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이라는 부제가 『내밀 예찬』이라는 제목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내향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와 비슷해 보이는 성향의 작가님이 쓴 이야기라 궁금했던 것이다.
지금은 한풀 꺾인것 같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서로에게 MBTI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나는 아직 해보질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향인일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난 2년여간의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나는 불편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은둔형은 아니니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내향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비대면이 좋았던것 같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들었던 사람들 있을 것이다. 은근히 혼자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리고 그 시기를 지나면서 그런 문화는 지속되어 왔고 그런 상황에 있었던 작가님의 이야기는 개인적인 시간, 개인적인 공간의 확보에 대해 이야기하며 완전히 고립된 상황을 좋아하는게 아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책을 통해 보여준다.
작가님은 내향인들의 특징을 곳곳에서 말하며 내향인이 어떻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지를 들려주는데 이는 단순히 무리에서 도태되는 경우도 아닌 자발적인 분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심심하지 않으냐, 외롭지 않으냐 등의 물음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향인은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설령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내향인이 추구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혼자 있지만 그 시간은 어떻게 보면 재충전이자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삼기도 하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자신 이외의 사람과 연결점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실히 은둔형과는 다르다. 소심함과 내밀함은 다르며 은둔형과 내밀함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내밀 예찬』은 내밀함의 비밀스러운 특징을 시작으로 외부와의 관계성, 나아가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 본 외부 세계의 모습 또한 작가님은 담아내기 때문에 단순히 타인과의 관계 단절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다양성을 한 모습으로서 취향 존중이 아닌 성향 존중을 바라는 이야기일것도 같아 더욱 공감갔던 이야기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인간을 유형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MBTI를 물으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내향적이라고 해서 100% 내향적이기만 하고, 외향적이라고 100% 외향적이기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른 특징들도 그러할 것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상대에 따라 조금 다른 특성을 드러낼 수도 있다. 어쩌면 타인을 유형화하려는 것은 타인을 단순화하고, 그를 깊게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발현인지도 모르겠다.
활달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이 사회생활에도 좋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서 내향인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그들의 특성을 사회생활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향인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많고, 그들 역시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다. 지금이라도 그들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하지 않을까.
<내밀 예찬>은 내향인의 자기 고백이자 소소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지선은 잡지 에디터로 일했었고, 현재는 출판편집자로 일한다. ‘우리’라는 말이 한국처럼 강조되는 사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건 ‘함께’ 해야 하고, 빠지면 ‘배신자’가 된다. 코로나로 인해 회식이나 불필요한 만남이 줄어들면서 내향인들은 모처럼 숨이 트이는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처럼 인간들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상대의 허락 없이 그 선을 너무 맘대로 침범하며 살았다.
내향인이라면 <내밀 예찬>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며 읽을 것이고, 외향인이라면 이 책이 내향인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도무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주변의 내향인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코로나는 전대미문의 재앙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당연시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조건 잃기만 하는 경험은 없듯이 우리는 재앙을 통해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그것을 발판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 지난 3년,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많은 걸 시도하고 배웠다. 코로나가 끝나면 모든 것이 원래로 돌아갈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다 되돌리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리적 거리든, 심리적 거리든 사람들 사이의 적절한 거리가 앞으로도 잘 유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덮으며 앞으로 내향인들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각자가 자신의 특성대로 살 수 있고, 그 특성으로 인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바람직한 세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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