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귀경잡록>
박해로 작가의 SF호러 연작소설의 키워드는 <귀경잡록>도참비서다. 정감록과 견주는 것은 별론으로 하자. 어차피 세계가 다르니까, ‘원린자’ 멀리서 지구를 찾아온 외계인, 마치 영화 MIB시리즈처럼, 그리고 최근에 나온 <기이현상청 사건일지>처럼,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외계인... 시공간을 초월한 절대자 육십오능음양군자, 그가 부리는 이계(異界-다른 세계)별천지의 원린자들이 호시탐탐 인간 세상을 노린다는 예언서, 뱀껍질의 선비 탁정암는 <귀경잡록>에서 조선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을 원린자라 했다. 육십오능음양군자 앞에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걸 깨닫게 된 반항적인 백성은 이 책을 혁명 반란의 기치로 삼았고, 탐욕에 눈먼 세력가들은 권력형 범죄를 숨기기 위해... 원린자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이번 소설집은 <귀경잡록> 관련으로 벌어진 일 중 하나인 <외눈고개비화>와 <우상숭배>의 이야기가 실렸다. 전작<화승총을 가진 사니이>에서 작가는 100개의 이야기를 싣겠다고 했는데, 이게 몇 번째 이야기일까?
외눈고개 비화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는 '선규'라는 고을 사또다. 40년 전에 헤어진 친구 '정겸'이 이상한 몰골로 그를 찾아와서 하는 말, 악귀가 들끓는 생지옥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는데 그곳에서 겪은 하루가 인간계의 40년과 같아서 이제야 그를 찾아왔노라는 것이다.
선규는 정겸에게 박고헌처럼 고을 사또가 됐다며, 만천하에 알려진 금서<귀경잡록>을 들먹인다. 6장에 쓰인 조선을 악귀로부터 구해 낸 인물 박고헌이라는 이를….
하루가 40년?, 하루 동안 외눈고개에서 머물렀건만 인간계의 시간은 이미 40년이 지났다니…. 블랙홀이 존재했던 것일까? 아니면 원린자들과 이계에서 온 무리의 공간은 지구 안이건만 시간이 다르게 흘렀던 것일까?
여기에 등장하는 사마귀형상을 한 원린자가 노예로 부리던 조그만 덩치, 배에 눈이 달린 괴물들은 마치 율리시스의 항해를 그린 호머의 서사시- 어느 날 율리시스와 그 부하들이 이마에 눈이 하나만 달리 키클롭스에게 붙잡히고, 새의 몸에 여성의 얼굴을 한 괴물 사이렌- 의 한 대목을 연상케 한다.
안동김씨 가문 출신으로 무과에 장원한 정겸의 아버지 김성탁은 규방문학으로 이름을 떨친 당시의 신여성 신부순과 사랑에 빠져 20년 이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당대 조선에서는 천상 ‘첩’의 신분을 벗어날 길 없던 봉건시대,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총명한 ‘정겸’은 과거도 볼 수 없는 서자라는 신분의 덫에 옭매여 천덕꾸러기로 사는데….
그에게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남겨준 유산은 꽤 큰 농장이 있었다. 어느 날 선규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인과 젊은 처자를 죽이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이들을 막다가 한 사람을 한 방에 때려죽이고 살인자가 된 정겸, 순흥 관아 옥사에 갇히게 되는데 이것이 그의 운명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 한편 같은 옥사에는 북방의 오랑캐와 싸우던 장수 안 지천이 들어와 있다. 그는 세상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싶어하던 차에 <귀경잡록>을 통해 원린자를 물리친 박고헌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한방에 사람을 녹여버리는 대포의 흔적을 좇다가 천신만고 끝에 그 원린자 중 하나가 인간의 탈을 쓴 마탁봉임을 알게 됐다. 그는 순흥 관아 옥사에 갇혀있었다. 그를 빼내기 위해 일부러 그도 옥사에 갇혔다. 이 옥사에서 정겸을 본 안 지천은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다며, 함께 감옥을 빠져나가자고...
