온도를 유지한다.최근 기후위기 때문에 에너지를 흡수하기가 어려워졌다.
붉은 제독나비 : 가을, 겨울에는 프랑스를 떠나 열대 지방에서 부는 바람을 이용하여 북아프리카로 향한다. 인간이 파괴한 자연 때문에 영양분을 얻기 어려워졌고 화학 약품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여우 :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사냥꾼들에게 1년 내내 쫓긴다.
노트바르 재판관은 환경 문제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대통령과 트로쉬 고문의 지시를 받으며 동물과의 재판을 진행한다.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서 피해를 호소하지만 노트바르 재판관은 동물들의 말을 비꼬고 비난한다. 재판이 끝날 무렵 소환되지 않았던 다른 동물들도 나타나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우리와 우리 후손의 생사에 관한 권리를 인간이 좌지우지한다는 아이디어 말입니다. 당신들이 이렇게 재판을 열긴 했지만, 눈에 훤히 보였을 게 분명한데도 미처 보지 못한 사실이 있습니다. 이 재판을 받아야 하는 건 바로 인간이라는 겁니다. 인간이야말로, 오로지 인간이야말로 지구의 생활 환경을 맹목적으로 파괴하고 있으니까요.
<판결> 에 나오는 개구리가 한 말 중에서
인간들이 동물을 소환한 재판이지만 동물들은 이번 기회에 인간을 재판하려고 재판정에 선 것이었다. 동물들의 이어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인간의 뼈를 분지르기에 충분하다. 그 중에서 비버의 말이 정답에 가깝다.
우리가 인간에게 판결을 내린다면 이렇게 되겠죠. 멸종이라는 고통을 겪으라고 말입니다. 당신들이 사라진다면, 인간종만 사라진다면, 다른 모든 생물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솔직히 솔짓한 판결이라는 걸 인정하시요.
<판결>, 비버의 말 중에서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은 인간에게서 왔다. 물론 긍정적인 것도 있지 않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긍정적인 것은 누구에게 긍정적인가? 우리가 이룩한 기술들은 전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갯지렁이를 위해서 차를 개발한 것인가? 여우를 위해서 농사를 지은 것인가? 붉은 제독나비를 위해 스마트폰을 개발한 것인가? 늑대를 위해 전쟁하는 것인가?
인간은 단순히 뇌를 쓰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구의 정복자처럼 굴어왔다. 그러면서 수많은 생물들을 지구에서 지우고 또 지웠다. 이제 수많은 생물들이 사라진 길로 인간도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인간 때문에 죽어간 생명들을 생각하니 너무 우울해진다. 인간도 다른 생물들처럼 멸종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면서도 지구의 정복자인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웃기고 슬프다. 이제는 단순히 생각만 하지말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동물들의 말처럼 이제 인간이 말하고 판결받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