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혈연'에 얽매이는 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유전자를 공유하는 핏줄이라는 건 좀 신기하기도 하고, 가족력 같은 것을 생각해볼 때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죠. 하지만 결국 가족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건, 가족으로서 함께 보낸 '시간' 아닌가? 하는 생각을 늘 했습니다. 나름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창작물에서 가장 싫어하는 설정 중 하나는 알고보니 친남매가 아니어서 사랑에 빠져도 괜찮아~ 같은 부류였습니다. 세상 모든 입양가정에 빅똥을 투척하는 설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알고보니 사실 진짜 가족이 아니니까 괜찮아~ 이런 거잖아요? 넘 모욕적이에요. 반대로 제가 좋아하는 설정은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인들이 모여 일종의 가족이 되는 유사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사람이다 보니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같은 제목에 꽂힌 건 당연한 일이겠죠? 결혼이나 연애는 하고 싶지 않지만, 입양이나 혼외출산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는 관심이 있거든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전부 감당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산 시대라느니 출산 절벽이라느니 외치는 것도 웃기잖아요? 저를 비롯해 제 주변의 많은 2~30대 여성들이 파트너 없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곤 하지만, 사실 약간 판타지에 가까웠어요. 그러면 좋겠다~ 하는 바람 정도? 이미 실천에 옮겨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누군가의 글을 읽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자극이자 모델이 됩니다. 이 책을 에세이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회로 봐야 할까 잠시 고민했을 정도로 입양-육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문제도 잘 짚고 있어서 읽는 내내 공감했어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한 명이라도 더 '자신만의 비빌 언덕'을 찾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아동학대는 평범한 사람이 감정 조절에 실패했을 때 철저한 약자에게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인간 본성의 바닥을 보여준다." 그리고 범죄 동기와 범죄 기회라는 말도 등장합니다. 결국 이겁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폭력성이 극에 달할 때, 마침 가까이 있는 약자, 나에게 절대 맞받아칠 수 없고 내가 없으면 생존이 어려운 약자에게 그 모든 폭력을 쏟아붓는 거죠.
아이는 사회 전체가 함께 키우는 겁니다. 어떤 아이라도 마찬가지에요. 아니, 입양아는 더 그런 것 같아요. 한부모가족이나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들,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친부모에게서는 마치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양) 입양 시스템 전체를 비난하는 언론과 미디어, 위탁가정이 턱없이 부족해 아이를 친부모에게 격리한 뒤에 돌봐줄 여건이 전혀 되지 않아 결국 다시 아이를 (다시 학대할 것이 분명한) 친부모에게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현실... 입양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의 상황이 더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결국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그리고 시스템이 바뀌어야만 해결되는 문제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은, '정상 가족'의 형태를 벗어난 가족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일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나중에 반드시 입양을 하게 되지 않더라도, 여건상 누군가를 평생 책임지는 일은 못 하겠다고 나가떨어지더라도, 위탁가정이 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이런 입양 시스템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정친화적인 사회와 일터, 더 나아가 아동친화적인 사회와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필요해요. 내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아이를 꾸준히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일부 가정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 출산율을 높이는 것보다, 모든 가정에서 아이를 하나씩이라도 낳아 출산율을 높이는 게 우리 사회를 좀 더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해요.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가 정말 좋은 어머니일 것 같다는 생각과, 우리 사회가 좀 더 입양이나 비혼 부모에게 너그럽고 열려 있는 사회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모든 부모가 이만큼만 고민하고, 준비하고, 각오한 후에 '부모되기'에 뛰어든다면, 이 세상에 수많은 불행들이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비혼입양가정이라니 분명이 모두 들어본 단어들인데 이렇게 생소한 조합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준 단어였다.
내가 '비혼'이라는 말을 꽤 많이 하면서 살았는데 이 단어의 의미를 매우 좁게 받아들였거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던 것 같다. 비혼이라면 당연히 혼자 살거나 아니면 비혼인 타인과 함께 생활공간을 나누어 살아가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비혼인 워킹맘이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이야기라니, 결혼을 하지 않으면 입양은 당연히 불가능한 줄 알았는데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매우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데다 가족의 모습에 정답이 있는 듯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어떻게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고 가족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지, 대한민국이 어떤 제도로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나에게는 놀랍도록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접할 수 있다니 그들의 이야기를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한 어머니는 구어체 문화에 속한 사람답게 욕에 대한 어휘력이 엄청났다. 자식들은 욕의 향연이 펼쳐지는 조정래의 소설[태백산맥]에도 나오지 않는 온갖 엽기적이고 즉흥적인 욕설을 들으며 자랐다.
욕에 쉽게 노출된 성장기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 신선한 충격을 준 문장이다.
어머니는 막상 자신이 낳은 아이들을 키울 때는 시집살이에 시달리고 농사일과 집안일, 나중에는 남편 대신 생계를 위한 노동에 시달려서 자식들과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며 애정을 표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런 걸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그럴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저자가 자녀를 입양하게 된 이유나 자녀를 키우면서 하는 생각들을 읽으며, 당연히 행복한 가정에서 충만한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자라난 여유가 이렇게 자식에게도 표현이 되는 것이구나 생각했었는데, 그녀가 성장기에 속해 있던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반면교사를 통해 성장하고 오랜 고민과 선택으로 충분히 자식을 양육할 만한 토대를 스스로 다져놓았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반드시 자라온 가정환경과 자녀 양육이 하나의 결로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준비된 가정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감탄했다.
어려서 어려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늘 정서적 허기를 채워줄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이성과의 결혼을 통해서만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덫에 걸리기도 한다.