원린자와 정겸을 데리고 파옥을 하여, 그 옛날 비행기가 있던 곳까지 대포를 찾으러 가는데….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게 펼쳐놓은 보호막, 눈가림 개를 걷어내고 들어간 곳이 바로 섭주현의 종자 고개이자 외눈 고개였는데…. 비천자(날개가 달리고 배에 눈이 하나 붙은 노란 벌레 형상을 한 괴물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먹을거리로 삼아 박쥐처럼 낮에는 자고, 밤에는 움직이는 번식력이 엄청난 괴물들이다) 안 지천의 동생 묘옥과 함께…. 탁본의 안내를 받아 바로 외눈의 비천자들이 숨어있는 고개, 결국 정겸만이 튕겨 나오고 보니 이미 40년 세월이….
선규는 친구 정겸이 하는 이야기를 정리하여 <외눈고개의 비화>라 궤짝이 넣고 단단히 잠가놓는다. 그리고 장졸들을 데리고 종자 고개로 정겸이 말한 그 비밀통로를 찾아 나선다. 오늘 밤 내가 살아 돌아오지 않으면 외눈고개 비화를 세상에 널리 알리라는 말을 남기며….
우상숭배
이 역시 <귀경잡록>에 터 잡아 드라큘라처럼 영생을 얻게 된 자의 이야기다. 육십오능음양군자의 수하 십이사도(12간지)와 마치 파우스트에게 영혼을 팔았던 누구처럼, 이들에게 영혼을 판 천 승도 는 150살이 넘었다. 얼굴에 씌워진 탈은 영원히 벗겨지지 않는다. 해가 뜨는 동안 그는 어두운 동굴에 놓여있는 관속에서 잠을 잔다. 밤이면 어여쁜 규수를 납치해온다. 십이사도에게 바칠 제물로…. 여기에 등장하는 권윤헌은 채홍사다. 일을 그르쳐 지금은 내쳐진 처지, 우연히 찾아든 곳에서 천승도를 만나게 되고... 천승도를 햇볕을 쐬게 하여 죽도록- 마치 드라큘라가 햇볕에 타들어 한 줌의 재가 되듯- 놓아두고, 지하 동굴에 갇혀있는 처자들을 구해내는데, 청아라는 여인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청아는 죽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가고…. 그녀가 등에 업고 나타난 청동불. 그 안에 갇혀있는 정체 모를 누군가는 그녀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청아를 조종했다. 이 청동불과 십이사도의 싸움이 벌어지고….
결국, 권윤헌은 탈을 쓰고 드라큘라처럼 밤에는 깨어있고, 낮에는 동굴 속 관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그런 신세가….
<귀경잡록> 시리즈는 묘한 매력이 있다. 기시감이랄까, 어디선가 본 듯, 들은 듯하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는 천편일률적인 권선징악의 그림자는 깔려있지 않는다. 인간의 본능과 그 외피를 둘러싼 허영, 자신의 욕망 실현을 위해 원린자를 힘을 빌리려는 인간들의 이야기 속에 쳐진 또다시 설계, 읽는 이로 하여금 ‘과연 그럴까?, 그랬을까? 라는 의문을 들게 하는 이야기의 전개가. 이미 이 소설 속 세계로 깊이 들어왔음을…. 마치 실존<귀경잡록>에 매혹되어버린 듯이….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번에는 어떤 세상 이야기를 들려줄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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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로 작가의 귀경잡록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호러 소설에 특화된 작가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적인 무속신앙을 맛을 가장 잘 살려내면서 호러 소설을 접목화시킨데 일인자라고 볼 수도 있겠다. 대표작으로는 [섭주]가 있다. 이 귀경잡록 시리즈의 전작을 한 권을 읽었었다. 아름다운 표지와는 상반된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독특하게 생긴 괴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 괴물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건물의 형상은 입이 땅에 파묻힌 괴수의 머리를 형상화해서 소름이 끼쳤다. 용도 아니고 범도 아니었다. 도깨비를 닮았지만 보다 흉악하게 생긴 미지의 존재였다.
45p
<외눈고개 비화>와 <우상숭배>라는 제목의 두 이야기다. 표제작은 사또가 40년 만에 만난 친구의 이야기다. 수백 명을 죽일 수 있다는 병기를 찾아 외눈고개에 들어갔다던 친구다. 그가 전해주는 그곳의 이야기는 어떨까. <우상숭배> 역시 외눈고개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런 장소가 배경이 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은 누구일까.
