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 깊은 구절
- 감상
“이상한 날씨, 공평하지 않은 피해, 치솟는 물가와 사라지는 일자리”.
기후위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문제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직접적이고도 유해한가. (이제는 입에 올리기도 지겨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그동안 이를 묵인해온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경고장이 되었으며, 유례없는 상황에 지구는 흔들렸다.
그래도 세계의 시스템과 우리를 둘러싼 생산?소비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 삼을 수 있다. 지금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ESG경영을 고려 또는 실천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인식도 개선되어 선별적으로 상품을 구매, 소비하고 있다. 인상 깊은 구절에도 담았듯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와 개인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때문에 해당 변화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목표치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이보다는 더 적극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모두가 깨어 있길 바라며 기후위기에 관한 나의 가치관을 다지고 싶은 분들께 이번 책을 추천드린다.
*본 리뷰는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6기로 도서를 제공받은 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기후위기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여줬었다. 우리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더 이상 우리가 살 지구를 파괴하지 말아달라’며 앳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영상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 방관하고 있었다는 죄책감이었다.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강연을 듣고, 책을 찾아 읽었다. 이 정도면 나름 기후 위기를 깊이 인지하고 있다고 자만할 만큼. 결국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자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발하였고, 알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었으므로.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7명의 저자가 각각 인권, 식량, 건강, 교육, 노동, 주거 등의 분야에 기후위기가 미칠 ‘아주 구체적인 위협’을 명시한 책이다. 각 챕터는 짧은 창작 에피소드와 함께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정확한 수치와 도표, 보고서 등과 함께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되며, 기후위기의 위협과 맞닥뜨린 실제 사례들은 코앞까지 다가온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육류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애용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정의正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후 위기와 여성인권, 부동산, 정치, 전쟁, 바이러스,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기후 위기는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향한 위협이므로 그 피해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음에도, 나의 기후위기는 아주 편협하고 단편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팟캐스트에서 한 환경운동가분이 ‘기후위기란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북극의 북극곰을 겨냥하던 위협의 화살은 이제 정확히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 인간은 자만과 망각의 동물이므로 이 심각한 위협을 자주 인지하고 각성해야 한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내가 보았던 영상 속 어린 학생의 구호가 되길 바란다.
- 선진국들은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되고 나서야 '기후위기는 21세기 인류가 맞이한 최대 위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27쪽)
- 우리는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10명 중 한 명으로서, 마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기후정의'다.(30쪽)
-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이나 현재 배출량 등 어떤 데이터를 봐도 기후위기에 책임은 선진국에 있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개발도상국들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32쪽)
- 기후정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성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여성을 자연과 같이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여성의 의견이나 피해를 무시하기 일쑤인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40쪽)
- 다시 말해, 지금 당장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평균기온은 100년 정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45쪽)
- 그 과정에서 철도가 자동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나 교통약자들의 행복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49쪽)
- 기후위기를 촉발시킨 현 세대는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며, 미래를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과제를 부여 받은 청년들은 '대견한' 존재가 아니라 동료이자 기후위기를 함께 막아내야 하는 동맹군이다.(169쪽)
_폭우가 일 자체를 멈추게 하는 것으로 B씨의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면, 폭염은 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으로 노동환경을 어렵게 한다. 현장에서 일을 할 때 B씨 몸에 붙어 있는 장비의 무게는 7킬로그램이 넘는다._p120
환경오염에 대한 도서들을 꾸준히 접해오고 있는데, 빙하가 다 녹기전에 바로 내가 사는 도시의 반지하침수가 먼저 온다는 내용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는 도서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획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7명의 저자가 각자의 분야를 바탕으로 기후위기 시대를 다뤄놓았다. 이 책은,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기후변화가 일상적 삶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총 7회에 거쳐 온라인으로 진행된 ‘유네스코 기후변화 수요토크’ 행사를 기반으로 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생태적 전환이라고 한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어떻게 현명하고 공존가능하게 만들어 가야하는 지를 설득력 있게 말해주고 있었다.
