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또래의 아이들 우치, 자하, 비윤을 중심으로 신라의 신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비단 상인을 꿈꾸는 우치, 자유인이 되기를 꿈꾸는 신궁의 신녀 자하, 높은 관직에 오르기를 꿈꾸는 귀족자제 비윤, 세 아이를 통해 신라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엿볼 수 있다. 서두에 나온 잠제는 이야기를 몰입하게 하는 단초가 되면서 끝까지 동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신분이 다른 세 아이의 순진하면서도 옥신각신 다투는 사건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우치와 자하의 우정이 고비를 맞을 때는 자하와 비윤이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일었다. 비윤이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은 악의 징계라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살아나게 함으로써 작가는 휴머니즘을 선택한다.
누에가 뽕잎을 먹으며 누에 실을 뽑아내는 것은 마치 아이들의 성장통을 의미하여 서라벌 들판, 신궁 등의 배경에 잘 어우러지는 소재이다. 우치, 자하, 비윤 세 아이 역시 잠제 의식의 역경을 치른 후에 더욱 성장하기 때문이다. 마침내 황금 누에고치가 최고의 제물로 선정되는 것은 값비싼 것이나 반짝이는 것이 아닌, 돈으로 살 수 없고 오랫동안 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운 것이 최고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서역말이 있다는 것도 이 동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오늘-알야윰, 내일-거단, 동서남북-르꾼, 거르분, 자누분, 말룬 등이다. “뽕잎이 바닥에 후드득 흩어졌다. 누에들이 몸을 비틀고 있다. 몇 마리는 똥을 줄줄 싼다. 누에들이 몸부림을 치면서 입으로 노란 물을 뱉어냈다. 꼭 토하는 것처럼 보였다. 꾸욱꾸욱, 누에들이 꾹꾹 토,하는 소리가 소낙비 소리처럼 귀를 때렸다.”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생동감 있는 표현들이 이야기를 실감나게 하고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단아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에 이야기의 구성, 심도있는 주제 등 나무랄 데 없는 동화이다. 역사를 배울 수 있고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동화이다.
동화의 배경은 신라시대, 서라벌 누에여신을 섬기는 잠제를 위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축으로 담았다. 비단상인인 꿈인 우치와 신궁에 사는 신녀 자하, 또 항상 우치와 갈등의 지점인 귀족자제 비윤으로 시작된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우치는 나라에서 누에를 받아 키우게되는데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구하기가 쉽지않다. 그당시 평민에게도 누에가 하사되어 그들에게 생업을 이어가게 했던일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동화에는 이밖에는 서구 여러나라와 교역하는 장면이라던가, 처음 유리를 보고 묘사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또 누에를 통해 일어나는 신라시대 풍습이나 사건들이 조밀하게 얽혀있다. 입고 먹는 일이 귀했던 그때 비단옷에 대한 환상과 동경도 아울러 그려진다. 동화는 나라에 진상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치의 시선을 따라간다.
“비단실을 만들어 봐, 똥 싸면 똥벌레, 실을 만들면 비단벌레‘
이런 묘사도 참 아이들 마음을 잘 대변한다.
자하는 우치가 상인이 되어 서역까지 가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네가 원하면 그렇게 될수 있다고 말에는 엄청한 기운이 있다는 말로 우치에게 힘을 실어준다. 잠제가 시작되는 그때 사람인 자하가 제물로 올려지고 황금누에 고치를 진상하면서 우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대목, 또한 신분제도에 반기를 드는 자유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는 (황금 누에의 비밀)에서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읽혀졌다. 신라시대의 많은 풍습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누에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왔다.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그때의 시간을 재현해준 작가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와서 어린이들에게 우리 역사의 흥미로운 사건들을 많이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