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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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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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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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유니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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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라의 소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2.09.18 리뷰제목
아라, 라는 이름이라. 경쾌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질 듯하다. 아라는 여러 편의 단편에서 마치 연작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타난다. 때로는 소설가로, 스키 강사로도 나타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라의 이름에 집중하며 또 한 번 아라가 나타나려나 기다리기까지 한다. 어쩐지 아라는 정세랑 작가를 닮은 듯도 하다.   말을 잘하고 싶은 아라를 본다. 한빛의 밝은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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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라는 이름이라. 경쾌하면서도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질 듯하다. 아라는 여러 편의 단편에서 마치 연작 소설의 주인공처럼 나타난다. 때로는 소설가로, 스키 강사로도 나타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아라의 이름에 집중하며 또 한 번 아라가 나타나려나 기다리기까지 한다. 어쩐지 아라는 정세랑 작가를 닮은 듯도 하다.

 

말을 잘하고 싶은 아라를 본다. 한빛의 밝은 에너지가 부러운 아라는 그녀에게서 매력적인 스위치를 건네받는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들어온 저녁이면 허전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후회되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에너지를 빼앗긴 느낌이다. 또 하나 드는 생각은 타인의 말을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말하게 놔두지 않았다는 거다. 다음에 만나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쩐지 후회의 횟수가 늘어난다. 한빛이 아라에게 하는 말 중에 불안해서 말의 여백을 견디지 못한다는 말, 웃기려다가 무신경하지 않았나, 말을 너무 많이 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다. 우리는 가끔 타인의 생각을 엿보며 나의 마음 저편의 것을 인식한다. 때로는 동질감을 느껴 공감하는 것 같다.

 


 

 

둘째 아이를 낳고 잠시 직장을 쉬던 때였다.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 오며 친구들 하나 없이 육아에 치이던 때였다. 나보다 세 살 어린 옆집 사람과 친구로 지냈다. 육아 스트레스를 맥줏집에 가서 생맥주 한잔 하는 걸로 풀었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힘든 시간을 견디는 방법이 있다. 지나와 유경처럼 밤 열 시 이후에 드라이브하는 사람도 있겠고 나처럼 옆집 친구와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22, 기적의 취객 사파리를 읽는데 문득 오래전 일들이 떠올랐다. 직장 생활할 때보다 더 힘들었던 육아에 지쳤던 나를. 그때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까. 추억에 잠겼다.

 

아주 좋아했던 우산이 있었다. 노란색 바탕에 흰색 도트 무늬, 우산 살 아래쪽에는 흰색 프릴이 있어 비가 오기를 기다렸던 거 같다. 미니멀리즘과 친환경 제품 사용에 대한 내용은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하고 싶은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사랑 이야기를 써야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쉽다고 표현했던 게 생각났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소설은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비춘다. 마치 거울처럼 드러나는 우리의 민낯이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좋아해서 조바심 나는 마음으로 기다렸었다. 그게 현정의 일이었다. 기다리는 것. 다음 책을, 다다음 책을. 새로운 작가를 만나기 위해 모험하고 실패도 하면서.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매년 몇 권이나 더 읽을 수 있을까 계산해가며. (205페이지, 현정중에서)

 


 

 

단편 현정을 읽다가 드는 생각이다. 만약 지진으로 서점에 갇혔다면, 휴대전화 신호는 잡히지 않고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고 있다면,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도 서가 밑에 떨어진 책들을 주워 읽고 있을까. 현실과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책 읽는 것밖에 없을 때 우리는 현정처럼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갇힌 현실을 잊으려 책을 찾을 것이고, 읽고 싶었던 책이 보이면 그 시간을 견딜 수도 있지 않을까.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 독서를 함으로써 기다릴 수 있었다.

 

책이 주는 힘,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표현한 글이었다.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아라의 다양한 모습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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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라의 소설 평점10점 | t********l | 2022.10.20 리뷰제목
한동안 이렇다하게 재미있던 책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나온 정세랑 작가님의 신작 <아라의 소설>.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메모해두어, 오늘은 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밤, 최초의 미사일을 따라 솟아오른 다른 미사일들처럼 고발과 폭로가 사방에서 이어졌다. (p. 68)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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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렇다하게 재미있던 책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나온 정세랑 작가님의 신작 <아라의 소설>.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메모해두어, 오늘은 이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그리고 그 밤, 최초의 미사일을 따라 솟아오른 다른 미사일들처럼 고발과 폭로가 사방에서 이어졌다.

