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와 빗자리, 쓰레받기, 봉투를 가방에 넣고 새로 이사갈 집을 직접 청소하려고 찾아갔다. 전에 살던 사람은 일찌감치 이사를 해서 빈 상태였다. 이사를 나가며 어느 정도 청소를 해놓았는지 크게 더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구석구석 살림살이가 가리고 있던 먼지와 때를 닦어 내고 쓸어내고 하니 평수로는 넓지 않은 집이 아늑해 보였다. 아무 것도 갖춰지지 않은 빈 공간이 주는 묘한 매력 같은 게 있다. 혼자 중얼거려도 울림이 전해졌고 현관에서 방 안까지 시선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이 청결해 보였다. 몇 시간의 노동이 끝나고 창이 내다보이는 곳에 철푸덕 주저 앉아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를 바라다 보았다. 서서히 노을이 지려고 하는 모양이다.
이사를 하고 나면 이 공간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점유할 것이고 그래도 필요한 것들은 또 새로 사들이겠지. 몇 번의 이사를 하면 참 많이 버리기도 했건만 뭔 물건들이 그리 많은 건지. 아니 필요도 없는 건데 괜히 버리기 싫어 움켜쥐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막상 버릴려고 하다가도 나중에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이거 힘들게 구한 건데, 그건 누군가가 선물한 건데 하며 도로 들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물건에 대한 집착은 쉬이 사라지지 않으며 그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합리화한다.
기존의 미니멀라이프를 다룬 책들은 예를 들어 하루에 한 가지씩 뭔가를 버리기, 혹은 누구에게 팔거나 주기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반명, 이 책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달랑 자기 몸 하나부터 시작해 하루에 하나씩 채워 놓는 방식으로 적은 물건만으로 사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그게 될까 싶은 의구심이 든다. 물론 전제 조건은 있다. 식사나 입고 있는 속옷등은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리고는 몇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거기에 따라 매일 한 가지를 추가하는 방식인데 가지고 오는 물건들 대부분은 기존에 있던 물건들이다.
즉, 가족은 원래대로 살고 저자만 별로로 마련된 공간에서 저런 식으로 100일동안 살아보겠다는 건데 과연 맨 처음 들인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엔 물건 단독 사진은 매일 추가되지만 방안에 채워져 가는 풍광은 단 두장이다. 첫날 접힌 이불 위에 앉은 저자의 모습에서 시작해 칫솔, 운동화, 타월 순으로 들인다. 과연 그것만으로 생활이 유지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 같으면 텔레비전이나 휴대폰부터 찾지 않을까? 물론 이런 가전제품들도 나중에 순차적으로 들이긴 한다.
저자가 이렇게 하루에 한 가지 물품을 들이는 방식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체험하고 100일후 소감을 밝히는 데 다시는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불편해서만이 아니라 100일동안 어떻게 사는 것이 그래도 옳은 생활인지를 깨달았으면 충분하다고 해서다.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는 지속적일 수 없다. 대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과시하려고 사는 대신 꼭 필요한 물품인지 다시 한번 따져보고 친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대체할 수 있는 건 또 무엇이 있나 챙겨보고 그 다음에 사도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일본에서 이런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 관련된 책도 많아 지는 건 기록하는 걸 즐겨하는 국민성도 있지만 아무래도 지진이나 화산, 특히 도호쿠 지진 해일 피해를 보며 집안에 물건을 많이 쌓아놓고 사는 게 오히려 위험하다는 걸 눈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당장 편할 것 같아서 샀지만 언제 샀는 지 기억도 안나는 수만가지 제품들, 박스채 베란다에 차곡차곡 올라간 뭔지 모를 것들. 바라보고 있자니 내주 분리수거 하는 날 버릴까 하는 마음도 든다.
