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물어보기 전에 누군가 먼저 말해줬으면 좋겠다. 거짓말이라고 좋으니까 넌 참 잘하고 있다고. 지금처럼만 계속해. 그러면 된다고. (p.23)
1.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말기.
2. 조급해하지 말고 한 번 더 숨 고르기.
3. 초심을 잃지 말기.
4. 주어진 상황에 늘 감사하기. (p.90)
화려하고 경이로운 순간을 기록하고, 내내 곱씹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사실 나는 필름 카메라 하나만 들고 골목길을 걸을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해진다. 매번 같은 지붕, 같은 골목길이라도 그 순간이 좋다. 온전한 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겐 어느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니까. 누군가는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느린 리듬의 고요함이 값지다. 카메라에 일상을 담겠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나의 지구력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며 아주 오래 걷고 싶다. (p.131)
여행이 필요한 사람에겐 여행을, 일상이 필요한 사람에겐 일상을, 제주에서 보내는 하루하루, 엄지사진관이 기록한 일상의 순간들. 책을 덮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부럽다. 그리고 이어서 고맙다는 마음이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빠르게 흘려보내는 일상 속에서 느껴보는 잠시 잠깐의 여유랄까.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게 설레고 즐겁고 또 어떨 때는 쓰라리기도 했으며 흥분이 되기도 했다. 나랑은 다른 상황에 놓인 일상에 ‘제주도는 이런 곳이었구나, 이런 곳도 있었구나.’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은 제주. 한껏 부러워하고 신기해하고 그렇게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어울려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며 하나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이르렀다. 실제 그곳에 있었을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일상의 순간들. 그래서 더 아쉬웠고 그리웠다. 그리고 기다려졌다. 내 마음대로, 내 방식대로, 내 속도대로. 앞으로 내가 보게 될 제주의 모습들이.
제주의 일상의 담다
『 제주는 잘 있습니다 』
『 제주는 잘 있습니다 』는 엄지 사진관이 기록한 제주의 일상을 담은 사진이 아름다운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따뜻함을 가득 품은 제주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골목 어귀, 구석구석 제주의 일상들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들은 사진 자체의 편안함이 묻어난다.
『 제주는 잘 있습니다 』 여행객이 아닌 제주도민으로서의 제주 살이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여행객으로 바라본 제주와 일상인 제주 살이의 그 어디쯤 존재하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제주의 삶을 동경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제주는 나에겐 타지 생활이었다.
'제주'이기 이전에 낯선 곳이었으므로 나는 자주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곳에서
조금 더 낯설게 행복해지기로 했다.
이 섬에서 오늘도 빈틈없이 행복하길.
모든 시절이 호시절이길.
본문 7쪽
『 제주는 잘 있습니다 』는 여행지에서의 뜻하지 않은 모습과 일상에서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다.
여행으로서의 제주와 일상으로서의 제주는 분명히 다르다.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제주.
엄지사진관이 제주에서의 낯선 행복 찾기가 시작된다.
실패는 내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나가게 했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삶은 그렇게 양면적이다.
저자는 제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자주 바닥을 쳤고, 제주의 기회에 대한 기대는 처절한 실패로 무너져 전과는 다른 제주살이를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지난 일들에 집착하지 않고 지난 사람들을 미워하며 그 순간에 갇히지 않기로 한다.
저자의 긍정 마인드가 부러웠다.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이 될 때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라면 진즉 포기하고 육지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결단과 지구력을 응원한다.
어쩌면 제주는 삶이 이어지는 곳이라기보다 낭만이 깃든 여행지로서 사람들의 마음에 많이 남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에 본격적으로 살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은 '이사'라는 단어보다 '입도'라는 말을 쓰게 되는 것이 아닐까.
비행기를 타야 오갈 수 있는 그 섬이 주는 섬만의 정서가 있으니까.
"제주 살아서 좋겠네."
제주 살아서 좋겠다는 말에 어떤 불순한 마음도 없이 "응, 좋아"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 여전히 적응이 필요하고 내 삶을 자리 잡아야 하고 나로서 온전히 설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젠 제주가 나의 집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타지에서 고생이 많다"라는 말이 간절히 듣고 싶어지기도 한다.