(p. 68)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p. 69)

<M>

'최악을 상상하고 쓴 이야기가 현실을 닮아버리는 일'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최초의 미사일을 따라 솟아오른 다른 미사일들이라는 표현이 마치 미투 운동이 처음 시작되던 시기에 연이어 드러나던 고발과 폭로들을 연상하게 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과 소설이었다.

 


실험실을 나설 때 이집트에서 온 교환학생에게 내 소중한 한 평 반짜리 수수밭을 부탁했다(며칠 지나자 내가 계속 지켜볼 때보다 오히려 때깔이 나았다. 역시 문명의 발상지에서 온 이집트인의 농사 실력이 한층 나은 건지도 몰랐다). 10년 후에 다가올 식량난보다 당장의 이별이 더 아픈 문제였다.
(p. 82)

나는 교양있거나 감각있는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책임감만큼은 확실한데, 여자친구는 왜 이런 자질을 몰라봐주었을까 섭섭할 정도였다
(p. 92)

휴, 나란 남자, 어떻게 귀신까지 실망시킨 걸까.

(p. 95)

어느 날, 그 애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올랐고,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가서 그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월계수가 가득한 방에서. 브론즈 폐가 빛나는 방에서. 비록 우리가 쓰는 언어가 다르다 하더라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제대로 봐왔다고, 언제나까지나 제대로 봐줄 거라고.
(p. 104-105)

<즐거운 수컷의 즐거운 미술관> 

아, 정말 재밌게 읽은 단편이었다.

귀신과 미술관, 과학자와 예술가라는 조합도 귀여웠고 분위기가 보건교사 안은영을 연상케 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마음을 표현한 글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말풍선을 공지사항처럼 머리 옆에 띄우고 싶었다. 실은 이러이러한 사정이 있고 미안합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럴 수 없기에 세상은 오해로 가득했다.

(p. 138-139)

“저는 사실 불안해서 말의 여백을 못 견디는 거예요. 사람들이 말을 하지 않고 어색한 시간이 이어지면 초조해하고 못 견디는 이상한 강박이 있어요. 그래서 집에 가면 늘 후회해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혹 웃기려다가 무신경하진 않았나, 다른 사람이 말 할 차례를 빼앗진 않았나.”
“안 그래요.”
“언니는 진짜 중요한 말만 적절하게 하잖아요. 물론 그게 면접에서 유리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몇 겹의 필터를 우아하게 빠져나오는 말들 쪽이 좋아요. 전 전혀 못하겠지만.”
(p. 143-144)

 <스위치>

많이 공감하며 읽었던 글이다.

스스로를 광대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 할 만큼 남들과 대화하다보면 공백을 못 견디고 상대를 웃기게 해야겠다는 강박을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곤 하는데, 이 글을 읽으며 약간의 위로를 받았다.

 


“망하는 이유는 천만 가지인 것 같아요. 망하지 않은 문명들의 공통점이라면 알 것 같지만요.”
“뭔데요?”
보조 채집가가 드디어 경험자의 지혜를 한 조각 얻는 건가 싶어 기뻐하며 다가섰다.
“운과…… 우주를 견딜 수 있는 몸.”
“아.”
(p. 153-154)

“고작 두 다리로 걸었다니, 얼마나 척추에 안 좋았겠어요?”
“더 일찍 망하지 않은 게 놀랍네요.”
(p. 161)

 <채집 기간>

눈썹이 너무 신경쓰인다.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

너무 귀여운 소설이었다. 이 책에서 두 번째로 좋았던 소설.

읽으며 내내 제주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식초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블러디메리도 썩 좋아하지 않는데도 제주 감귤 식초로 블러디 메리를 해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매력이 이런걸까. 

 


두 권 다 거의 달았다. 단 맛이 났다. 좋은 책에서는 단맛이 난다고 현정은 평소에 생각했었다.