배우자가 아이의 안전과 복지를 가장 위협하는 대상인 경우는 드물지 않다. 엄마, 아빠가 모두 있어야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생각 자체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
입양아동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아빠, 엄마가 모두 있는 가정에만 입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온전한 가정'을 몹시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가정을 하나의 표준을 정하고 그것에 맞춰가기를, 가정 속의 역할도 기준을 정해 한정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미 굳어져버린 생각을 깨어내는 것은 계속 노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책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가정의 형태, 온전한 가정이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엇던 것 처럼 다앙햔 매체에서 여러 형태의 가정, 가정 속의 다양한 역할에 노출된다면 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고정관념도 점차 흐려지다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시야와 경험이 제한되면 자신이 무슨 일을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경험한 적이 없어서 흥미를 못 느끼는 건지, 원래 안 맞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성장기에 넓은 세상을 접하고 몸으로 부딪치며 직접 다양한 체험을 하면 자신의 가능성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많은 것들을 시도해보고 재능과 소질을 개발할 기회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주 양육자로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조카 양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든 성장기,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점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는 생각과 저자의 생각이 일치해서 이 부분에서 특히 공감하며 읽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공시설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졌으니 주변에서 시행되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조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권해봐야겠다.
아이가 있음으로 아이가 주는 행복만을 생각해도 아주 클텐다 아이가 함께 있음으로써 경험하게 되는 세로운 세상은 소중한 추억으로 하나 하나 쌓여갈 것이고 그 순간의 행복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 이다. 주 양육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두명인 보편적인 부부에서 있을 수 있는 다양하고 사소한 어쩔때는 큰 다툼에 노출되지 않고 온와한 가정 환경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비혼 입양가정의 큰 장점 중 한가지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어버니의 나라] http://www.yes24.com/Product/Goods/62129716
현대사회보다 더 자유롭고 평등한 이 '오래된 미래'는 연애, 결혼, 가족, 가정과 일의 양립, 자녀 양육 등 삶의 모든 방면에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책속에서 인용되고 소개된 작품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 반드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비혼인 저자가 두 여자아이를 신생아 때 부터 공개 입양하여 초등학생때까지(지금) 키우는 이야기이다. 먼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담백하게 글을 잘 써서 감탄했다.
크게 입양 절차와, 입양가족에 대한 편견들, 또한 육아에 관련된 정부정책에 대한 태도, 결혼제도에서 여성의 입장, 싱글맘으로서 육아의 여러면(경제적, 교육적 개입 등) 등을 서술하고 있다.
첫 아이는 1개월때, 둘째 아이는 10개월때 연장아로 입양하게 되었는데 두 아이의 기질이나 성격 다른 점도 파악하고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묻어났다.
저자의 개인적인 선택은 싱글맘, 직장맘, 워킹맘 등 사회적인 제도에 뒷받침 되지 못해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히기도 하고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내고 있다. 한쪽 성별인 여성에 집중된 육아 책임 불균형에 따른 결혼률과 출생률의 감소가 이를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작가의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특히 작금의 대한민국의 정책은 출생률 저하로 막무가내로 다산을 권장하는데, 이미 태어난 아동 청소년에 대한 입양이나 위탁가정, 보호시설종료아동, 혹은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에 대한 보다 나은 정책 보다 다둥이를 선호하지만, 사실 첫째아이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꼽는 문단에서 그렇지!하고 동의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출생률이 낮은 것은 사람들의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한다. 강한 책임감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기존 조건인데, 한국은 이것이 아이를 낳지 않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경력단절 이유 1순위는 임신 출산과 육아여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입양에 대해서도 하루 이틀 생각한 깊이가 아니고 여러 영화나 책이나 기사를 찾아보고 공부하여 진심어린 태도로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결심이 잘 드러나서 응원과 격려 및 존경을 표한다.
아무래도 저자의 비혼이라는 개인사적인 선택의 저변에 나타나는 원가족과의 갈등이 묘사되는데,
“내가 교실에서 짝에게 결혼하자 않을 거라고 얘기하자, 그 애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무슨 하자가 있길래 그런 생각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나와는 달리 결혼에 긍정적인 여자아이들도 있었나보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서로를 정말 사랑하고 존중하는 부부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략)”
나는 아예 부부싸움이 없었던 이상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로 부모님들이 오랫동안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어른이 되면 발달사에서 결혼을 당연시 생각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는 것에 긍정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렇지 않은 다른 가정들도 있구나 생각을 하게 된 케이스이며 비혼도 선택일 수 있다고 생각을 확장하게 되었다.
내 경우는 늦게 결혼해서 현재는 딩크이니까 이 책의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기혼이고 아이를 키우지 않습니다” 하지만 초중고 학교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청소년보호시설, 위탁가정아동센터 등 전문적으로 아동과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일하고 있기에 아이를 접하고 어찌보면 키우는 것에 일조하는 업종에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하는 입양아동교육도 의무로 받았다. 앞으로 자녀를 키우거나 입양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
저자는 읽은 책에서 “아동학대 사건의 다수가 친부모에 의한 학대인데 입양가정이나 재혼가정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이 주로 이슈의 중심이 되는 것은, 혈연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이기도 하고, 친부모가 학대하는 경우 주변 사람들이 침묵하는 데 반해, 입양가정이나 재혼가정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의 경우 그 일을 적극적으로 문제 삼고 이슈화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고 한다.
비혼여성, 워킹맘, 싱글맘, 입양모… 여러가지 사회적 편견들과 안전망 정책들을 돌아볼 수 있는 추천할 만한 좋은 책이다. 진정성 있는 글도 정갈하고!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