본문 53쪽
삶의 방식을 전환시키는 데는 시간과 마음의 변화가 요구된다.
저자가 제주에서의 삶을 적응하기까지 힘들고 아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는 저자가 대견하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저자에게 토닥토닥 두드려 주고 싶다.
『 제주는 잘 있습니다 』에서 저자는 제주 한 달 살기를 추천한다.
며칠 잠깐 머물다 떠나기에 제주는 크고 좋은 곳으로 넘쳐나가기 때문이다.
제주에는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으며 먹을 것도 많다.
저자는 1주에서 4주 차까지 제주 한 달 살이 계획, 제주에서 맛보아야 할 향토 음식, 예쁜 카페, 오름 등을 추천한다.
저자가 찍은 일상생활 속 골목골목, 마을 모습, 자연 경관들
한 컷 한 컷
사진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곳을 진정 즐기고 있는 저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다음 제주도행에서는 엄지사진관이 추천해 준 곳을 다녀오고 싶다.
저자는 섬 생활이 더 바쁘다고 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것이 없는 섬이기에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연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저자의 사진들은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평온한 일상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번잡한 관광지가 아닌 그녀가 추천해 주는 일상 속 제주의 모습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4계절의 매력을 오롯이 담고자 했다.
위로와 위안이 되는 공간.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제주에 닿는다.
본문 69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나는 제주에 살고있다.
그래서인지 처음 제주에 입도했을 때의 설렘, 그리고 관광객들은 잘 모르는 제주의 불편함, 하지만 그래도 항상 느껴지는 제주의 정취들은 자주 깨닫지만 무언가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근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아, 나도 그랬었지" 와 같은 동질감이 드는 글이 새삼 나의 첫 제주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해서 나로써는 의미가 좀 달랐던 '제주는 잘 있습니다'
뭔가 작가님을 언젠가 만날 일이 있다면 공감하는 얘기로만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정작 제주에 있다보면 정말 맛집, 관광지 수많은 질문을 지인들에게 받지만......음........나는 제주에 놀러온 사람이 아니니까 오히려 놀러 더 못간다. 안가는게 맞는건가ㅋㅋㅋㅋㅋ맛집? 그런거 없다. 그냥 서브웨이와 배달에 의존하는 삶이랄까 역시 내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제주에 사는 내가 행복해보이고, 작가님이 제시해주신 장소들을 찾아가고픈 마음이 생겼다. 시험끝나면 꼭 가봐야겠다.
도피로 시작된 생활자의 삶
비록 바가지 요금으로 ‘물가가 비싼 여행지1)’라는 오명(汚名)이 있다지만, 제주 여행은 외국어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고, 손쉽게 일상에서 벗어나 ‘낯섦’을 즐길 수 있는 ‘해외’여행이다.
그런데 제주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에서 살아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원생활의 낭만을 기대하며 귀농한 이들이 겪는 것처럼 이상과 현실의 갭을 처절하게 실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토박이가 귀향하는 것이면 한결 낫다. 하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곳으로 귀향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도 여행지가 일상의 장소, 삶의 장소로 바뀌게 되었을 때의 묘한 아쉬움을 얘기하며, 여행지 제주에서의 삶을 포기했던 기억을 얘기했다.
나는 제주에서 살고 싶었던 옛날에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한 달을 지내본 적이 있었다. 바로 그 때 도민이 되겠다는 마음을 접었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이고 포근하기만 했던 여행지가 일상의 장소가 되어버리니 묘하게 아쉬운 구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제주를 힘들 때나 혼자 떠나고 싶어질 때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만 남겨두었다. [pp. 22~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제주에서의 생활을 선택했다.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제주에서의 삶이 시작된 계기를 도피라고 얘기하고 있다.
직업을 포기하기로 했을 때 무턱대고 여행을 떠났다. 비행기는 타고 싶었지만 별 어려운 과정이나 로밍 없이도 핸드폰이 수월하게 터지는 곳. 그래서 제주를 택했다.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도피에 가까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당당히 꿈이라고 말해왔던 나의 ‘꿈’을 지키지 못했다는 절망감이 나를 제주로 이끌었다.
친구의 위로 문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순간,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에 나는 제주에 있었다. [p. 17]
그뿐이었을까?
