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면 반칙이다
공유하기

진지하면 반칙이다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리뷰 총점 9.7 (3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57.70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이용안내
TTS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6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구매 『진지하면 반칙이다』깊은 사유를 만나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1.01 리뷰제목
페이스북의 새로운 알림 글이 오면 아주 가끔씩 들여다보는데, 정치하는 친구를 가장 먼저, 그다음에 류근 시인의 페이지에서 한두 꼭지씩 글을 읽는다.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정도다. 신간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구매해 읽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전에 읽었던 산문과는 달랐다. 류근 시인 글 같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유연해진 글들, 어린 시절 특히 어머
리뷰제목

페이스북의 새로운 알림 글이 오면 아주 가끔씩 들여다보는데, 정치하는 친구를 가장 먼저, 그다음에 류근 시인의 페이지에서 한두 꼭지씩 글을 읽는다.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정도다. 신간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구매해 읽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할까.

 

전에 읽었던 산문과는 달랐다. 류근 시인 글 같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유연해진 글들, 어린 시절 특히 어머니에 대한 일화가 많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억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때, 어머니가 건넨 한마디에 위로받던 시절의 일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주무시라고 촛불을 켜고 책을 읽다가 불이 났던 때에도 아들의 안부를 먼저 묻던 어머니를 기억하는 시인에게서 그리움을 엿본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문장들이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는 공감일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찾아 읽는 것일 수도 있다.

 

배낭의 무게가 줄어들고 걸음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비로소 나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줄어들고 늦춰지는 만큼 여행은 나를 받아들였다.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을 믿으며 살아왔는지, 얼마나 과잉한 것들에 의지하면서 살아왔는지 깨닫는 여정이었다. 나는 점점 더 남에게 주거나 버리는 데 익숙해졌다. 행색이 거지꼴에 가까워질수록 내 표정은 맑아졌다. 가난이 주는 평화와 기쁨. (84페이지)

 

25년 전 인도, 배낭 속에 소주 한 박스, 라면 한 박스를 채우고 이등병의 속도로 걸었던 처음과 달리 짐의 무게가 가벼워질수록 비로소 여행다운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을 말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현재는 어떠한가. 좀처럼 짐을 내려놓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바로 앞에 중요한 것이 있는 것처럼, 앞을 향해 달린다. 짐의 무게에 짓눌려 현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바쁜 연말, 출퇴근 시간에 꺼내어 조금씩 읽었던 책인데 금세 읽었다. 20181월부터 4년 여 동안 페이스북에서 사랑받았던 글 중 130여 편을 엄선하여 28컷의 일러스트와 함께 펴낸 산문집이다. 산문집에서 우리는 들비와 함께 산책하거나 아픈 들비를 돌보는 시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따뜻함이 배어있는 깊이 있는 시선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저자의 아버지가 생각나는 비 내리는 날의 풍경은 어쩐지 애잔하다. 나이가 들어서야 아버지의 외로움을 깨닫는 일. 비를 바라보며 들비와 함께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라면을 끓이는 저자를 그려본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 푸른 술잔에도 있고, 내 손등 위에도 있고, 창밖의 고단한 빗방울에도 있고, 늙은 가수의 목소리에도 있고, 발등에 툭 떨어진 눈물에도 있고, 천천히 오는 가을과 겨울에도 있네. 이름만 봐도 울고 싶어지는, 이름만 봐도 서둘러 정거장에 나아가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이름이 있다. 당신의 오래고 먼 이름이 있다. (139페이지)

 

외로움과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날것의 감정이 살아 있어 감정들에 침잠하게 된다. 위로와 공감의 언어에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시인의 깊은 사유는 오히려 우리를 위로해준다. 가벼움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그처럼 진지하기 그지없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다시, 류근의 문장들을 음미한다. 비속어가 있어도 개의치 않는다. 가벼운 농담 같다. 우리의 오늘을 시적인 문장으로 그려본다.

 

 

#진지하면반칙이다 #류근 #해냄출판사 #해냄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에세이 #에세이추천 #한국에세이 #한국문학 #시인에세이 #문학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종이책 구매 진지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산문-진지하면 반칙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j***6 | 2023.03.13 리뷰제목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하는데 산문을 읽는다. 산문을 읽는데 시가 자꾸 읽힌다. 시와 산문이 겹쳐 보일 때, 작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나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 두 배 이상으로 좋게. 이 책처럼.    신변잡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적은 글. 산문의 기본 특징이다. 이 사소한 일이라는 게 내게만 일어나는 것도 특성이 되고,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리뷰제목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하는데 산문을 읽는다. 산문을 읽는데 시가 자꾸 읽힌다. 시와 산문이 겹쳐 보일 때, 작가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나는 다르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 두 배 이상으로 좋게. 이 책처럼. 