(p. 204-205)

로알드 달의 책은 <마틸다>였다. 다시 읽어도 재미있었다. 책의 말미에 로알드 달이 자주 했던 말이 적혀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절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것 중 최고의 자질이다. 용기나, 관대함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더.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p. 207)

어떻게 봐도 알라딘 중고서점 합정점을 무너뜨렸는데, 알라딘 쪽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 다행이었다.

(p. 211)

<현정>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소설.

합정의 지하 서점이래서 교보문고 합정점인 줄 알았는데 후기를 읽어보니 알라딘 청탁이었다.

내가 지진이 나서 서점 서가 아래 혼자 살아남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하게 되었다. 너무 무섭기도 하고…

나도 현정처럼 이렇게 마음껏 아무 방해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어쩌면 독서하기에는 무엇보다도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리게라도 꼭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또 인사드릴 때까지 기쁜 우연들만 만나시길 바랍니다.

2022년 8월 정세랑

역시 정세랑 작가님. 

십여년간 여기저기서 청탁받아 쓴 글들인데도 어느정도 분위기가 이어져있어 신기하기도 했다. 

솔직히 전시 청탁 작품들 같은 경우 완전 이해가 되지 않은 작품들도 더러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다 읽고 나니 좋은 소설을 읽었을 때의 충만함이 마음 가득한 기분이 들었다. 

요즈음 불안하고 힘들었던 마음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소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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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라의 소설 평점7점 | 이달의 사락 k*****3 | 2023.03.07 리뷰제목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지만, 단편이나 짧은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고민했었다.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장편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을 테지만 단편은 망설일 수밖에. 그래서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했다. 두 달 가까이 기다린 후 만난 정세랑 작가의 책. 술술 읽히고 내용도 좋다. 하지만 역시. 구매하지 않길 잘했구나.   대략 스무 편 정도의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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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를 좋아하지만, 단편이나 짧은 소설을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고민했었다.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장편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을 테지만 단편은 망설일 수밖에. 그래서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했다. 두 달 가까이 기다린 후 만난 정세랑 작가의 책. 술술 읽히고 내용도 좋다. 하지만 역시. 구매하지 않길 잘했구나.

 

대략 스무 편 정도의 단편. 기억에 남는 단편은 몇 개 없다. 그 중 하나는 ‘M’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짧은 소설. 어떤 자리에 올라서면 그게 힘이라고 느끼는 것일까? 성적인 희롱을 하면서도 그게 부끄럽지 않은 소설가. 그런 사람들은 어떤 곳이든 존재하는 것 같다. 들키면(?) 서로 합의하에 했다고 말하는 사람. 그들에게 합의는 어떤 의미인지. 인격과 실력. 그게 비례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내 힘으로 나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건 있어서는 안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짧은 소설을 만나면 마음 한구석이 허하다. 계속 반복되어 일어나니까.

 

그리고 하나. ‘스위치’. 스터디에서 말을 무척이나 유려하게 하고 유쾌한 팀원. 그 팀원을 부러워한 아라. 하지만 그 팀원은 아라가 말하는 것을 부러워했다는 사실.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부러운 사람이 있다는 것. 나도 젊을 때는 타인의 삶을, 타인이 가진 외적인 것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님에도 그들이 가진 능력과 재능이 부러웠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하는 시간에, 내 장점으로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했다. 부럽기 시작하면 내가 초라해지니까. 그래서 지금은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고, 다 가진 것 같은 사람도 고민이 있고, 그 고민으로 삶이 힘들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할 수 있지만, 부러움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는 말기.

 