사실 제주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자주 바닥을 쳤다. 더 잘살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왜 이런 꼴인가. 다니던 광고회사의 선배들이 그건 아니라고 뜯어말릴 때도 오히려 괜찮을 거라고 그들을 안심시키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후회는 나를 갉아먹기만 하므로, 그럴수록 이 악물로 잘 해내야만 했다. [p. 33]
어디에 있는지 보다 어떻게 있는지가 중요하다
어디에 있는지에 얽매이는 것은 낡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것과 비슷하다. 변화하는 것을 변하지 않는 것에 엮으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서 저자도
필름 사진은 잔인하지
한 롤을 쓰는 데 한두 달이 꼬박 걸리는데
막상 그 기다림을 거쳐 현상 스캔을 할 땐
당시 좋았던 순간이 좋지 않은 순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따스했던 관계의 온기가 달라지기도 하지[p. 41]
라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자. 같은 제주라는 장소에서의 삶이라도 월급쟁이로서의 삶과 프리랜서의 삶은 다르다. 그래서 어지간한 회사라면 퇴사하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만류하기 일수다. 잘 알다시피 준비 안된 프리랜서의 삶은 고달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퇴사를 조금 어이없는 이유로 선택했다.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돈 문제를 나도 모르게 뒤로만 미루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던 낭만적인 사고는 20대 때나 통했다. 당장 먹고 사는 게 문제인데 낭만이 다 무슨 소용인가. 똑 부러지게 돈을 관리했어야 했는데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회피했다. 그 회피는 제주살이에 실패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절망감과 쪽팔림에 퇴사를 결정했다. 일을 위해 제주로 왔는데 그 일이 나를 괴롭혔고 결국 끊어내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은 다 괜찮으니 다시 서울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돌아가면 후회할 거라는 확신이 내게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후회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한 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2년만 더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천천히 적었다. 따박따박 월급을 받던 월급쟁이가 프리랜서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따지고 보면 한 끗 차이인데 그 한 끗이 그렇게 겁났다. [pp. 26~28]
제주에서의 짧은 생각[斷想]
나는 줄곧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제주에 처음 입도해서 지내는 동안 내 기분은 자주 태도가 되었다. 전보다 더욱 예민해져 때로는 나조차 나의 예민함이 어려웠다. 제주와 서울의 시간은 상이하게 흘러간다. 천성이 부지런하다 못해 일하다 죽을 팔자인지 나는 느리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의 나태함을 견디지 못했다. 고요함에 적응하여 이제는 오후 7시 10분이면 집에 들어오는 일상을 보낸다. [p. 54]
“너 나한테 왜 백패킹 가자고 했어?”
“……”
“우리 집에 언제 가?”
“아직 아냐.”
“역시 캠핑은 나랑 안 맞아.”
이 지난한 캠핑과 백패킹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여전히 잘 쉴 줄 모른다는 것. 주말에도 꽉 채워 쉬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잘 쉬어야 그 에너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인데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캠핑의 쉬어감을 제대로 누리진 못했다. 잘 쉬는 법을 찾아 긴 터널을 걷고 있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 여전히 도전하고 있으니까. [pp. 120~121]
많은 한국인들이 그렇듯 저자도 쉬는 법, 느리게 사는 법을 모르고 살았다. 아니 위에 인용한 문장처럼 그런 것들을 나태하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삶의 태도는 각자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에 내가 뭐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가치관을 건드리는 것은 선(線)을 넘는 행위니까. 하지만 저자가 제주에서 프리랜서로, 사진을 업(業)으로 해서 살아가기 이전의 삶은 우리들 월급쟁이들의 일반적인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보듯 이 책을 읽게 되는가 보다.
매번 같은 지붕, 같은 골목길이라도 그 순간이 좋다. 온전한 순간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나에겐 어느 무엇보다 가치 있고 소중하니까. 누군가는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느린 리듬의 고요함이 값지다. 카메라에 일상을 담겠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나의 지구력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며 아주 오래 걷고 싶다. [p. 131]
적어도 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미흡함이 없는 전문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도 가끔은 나도 엇나가고 싶다. 당장 오늘 끝내야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지면 어떻게 될까 고민한다. 조금 더 애쓰고 조금 덜 여유롭거나, 조금 덜 애쓰고 조금 더 여유롭거나.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하며 살까. [p. 47]
왠지 이 부분에서 ‘제주 살이’에 적응한 듯한 저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제주의 관광명소나 사적지(史跡地)의 얘기는 없어도 “제주는 잘 있습니다”라는 제목에서 ‘잘 있습니다’에 방점이 찍힌 듯한 일상이 담긴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다른 책도 SNS를 활자로 옮긴 듯한, 소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였다.