 

신변잡기.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을 적은 글. 산문의 기본 특징이다. 이 사소한 일이라는 게 내게만 일어나는 것도 특성이 되고, 아무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도 특성이 된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의 평가는 다르게 될 것이지만. 그래서 남의 산문에서 내 삶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반대로 굳이 알고 싶지 않는 삶의 이야기에 진절머리를 내기도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작가의 능력이다. 

 

충주에서 몇 년 살았더니 몇몇 대목의 일화와 배경이 익숙하게 와 닿았다. 이것 또한 작가에게서 가까움을 느꼈다는 증거일 테지. 생활도 생각도 불만도 투정도 나와 비슷한 면이 있구나 하는. 그래서 삶이 이러저러하게 고단했구나, 한편으로는 또 다행이었구나 여기면서.

 

술을 아주 사랑하는 작가다. 술이 작가에게 글을 만들어 내시도록 도움을 주고는 있겠지만 조금만 더 줄이셨으면 좋겠다. 진지할 필요가 없는 구차한 세상을 버티고 진지해도 좋을 세상을 얻기까지 우리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니까 말이다.    

 

욕이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는 아예 보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우리 영화를 퍽 멀리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감탄사 같은 욕은 그리 싫지 않았다. 글을 읽는 데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고. 결국 내게는 누가 욕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다. 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욕을 한다면, 그 또한 내가 얻지 못하는 카타르시스에 가까워지는가 싶어서.  

 

하나 더, 여백을 차지하고 있는 일러스트도 퍽 마음에 들었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진지하면 반칙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2 | 2022.11.02 리뷰제목
이건 무슨 책이지?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해낸 내 첫 감상이다. 그의 시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나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알게 된 시인 류근. 프로그램 말미에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짧게 남긴 소회에, 무릇 마음에 와닿는 글귀에 시인은 이래서 시인이구나.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 감상을 지닌 사람이었음에도 그 시인의 책은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다가 이 에세이를
리뷰제목


 이건 무슨 책이지?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해낸 내 첫 감상이다. 그의 시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나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알게 된 시인 류근. 프로그램 말미에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짧게 남긴 소회에, 무릇 마음에 와닿는 글귀에 시인은 이래서 시인이구나.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 감상을 지닌 사람이었음에도 그 시인의 책은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다가 이 에세이를 읽으려 하니,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인가.

 아무튼 첫 질문의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운문을 뛰어넘고 산문을 뛰어넘은 류근의 문장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류근이라는 장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소설가 이외수의 평이다. 비록 카테고리는 에세이지만, 이것을 에세이로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이 글의 집합체는 그냥, 류근이라는 장르다.

*

시인이라 그런 걸까.

 류근의 에세이 묶음집은 수많은 글들이 짧게 묶여진 글들이 주는 울림은 확연하게 다르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학 교육, 시 교육이 잘못돼 있습니다. 감상은 없고 분석과 평가만 있습니다. 시계를 해체해놓고 시간을 묻는 경우입니다(p24)라는 문장은 한동안 나를 멍 때리게 만들었다.

맞는 말이다.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시에 대해 배운 것은 시에 대한 해석이지, 시를 어떻게 읽는가- 어떻게 느껴야 제대로 감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저 수능에 집착한 수업만 남았을 뿐.

*

에세이가 그저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네이버 백과사전)에 그치지 않고, 류근이라는 장르 빗대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

 그래서 작정하고 읽으면 하루도 안되어서 읽었을 책의 두께를, 두고두고 곱씹으며 천천히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소비하는 게 아까워서-라고 표현해도 될까. 너무나도 친숙한 그의 환경과 심연을 파고드는 표현에 나는 읽는 내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것도 너무 좋은 문장인데, 두 줄 뒤 다음 문장도 너무너무 좋은 문장이야.

그래서 술과 함께한 책이기도 했다.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그와 동화되는 느낌에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제격일 것 같아서 말이다. 술은 감성을 폭발시킨다고 했던가. 여느 글들은 술과 함께 해야 그 진정한 의미를 알 것도 같아서 말이다.