일이 있어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책을 읽었다. 이런 단편이기에 가는 동안 힘들지 않았다. 무거운 느낌의 책이 아니라서,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역시. 이걸 샀다면 좀 아쉽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게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들은 아니었으니까. 다양한 내용의 단편을 만나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지만 확실히 나는 단편이랑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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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책 내용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평점4점 | i****x | 2022.08.26 리뷰제목
책은 읽기 전입니다.예약 구매를 해서 책을 받았는데 배송상태가 안 좋네요.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한 권만 구매해서 그런지 박스가 아니라 에어캡 봉투에 반은 구겨진 채로 왔네요.원래 책 상태에 민감해서 기분이 정말 안좋습니다. 그리고 출판사분들. 안그래도 엽편소설 특성상 내용이 짧은데 글자 크기 뭔가요. 페이지 수를 채우기 위해 글자 크기와 간격을 키운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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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기 전입니다.
예약 구매를 해서 책을 받았는데 배송상태가 안 좋네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한 권만 구매해서 그런지 박스가 아니라 에어캡 봉투에 반은 구겨진 채로 왔네요.
원래 책 상태에 민감해서 기분이 정말 안좋습니다.
그리고 출판사분들. 안그래도 엽편소설 특성상 내용이 짧은데 글자 크기 뭔가요. 페이지 수를 채우기 위해 글자 크기와 간격을 키운 느낌이네요. 작가님을 좋아해서 책을 구매했는데 이럴 거면 전자책으로 볼 걸 후회가 큽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eBook 구매 아라의 소설-정세랑 평점10점 | s*****m | 2022.11.14 리뷰제목
등이 아프다는 핑계로 주말 내내 누워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러니까 계획은 새로 산 자격증 교재를 펼치고 강의를 두어 개 듣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그런 계획이었다는. 비 오는 토요일은 온통 흐린 빛이어서 마음까지도 그 빛으로 물들었나 보다. 맥락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고 무심코 말을 던져 놓고 후회하는 월요일에서 금요일을 보내고 나는 참 한결같이 바보네,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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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아프다는 핑계로 주말 내내 누워 있었다. 원래 계획은. 그러니까 계획은 새로 산 자격증 교재를 펼치고 강의를 두어 개 듣고 책을 읽고 리뷰를 쓴다는, 그런 계획이었다는. 비 오는 토요일은 온통 흐린 빛이어서 마음까지도 그 빛으로 물들었나 보다. 맥락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하고 무심코 말을 던져 놓고 후회하는 월요일에서 금요일을 보내고 나는 참 한결같이 바보네, 바보야 자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업무 때문에 전화를 할 일도 받을 일도 많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말이 짧고 혼잣말로 위장해 타인을 향한 무례한 말을 하는 이들이 꽤 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전화가 울리면 그래서 마음이 작아진다. 검색창에 전화공, 까지 쳤는데 전화 공포증이 자동 완성으로 떠서 또 놀랐다. 다들 그렇게 공포와 불안을 견디며 살고 있구나. 

 

정세랑의 미니 픽션 『아라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몇몇만이라도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이를 나무라지도 않고 한 밤에 산책을 하며 취객을 관찰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르니 계속 가본다는 다짐을 하는 의뭉스럽지도 꼬이지도 않은 건강한 사람들이 단 몇이라도. 

 

지진 난 곳이 하필 서점이어서 구조대가 올 때까지 책을 읽으며 버티는 이가 있다. 정세랑의 소설을 관통하는 마음은 무한한 다정함과 한없이 너그러운 이해심이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 물어도 한숨 쉬지 않는 이가 『아라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팬데믹의 세계에서도 서로를 미워하기 보다 나의 잘못이 없나 먼저 살핀다. 짧은 소설을 모아 놓은 『아라의 소설』은 하루 종일 수화기 너머로 설명을 듣고 또 듣다 이해는커녕 오해만 하고 돌아온 나에게 먼저 손 내밀어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친절한 사람들이 소설의 세계에서는 이토록 가득하다. 내가 비굴할 정도로 웃음과 친절을 보이는 이유는 나 또한 그러한 웃음과 친절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지만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는 로알드 말을 기억하면서 겁먹지 말아야겠다. 상대의 친절을 바라지 않고 나의 친절함을 유지하면서 전화를 받고 거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주말에 『아라의 소설』을 겨우 읽었다. 월요일에 어깨가 덜 아프면 집에 가서 『아라의 소설』 리뷰를 써야지 했지만 젓가락으로 과자를 먹기만 했다. 소설은 아프고 힘든 현실의 이야기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괜찮다. 어차피 다 죽을 거니까. 죽음이 큰 슬픔과 고난으로 느껴지던 시절은 지났다. 죽는다고 하니까 죽었다. 방법이 없었다. 다음 세계에서는 다정함만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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