우상숭배에서는 12간지와 더불어서 12라는 숫자가 강조되고 있다. 12개의 병기, 12사도, 12공력 등이다. 이 숫자들을 보면서 나는 성경 상의 열두 제자를 떠올린다. 서양에서는 간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띠라는 것 자체를 모른다. 대신 그들은 생일에 의존한 별자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의식하지 않고 살았는데 이 띠를 나타내는 간지가 12개였다. 열둘 이라는 숫자가 동서양에서 동일하게 중요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니 이 또한 신기하다. 어찌보면 사는 곳만 다를뿐 사람들의 인식은 비슷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열둘이라는 숫자는 완전한 숫자였을까. 예수님은 왜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제자들을 딱 열두 명만 뽑은 것일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을까.
소나 돼지의 창자와 비슷하게 생긴 줄은 넉넉잡아 일백 개는 되었다. 문을 열어젖힌 충격에 줄들이 크게 흔들거렸다.
94p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디선가 봤었는데 하는 그런 익숙함이 보인다. 사람이 사라지는 이야기는 행방불명을 일컫는 일본의 단어인 가미카쿠시와 비슷한 느낌이다.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현상들. 사람의 얼굴에 가면이 붙은 것은 [철가면]이라는 작품을 연상시킨다. 사람이 매달린 장면은 [꼭두각시 살인사건]에서 보았던 장면과도 비슷하다. 여기저기 연상되는 장면과 비슷한 장면들이 많아서 이런 작품을 참고로 하고 쓴 것인지 아니면 쓰다 보니 비슷한 장면이 된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하기야 실종된 사람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하나둘이겠냐마는 위의 본문은 문장을 읽는 순간 딱 그 책이 떠올랐다. 그만큼 비슷한 이미지를 준다.
아무래도 귀경잡록이라는 책도 익숙하지 않고 이야기의 배경도 지금이 아닌 과거이다 보니 괴리감이 조금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호러라는 장르는 현실적으로 확 와 닿아야 훨씬 더 무서운 것이 아니었던가. 실제로 당하면 정말 무섭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뭐 그런 걸 가지고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법이다.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 중에서 공감하고 무서워했던 것은 유독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역사소설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호러이기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이야기를 다룬 에도 시리즈나 스티븐 킹의 악몽을 담은 이야기나 교고쿠 나스히코의 향설백물어 시리즈같은 이야기의 우리나라 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 소설"
박해로의 <외눈고개 비화>를 읽고
"비밀에 묻혀 있던 지옥문이 열리고
사상 최악의 악마들이 몰려온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우주적 공포 소설이자 박해로 작가의 SF 호러 연작소설-
한국 오컬트 소설의 1인자인 박해로 작가가 SF호러 연작소설이자 우주적 공포소설인 [귀경잡록] 시리즈를 내놓았다. 좀비, 외계인, 악귀 등 초현실적인 존재로 인한 공포가 박해로 작가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이번 책 『외눈고개 비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우주 공포소설이다. 그리고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인 <귀경잡록>속 예언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요즘 좀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좀비물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인데, 과연 조선시대에도 귀신이나 좀비같은 초월적인 존재가 존재했을까. 지금까지 무속신앙이 이어지고 점술이나 사주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지금보다 더 무술적이고 미신적인 존재를 인정한 것 같다. 그래서 아마 박해로 작가도 한국 특유의 무속신앙 전통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상상력을 더해 무속 공포소설인 『살煞: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같은 이야기를 구성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 『외눈고개 비화』는 무속신앙에서 더 나아가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런 외계인의 존재와 출현에 대한 기록이 조선시대 예언서 <귀경잡록>에 나와있다고 한다. 물론 진짜가 아닌 소설 속 허구의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 가상의 예언서이겠지만, 정말 이런 예언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정말 이 <귀경잡록>이 실존하는 예언서이고 이 예언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말 그야말로 최악의 공포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40년 만에 나타난 친구인 김정겸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섭주현의 사또인 '나'는 오랫만에 나타난 친구 김정겸을 만나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그런데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온통 믿을 수 없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김정겸은 과거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조정에 반감을 품은 장군을 만나 탈옥을 한다. 그런데 그 장군은 나라를 뒤엎고 반란을 도모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고 김정겸은 의도치않게 그와 뜻을 같이하고 죽음을 무릅쓰고 '외눈고개' 라는 이계 세계에 침입하게 된다. 마치 지하 세계에 있는 지옥의 문이 열리듯 땅이 갈라지면서 숨겨져있던 외눈고개가 드러난다. 이 세계는 이 세상 세계가 아닌 외계인이 사는 다른 세계인 것이다. 살아있는 생물체는 찾아볼 수 없는 온통 잿빛 세상, 어떻게 보면 신에게 버림받은 세상일지 모른다. 이 이계 세계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이계의 '비밀병기'가 묻혀있다. 그 비밀병기만 있으면 장군의 반란도 성공가능하다. 그리고 이 비밀병기에 대한 내용은 이미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에 언급되어 있다. 그리고 '외눈고개'는 300년 전 조선군과 이계 존재들과의 무참하고 참혹한 살육전이 벌어졌던 장소였던 것이다.
