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오랑의 강연에서 이 책의 저자 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연을 듣고 이책을 봤는데 책린이인 내가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이책을 관통하는 것은 고객과 사람이다. 메뉴/식당 분위기/맛 모두 중요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 중 으뜸은 사람과 통하는 마음이였다. 여러가지 음식을 주문하면 간이 약한것 부터 내어 드리고 꼬마 손님이 있다면 아이 음식부터 내는 저자. 이러한 작은 디테일을 챙기는 마음은 어디서 부터 나온 것일까.
그저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하셨다.
그중 제일은 '오시는 손님에게 집중하는 것'.
한분한분 집중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전해지는 것.
하지만, 저자가 보인 배려를 자신의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고 '선'을 넘어 오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우리를 존중해줄 때 이 사업을 유지 할 수 있고, 내가 손님에게 무례하거나 경솔하게 행동한게 아니라면 안좋은 소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최대한 정중하게 모시고 최선을 다하면 된다. 실수했을 때는 경청하고 반성하면 된다.'
저자의 철학이 나의 생각과 통하는 것 같다. 나는 표현에 서툴어서 종종 오해를 일으키곤 했다. 부가 설명을 잘 해줘야하는데 상대방이 알고 있다고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쁜 습관 이었다.
'표현은 정확하고 자세히 하는게 좋다. 서로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책에는 식당 운영의 팁도 존재한다.
1. 재료는 최소한만 준비 / 2. 구석구석 청소 / 3. 책을 읽자 / 4. 생각을 전환 / 5. 메뉴 개발
저자의 생각과 말과 행동 롤모델로 삼고 싶다.
운영 마인드 / 접객 / 경영철학 / 손님을 대하는 정말 따뜻한 마음.
사람이 사람으로 머물다 가는 레스토랑
밀라노기사식당의 존재의 이유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 동한다.
밀라노기사식당의 박정우 작가님에게는 그것이 ‘빈 그릇’이었으리라.
나도 혼자 살 때는 몰랐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의 요리를 밥 한 톨,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맛있게 싹싹 먹고 빈 그릇으로 돌려주는 신랑을 보니 작가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분명 빈 것을 보았는데 내 마음은 가득 찬 느낌.
손님을 기억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 습관이 되고 취미가 되었다고 하는 작가님. 사진 속 피사체에 담긴 사장님의 마음이 전달이 된 것인지 점점 사진에 담긴 의미를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한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 희망의 봄을 맞이하고 지치는 여름을 지나 다시 뛰는 가을로. 밀라노기사식당의 사계절은 특이하게도 혹독한 겨울부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요식업계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모두가 함께 어려웠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나도 백신미접종자로서 코로나19때 제약이 참 많았다. 한창 심할 때는 신랑과 둘이 식당에 들어가서 각자 모르는 사람인 척 다른 테이블에서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함보다도 나를 더 슬프게 한 것은 내가 자주가던 음식점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을 때다.
밀라노기사식당은 다행히 혹독한 겨울을 견뎌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무엇이 냉혹한 겨울을 나게 한 것일까? 그 강인한 생명력의 원천은 바로 ‘사람’ 이었다.
이 책은 온통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손님과 교감하며 얻은 작가님의 감상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나는 이런 ‘사람냄새’나는 글이 참 좋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처럼 얼어버린 내 마음을 녹여주니 말이다.
한 주를 마감하며 후드 청소를 하는 것은 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작은 철학이다. 사실 후드 청소는 사소하게 여겨질지라도 절대 작지 않다. 누가 들어가서 보는 것도 아닌데 한 주를 마감하는 의식이 되어버린 후드 청소.
그 뿐만이 아니다. 손님이 늘어나자 주6일 운영에서 5일로 줄이고 이 마저도 예약제로 바꾸는 모습. 순전히 손님을 매출의 대상이 아닌 존중해야 할 사람으로 바라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저의 머리는 믿지 못합니다. 다만, 저의 노력은 믿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과정에서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 할 뿐입니다. 그저 그걸로 족합니다. 54
머리가 아닌 노력을 믿으며 결과가 좋기를 바라지 않고 그저 부족함이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고가 아닌 최선을 추구하는 모습이 공감이 되었다. 은평구 증산대로 115. 작가님께서도 고백하셨듯 작디 작은 이면도로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다. 홍보는 따로 하지 않는다. 오직 '사람'의 힘으로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것이다.
삼촌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방송에서 그러더라. “우리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뛰는 선수”라고 말이야. 다른 사람을 앞서려고 하지지 말고, 너만의 결승선을 향해서 너의 호흡대로 뛰었으면 한다. 언제나 밝고 씩씩하게_29
천천히 탄탄하게 정도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는 저자. 언제까지나 그만의 결승선을 향해 자신만의 호흡대로 뛰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