나이가 들수록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마음 맞는 사람보다 맞지 않는 사람이 더 선명히 보이고, 나를 지키기 위해 사소한 부분에서도 까탈을 부리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혼자가 좋을지라도, 대체로 홀로 시간을 보내더라도 우리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친구나 사람의 소중함을 오롯이 혼자가 된 이후 제대로 깨달았다.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구나. 사람으로 버텨가는 것이구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나를 일으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마다의 위로를 건네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생긴다. [p. 161]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지위나 명성을 가질수록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이 유행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바쁘고 힘든 하루가 행복하다.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된다. 즐겁게 나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며 겸손함을 잃지 않기로 다짐한다. 손님 한 분 한 분을 어떻게 사진에 남길지, 그들만의 분위기를 담을지 고민하기로 한다. 지난 일들에 집착하고 지난 사람들을 미워하며 그 순간에 갇히지 않기로 한다. [p. 35]
*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상상출판’으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1) 2020년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행경비 만족도가 2019년에 비해 21% 하락했고, 제주 여행에서 불만족했던 점으로 비싼 물가를 대답한 비율이 54.9%에 달한다.
코로나로 조금 뜸해지긴 했지만 한 때 제주 한 달 살이와 제주로의 이주가 상당히 인기였던 때가 있었다. 가히 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제주로 향하면서, 그리고 유명 연예인들도 이주를 하거나 아니면 한 달 살이를 하면 이런 인기를 더욱 상승시키기도 했다.
육지가 아닌 섬이기에 불편한 점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만 최근에는 여러 시설도 많이 생기면서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인기있는건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한국이지만 이국적인 바다 풍경을 생각하면 여행보다는 조금 길에 체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그런 가운데 만나게 된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마치 내 마음을 보기라도 한듯 딱 일상과 여행 그 사이의 어느 지점에서 살고 있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던 것들을 포기하고 힘들었던 순간 떠나게 된 제주는 작가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포기하는 것도 때로는 시작하거나 계속하는 것만큼이나 용기가 필요하기에 어떻게 보면 새로운 출발을 위해, 또 한편으로는 위로를 위해 떠났고 거주하고 있는 제주에서의 이야기이기에 묘하게 눈길을 끌었던것 같다.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이야기는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데 여행자가 아니라 진짜 제주 살이의 생활감이 묻어나는 내용들이 많아서 마냥 로망으로만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현실감을 부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풍문으로만 들었던 이야기들에 생활감과 현실감이 잔뜩 묻어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제주에서 살아볼까 싶은 생각을 해보는 사람들에겐 먼저 그 생각을 실행한 선배로서 귀한 생활 팁이 될 것이고 결정에 도움이 될 것도 같다.
여기에 이제는 거리두기, 인원 제한도 사라진 마당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해외까지는 힘들다면 제주만한 곳은 또 없을테니 이 책은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들어 줄 것 같이 멋진 제주의 풍경들을 가득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 참 좋다.
차마 서평에 모두 담지 못할 정도로 멋진 제주의 풍경들, 특히나 초원 뒤로 보이는 푸른 바다나 초원과 맞닿아 있는 파란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딴 세상 같이 느껴지며 이국적 분위기라 멋지다.
특유의 까만 돌담길도 괜히 있어 보이고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 세상도 멋지다. 게다가 웅장해 보이는 숲의 풍경은 마치 제주가 아닌 어딘 유럽의 숲 속을 보는 기분도 들게 한다.
이상과 현실, 여행과 일상 모두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나 한결같은 마음은 나도 가볼까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점. 작가님이 솔직한 이야기도 그에 한 몫 하겠지만 글과 함께 담아낸 사진이... 당장 가장 가까운 제주행 티켓을 예매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