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가장 풍요롭고 용이한 토지 감상법200자 원고지 4만여 장, 20권 분량의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를 소설 속 공간을 기준으로 한 권으로 소개 정리한 책이다. 경상남도 평사리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따라 진주, 통영, 부산, 마산, 서울, 일본, 용정, 연해주까지 확장된다. 이를테면 『토지』를 10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읽는, ‘한 권으로 읽는 『토지』’의 공간 버전인 셈이다.이 책은 『토지』를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는 희미해진 소설 내용을 환기하는 역할을, 소설을 읽다 말았거나 드라마로만 아는 독자들에게는 방대한 소설의 얼개를 세우고 구체성을 부여하도록 도와줄 것이다. 특히 아직 『토지』를 읽지 않은 독자들은 이 책 한 권만 보면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할 수 있으니 무척 가성비 높은 독서가 될 터이다.등장인물들의 동선을 따라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으나,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소설을 읽지 않은 독자는 책 뒤쪽에 실은 ‘자료’부터 읽으면 좋다. 『토지』의 각 부 줄거리가 소상하고도 간결히 정리되어 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끌리는 독자는 각 장의 사진과 해설부터 읽어도 좋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문으로 미끄러지게 된다.본문 속 예문들만 따라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인용문들은 『토지』 외에도 박경리의 다른 소설과 에세이, 인터뷰 등에서 가려 뽑은 것들이다. 가타부타 게으른 독자는 뒤의 QR코드를 찍어 동영상을 보면 된다.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에서 촬영한 ‘토지 문학기행원주 하동 통영편’을 감상할 수 있다. ‘토지학회’에서 제작한 동영상은 2020년 하동군의 지원을 받아 하동 평사리를 중심으로 13개의 공간을 나누어 해설한 것이다.소설 『토지』를 읽었건 읽지 않았건, 매 페이지마다 서희와 길상, 용이와 홍이, 양현과 영광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풍요롭고 가성비 높은 독서를 약속한다. 더보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1 하동 평사리_소설의 시작과 끝《토지》는 왜 평사리에서 출발하는가?소설의 ‘끝’, 끝나지 않은 이야기2 지리산_반역과 생명의 공간지리산으로 가는 사람들반역과 저항의 공간화해와 생명의 공간3 간도와 용정_사잇섬, 굴러온 돌의 생존법도피처 혹은 해방구간도에서의 결정적인 세 장면4 진주_이동과 정주定住, 혹은 제2의 고향“철없는 아가씨들”, 박경리의 여고 시절서희가 진주로 간 까닭은?근대적 모빌리티의 공간5 통영_삶과 죽음, 재생의 뱃길나의 살던 고향은화물차 기사가 된 농부의 아들통영 나비장과 해저터널에서 생긴 일6 경성_말 많은 먹물들의 담론, 서사의 계기와 소문의 진상‘역사’와의 접속, 경성발京城發 이야기경성의 도시 경험과 식민지적 근대성7 부산_공간의 이중성,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연락連絡’의 도시, 모순의 공간“두고 보자”, 저항과 투쟁의 논리8 만주와 하얼빈_고토 회복의 의지, 동포에 대한 헌사獻辭왕년에 우리는, 재만在滿 동포에 대한 헌사영웅과 보통 사람들의 역사 이야기9 연해주_그곳에 우리가 있었다‘연해주’라는 심상지리心象地理초개草芥처럼, 노블리스 오블리주10 일본_선비와 농민, 무사武士와 상인지키지 못한 두 가지 약속《토지》 속 한·일 문화 비교론에필로그자료《토지》 각 부部 줄거리《토지》 문학기행 가이드참고문헌 더보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박경리는 1966년에 수필집《 Q씨에게》를 발표한다. 여기에 실린 〈창작의 주변〉이란 글에서 “이제부터 나는 써야 할 작품이 있다.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의 것을 모두 습작이라 한다. 그것을 쓰기 위해 아마도 나는 이삼 년을 더 기다려야 할까 보다.”라고 말한다. - 22쪽‘굳이’ 《토지》의 배경이 하동 평사리였던 이유는 지리산 때문이다. 작가 박경리에게 지리산은 심정적으로 ‘한恨과 저항’의 공간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도 지리산은 핍박 받는 민중들의 도피처이자 은신처였으며, 외세의 침략이 끊이지 않을 때 최후의 저항을 펼쳤던 곳이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리산이 생존과 투쟁의 기본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39쪽조병수는 길상의 관음탱화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꼽추로 태어나 받았던 온갖 서러움, 아버지 조준구의 죗값을 대신 치르고자 수도 없이 죽고자 하였던 그 고독함을 이 관음상의 외로운 형상에서 위로 받은 것이다. 한편, 길상의 관음탱화를 보고 감동을 받은 인물 중에 임명희의 등장은 의외이다. - 59쪽《토지》 5부에서 홍이의 딸 ‘상의’의 ES여고 시절 모습은 작가 박경리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 속에서 상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여고생들의 기숙사 생활, 교실 풍경, 일본인 교사와의 대립, 신사참배, 군사훈련, 근로봉사 등의 에피소드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 96쪽홍이가 첫사랑이었던 장이와 자신의 직장이기도 한 차고에서 관계를 맺는 장면이다. 《토지》에서는 보기 드문 아슬하고 격정적인 러브신이다. 60년대 박경리의 연애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장이는 이용의 연인 월선을 닮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그러고 보면 부자父子가 모두 비슷한 이미지의 사랑해선 안 될 여자를 사랑한 셈이다. 작가는 “~모른다”는 술어를 네 번이나 반복해 가면서 사랑의 감정을 증폭시키다가 결국 “치욕과 멸망의 결과”로 내동댕이친다. 현장을 잡힌 것이다. 요란한 소리의 정체는 바로 장이의 시고모와 사촌 시동생이었던 것이다. - 125쪽“참 참으로 긴 시간이었으며 길은 멀고도 멀었다.”는 것은 비단 양현의 느낌만이 아니라 여기까지 달려와 대단원의 막을 앞둔 작가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 서희를 감고 있던 쇠사슬 역시 작가 박경리의 것은 아니었을까? 1부에서 5부까지 모두 360개의 장章 중에 유일하게 느낌표가 붙어 있는 이 장의 제목은 “빛 속으로”이다. - 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