인권문제 측면에서 본 기후위기, 식량위기, 노동문제 측면, 교육관점에서 보는 기후위기, 건강과 주거측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기후위기에 따른 기후시민의 역할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후위기와 노동, 기후위기와 건강, 주거 파트가 기억에 남는다. 왜냐하면 이전에는 자세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대응으로 없어지는 일자리, 그래서 할 일을 잃은 노동자들, 기후변화로 악화된 노동환경은 당장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피상적인 대책으로는 구제가 어려운 사항들이다. 이런 문제는 한편 정의실현과도 연결되는 바여서 구체적인 일자지 대책이 꼭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되었다.
그리고 보건전문가가 다룬 기후변화에 따른 다양한 건강문제의 발생 내용은 보통 단편적으로 생각되고 있었던 조각들을 하나로 통합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피해들은 절대 공평하지 않으며 사회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빠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건강문제와 유의미하게 관계성을 가지고 다뤄볼 수 있는 기후위기와 주거문제, 또한 무척 인상 깊었는데, 여기에 예시로 들고 있는 ‘권역 내에서는 콤팩트’한 다핵 국토 형성에 성공한 네덜란드나 독일이 무척 부러웠다. 무조건 서울권내에만 있어야 한다는 패러다임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시스템이 형성될 수 있을까 싶지만, 앞으로 지향해야하는 방향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집을 짓는다면, 꼭 패시브 하우스와 액티스 하우스를 합친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정리를 하자면, 그동안 다소 피상적으로 생각되어왔던 기후문제의 구체적인 영향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현재 진행중이고 남 일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한국인 저자들의 한국 실정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여서 무척 실효성 있어 보인다.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모두의 생존을 위해 필연적이며 그만큼 올바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도 무척 도움이 되는 도서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_기후위기로 고향을 떠나는 난민이 발생하고, 동해 앞바다의 수온이 오르고, 제주도 바다에는 열대 어류가 서식하고 있다. 이미 기후위기는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상처를 내고 있다.
그런데 북극곰이라니. 물론 삽화 자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온통 북극곰뿐인 교과서의 삽화는 1993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우리 기후변화 교육 수준을, 잃어버린 우리의 30년을 말해주는 것이다._p163
_..2050년 우리가 성공적으로 1.5도 미만의 온도를 유지한다는 엄청난 가정을 한번 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떠나보낸 후일 것이다._p191
_기후변화는 후손들에게 어쩌면 일어날지 모를 우연한 충격이 아니라, 오늘 살아 있는 나의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문제다. 국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길은 어렵고 불편할 수 있지만, 우리가 건강한 삶이라는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_p232
_철도가 도심과 도심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교외와 교외를 연결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지금의 방식이라도 앞으로는 피해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나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발전에 발맞춰 일상 이동, 통근, 업무상 이동의 위계나 순서에 따라 버스, 전철, 철도 등을 배치하는 것이 ‘스마트한 다핵화’ 다._ p265
동아시아 출판사 서포터즈 6기 여섯 번째 선정도서 ??
책 소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기획하고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집필하였고 기후위기 시대의 달라진 일상과
앞으로 달라질 일상에 대한 경고와 우려를 담았다.
이 책을 만나기까지
서포터즈 책으로 다른 책과 '아주 구체적인 위협' 중 한 권을
선택해야 했는데 이 책이 말하는 주제가 평소 궁금하고
개인적으로 고민하던 주제라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책에 담긴 내용과 책을 읽은 소감
이 책은 '기후정의', '기후위기와 식량', '기후위기와 노동', '기후위기와 교육', '기후위기와 건강', '기후위기와 주거' 그리고 '기후위기와 기후시민의 역할'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각 국의 현 상황과 우리 나라의 기후위기 현황을 수치와 표로 나와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현재 우리가 어떠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나에게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마음 한켠이 뜨끔해지는 일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할 지 대충 짐작은 하면서도 한 두번 기후위기와 기후정의를 위한 행동을 외면하곤 했다. 너무 많은 것을 신경쓰며 살기 귀찮고 버겁다는 것을 핑계 삼기도 했고, '나 정도면 노력하는거지.'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지난 번 선정 도서였던 '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이 떠올랐다. 기후 위기가 결국엔 식량 생산에 타격을 입혔고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게 된 사람들. SF 소설이 머지 않아 지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오싹한 현실감을 주었다. 이기적인 목적이어도 좋다. 삶의 터전을 지키고 굶어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변화해야한다. 육식을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리는 사람이 한 두명씩 늘어난다면 최소한 우리는 지금의 삶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서평은 동아시아 서포터즈 활동을 목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자가 솔직하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