이사를 하고 나니 역시 물건들이 집안을 점령했다. 테이블 위엔 뭔가 잡동사니들이 가득하고 바닥엔 추위를 막는다고 온갖 담요들이 켜켜이 덮혀져 있다. 그래도 날씨가 좀 풀리면 다 걷어내고 청소도 좀 해봐야 겠다. 비우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저 더 채우지만 않아도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의 노고를 줄여준다고 생각해야지
부족함이 주는 가치
너무나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없는 게 없고, 필요하면 당장 살 수 있다. 없음을 비어있음을 느낄 새 없이 항상 모든 곳이 꽉꽉 차서 넘친다. 냉장고 안도, 집안도, 내 머릿속에도. 많은 게 좋은 것이 아닌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물건을 잔뜩 사도,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행복해지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돈이 정말 많으면 즐거울까 싶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고. 정말 나에게 기쁨을 주는 건 무엇일까?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나를 넣고 시작해 보는 100일간의 관찰. 저자가 백 일간해보고 직접 느낀 것을 같이 나눈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은?
과연 무엇일까? 막상 생각해 보려니 막연하다. 다 필요한 물건일 것 같고, 개수를 한정 지으니 어렵다. 그렇다면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생각해 보자. 예상외로 필요한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항상 필요한 물건이 있고, 자주 쓰는 것도 있지만 생각해서 적는 것과 사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테니. 근데 한 번쯤은 적고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재발견
100일간의 선택법 후에 발견된 물건의 쓰임은 실로 놀랍다.
하루에 한 개의 물건 꺼내기
음식물 구입은 괜찮지만 조미료는 카운팅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기본시설 사용 가능
초기 장비 최소화
로 시작된 백일 간의 액션. 집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이루어진 이 행동의 결과는 신기하다. 일주일 만에 만난 손톱깎이로 생존을 관찰했고, 보디워시가 하나만 있어도 몸을 씻는 데는 상관이 없었다. 49일째 만난 밥주걱으로 뜨거운 밥을 뜨는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돌돌이 클리너로 청소의 즐거움까지 찾게 되었다.
없다는 것 자체가 불편함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찾게 된 저자. 이 테스트 덕분에 나도 내 주변의 물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갖고 있는 것의 90%는 없어도 된다 하니 실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하는지를 생각하게도 되었다. 청소가 싫은 게 아니라 짐이 바닥에 많이 있어서 힘들게 한 건 아닌지, 관점을 달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한 번쯤 사는데 필요한 물건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적고 진짜 비워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현대판 캐스트 어웨이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
이 책은 미니멀리스트가 되자고 권유하는 책도 아니고 정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작가님이 100일 동안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하루에 딱 1개의 물건만 꺼내 쓰며 물건의 소중함과 감성을 되찾는 과정을 소개한 책이다.
책의 구성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1일부터 101일까지 그날 어떤 물건을 꺼냈으며, 꺼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리고 2부에서 의복, 음식, 주거, 시간, 청결, 독서, 사물에 대한 주제로 짧은 에세이가 포함되어 있다.
물건이 101가지나 되므로 인상 깊었던 물건을 위주로 쓰자면 스마트폰과 베개다. 스마트폰은 24일째 꺼냈고,
베개는 72일째 꺼냈다. 특이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나였으면 스마트폰을 72일 베개를 24일째에 꺼냈을 거기
때문이다. (물론 스마트폰 72일 보다 빨랐을 것이다) 인생에서 휴대폰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기간은 30일 정도 될 것이다. 바로 군대 훈련소 기간이었는데 이때의 기억이 아주 생생하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휴대폰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는데 전원을 켤 때 진동이 울리는 순간 느껴지는 생소함이
너무나 소름 끼쳤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진동이었는데 한 달 만에 경험해 보니 완전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마 작가님도 24일 만에 휴대폰을 사용할 때 나와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밑의 사진은 작가님의 픽이다. 없어도 괜찮았던 물건 중 1위와 4위를 빼고 매우 공감한다.
나였으면 1위에 TV를 넣겠다.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가 있고 나니 TV를 안 본지 진짜 오래되었다.