이계의 존재들이 살고 있는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운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욕심은 그런 공포까지도 극복하게 하나보다. 그 '비밀병기'를 찾아 외눈고개를 돌아다니던 조선군은 북두칠성 천권별에서 내려온 이계 존재인 '비천자'들과 만나게 된다.
낯선 이계의 땅은 비천자들로 새카맣게 뒤덮여 있었다. 잠을 깬 원린자들이 벌집 동굴 안에서 튀어나왔다. 달빛 비치는 외눈고개는 잿빛의 낮보다 밝아 기형적인 몸체들이 버둥거리는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처절한 공포였다. 실제로 그들에겐 머리가 없었고, 배에 하나밖에 없는 눈과 그 눈을 보조하는 커다란 입이 붙어 있었다. 그들은 다리와 길이가 똑같은 팔을 하늘을 향해 일제히 뻗었는데, 수천 개의 긴 팔이 밤하늘을 허우적대는 광경은 저승사자의 집회나 다름없었다.
p.97-98
비천자에 대한 문장 묘사만으로도 그 공포스럽고 괴물같은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또한 SF 요소가 돋보여서 SF 영화로 만들면 참 좋을 듯하다. 솔직히 글로 묘사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더 효과가 큰 것 같다.
비천자, 원린자, 당랑자 등과 같은 용어가 생소했지만, <귀경잡록>에 언급된 내용과 작가의 섬세한 문장묘사를 통해 어렴풋이 그들의 존재에 대해 인식할 수 있었다.
비천자들과 맞닥뜨린 정겸을 비롯한 조선인들,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그 비밀병기는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은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인가. 작가의 예측할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우리를 지옥의 문 속의 이계 존재에게로 안내한다. 박해로 작가가 초대하는 이계 세계 '외눈고개' 이야기만으로도 여름 무더위가 가실 것 같다. 갑자기 싸해지면서 소름이 돋는 이 공포, 생각만 해도 너무나 무섭다.
또한 이 책에는 '외눈고개 비화' 이외에도 '우상숭배'라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이야기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조정 대신인 '권윤헌'이 겪은 경험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 또한 <귀경잡록>과 관련되어 있다. 어명을 받은 조정 대신 권윤헌이 노비와 함께 함경도 함흥으로 가게 되었는데 길을 가다가 그만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길을 찾아 한참을 헤매던 그들 앞에 열두 채의 움집과 별채를 가진 오두막이 나타난다. 그것은 태고의 원시신앙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오두막에서 권윤헌은 <귀경잡록>을 비롯한 금기의 도참비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때 지하 어딘가에서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여섯 개의 눈을 가진 얼굴에 탈을 쓴 남자가 도끼를 들고 권윤헌 앞에 나타난다. 그런데 권윤헌은 그 남자가 100년 전에 생존했던 인물임을 알게 된다. 과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두 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외눈고개 비화'가 더 공포스럽고 오컬트적 요소를 많이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 개의 이야기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예언서 <귀경잡록>과 관련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고 <귀경잡록>이라는 한 가지 소개를 가지고 다른 이야기들을 구성하고 결국엔 그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작가의 작품 구성력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올 여름엔 이 책 『외눈고개 비화』 한 권이면 무더위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선 시대의 예언서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우주적 공포 소설인 『외눈고개 비화』 이 책을 오컬트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무더위를 싸늘한 공포로 식히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