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확한 정보, 가짜정보에 속지 않으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해요.
특히 우리 몸에 관한 정보라면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어요. 남성에 비해 여성의 몸으로 살아가는 일은 정신적 부담 개념과 더불어 생리적 부담이 추가된다고 해요. 남성의 생리적인 생애에서 주요한 사건은 딱 하나, 사춘기뿐이지만 여성은 생리적으로 훨씬 더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간다는 것.
여성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월경, 임신, 출산, 수유, 유산, 불규칙한 월경 주기, 완경(폐경)이라는 생리적 변화뿐 아니라 원치않는 임신, 자발적 임신 중단이나 불법 임신중절수술, 강간, 가정폭력, 성적 착취, 여기에 더해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크나큰 피해를 끼치는 일상적인 성차별적 학대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게 되므로 남자들은 절대로 모르는, 생리적 부담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어요. 저자는 25년 동안 의사로 일하며 여성들을 진료했고, 여성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웠으며, 여성의 입장에서 자기 결정권과 자유를 중심에 두고 여성의 건강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예요.
저자는 여성이 짊어진 생리적 부담의 무게를 더는 일은 모든 의사들의 근본적인 사명이라고 밝혔고, 이 책은 그런 사명을 다루고 있어요. 수많은 프랑스 의사들의 발언은 선입견, 편견, 금기,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책의 목적은 여성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던지는 합당한 질문에 충실하게 답하는 것이라고 해요. 따라서 이 책은 여성 당사자를 위한 거예요.
책의 구성은 여성의 생애 주기 순서대로 사춘기, 월경, 섹슈얼리티, 피임, 아이를 낳고 싶거나 낳고 싶지 않은 경우, 임신, 출산, 수유, 아이의 백신접종, 완경, 부인과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정신질환까지 145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되어 있어요. 여성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몸에 관한 올바른 정보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여성 건강 필독서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사명감인 것 같아요. 이상적인 의사라면 모든 이들을 차별 없이 공정하고 연대하는 태도로 돌봐주어야 한다면서 이상적인 의사와 이상적인 페미니스트는 서로 떼어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네요. 따라서 여성의 건강을 위한 행동은 곧 모든 이들의 안녕을 위한 행동이라는 거예요. 건강은 정부나 행정부처나 의사들에게 떠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므로 여성들 스스로도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네요. 올바른 정보를 선별하고, 전문가의 말에만 얽매이지 말고, 의사에게 진료받은 경험을 공유하며 건강에 관한 책을 읽는 모임을 만들어서 지식과 신념, 격려를 나누라는 거예요. 함께 더불어 건강을 지키는 일,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인간의 몸에 관한 것이라면
어리석거나 몰상식하거나 금기시해야 하는 질문은 없습니다.
합당한 질문이 있을 뿐입니다.
/
자신의 몸에 관해
의견을 가장 잘 낼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여러분 자신뿐입니다." (29p)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
마르탱 뱅클레르(지음)/ 교양인(펴냄)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아는 고등학교는 시험기간에 생리통으로 인해 결석일 경우 이전 성적의 100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주위 학교들은 대부분 80만 인정해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리 학교도 80을 인정하도록 며칠 전에 관련 법이 바뀌었다.
생리통? 글쎄 여성들도 저마다 다 달라서 뭐하고 하기 힘들지만 일단 생리 며칠 전 전조증상이 온다. 신경 날카로움, 허리 통증, 입맛 상실 혹은 과도한 식욕 등등 굳이 날짜가 아니라도 '아 그 날이 오는구나' 느낌으로 알 정도다. 물론 생리통을 하지 않는 여성도 있다. 한 달 중 적어도 일주일, 생리 전후까지 하면 거의 열흘을 이렇게 불편한 육체적, 심리적 상태로 완경이 올 때까지 살아간다. 요즘은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초경이 빨라서 더 걱정이다.
무시해도 되는 말 외면해도 되는 고통은 없습니다.
고통은 주관적인 현상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느낀다. 여성이지만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요즘이야 초경을 시작한 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마트에 생리대를 구입하러 온 아빠의 모습이 생경하지 않은 분위기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사뭇 달랐다. 월경 주기는 20세기 초 월경을 달의 주기에 끼워밪추려 했던 의사들이 독단적으로 지어낸 것, 28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고 하니 놀랍다. 신체를 평가하는 의사에 대해 단호해야 하며, 간혹 진료 중에 이것이 성희롱인지 아닌지 미묘한 발언(농담?) 하는 의사들이 있다. 물론 의사 본인은 아니라고 하고 의료 중 성희롱이라니 말도 안된다는 의료계의 입장이 있다.
한국은 2020년에서야 미성년자 의제강간죄의 피해자 기준 연령을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개정했다. 프랑스에서도 2021년 성교 동의 연령을 15세로 규정하는 법은 가결했다고 한다. p84
피임을 할 권리나 임신 중단을 선택할 권리와 마찬가지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적으로 폭력을 당하지 않고 돌봄을 받을 권리는 매 순간 싸워서 쟁취해야 한다 423
월경 중에 아픈 것은 당연한가요?
나에게 맞는 피임법은 어떻게 찾나요?
처음 성관계를 맺으면 피가 나야 정상인가요? 아니요!
사후 피임약을 연달아 먹으면 위험한가요?
남자아이의 유두도 커지고 아플 수 있나요?
책은 평소 궁금했으나 차마 물을 수 없었던(왜 물을 수 없었을까?)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무려 144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은 산부인과 고르는 법부터 시작해서 여성의 몸에 관한 궁금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어떤 내용인지 문장으로 일일이 소개하는 것보다는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책을 읽어보셔야 할 분들은 사춘기 자녀를 두신분, 이성교제를 하시는 분 혹은 부부, 완경에 가까운 분, 혹은 남성 여성 모두 나아가 어린 여성들도 몸이 불편하면 자연스럽게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루어져야 한다.
임신과 출산, 월경과 완경, 수유와 피임 이 모든 것이 무려 40년 동안 이루어지는 여성 몸의 변화이다. 당연히 몸의 결정권은 여성인 자신이 가져야 한다.
책을 덮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 순간이다
이렇게 여성의 몸에 관심을 가지고 또한 해박한 의사선생님이 남성분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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