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위한 우정의 사회학" 이 제목부터 사실은 흥미로웠는데, 책을 읽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서론에 나와 있던 원제목인 "집에 도착하면 문자해"가 더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의 사회, 계급에 대한 무수히 많은 말들이 있다. 여자들은 왜 돕지 못하고, 이기적이고, 서로를 낮추는 가, 여자의 적은 여자다 등등의 말들을 우리는 듣고 자랐다. 그리고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다 보니, 관계에 있어서 벽을 세우고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그러한 선입견들을 만든 것 자체가 남성들 위주의 사회이며, 실제 자신의 경험한 여성들의 사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저자 본인의 경험 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들의 경험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러한 편견이 "남자들이 여자들끼리 의존할 게 아니라 자기들한테 의지하라고 가르쳤기 때문"이라고 쓴 부분은 굉장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나의 부모 세대만 보더라도 외부에서 친구를 만들고, 시간을 쓰기 보다는 가정에 충실한 엄마로서의 모습이 더 강요되었고,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그리고, 우리사회가 로맨스에 대해서는 굉장히 가치를 두고, 중요시하면서, 우정은 연애에 빠지면 등한시 하게 되는 것으로 치부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 여자들의 우정이 별것이 아니란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정이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과거와 달리, 다른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선택한 가족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혈연과 결혼이라는 제도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내가 아플때, 내가 힘이 들때 내 옆에 함께 있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 그들이 다른 가족이라는 것이다. 아마, 우리사회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보이는데, 우리나라가 인정하고 있는 가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실혼 역시도 이성만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마저도 동거인으로서 권한이 제한되는 상황이라, 다른 가족은 무척 심정적으로 동의는 가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이성애자 중심의 가족 모델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말은 정말이지 공감. 더이상 과거의 가족 모델로는 우리사회가 가진 다양성을 포용할 수 없다.
여성의 적이 여자라는 선입견, 그리고 남자들이 허용하는 여자가 무엇인지 쓰고 있다. 물론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그 한정된 위치에 오르기 위해 서로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때 운동선수들의 사례를 보여주면서, 오히려 1등이 한정되어 있는 운동선수들도 라이벌을 좋은 친구로, 그가 있어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우정이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의 불안감을 털어놓을 친구들이 있고, 귀를 기울여주고, 괜찮을거라며 안심시키는 친구들이 있는 한 나는 안전하다"며, 우정이 주는 관계망에서 가지는 안정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스쳐가는 많은 우정들이 있다.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스쳐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 순간 우정이 주는 안정감이 있고, 위로와 힘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선입견에 갇혀 여성 전체를 싸잡아 판단하지 않도록, 내가 경험한 우정이 주는 위로가 더 컸던 사실을 기억하면서 조금은 호의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연인이나 부부라는 관계에 대해서 엄청난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온갖 버전의 '세기의 로맨스'를 보고 자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정작 현실에서는 한 번도 그렇게 행복하고 서로를 미친 듯이 사랑하는 커플을 본 적이 없었는데도 (한국의 수많은 커플들은 거의 역할놀이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잖아요?) 어릴 적부터 제가 봐온 모든 창작물이 사랑의 위대함을 노래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 역시도 언젠가는 그런 영혼의 짝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점점 커 가면서 사랑보다는 오히려 우정이 제가 꿈꾸는 사랑의 모습에 더 들어맞지 않나 싶어지는 거예요ㅋㅋㅋ 이 책은 꼭 저 같은 사람이 자신과 자신 주변의 여자들의 우정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에요.
저는 책에 등장하는 아미나투처럼 보험수령자에 친구를 적어놓은 건 아니지만, 내 죽음으로 혜택을 받는 누군가를 내가 마음대로 지정할 수 있다면 그 관계에 '친구'나 '동반자' 같은 개념이 들어가야 한다는 데는 적극 동의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남보다도 못한 가족이 수두룩뺵빽하잖아요. 아니면 가족이나 연인, 친척 같은 다른 관계가 없는 사람도 있고요. 진심으로 나를 위해줄 사람, 나를 위해 기꺼이 자기 인생의 일부분을 포기하거나 희생을 감내해줄 사람이 단지 혈연이나 성애로 엮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법적인 보증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요?! 정말 한국에도 빨리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이 연사 힘차게 주장하는 바입니다! (갑분이지만 진심입니다)
"저는 제 가장 친한 친구와 결혼했어요" 하는 멘트를 제가 좋아하는 영화 배우의 인터뷰에서 처음 읽었는데, 그때는 정말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보통 친구는 친구, 연인은 연인, 이렇게 떼어놓고 생각했던지라 그 둘을 묶는 사고방식 자체가 충격이었거든요. 늘 함께 있고 싶고 헤어지기 싫은 베스트 프렌드가 배우자가 된다면? 너무 멋질 것 같은 거예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이고, 사실 그렇게 권장할 만한 관계가 아니라는 걸 듣고는 좀 놀랐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 모든 인간관계를 쏟아붓게 되면, 다른 관계들이 단절되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과 틀어졌을 때 굉장히 힘들어진다고 해요. 서로에게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도 문제고요.
읽는 내내 요즘 제 주변에서 저를 든든하게 지원해주고 있는 여자친구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람들이 없었다면 도대체 인생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어주고 있거든요. 세상은 요즘도 우정보다는 사랑에 더 방점을 찍고, 아직도 온갖 창작물들이 영원한 세기의 사랑을 노래하고 있죠. 하지만 어떤 우정은 사랑보다도 더 강력하고, 사랑보다도 더 영원합니다. 아니, 어쩌면 우정이야말로 사랑의 궁극적인 형태일지도 모르겠어요. 내 선택으로, 어떤 구체적인 바람도 없이 그저 함께하는 관계잖아요.
수많은 여성들이 자기 소울메이트에 대해, 단짝에 대해,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걸 듣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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