 술과 함께 전하는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전하는 위로. 어느새 나는 그 누구보다 깊이 그의 글을 체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류근 에세이 진지하면 반칙이다 평점10점 | s*****a | 2022.10.30 리뷰제목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살아내고 살아가느라 애쓸 모든 이들에게 시인 류근이 건네는 위로 (책 띠지 중에서) 류근 시인의 엮은 책으로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를 요즘 즐겨읽고 있다. 틈틈이 꺼내읽으며, 좋은 시를 잘 선별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시인 류근은 방송에서도 보았고, 특히 김광
리뷰제목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것은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살아내고 살아가느라 애쓸

모든 이들에게

시인 류근이 건네는 위로 (책 띠지 중에서)

류근 시인의 엮은 책으로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를 요즘 즐겨읽고 있다. 틈틈이 꺼내읽으며, 좋은 시를 잘 선별했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리고 시인 류근은 방송에서도 보았고, 특히 김광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이라고 하니 그의 에세이를 더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이 시인 류근의 4년 만의 신작 에세이라고 하니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해서, 이 책 『진지하면 반칙이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류근.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대학 재학 중에 쓴 노랫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김광석에 의해 노래로 불리기도 했다.

등단 후 18년간 공식적인 작품 발표를 하지 않다가 2010년 첫 시집 『상처적 체질』을, 2016년 두 번째 시집 『어떻게든 이별』을 출간했다. 그밖에 산문집과 공동으로 엮은 한국 서정시선집 등 다수 출간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된다. 1장 '장래 희망이 시인이었다', 2장 '이왕이면 힘껏,', 3장 '사랑 아닌 줄 알아라', 4장 '세월이 줄어든다는 건', 5장 '당신 보시라고', 6장 '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7장 '비틀비틀 노래하는 세상 쪽으로'로 나뉜다.

 

처음에 일러두기에 보면 저자 특유의 표현에 따라 맞춤법의 구어적 사용, 비속어 표현 등을 일부 허용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한다.

솔직히 비속어는 쓰지 말지, 하면서 진지하게 다가갔지만, 그렇다. 진지하면 반칙이다!

첫 이야기부터 시선을 끈다. 「을지로 순환선을 타고」는 진지하다. 첫 이야기는 반칙이다.

시집 한 권을 착하게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가슴에 착하게 옮아져 있고, 다시 시집 한 권을 경건히 들고서 을지로 순환선에 올라 한 바퀴 돌고 나면 시집 한 권이 내 영혼에 경건히 옮아져 있던 시절이 있었다. 내 가난한 청춘이 그렇게 흔들리며 흘러갔다. (11쪽)

그렇다면 다음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어가게 되었다.

그다음이 어떤가 궁금하시다면, 살짝 언급하자면 삶 속의 각종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 듯 다양했다. 거기에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 평범한 일을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농담처럼 가볍게 흘러가기도 한다.

부담 주지 않으면서 쉬운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하다.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게 잡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형 느낌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러니 부담 없이 읽어나가다가 문득 마음에 훅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막 무슨 새들이 지구에 투신하는 소리 같으다. 이 좋은 가을날 스스로 몸을 던지는 나뭇잎들을 보자니 어디선가 많이 닮은 풍경이 생각난다.

아, 맞다. 나도 나를 어디론가 힘껏 던지는 힘으로 살아남았다. 참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었다. (52쪽, 「고독하고 쓸쓸한 일」 전문)

중간중간 비속어는 류근이라는 장르라고 보면 되겠다. 그가 하면 자연스러운데 내가 쓰자니 어색한 느낌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가다가 반칙임을 깨달았는지 마지막 단락은 비속어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어울린다. 그래야 느낌이 강렬하게 와닿는 듯하다.

언젠가 고비사막에 간 소설가 김연수가 그곳 유목민이 '낙타 국수'를 끓이는 모습을 보더니 "낙타는 제 배설물로 제 고깃국을 끓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참 좋은 소설가일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렇다. 이 지상에서의 삶이란 전생에 내가 쏟은 배설물들에 의해 뜨겁게 익어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처럼 비 오고 바람 불고 해 뜨고 빚쟁이까지 뜨는 날일지라도 억세게 뜨겁게 성숙해 가는 것 아름답지 않은가. (270쪽, 익어가야지 중에서)

류근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다양한 목소리다.