TV에 나오는 예능도 유튜브에 짧은 클립으로 소개해 주고 뉴스도 네이버 뉴스를 보거나 매경 이매진 뉴스
앱을 통해 접하다 보니 TV의 존재가치를 느낀지 오래되었다. 나였으면 있어서 편리했던 물건 1위 중에
전자레인지를 넣을 것이다. 햇반을 돌리거나 닭 가슴살 심지어 수육도 만들어 먹었었다. 아마 내가 사용하는
가전제품 점유율 1위는 노트북 휴대폰을 제외한다면 전자레인지가 아닐까 싶다.
미니멀리스트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추천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 이사할 때 비용이 덜 들고,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둘째, 정보량이 적기에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유 중에 두 번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명상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여러 가지 떠오르는 잡생각으로
인해 명상에 실패한 적이 많을 것이다. 명상이라는 것은 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행위인데 쌓여있는 정보가 많다 보니 잡생각이 떠오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명상을 쉽게 하려면
정보량을 줄여야 한다. 방도 마찬가지다. 물건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방과 물건이 거의 없는 방을 비교하면
후자의 경우가 자연스럽게 정신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 것이다. 우리 눈은 정보를 본능적으로 찾기 위해 물건이
많이 있는 곳은 자연스럽게 시선이 분산되고 집중을 하기 힘들다. 따라서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
작가님의 말처럼 미니멀리스트의 생활을 살거나 최소한 방 하나 정도는 의자 하나만 배치해놓고
물건을 없애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사준비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작가님이 시도한 것처럼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면 빈 집에서 물건을 하나씩 꺼내 쓰며 생존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야 진정으로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필요 없는 물건은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사를 곧 앞둔 예정자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고
이삿날이 다 와서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닌 내년 하루에 1개씩 물건의 필요성을 파악하면서 이 사 준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년 6월에는 나의 집에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면 좋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 부터 관심갖게 하는, 내용이 뭘까, 어떻게 전개될까, 기대하게 하는, 이런 면에서는 미니멀리스트나 물건 정리를 마음에 두고 있던 독자라면 한 번 읽어 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읽고 나면 독자로서 나도 한 번 그렇게 따라 해 보고 싶게도 만든다. 나의 101가지 물건 리스트는 어떤 것이 차지하게 될 것인가, 라고 궁금해하면서.
저자의 의도는 독자가 물건을 정돈하게 하거나 미니멀리스트 되시오, 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보다는 살아감에 있어서 물건의 의미, 그 물건이 나를 행복하게 하나, 살아가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나, 라는 면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창의적으로 발상을 끌어낸 것이 아닌,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 퍼센트 행복찾기> 를 위한 작업을 하다가 자신도 빠져들게 된 경우였다.
의식주, 입을거리, 먹거리,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필요품, 이런 것이 기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을 곁에 두고 있다. 읽어가면서 저자의, 너무 많은 옷이 있다면 60% 정도의 옷을 가장 자주 입게 된다, 던 의견에 동감이 갔다. 그다지 많은 옷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옷 몇 벌만 걸치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도 같은 마음이 아닌가 싶다. 봄, 가을은 너무나도 짧고 몇 벌의 바지와 윗 옷, 좀 쌀쌀하다 싶으면 날씨와 기온에 따라 바람막이 점퍼 라고 하는 것이 있지 않는가. 이것으로 거의 끝난다. 여름과 겨울은 짧고 긴 윗옷과 바지, 그것도 청바지를 갖춰 놓으면 거의 1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물론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호와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은 다르겠지만 바지만 입고 다니는 활동파라 스커트 종류는 거의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어쩌다 보이는 것은 그저 소유욕에 지나지 않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늘 사용하게 되는 숟가락, 그릇, 주방 용품도 마찬가지이다. 손에 잡히는 것만 쓰고 단골로 사용하는 그릇만 사용한다는 것을 보면 여기 저자가 시도했던 101 가지 선택은 좀 쉬울 듯 보이긴 한다만, 그럼에도 어떤 것으로 한정을 지을지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듯도 하다.
저자는 첫 번째, 자신이 텅 빈 집에서 한 가지씩 선택해 간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이불이라니, 이 선택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무엇을 선택했을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올 무렵 상황을 떠올려 보면 고민할 필요없이 알 수 있다. 텅 빈 모델하우스 같았던 우리 집에 가장 먼저 들여온 것이 컴퓨터였다. 인터넷 설치도 부랴부랴 했었던 기억도 난다. 한참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었을 때라 그 속에 모든 정보가 숨겨져 있었다. 게다가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TV 까지 컴퓨터로 볼 수 있고 책은 물론 문서 작성까지, 아주 편리하다 못해 필수품 아니었나 싶다.
저자는 텅 빈 집에서 그냥 앉아 있기가 불편하다못해 소파 대용으로, 밤에는 추위까지 막아주는 용도로 먼저 선택을 하였다. 휴대폰/TV/컴퓨터를 제치고 이불을 선택한 것이다. 물건을 선택하는 순서를 보면 그 사람의 사고방식, 물건에 대한 몸의 의존도 같은 것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소퍼 없는 거실, 침대를 두고 바닥에서 잠자는 습관, 청소기 대신 물걸레와 찍찍이 같은 것으로 처리하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청소기와 소퍼에 대한 애정은 사라져 버렸다. 저자가 선택하고 난 후 신천지를 느꼈던 세탁기, 냉장고는 나도 동감했다. 하루 두기가 무서운 음식들의 수명 연장, 탈수를 넘어선 세탁기의 기능은 계절을 타지 않게 한다.
이렇게 저자가 선택해 가는 물건들과 비교해 보며 독자로서 자신의 물건 의존도와 방식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니 참 재미있는 실험에 동참해 가는 느낌도 준다.
두 번째로, 그것에 대한 의미, 영향 같은 것을 되짚는다. 이 때 독자로서 한 물건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게 되는 계기도 함께 하고 싶어졌다. 시간, 일, 취미, 그런 것 까지 포함하여 일상에 끼치는 영향이랄까, 나 또한 그 생각이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동감가는 구절도 많았고, 역시나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여 하나 씩 선택하면서 자신까지 뒤돌아본다는 것, 필요없으면서도 가진 것 만으로 만족하게 된다는 것, 시간을 늘여 주거나 줄여 준다는 추상적인 부분까지, 읽어가면서 따라하는 마음이라니, 그러면서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추려보는 마음, 정리할 계획은 갖고 있지 않았는데 정리하게끔 한다고 할까.. 재미있었다. 읽음과 따라 함, 행동이 함께 발맞추어 가게 하는 독서였다.
"물건이 넘쳐흐르는 방, 정보로 복잡해진 머리, 선택도 결과도 없는 바쁜 시간. 그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도구에서 기쁨을 얻는 나의 감성을 흐리게 했다." 222쪽
"태어날 때 부터 다른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던 물건들로 둘러싸여 살아오면서", 그 물건들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와 사용하면서 갖게 되는 기쁨, 능력의 확대 같은 면은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나 씩 물건들을 선택하여 꺼내 올 때의 저자의 기분은 왠지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져 왔다. 어떤 물건을 선택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 부터, 사용이 급한 물건, 그래서 선택하였을 때의 효능을 느끼며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는 점 까지, 흥미롭다.
도구가 도구를 부르게 되고, 그래서 물건이 늘어나게 되고, 그 편리함에 생각도 궁리도 더욱 줄어들게 된다는 점, 불편함이 발명을 부르고 그 발명에 인간은 감정도, 감성도, 궁리하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는 점, 이런 것들도 무척 공감이 갔다. 나의 1번은 컴퓨터 였지만 그 다음, 또 그 다음은 무엇인가, 생각해 가면서 앞으로 2-3년 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이라면 다시 찾을 확률이 없을테니 그냥 폐기하여도 문제없지 않겠나, 생각해 보기도 한다.
이 책과 함께 하면 이런저런 생각도 함께 따라올 것이고 독자마다 비슷한 실험에 참가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