이 책의 제목 '진지하면 반칙이다'는 「제 힘껏 살아내다」에 있는 사과 세 알 에피소드 끝에 '겨우 못생긴 사과 세 알 앞에 두고서 이렇게 진지하면 반칙이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나온다. 스토리가 더해져서 그 문장을 접하고 보니, 제목만 보았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또한 마지막 글도 「진지하면 반칙이다」로 끝난다. 이 말이 마음을 확 풀어지게 한다. 제목으로도 잘 지었고, 책 속에서 풀어주니 이 말이 점점 마음에 든다.

시인의 에세이여서 류근 시인의 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무렵, 맨 마지막에 끝맺음으로 「반성」이라는 시가 나온다. 시 감상으로 독서를 마무리한다.

가벼운 듯, 무거운 듯, 진지한 듯, 농담이 든, 류근 시인만의 색깔로 독특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글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 댓글 0
종이책 진지함만 남은 세상, 그건 슬픈 일이다 평점10점 | p*****s | 2023.09.08 리뷰제목
그대 부디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면 언젠가 우리도 반드시 꽃으로 피어 마주 볼 날 있으리. 사람아.('그대 부디 살아 있으라' 중) 존버. 어느 순간부터 버티는 게 일상인 삶이 되어 버렸다. 억울해도 버티고 비굴해도 버티고 부조리해도 버티고 그리워도 버티고 그냥 존x 버티는 것 외에 남은 것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버텨 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외에는 딱히 더 할 수 있는
리뷰제목

그대 부디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면 언젠가 우리도 반드시 꽃으로 피어 마주 볼 날 있으리. 사람아.('그대 부디 살아 있으라' 중)


존버.

어느 순간부터 버티는 게 일상인 삶이 되어 버렸다. 억울해도 버티고 비굴해도 버티고 부조리해도 버티고 그리워도 버티고 그냥 존x 버티는 것 외에 남은 것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버텨 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것 외에는 딱히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격려라도 하면 다행이지. 시인에게 미안하다. 사회가 해야할 일까지 떠맡겨 버렸으니 참으로 미안하다.

 

고맙고 미안하다.

 

증오와 갈등과 혐오와 분노와 탐욕과 폭력과 음모와 천박과 이기와 파렴치의 각축장 한가운데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불길하게도 일찍 피어난 봄꽃들이 다 질 것이다. 나는 살아남은 나를 가엾어하며 슬퍼하며 또 한잔해야지. 이 술집엔 순 늙고 진 이웃들만 앉아 있다. 순한 초식동물들 같다. 눈물겹다.('지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중)


시인은 혼자 버틸 수 없음을 잘 안다. 지는 법을 배우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서 더불어 웅크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웅크린 무덤 위에 소위 성공했다는 자들이 우뚝 서긴 하겠지만 무덤 속에는 무덤 속 나름의 아늑함이 남아 서로의 삶을 지탱해준다.

 

또 고맙고 미안하다. 시인에게 너무 많은 짐을 주었다.

 

아는 게 많은 사람보다 느끼는 게 많은 사람이 훨씬 더 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저절로 하느님의 마음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착하게 살아남는 시간' 중)


아는 게 많다는 것을 자랑말자. 느끼지 못하는 게 늘어감을 슬퍼하자.

시인의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사랑해요'라는 말 / 참 오래 견딘 말.('참 오래 견딘 말')


오래 견뎌야 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기다리면 보람이 있는 말이, 버틸만한 말이 있다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사랑해요'라는 말. 그래도 견딜만한 가치가 있는 말.

 

나에겐 아직 부르지 못한 노래가 많이 남아 있다.('어떠한 시도 오지 않는 새벽' 중)


기왕이면 같이 불렀으면. 기왕이면 아름다운 노래였으면.

 

먼 데서 오는 구원을 위해 자기 내부의 의지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인생은 공허하지 아니한가.('제 힘껏 살아내다' 중)


멀리 있지 않은 것을 멀리서 찾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애처로운가.

가까운 곳에 있던 것을 이미 멀리 떠나보낸, 그러면서도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더더더 안타까운가.

 

후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전자를 포기하지 못해 여전히 뒤를 돌아보고 만다.

 

개에게도 하는 것을 나는 왜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가. (중략)내가 아직 가야 할 사람이 멀었기 때문. 여기서 사람까지가 멀었기 때문이다.('아직 사람에 닿지 못했기 때문' 중)


나아가면 닿을 날이 올 수는 있을까. 적어도 시인은 가 닿을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시인에게 또 한번 미안하다.

 

이제 그만 진지해져야지.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댓글 0

한줄평 (2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9점 9.9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